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대장동 원주민의 恨]
[‘달팽이 집’과 화천대유]
[그가 측근이든 “일개 직원”이든 대장동 게이트 본질은 같다]
[이재명, 민주당의 황혼]
[차용증 ‘꼼수’]
[‘이재명 캠프’ 방문기]
'세상은 요지경'

1970년대까지 학교 앞에는 영화나 만화, 세계 풍물을 필름으로 만들어 돈을 받고 보게 해주는 ‘요지경(瑤池鏡)’ 장사들이 있었다. 20장 정도로 된 둥근 필름을 요지경이라는 기계에 넣어 돌려보는 식인데, 그 시절 하나의 오락거리였다. ‘요지’는 중국 고대 신화에 신선들이 살았다는 연못인데, 세상일도 그처럼 알쏭달쏭하다 해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 대중음악에 요지경이 처음 등장한 건 1939년 ‘세상은 요지경’이다. 김정구 노래, 조명암(본명 조영출) 작사, 박시춘 작곡이었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세상은 싸구려 판이다/사랑은 물방아 속이다’ 같은 가사다. 익살과 해학이 있어 당시 만요(漫謠)라 했는데 요즘 말로는 코믹 가요 정도 되겠다. ‘세상은 요지경’을 초등학생까지 따라 부르게 만든 건 1993년 배우 신신애였다. 원곡에 그녀가 가사 일부를 추가했다. 흥겨운 멜로디에 풍자 가사, 눈이 풀린 채 추는 막춤이 어울려 대히트를 쳤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같은 가사가 가치 혼돈의 시대에 공감을 얻었다.
▶”세상 희한하게 돌아간다.” 2020년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섰던 감찰관이 한 말이다. 상부 지시로 A의 감찰이 중단됐는데 A가 좌천은커녕 국회 수석전문위원과 부산 부시장 등으로 승승장구하자 한 말이다. 적폐 청산을 외치며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대거 단죄했던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적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11일 감사원장 퇴임식에서 노래 ‘세상은 요지경’이 흘러나왔다. 최재해 원장과 기념사진을 찍던 유병호 감사위원이 자기 휴대폰으로 이 노래를 틀며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에서 퇴임했다. 유 위원은 최 원장이 윤석열 정부 때의 감사를 조사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자 이를 비판해왔다.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을 비판하려 했던 것 같다.
▶‘세상은 요지경’을 작사한 조명암은 ‘선창’ ‘꿈꾸는 백마강’ 등 500여 곡을 만들었다. 일제 말기에는 친일을 하더니 광복 이후에는 열혈 사회주의자로 변신해 1948년 월북했다. 북한에서 문화성 부상을 지내고 최고 문화훈장을 탔다. ‘피바다’ ‘꽃파는 처녀’ 같은 가극도 만들었다. 그가 작사한 ‘세상은 요지경’만큼이나 그의 인생도 요지경이다. ‘세상은 요지경’ 이후 86년, 세상은 지금도 요지경 속이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5-11-13)-
______________
대장동 원주민의 恨

“우리가 대장동에 둥지를 튼 날이 2005년 10월 30일이네요. 마을버스도 없는 그 시골마을에서 회사 출퇴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저녁 8시만 되어도 가로등이 없어 깜깜했거든요. 그런 논두렁 밭두렁을 임신한 몸으로 용감하게 다녔지요.” 성남시 대장동에 살다 이사 간 여성이 요즘 대장동 개발 비리로 장안이 떠들썩하자 인터넷에 ‘대장동 원주민의 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대장동은 원래 50명 정도가 농사짓고 살던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소 키우는 집도 있었다. 대장동 인근에 태봉산이 있는데 조선 인조의 태(胎)가 묻혀 있어 태장산 또는 태봉이라고 부른다(성남시 40년사). 대장동 명칭도 거기에서 영향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2004년 무렵 대한주택공사(현재의 LH)가 대장동을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계획이 유출돼 개발은 실패하고 투기만 일으켰다. 여기저기 빌라와 상가 주택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유입돼 200명 정도 사는 마을로 커졌다. 2009년 재추진된 LH 공공 개발도 민간 업자들의 금품 로비로 무산됐다.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연합뉴스
