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사촌이 땅 샀을 때 허무주의 스며든다면… ] .... [비교와 행복]

뚝섬 2025. 4. 29. 10:49

[사촌이 땅 샀을 때 허무주의 스며든다면… 無가 낫다는 ‘정신승리’]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기쁜 이유… 심리학의 비밀] 

[비교와 행복]

 

 

 

사촌이 땅 샀을 때 허무주의 스며든다면… 無가 낫다는 ‘정신승리’

 

니체의 허무주의에 대한 오해
타인 혐오-자기 연민 합쳐져… ‘無에의 의지’ 허무주의 나타나
약자는 타인 악하다 낙인찍어… 선악의 위계 바꾸고 위선 구축
허무는 불행의 결과 아닌 씨앗… 타인 성공 축복할 때 허무 극복
 

 

허무주의를 표현한 폴 머워트 ‘The Nihilist’(1882년).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는 사는 일이 가끔 덧없고 헛헛하다고 느낄 때 허무주의를 말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염세주의가 있는데 의미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삶이 지긋지긋해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다는 후회가 염세주의를 나타낸다면, 이래 살든 저래 살든 죽는 것은 다 마찬가지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허무주의를 표현한다.》

 

알베르 카뮈의 44세 때 모습. 그는 애연가였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이방인’에서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는 죽음을 통해 인간 삶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이방인에는 세 가지 죽음의 유형이 있다. 어머니의 자연사, 총에 의한 살해, 그리고 사형 집행이다. 원인이야 다르지만 죽음이라는 결과로 보면 다를 바 없다. 미래에서 ‘어두운 바람’이 불어와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이 된다면, 우리는 부조리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용기를 내기 쉽지 않다.

일본에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긴 소설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다룬 주제도 인생의 덧없음이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이샤로 일하는 고마코의 열정과 사랑이 시마무라에게 모두 ‘헛수고’로 보였다. 
그 당시 유럽에는 허무주의라는 사조가 유행했는데, ‘신은 죽었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언이 유명하다. 니체의 허무주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생에 의미가 없다’, ‘사는 게 허무하다’라는 식의 신세 한탄이 아니다. 허무주의는 신이 죽음으로써 유럽의 최고 가치가 무너지는 유럽의 문화현상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은 반만 맞는 해석이다.

허무주의(Nihilism)에서 어원 ‘Nihil’은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허무주의는 무(無)를 지향하는 철학 체계를 뜻한다. 허무주의는 삶의 가치를 무화(無化), 즉 없애려고 한다.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다. 니체는 왜 인간이 무를 욕망하게 되었는지 그 심리를 파헤친다. 여기서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두 가지는 인간에 대한 혐오와 동정이다. 이 둘이 합쳐지면 ‘허무를 지향하는 인간 최후의 의지’, 즉 허무주의가 나타나게 된다. 타인에 대한 혐오가 커지면 더 많이 가진 강자를 부정하게 되고, 동정이 깊어지면 가지지 못한 약자(자신)에 대한 공감이 깊어져 차라리 ‘없는 것’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첫 문장으로 유명한 카뮈의 ‘이방인’ 표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니체에 따르면 병자는 ‘무(無)에의 의지’를 통해 가면을 쓰고 건강한 자들에게 복수를 통한 승리를 꿈꾼다. “행복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너무 많은 불행이 있다”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갖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행복한 자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의 행복에 대해 수치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병자의 목적은 몸과 정신이 탁월하게 강한 자들이 자신의 행복을 의심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병자는 원한과 복수심을 통해 타자의 행복을 수치스럽게 만들어 건강, 성공, 강함 등을 가진 것보다 그것을 가지지 않는 것, 즉 무가 유보다 가치 있다는 거짓말을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삶에 실패하고 좌절한 나머지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에게 승리한 인간의 모습은 증오의 대상이 된다. 타자의 탁월한 덕(좋음)은 약한 자의 시샘을 불러일으킨다. 약자는 위조지폐를 만드는 기술처럼 타인을 악하다고 낙인찍고 자신을 선하다고 포장해 선과 악의 위계를 바꾼다. 즉, 자신이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부, 명예, 권력 등을 악한 것이라고 비방한 다음, 그 반대인 ‘우리만이 선하고 의로운 인간이고, 우리만이 선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라고 믿는다.

니체에 따르면 허무주의는 이처럼 강하고 건강한 자를 이기려는 병자와 약자의 복수심, 증오, 시기, 질투 등과 부정적인 감정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허무주의는 모든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누구나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어차피 부자가 될 수 없을 바에야 돈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이른바 ‘풀(full)소유’보다 무소유가 더 낫다는 식의 상상을 통해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부자는 탐욕스럽고 가난한 자신은 자본에 전혀 때묻지 않아 순수하다는 망상은 자기기만이자 정신승리일 뿐이다.

허무주의의 원인이 되는 타인에 대한 혐오와 자신에 대한 연민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남이 잘될 때 축하하는 일이 어려운 까닭은 자신과 남을 늘 비교하기 때문이다. 시기심이 많은 사람에게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 될 수 있다. 잘난 사람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내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망해버린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지나친 연민과 동정을 받으려고 애써도 안 된다. 무소유라고 포장해도 실패한 삶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솔직하게 타인의 성공을 축복하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니체는 허무주의를 신의 죽음에 따른 ‘결과’로 다루기보다는 왜 인간이 신을 동경하고 원하게 되었는지를 ‘동기’의 차원에서 분석한다. 그래서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을 더 믿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의 절박함을 이해하려고 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없는 것’을 상상한다고 삶의 의미가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더 공허해질 따름이다. 우리는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 지나친 상상을 경계해야 된다. 이 세상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죽음과 같은 ‘없는 것’을 생각할 때 이미 허무주의는 시작된다. 허무주의는 불행이 낳은 결과가 아니라 불행을 잉태한 씨앗이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동아일보(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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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이 은메달보다 기쁜 이유… 심리학의 비밀 

