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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딧불이의 날]

뚝섬 2021. 7. 6. 06:15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충남 금산의 금강 상류 한 지천에서 지난 2019년 촬영한 반딧불이 군무. 해마다 5∼6월 짝짓기 철이면 이곳에서는 반딧불이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불빛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8월 말에서 9월 초 전라북도 무주에서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지만, 세계적으로는 7월 3~4일이 반딧불이의 날이며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금년 2021년의 주제는 “잡지(catch) 말고 보기만(watch) 하세요”였다. 진(晉)나라 차윤(車胤)이 반딧불을 모아 그 불빛에 글을 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형설지공이 풍시하는 대로 반딧불이는 예로부터 참 많이도 잡혔다. 최근에는 생태 테마공원의 전시 명목으로 붙들려 발광 퍼포먼스까지 해야 한다.

 

반딧불이를 손에 쥐고 있어도 뜨겁지 않은 까닭은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화학물질이 산화하며 빛을 발하는데 그게 열손실이 거의 없는 형광이기 때문이다. 반딧불이 수컷은 발광만 하는 게 아니라 약간 구리터분한 냄새도 풍긴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반딧불이를 종종 개똥벌레라고 부르는 것 같다. 최근 ‘늦었지만 늦지 않았어’라는 수필집을 낸 내 오랜 벗 한돌은 ‘한국 노랫말 대상’을 받은 ‘개똥벌레’에서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이라고 노래했다. 이어서 그는 “마음을 다 주어도 친구가 없네/ …… /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라며 아쉬워한다.

 

개똥벌레 수컷은 빛 신호를 보내며 날아다니다 풀섶에 앉은 암컷이 은밀하게 답신하면 날아 내려와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미국 동부에 사는 포투리스(Photuris) 속의 암컷은 다른 종 수컷의 신호를 보고 그걸 해독한 다음 그 종 암컷의 신호를 보내 유혹한다. 뜨거운 밤을 기대하며 풀섶에 내려앉은 순진한 수컷은 결국 그 냉혹한 팜파탈(femme fatale)의 저녁 식사가 되고 만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이 암컷이 한 종이 아니라 여러 종의 암호를 해독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개똥벌레와는 손을 잡지 말아야 한다. 이런 친구는 없어도 좋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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