▶대장동 원주민 몇몇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성남의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애초 원주민들은 평당 600만원 하던 땅을 시세의 절반인 270만~300만원에 ‘성남의뜰’에 넘기고 이주자 택지 분양권을 받았다. 민관 개발이라는데 땅은 헐값에 수용되고 택지 분양가는 너무 높게 책정돼 원주민 상당수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성남 외곽으로 전세나 월세 얻어 밀려났다. 재판은 시행사 ‘성남의뜰’은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여서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적용되는 보상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높은 분양가가 정당하다는 기막힌 판결이 나왔다. 땅을 수용당할 때는 공공 개발이라고 헐값에 당하고, 아파트 분양은 민간 사업이라고 높은 분양가에 당한 것이다. 원주민들은 “억울하다”며 분통만 터뜨린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로 벌어들인 이익 배당금 1822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지난해 성남 시민 1인당 10만원씩 재난연대자금으로 뿌렸다. 그 소식에 원주민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들도 “개발 수익금은 대장동 주민들한테 반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장동 개발로 일확천금을 챙긴 법인 화천대유, 천화동인은 주역의 64괘에서 이름을 따왔다. 공교롭게도 한자는 다르지만 주역 64괘에 대장동(大庄洞)과 발음이 같은 뇌천대장(雷天大壯) 괘가 등장한다. ‘하늘을 요동치게 할 만한 엄청난 힘’이 뇌천대장이다. 그 결말이 궁금할 따름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06)-
______________
‘달팽이 집’과 화천대유
[태평로]
中 드라마의 부동산 부패 ‘대장동 요지경’과 비슷
1원도 주고받지 않지만 정치·경제 ‘뇌물 카르텔’
2009년 중국에서 ‘워쥐(蝸居·달팽이 집)’라는 TV 드라마가 최고 인기였다. 대도시에서 ‘달팽이 집’만 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려고 피땀 흘리는 서민과 부동산 개발로 ‘돈 잔치’를 벌이는 업자와 공무원의 부패상을 그렸다. 많은 중국인이 자기 얘기로 믿었다. 그해 유행어로 ‘워쥐’가 선정됐다.

성남시 대장동 '민관 합작'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 김만배(오른쪽) 대주주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중국 부동산 개발은 대부분 ‘민관(民官) 합작’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100% 민간 개발은 있을 수가 없다. 지방 정부 등이 땅을 팔고 인허가를 내주면 민간 업체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구조다. 개발 예정지 거주민의 ‘토지 이용권’을 헐값에 강제 수용하면서 해당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사업 성패를 가르는 토지 확보와 인허가가 사실상 보장되니 실패 가능성은 거의 없다. 14억 인구가 몰리는 대도시라면 분양은 무조건 대박이다. 그러니 ‘민’은 ‘관’을 잡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대장’을 잡을수록 사업권을 따낼 확률도 커진다. 경기도 대장동에서 벌어진 화천대유와 성남시의 ‘민관 합작’ 개발 형태와 유사하다.
그런데 중국에서 대장동처럼 민간 업자가 출자금의 1000배 넘는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토지 매각 대금 등 개발 이익은 지방 정부의 공식 세수(稅收)원이기 때문에 이를 민간에 몰아줄 수는 없다. 분양가가 높을수록 지방 정부 세수도 많아진다. 그래서 ‘민관 합작’인데도 중국 아파트 분양가는 저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장동처럼 분양가를 풀어주고 그 이익은 민간이 독식하는 설계를 했다면 개발 이익 ‘환수’가 아닌 ‘포기’라고 했을 것이다. 그만큼 지방 정부가 손해를 입었으니 ‘배임’도 된다. 이런 설계자는 중국에서도 처벌받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관이 개발 이익을 독식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개발에 참여할 민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는 상식이다.
‘워쥐’에선 시장 비서실장이 부패 공무원으로 나온다. 남들이 보기엔 월급만으로 청렴하게 산다. 그런데 휴일이면 호화 승용차를 몰고 첩은 고급 아파트에 산다. 전부 민간 업자가 몰래 마련해준 것이다. 중국 드라마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수법은 상상력을 초월할 때가 많다. 특혜를 준 공무원 친척을 취직시키고 거액의 월급을 주거나 주식을 나눠주는 건 기본이다. 첩이 낳은 자식을 업자 돈으로 미국·영국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값비싼 고서화나 도자기를 길거리에서 만 원 주고 산 것처럼 선물하기도 한다. 1원도 직접 주지 않는다. 요즘 그렇게 받는 바보도 없다.
