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Tish Hinojosa ‘Donde Voy’]

뚝섬 2021. 4. 25. 06:00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희망을 찾아왔건만

Tish Hinojosa ‘Donde Voy’(1989) 

 

Tish Hinojosa ‘Donde Voy’(1989)

 

1990년,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이 극본을 쓴 MBC의 드라마 ‘배반의 장미'는 예기치 않은 극 중 삽입곡의 돌풍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멕시코계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티시 이노호사의 애절한 스페인어 노래 ‘Donde Voy’다. 제목도 가사도 생소한 스페인어였기에 정작 이 노래의 의미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제목도 그냥 ‘돈데 보이’라는 발음으로 소개되었을 정도였으니.

 

이 노래의 제목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뜻이고 노랫말은 이민자 단속국의 눈을 피해 3141㎞에 이르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는 멕시칸들의 슬픈 심정을 담았다. 트럼프의 장벽 설치 공방으로 잘 알려진 이 국경선은 한반도 넓이의 5배가 넘는 사막지대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불법 이민의 길을 택한 멕시칸들의 애환으로 점철된 곳이다. 해마다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민자의 나라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폭력적으로 존속하는 이중성으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계 여성 4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인종 혐오와 여성 혐오의 결합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고향이기도 한 애틀랜타의 경찰이 연쇄 총격 살인범 로버트 롱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한 발언으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애틀랜타 경찰은 범행 원인을 ‘성 중독’으로 돌리거나 ‘그에게 나쁜 하루였다' 등의 말을 해 비난받았다.

 

때마침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목전이다. 미국 이민자의 삶을 다룬 ‘미나리'의 조연으로 영국 아카데미 조연상을 비롯해 스무 개 넘는 트로피를 받았던 배우 윤여정의 수상 여부가 비상한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윤여정은 ‘배반의 장미'에서도 조연으로 브라운관을 빛냈었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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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de Voy

어디로 가야 하나?

 

-Tish Hinojosa

 

Madrugada me ve corriendo
(새벽은 내가 달아나는 걸 찾아내고)
Bajo cielo que empieza color
(하늘 아래 색색이 물들이네요)
No me salgas sol a nombrar me
(태양이여 연방이민국의 추적에)
A la fuerza de "la migracion"
(쫓기는 나를 비추지 마세요)
Un dolor que siento en el pecho
(내 가슴속에 느끼는 고통은)
Es mi alma que hiere de amor
(사랑에 다친 내 마음이지요)
Pienso en ti y tus brazos que esperan
(나는 생각해요 당신과 당신의 어깨)
Tus besos y tu passion
(당신의 키스와 당신의 사랑이 날 기다린다고)

 

Chorus:

Donde voy, donde voy

(어디로 갈까요 어디로 가야하나요)

Esperanza es mi destinacion

(희망은 내운명이지요)

Solo estoy, solo estoy

(나홀로 나홀로)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사막을 지나 도망쳐 가지요)

 

Dias semanas y meces

(하루 한주 한달이 가고)

Pasa muy lejos de ti

(당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가요)

Muy pronto te llega un dinero

(당신이 얼마간의 돈을 받고)

Yo te quiero tener junto a mi

(당신이 내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El trabajo me llena las horas

(노동은 내 시간을 채우고)

Tu risa no puedo olvidar

(당신의 웃음을 난 잊을 수 없어요)

Vivir sin tu amor no es vida

(당신의 사랑이 없는 삶은 살아있는게 아니예요)

Vivir de profugo es igual

(도망치며 사는것도 마찬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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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계 미국인 출신 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1989년에 발표한 발라드이다. 멕시코계 가수가 부른 노래답게 가사 전체는 스페인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목의 의미는 "어디로 가야 하나?"란 뜻이다.

 

가사 내용은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멕시코 남성이 멕시코에 남겨둔 자신의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이다. 미국 국경이 가까워 올수록 멀어지는 자신의 연인을 그리워하며 언젠간 멕시코에 남아 있는 자신의 연인이 자신을 따라 미국에 와 주길 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묘하게 1920년대 김동환이 발표한 시, 국경의 밤과 작중 분위기가 비슷하다. 티시 이노호사의 애절한 보컬이 이 노래의 키포인트다.

 

-가사 출처-namu.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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