 

‘메달 못 딸 뻔했네’라는 하향식 사고 덕분 

 

은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로 인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에선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1등부터 3등까지 각각 금·은·동메달을 수여하는데, 금메달 다음으로 기뻐야 할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오히려 울상인 경우가 있다. 희한하게도 은메달보다 덜 기쁠 것 같은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오히려 환호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기대치 높으면 '실망감', 낮으면 '안도감' 느껴

심리학자들은 이미 올림픽 메달 수상자들의 감정에 관해 연구해온 바 있다. 수상자들의 표정을 분석한 과거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동메달 수상자가 은메달 수상자보다 행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 칼슨대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상한 67개국 413명 선수의 시상식 사진을 표정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연구팀은 동메달 선수가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이 상반된 '기대치'로 인해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에 따르면 은메달 수상자는 주로 '상향식 사후 가정 사고'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식의 더 나은 결과를 가정하는 사고법이다. 주로 상향식 사후 가정 사고는 실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반대로 동메달 수상자는 '하향식 사후 가정 사고'를 가졌다. 이는 '~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식의 생각으로, 더 나쁜 결과를 가정하는 사고법이다. 상향식과 반대로 안도,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정리해보면 은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후회하게 되지만, 동메달 수상자는 "조금만 방심했다면 메달을 따지 못했겠다"라는 생각으로 기쁨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1등만 목표로 하면 좌절… 작은 목표부터 달성해야


연구를 주도한 윌리엄 헤지콕 교수는 "위와 아래를 비교한다는 개념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라며 "직장과 학교의 성과 등 삶의 여러 측면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측면에서도 적당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달성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좌절을 쉽게 맛보게 되므로 우울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교수는 마음속 두 가지 '양식(樣式)'를 적절히 사용해 기대치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행동양식(do it mode)''존재양식(being mode)'이다. 행동양식은 행복해지기 위해 '전교 1등' '좋은 회사에 취직' 등 특정 목표를 향해 무조건 나아가는 방식이다. 반대로 존재양식은 현재 본인의 상황과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행동양식 방법으로 확실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존재양식 방법으로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공부 계획을 세운다면, 대학 입학처럼 멀리 있는 목표를 세우기보다 '영단어 10개 외우기' 등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부터 세우는 게 좋다. 작은 성취들이 모이면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조성준 교수는 "현재 나의 상태를 잘 파악해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운다면 성취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존재양식을 적절히 활용해 자신을 보듬어 줘야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조선닷컴(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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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와 행복 

 

우리나라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지요. 최근 소셜미디어 사용이 늘어나면서 우리 모두 배가 아파지는 순간이 늘어났어요.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맛있는 걸 먹는 사람, 더 아름다운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사진을 하루 수백 장씩 볼 수 있게 됐으니까요.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Festinger)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어요.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심리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더 환하게 웃는 이유

미국 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벡(Medvec) 연구팀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시상식 표정을 분석했어요. 금메달을 딴 선수가 가장 환하게 웃었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2위인 은메달리스트보다 3위인 동메달리스트가 더 기뻐했다고 해요.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더 좋은데 어찌 된 일일까요? 메드벡은 "기쁨은 절대적인 성적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어요.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딴 선수와 자신을 견주며 '아쉽다'고 느끼는 반면 동메달을 딴 선수는 아쉽게 메달을 놓친 4위 이하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며 '하마터면 메달을 못 딸 수도 있었는데 잘됐다'고 흡족해한 거죠.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티버스키(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은 '간발의 차이'에 초점을 맞춥니다. 은메달 수상자는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동메달 수상자는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간발의 차이로 무엇인가를 하지 못할수록 더욱 연연해 하고 그것이 이후의 행동, 심지어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는 현상에 '간발 효과(nearness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런 심리를 이용한 광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1996년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당신은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쳤다(You Don't Win Silver. You Lose Gold)'라는 도발적인 광고 문구를 선보였어요. 나이키는 "'더 노력하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금메달만 의미 있다고 강조하는 편협한 광고"라고 반발했어요.

남과 비교하는 세 가지 방식

비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먼저 나와 비슷한 사람과 비교하는 '유사 비교'가 있어요. 예를 들어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비슷한 수술을 해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경험과 자신의 상황을 견줘보려 해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행동입니다.

둘째는 자신보다 못한 대상과 비교하는 '하향 비교'랍니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와 자신을 비교하는 게 하향 비교의 일종이에요. 사람들은 주로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하향 비교를 하는데, 그래야 불안감을 줄일 수 있어서랍니다.

셋째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상향 비교'입니다. 사람들은 주로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싶을 때 상향 비교를 합니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상대와 자신을 비교함으로써 분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지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멋진 몸매의 모델 사진을 보며 자극을 받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상향 비교를 할 때는 조심할 점이 있어요. 자신보다 너무 뛰어난 상대를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감과 우울감이 커질 수 있어요.

 

☞'이만하면 다행이지' 생각하기

매사에 남과 자신을 비교하다간 자칫 자신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어요. 그럴 땐 '더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의 틀을 바꿔보세요. 행운을 잡지 못했다고 우울해하는 대신 더 불행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안도감과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거예요.

우리는 가끔 자신에게 지나치게 혹독해지곤 합니다.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자신에 대해선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고 과하게 속상해하고, 타인에 대해선 '저 정도로 그쳐 다행'이라고 관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행복해지려면 남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야 한답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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