그 사이 서민은 ‘달팽이 집’을 마련하느라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런데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부동산 광풍이 한번 불면 ‘달팽이 집’은 멀리 날아간다. 그럴수록 서로 야합한 민간 업자와 부패 공무원은 배를 불린다. 지금 중국은 ‘민관 부동산 결탁’을 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방해하는 심각한 부패 구조로 본다. 반(反)부패 수사에 걸린 공직자 대부분이 부동산 결탁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대장동 개발 비리를 보고 “사과가 아니라 칭찬받을 일” “특혜 해소”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워쥐’의 부패 공무원 이름이 쑹쓰밍(宋思明)이다. 한자 뜻은 ‘생각이 밝다(思明)’인데 중국 친구들은 발음이 같은 ‘쓰밍(死命)’으로 읽었다. ‘죽을 운명’이란 것이다. 실제 드라마 끝에 교통사고로 죽는다. 부동산 개발로 민간에 천문학적 이익을 보장해주고 정치적·경제적 뇌물을 은밀하게 챙긴 공직자의 운명이 ‘쓰밍’이길 바라는 심정은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06)-
_______________
그가 측근이든 “일개 직원”이든 대장동 게이트 본질은 같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해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했다. “측근이 아니다”라더니 이번엔 한전 직원에 빗댔다. “제가 지휘하던 직원의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했다. 유 씨가 측근도 아니고 수천 명의 직원 중 하나일 뿐이라면 대장동 개발의 ‘윗선’은 누구인가. ‘일개 직원’이 1조5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기획하고 수천억 원대의 이익 분배 구조를 혼자 결정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복마전 같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유 씨가 대장동 개발 기획, 사업자 선정, 배당금 설계 등 전 과정에서 전횡을 휘두른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기 휘하에 전략사업실을 신설한 뒤 화천대유 측 핵심 관계자들이 추천한 회계사와 변호사를 전략사업실장과 전략투자팀장 자리에 꽂았다. 민간업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실무진의 의견을 묵살한 것도 유 씨였다. 유 씨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실권자로 행세할 수 있었겠나. 야권이 “이 지사의 장비” “이 지사 그룹의 넘버3”라고 공세를 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유 씨가 화천대유 측에 700억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번 돈의 절반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 씨가 이 지사의 측근 실세가 아니라면 전직 대법관과 특검, 검찰총장 등 호화 고문단을 거느린 김 씨가 고분고분 수백억 원을 바치려는 생각이나 했겠는가. 설령 측근이 아니라고 해도 이 지사는 성남 시민에게 수천억 원대 손실을 안긴 초대형 배임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개 직원이 엄청난 비리를 기획해서 실행하는 동안 손을 놓고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유 씨가 일개 직원이든 측근이든 대장동 사업의 본질은 같다. 이 지사 스스로도 “직접 사업을 설계했다”고 밝힌 만큼 민간 쪽엔 배당금 상한선을 두지 않도록 한 주주협약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지 규명돼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공공과 민간이 결탁한 전대미문의 민간 특혜사업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조력했음을 인정하고 대장동 사업의 기획자이며 최종 관리자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그러나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며 유 씨의 ‘개인 일탈’, ‘마귀의 공작’으로 사건을 규정하고 있다. “배임이 아니다”라고 법적 책임에도 미리 선을 긋고 있다. 누가 뿌리이고 줄기인지, 누가 몸통이고 깃털인지의 실체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
-동아일보(21-10-06)-
______________
이재명, 민주당의 황혼
[송평인 칼럼]
밑바닥서 ‘오징어게임’ 거쳐 올라온 생계형 좌파, 본래 좌파와 달라
원대한 이념보다 탐욕 두드러져 이재명으로 민주당 수명 다한 듯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교회를 10년 넘게 다닌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2014년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목사가 예배 시간에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선 출마 소식을 광고했다. ‘이 지사가 이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한 번 놀랐고, ‘이 지사가 (어느 교회든)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또 한 번 놀랐다.
