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땅을 모욕하는 권력자여, 지구를 떠나거라]

뚝섬 2021. 5. 22. 06:51

[김두규의 國運風水]
지기쇠왕설과 대한민국
 

 

“성자(盛者)는 필쇠(必衰)라. 흥한 자도 언젠가는 반드시 망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는 역사의 순리이다.” 이탈리아 역사에 관한 소설을 써서 유명해진 시오노 나나미의 성자필쇠론(盛者必衰論)이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 세워진 표지석. 전두환 정권은 ‘바르게 살기’ 운동을 펼치고 ‘바르게 살자’ 구호를 새긴 표지석을 곳곳에 세웠다. 물론 이 구호를 따라 바르게 산 사람은 없었다. /김두규 교수

 

지금은 관광도시로만 알려진 베네치아는 1000년 역사를 지닌 공화국이었다. 이민족 침입을 피해 바다로 피란한 베네치아 사람들은 갯벌에 말뚝을 빽빽하게 박고 그 위에 육지에서 가져온 돌들을 쌓아 지반을 다졌다. 그리고 그 위에 도시국가를 만들었다. 자원이라고는 소금과 생선밖에 없어 생계가 막막한 그들은 해양무역으로 활로를 찾았다. 1000년 넘게 지중해의 해상 강국이 되었다. 공화국 국체만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유의 나라였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1797년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그 멸망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는 말한다. “모든 국가는 반드시 한 번은 전성시대를 맞는다. 그렇지만 반드시 망한다. 교만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교만해서 망한 것이 아니다. 베네치아의 멸망은 마치 질병과 시련을 여러 번 극복하다가 천수를 다한 인간의 죽음과 같았다.”

 

성자필쇠론과 유사한 풍수설이 지기쇠왕설이다. 한 나라 도읍지의 지기가 쇠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니, 지기가 왕성한 곳으로 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감록’의 핵심 사상이다. 정감록은 정(鄭)·심(沁)·연(淵) 세 사람이 조선팔도를 풍수설에 따라 논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평양→개성→한양→계룡→가야→전주 순으로 도읍지가 바뀌며 그에 따라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지기쇠왕의 원인이 땅이 아닌 사람 탓이라고 말한다. 개성(고려)의 지기가 쇠한 원인으로 요승과 궁녀가 장난[作亂]을 쳤기 때문이며, 한양(조선)이 쇠한 것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충신을 죽이는 일(당쟁)에서 찾았다.

 

결국 국가의 흥망성쇠는 땅이 아닌 사람이 문제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강국에 진입하였다”고 하였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1000년 지속하기를 소망한다. 가능할까? 베네치아 공화국은 종교·정치·군사·무역 지도자들이 비리를 저지르면 국외로 추방하였다. 국민은 지도자들을 신뢰하였다.

 

대한민국도 그러할까? 신성한 대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고, 존재의 요람인 집[宅]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다. 일부 장관·국회의원·지자체장·LH 공무원들이 그렇다. 교수 출신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법 통과 직전 자신의 강남 아파트 임대료를 올렸다. 문제가 되자 공직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돌아갔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일찍이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 사회”를 이야기하였다. 인간 개개인은 착한데, 그것으로 구성된 사회(국가)는 집단 이익을 위해 다른 사회(국가)에 비도덕적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비도덕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처럼 보인다. 일부 공무원·교수·정치인들이 불공정의 근원이다. 그들의 탐욕에 대해서 라인홀드 니버는 말한다. “인간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동물과 달리 탐욕이란 상상력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땅기운[地德]이 흥하여 1000년 대한민국 역사가 되려면 탐욕스러운 지도자들을 국외로 추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원조 개그맨 김병조가 1980년대 유행시킨 “지구를 떠나거라!”가 떠오른다.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 문학 주제어가 “지구를 떠나거라(Verlassen die Erde)!”였다. 1980년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은 “바르게 살기” 운동을 펼쳤다. 그들은 곳곳에 다음 글을 새긴 표지석을 세웠다. “바르게 살자!” 누가 그 말을 따를까?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21-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