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창설 60년

손자병법은 장수들에게 “명령은 문(文)으로 하고 통제는 무(武)로 하라”고 했다. ‘문무겸비’ 군사교육이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학생군사교육단, 즉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가 아닐까 한다. ROTC로 선발되면 대학 3, 4학년 때 군사학 교육과 훈련을 받은 뒤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다. ROTC가 어제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ROTC의 원조는 전쟁을 자주 치른 미국이다. 직업 군인은 아니지만 ‘평시 교육, 전시 장교’ 필요성을 절감하고 창안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ROTC 훈련을 받은 초급 장교 15만 명이 참전해 전공을 세웠다. 6·25전쟁 때도 ROTC 출신 장교 1만8000여 명이 무장 소집에 응해 한국 땅을 밟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한미 동맹의 연결고리였던 셈이다.
▷1960년대 초반 우리 군은 역량 있는 장교가 턱없이 부족해서 골치를 앓았다. 그나마 있는 초급 장교들 중에는 한글로 쓰인 야전교범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이런 배경 아래 1961년 6월 1일 탄생한 ROTC는 그동안 22만여 명의 장교를 배출하며 군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엔 임관 소위의 73%, 전방 경계 소위의 70%를 차지했다. 여군 장교도 2210명이나 나왔다.
▷ROTC는 3무(無), 1존(存), 3례(禮)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3무는 ‘학연, 지연, 정치와 종파 초월’, 1존은 ‘오직 기수만 존재’, 3례는 ‘선배에게 존경, 후배에게 사랑, 동기에게 우정’을 의미한다. 자부심과 결속력이 강해 스스로 ‘알오티시안(ROTCian)’이라 부르기도 한다. 합참의장을 2명 배출했다. 남영신 대장은 첫 ROTC 출신 육군참모총장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구자용 LS네트워크 회장,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등 많은 기업인들도 ROTC에서 문무 리더십을 익혔다.
▷대한민국ROTC중앙회는 어제 기념식에서 “100년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자”고 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갈수록 지원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경쟁률이 6 대 1 수준까지 오를 정도였지만 지난해는 2.23 대 1로 떨어졌다. 이유는 복무 기간과 복지 문제 등이다. 병사 복무 기간이 18개월까지 줄었지만 ROTC 장교는 28개월로 변함이 없어 취업 걱정 등으로 우수 자원들이 지원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일선 병사들과 동고동락해야 할 초급 장교들의 자질이 떨어지면 전체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복무 기간을 갑자기 줄이면 장교 수급 문제가 발생한다. 복무 기간의 합리적 조정, 미 대학과의 ROTC 교환 프로그램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정용관 논설위원, 동아일보(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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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1961년 6월 전국 16개 종합대학에서 선발한 사관후보생 3175명이 군사교육에 들어갔다. 학생군사교육단(ROTC)의 시작이었다. 이 가운데 2642명이 1963년 소위로 임관했다. 그 뒤 59년 동안 대학생 총 22만여 명이 이 길을 택했다. ROTC는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의 약어다. ROTC는 학군단이 설치된 대학에서 3·4학년 때 군사학 교육과 훈련을 받고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다.
▶ROTC는 ‘3무(無) 1존(存) 3예(禮)’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3무는 ‘학연, 지연, 정치와 종파 초월’, 1존은 ‘오직 기(期)수’, 3예는 ‘선배에게 존경을, 후배에게 사랑을, 동기에게 우정을’을 각각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육사 등 다른 출신들 이상으로 유대가 강하다. 해병대 전우회, 고대 교우회, 호남 향우회 등 우리 사회에서 결집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이른바 3대 친목단체에 이어 ROTC 중앙회가 4대 친목단체로 꼽힐 정도다.

▶ROTC는 시쳇말로 ‘말뚝’을 박고 장기 복무를 하는 소수의 장교를 제외하곤 90%가량이 의무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뒤 사회 각 분야로 진출, 우리나라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1년 ROTC 50주년을 맞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현직 장차관급만 30여 명, 현역 국회의원은 9명, CEO급 경영자는 250여 명에 달했다. 기업 오너 일가 중에도 LS그룹 등이 자녀들에게 ROTC 복무를 권한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실천한 ROTC 장교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1년까지 전사 또는 순직한 ROTC 장교는 390여 명이었다. 고 김범수 대위는 2004년 35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훈련병이 수류탄 안전핀을 잘못 뽑아 위험해지자 수류탄을 감싸 안고 산화, 보국훈장 광복장이 추서됐다. ROTC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장이 됐던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장은 1968년 경비소대장으로 주월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베트공을 성공적으로 격퇴해 화랑무공훈장 등을 받았다.
▶ROTC 출신인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에 내정됐다. 그동안 ROTC가 2명의 합참의장을 배출했지만 육군참모총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육군총장은 육사 출신이 도맡아 왔다. ROTC는 올해 임관한 5000여 명의 육군 소위 중 70%를 차지할 정도로 초급 간부의 중추와 같은 존재다. ROTC 출신 현역 장성은 30여 명에 달한다. ROTC는 예비역 모임에서도 거수경례를 하고 애국가는 4절까지 부른다. 모든 ROTC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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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아들 딸
“저를 위해 기도하지 마십시오. 대신에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소집된 나의 승무원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1952년 3월 한국으로 떠나기 전 제임스 밴 플리트 주니어 중위(당시 27세)는 이런 편지를 어머니에게 보냈다. 미 8군사령관인 아버지 밴 플리트 장군이 있는 한국전선으로 전출을 자원한 그는 3월 19일 자신이 조종하는 B-26 폭격기 승무원들과 함께 아버지의 60세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보름여 뒤인 4월 4일 밴 플리트 주니어는 압록강 남쪽으로 비행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네 번째 출격이자 첫 단독 비행이었다. 밴 플리트 장군은 얼마 안 돼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수색작전을 중단시켰다. 며칠 뒤 부활절에 장군은 한국군 실종 장병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 “벗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은 사람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습니다.” 육군사관학교와 한국군 육성에 크게 기여해 ‘한국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군은 100세에 눈을 감을 때까지 평생 외아들을 그리워했다.

▷대를 이어 군복무하는 걸 명예로 여기는 미국에서는 전사한 유력인 자제들이 적지 않다. 본인이 미-스페인 전쟁에 참전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은 모두 프랑스 노르망디 미군 묘지에 묻혀 있다. 차남은 1차대전 때 전투기를 조종하다 전사했다. 장남은 전사하진 않았지만 1차대전에 이어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2차대전 때 어뢰정 정장(艇長)으로 복무했고 조종사였던 맏형은 군용기 사고로 숨졌다.
▷벨기에 왕립육군사관학교 진흙탕에서 포복하며 훈련하는 왕위 계승 서열 1위 엘리자베트 공주의 모습이 화제다. 훈련 기간은 1년으로 호칭부터 일체의 ‘공주 대접’은 없다고 한다. 아버지 필리프 국왕에 이어 장차 군 최고통수권자가 될 인물인 만큼 필요한 일이지만 19세 딸을 군사훈련에 보낸 부모의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실종 후 전사로 처리됐던 밴 플리트 주니어가 실은 비행기 추락 후 북한군 포로로 잡혔다가 중국을 거쳐 소련의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밴 플리트 장군의 외손자가 최근 주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이 연 세미나에서 밝혔다. 육군 정보국 참모차장을 지낸 자기 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밴 플리트 장군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목숨 걸고 전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명예로운 가문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는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고 했다. 걱정을 숨기며 자식을 전장에 내보내고, 자식을 잃고도 눈물을 감추는 부모가 가문의 영예를 완성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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