2016년 ‘혜경궁 김씨’의 댓글이 SNS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경쟁할 때다. ‘혜경궁 김씨’는 문 대통령을 향해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 지사 측은 ‘혜경궁 김씨’는 부인 김혜경 씨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곧 댓글을 쓴 아이디와 똑같은 아이디가 우리 교회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발견됐는데 아이디의 주인이 김혜경 씨였다.
이 지사를 교회에서 본 적은 없다. 큰 교회니까 못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교인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어봤지만 봤다는 사람을 못 봤다. 목사는 몇 주 전 일요일에 이 지사가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과거 김혜경 씨가 남편의 선거운동에 이용하기 위해 등록만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목사가 7년이 지나 이 지사의 교인 여부를 확인해준 것은 형수 욕설 녹음파일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형수에게 악감정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조곤조곤 얘기해 보려 시도하다가 참기 힘들면 목소리를 높이는 게 보통이다. 그의 말은 다짜고짜 옮기기도 거북한 쌍욕으로 시작한다.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 아닌 사실에 교인들이 큰 자괴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 지사는 소년노동자로 시작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성남시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생계형 좌파라는 게 있다. 이들에게는 본래 좌파가 지닌 원대한 이념이 없다. 너무 원대해서 우파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그런 이념 말이다. 생계형 좌파는 눈앞의 이익이 있으면 놓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먹고살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웬만큼 먹고살게 된 다음에도 관성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얻기를 추구한다.
이 지사와 그 주변 세력에서 언뜻언뜻 느껴지는 낯선 행태는 밑바닥으로부터 ‘오징어게임’식의 생존투쟁을 통해 단계를 밟고 올라온 사람들의 치열함과 무관치 않다. 그 치열함이 윤리적으로 가다듬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성품으로 승화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웹툰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무자비하고 탐욕적인 캐릭터가 된다.
이 지사가 2016년 ‘정부가 매년 성남시 돈 1051억 원을 빼앗아 가려 한다’고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1051억 원의 교부금은 분당과 판교 덕분에 부자 도시가 된 성남시는 더 이상 받을 필요가 없고 대신 경기도내 가난한 시군으로 가야 할 돈이었다. 이 지사는 이마저도 빼앗기지 않겠다고 단식에 들어갔다. 난 그의 스크루지처럼 탐욕스러운 단식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그로부터 ‘기레기’ 공격을 당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무모한 단식이라고 여기고 말렸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뒀으면 아무도 동조하지 않는 단식을 중단하지도 못하고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음대 성악과를 나와 건설현장에서 ‘힘’쓰는 친척 동생이 있다. 덩치가 커 성량은 좋았으나 성악으로 먹고살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민노총을 위해 경쟁업체를 밀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얼마 전 만나니 한국노총으로 옮겨 비슷한 일을 한다고 한다. ‘대장동 게이트’의 유동규를 보니 그도 음대 성악과 출신으로 덩치가 좋다. 건설업체 운전기사 명목으로 그 바닥에 들어간 모양이다. 2010년경 분당 리모델링 조합장을 할 때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변호사 이재명을 만난 이후 측근이 됐다고 한다.
이 지사 주변에는 경기동부연합의 떨거지들, 건설업체의 삐끼들에 조폭까지 맴돌고 있다. 이익이 될 만한 것의 냄새를 맡는 데는 귀신같고, 한번 냄새를 맡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하려 하고, 취한 이익을 어떻게 숨겨놓아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생계형 좌파에 권력을 넘겨주려 한다. 저 정당도 수명이 다했다는 느낌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06)-
______________
차용증 ‘꼼수’

검찰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서 5억 원, 위례신도시 사업자로부터 3억 원, 이렇게 모두 8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유 씨는 “뇌물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 대신 자신과 동업 중인 정모 변호사로부터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 명목으로 11억 원을 빌렸다고 해명하고 있다. 뇌물이 아니라 차용증까지 쓴 정상 거래라는 것이다.
▷차용증은 선거철에도 종종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한 구청장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지역구 의원 동생 P 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10억 원 차용증을 작성하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 법적인 시비를 피하기 위해 차용증을 쓰지만 사실상 10억 원을 공천헌금으로 내라는 얘기다. 해당 의원 측은 “공천에서 떨어지니까 흑색선전을 한다”고 반박했지만 P 씨는 구속 기소됐다.
