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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낙관 직후에 더 꼬인 백신 확보, 대체 몇 번째인가] ....

뚝섬 2021. 4. 15. 06:28

文 낙관 직후에 더 꼬인 백신 확보, 대체 몇 번째인가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보건소에서 의료진들이 교육 종사자와 취약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이날 해운대보건소에서 경찰, 보건교사, 출국 대상자 등 60여 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김동환 기자

 

미국이 얀센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백신 확보가 더 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상반기 우리 주력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유럽에서 혈전 문제가 불거져 우리나라에서도 30세 미만은 접종하지 않도록 제한한 데 이어 600만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던 얀센 백신까지 혈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얀센 백신의 도입과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여기에다 미국의 얀센 접종 중단 여파로 모더나가 자사 백신을 미국에 2억회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의 2분기 모더나 도입 여부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이틀 전인 지난 12일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낙관적인 발언을 하면 곧바로 상황이 나빠지는 일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지난 2월 문 대통령이 “3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한 직후 확진자가 300명대에서 600명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9일엔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취지로 얘기한 직후 확진자 수는 600명대에서 1000명대로 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백신이) 충분히 빨리 도입됐고, 충분한 물량이 확보됐다”며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 시기가 다른 나라보다 결코 늦지 않고 오히려 빠를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은 그와 정반대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말할 때마다 반대로 간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이런 자세를 갖고 있으면 아랫사람들은 그 입맛에 맞춰 보고서를 올리고 연설문을 쓰기 마련이다. 문 대통령이 상식에 맞지 않는 말, 실제와 너무 동떨어진 엉뚱한 말을 했다가 결과가 반대로 되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러면 아랫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현실과 사실을 중시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사과하는 대신 계속 자화자찬을 한다. 그러니 엉뚱한 말과 반대 결과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이다.

 

눈앞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정확한 정보에 기반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게 되면 방역은 성공할 수 없다. 한국이 지금 그 길로 가고 있다.

 

-조선일보(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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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집단면역, 이러다간 끝

 

‘벼락 맞을 확률’은 희박한 일을 일컬을 때 쓰곤 한다. 기상청 낙뢰 연보에 따르면, 유독 벼락(낙뢰)이 잦았던 2017년 31만6679번 벼락이 내리쳤는데, 이를 맞고 2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 벼락 맞을 확률(사상자 4명)을 따져 보면 0.001%로 계산된다.

 

4월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보건소에서 교육 종사자와 취약시설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대기실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있다./김동환 기자

 

공교롭게도 이 정도 확률은 요새 말 많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뇌정맥동혈전증(CVST)이란 희소 혈전증이 나타날 확률과 비슷하다. AZ 접종이 많았던 유럽 지역 사례를 분석한 유럽의약품청(EMA)은 920만명 접종자 중에 62명에서 CVST가 나타났다고 했다. 대략 10만명 중에 한 명꼴, 0.001%다. 결국 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크지만, CVST란 희소 혈전증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 정도란 얘기다. 미국에서 13일(현지 시각) 사용 중단을 권고한 얀센 백신의 경우는 680만명 접종자 가운데 6명에 희소 혈전 부작용이 나타나 ‘벼락 맞을 확률’도 안 된다.

 

벼락과 혈전 부작용의 닮은 점은 또 있다. 특정 조건에서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벼락도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릴 때(7월 58%) 집중적으로 내리치고, 골프장처럼 평평한 곳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면 더 위험해진다. 마찬가지로 AZ·얀센 백신 혈전 부작용도 특히 여성과 젊은 층에 더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보인다. 장마철에 골프장에서 골프채 들고 서 있는 일만 피하면 벼락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AZ 백신도 젊은 층을 피해서 접종하면 위험도는 더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확률 얘기로만 풀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벼락 맞을 확률이 적다고 벼락 칠 때 마구 나가서 야외 활동을 하진 않는다. 아무리 벼락 맞을 일이 적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 벼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단 안전한 장소로 피한다. 백신도 비슷하다. 아무리 백신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탓에 흔쾌히 백신 맞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이 두려움을 해소하지 않으면 아무리 ‘과학적’ 설명이라며 방역 당국이 수치를 줄줄 읊어봐야 사람들은 AZ 백신을 피할 수밖에 없다. 벼락을 맞을 확률이든 백신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든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당하면 1, 당하지 않으면 0인 확률일 뿐이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적극적인 백신 접종 설득 작업은 실종된 상태에 가깝다. 매일 하는 언론 브리핑, 간간이 몇 번 진행한 유튜브 전문가 설명회 말고 국민 두려움 해소와 접종 동참을 유도할 어떤 전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접종한 사람들에게 ‘나는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쓰인 스티커까지 나눠주며 국민들을 설득한다. 꼬일 대로 꼬인 백신 공급 계획에다, 백신 접종률까지 떨어지면 도대체 어떻게 ’11월 집단면역의 꿈'을 이루겠다는 것인가.

 

-김성모 기자, 조선일보(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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