▷가족 간에 돈을 주고받을 때도 증여세를 물지 않으려면 차용증을 써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차용증을 썼다고 해서 모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금 출처나 변제 방식이 설득력이 없으면 차용증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취급된다. 지난해 국세청의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에 따르면 고가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산 직장인 A 씨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고 30년간 갚기로 했다는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의 경우 소득에 비해 상환해야 할 액수가 너무 컸다. 결국 국세청은 이 차용증을 가짜로 판단했고, 수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다시 대장동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유 씨가 썼다는 차용증을 액면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신고 재산이 2억 원에 불과한 유 씨에게 11억 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빌려주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인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유 씨는 지난해 말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마땅한 직업도 없는 상태다. 이렇다면 11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을 제대로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또한 돈을 빌려줬다는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 씨의 수족처럼 움직였다. 두 사람이 차용증을 썼다고 해도 별도의 이면 계약을 했을 거라고 추정할 만한 이유다. 그동안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유 씨의 해명은 대부분 검찰 수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유 씨가 대장동 개발 대가로 7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녹취파일도 단순히 농담으로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검찰이 이 차용증의 진위를 어떻게 가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06)-
_______________
‘이재명 캠프’ 방문기
[기자의 시각]
최근 ‘이재명 캠프’ 관계자 A씨를 취재할 일이 있었다. 취재 목적을 밝히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잠시 뒤 전화를 걸었더니 수신 차단이 된 상태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연락할 방도가 없어 국회 앞 이재명 캠프를 찾아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자치분권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정책공약' 이행을 약속하는 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캠프는 빌딩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관리자 정도로 보이는 관계자에게 신분을 밝히고 A씨가 소속된 사무실 위치를 문의했다. 하지만 그는 ‘조선일보 기자’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말해줄 수 없다”며 “당장 나가라”고 했다. A씨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지금 자리에 없으니 어서 나가라”고 했다. 신분을 되묻자 “그걸 내가 왜 대답해야 하느냐. 말해주기 싫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쯤은 동등한 인격체로도 대우하기 싫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과거 조선일보와 정치적 지향점이 상이했던 민주노동당을 취재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캠프의 좌장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적대적 언론관이 캠프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투영된 느낌이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소위 눈치 보지 않는 ‘사이다’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언론에 자주 기사화 되면서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중앙 무대로 진출한 뒤에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비판적 보도가 나오면 무차별적으로 고소를 남발해 언론 보도를 막으려 했다.
비단 언론을 상대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지사가 정치적 반대 진영에 던지는 언어는 섬뜩하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조준했던 곽상도 의원을 향해 “같은 하늘 아래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2014년 욕설 논란이 있었던 형수에게는 “너와 손잡은 패륜 국정원과 새누리당에도 반드시 그 빚을 갚아주겠다”고 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에는 “더 큰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하자”고 했고, 최근 민주당 경선에서는 “기득권, 부패 세력과 더 치열하게 싸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했다.
이 지사에게 정치는 상대를 죽이고 보복을 해야 하는 전쟁인 것 같다. 상대 진영 인사와는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다는 이 지사에게 정치적 반대편에 서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어떤 존재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정치인들이 밥 먹듯 쓰는 ‘통합’과 ‘협치’를 그간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지사가 빈말로라도 언급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 지사가 혐오했던 곽 의원은 최근 자신에게 비판적 보도를 했다는 경향신문을 상대로 5000만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곽 의원)는 국회의원이고 공적인 존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했다. 괴물과 싸우려다 괴물이 된다는 옛말이 틀린 게 없다.
-박국희 기자, 조선일보(21-10-06)-
______________
○ 靑, 대장동게이트에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엄중’ 이말에 누군 가슴 뛰고, 누군 가슴 졸이고.
-팔면봉, 조선일보(21-10-0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의 공로] [정의연도, 박유하도.. ] .... (0) | 2025.11.14 |
|---|---|
| ['김건희 특검 막으려고 계엄'과 뭐가 다른가] .... (1) | 2025.11.13 |
| ["용산을 염두에 뒀다" 검찰총장 대행의 심각한 언급] .... (0) | 2025.11.12 |
| ['유튜브 포로' 된 정치... '度 넘었다' 민심 쌓이면 무쇠 정권도.. ] .... (0) | 2025.11.11 |
| [민주당은 '참배 쇼'라며 국힘을 폄하할 자격이 있나?] [ ..'좌파 마초'] (0) | 202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