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참배 쇼'라며 국힘을 폄하할 자격이 있나?]
[대물림되는 '좌파 마초']
민주당은 '참배 쇼'라며 국힘을 폄하할 자격이 있나?
5·18 상징 독점한 민주당, 복합 쇼핑몰·5성급 호텔 없는 광주 방치
국힘이 호남 표 얻으려면 상주할 정치인 내려보내 민생 문제 집중을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지난주 광주광역시 망월동 5·18 묘역을 찾았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참배하지 못하고 밖에서 묵념만 했다. 이에 호남 혐오 여론이 들끓는다. “왜 여권을 안 가져가서 그런 수모를 당하냐”는 포털 댓글도 보인다. 보수 정당 인사가 망월동을 찾을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에 분노가 치민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국민의힘은 이제 제발 5월 18일에만 망월동을 찾자. 광주 출신으로, 5·18 최후 항쟁지로 옛 전남도청이 있는 상징적인 지역구에 출마했던 필자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주장을 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보수 정당 지도부가 올 때마다 따라붙는 일부 단체의 폭력적 행위가 광주의 이미지를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곳으로 비치게 만든다. 이번 참배를 막은 단체들을 보자. 윤석열 퇴진운동을 벌인 ‘광주전남촛불행동’, 김정은을 찬양한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다. 단언컨대 이들은 광주 시민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 3대 공법 단체인 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참배 반대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참배가 무산된 뒤 장동혁 지도부를 만난 양재혁 5·18 유족 회장은 “누구도 5·18 참배를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둘째, 호남은 ‘5·18만의 도시’가 아니다. 이곳에는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여수석유화학단지, 광양제철소 등 대한민국 산업을 떠받치는 수많은 공장이 있다. 정치인이라면 거기 찾아가 민원을 듣고 해결해야지, 올 때마다 묘지만 들렀다 욕먹고 떠나면 산적한 현안은 누가 챙기겠는가. 5·18만 신경 쓰다 정작 대다수 주민이 소외되고 있다. 특히 5·18과 직접적 연관이 크지 않은 전북은 호남권으로 묶여 있지만 중앙 정치인들이 늘 광주만 보고 가니 불만이 크다.
광주 시민을 피 흘리게 한 신군부를 단죄하고, 5·18 기념 사업을 시작한 이는 김영삼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찬성했다. 또 5·18을 폄훼한 일부 정치인을 출당시키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했다. 국민의힘은 이제 반성의 자세를 넘어, 자신감을 갖고 호남의 민생 현안을 살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6일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자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고 있다. /뉴스1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번 행보를 ‘참배 쇼’라 폄하한다.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5·18의 상징을 독점한 듯하지만, 5·18 전야제 날 룸살롱에서 여종업원과 어울렸던 인물이 전 민주당 대표, 현 정무수석, 현 국무총리다. 1987년 이후 호남 전체를 장악한 민주당의 성적표를 보자. 호남은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 1위, 인구유출률 1위다. 광주 인구는 14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광역시임에도 복합 쇼핑몰과 5성급 호텔이 하나도 없다. 민주당은 호남 행정을 독점했지만, 전남 영암 F1, 전북 새만금 잼버리 등 국제 대회는 줄줄이 ‘참사’로 끝났다. 민주당이 차라리 “당선이 확실한 지역이라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해줬으면 싶다. 만약 최선을 다했는데 이 모양이라면, 민주당이 다수당인 대한민국의 미래가 낙후된 호남처럼 되지 않을까 두렵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경제가 어려운 호남의 민생 문제를 해결할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호남 몫 비례대표 의원이나 내각에 들어간 인사들도 대부분 호남 출마를 피했다. 이정현과 정운천 같은 예외가 있었지만 대안 세력을 형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당헌에 명시된 ‘호남 몫 비례 5석’도 지키지 않아, 호남 주민이 민원을 들고 찾아갈 정치인이 사라졌다. 설상가상 윤석열 정부의 계엄은 1980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양대 정당이 모두 외면한 호남과 지역 감정 문제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호남과 TK에서는 ‘당’이 아니라 ‘주민’을 보고 정치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 문제를 풀고 대한민국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보수 정당이 호남에서 제대로 뿌리내렸더라면 북한 정권이 저토록 뻔뻔하게 핵 보유를 선언하며 존속할 수 있었을까? 한반도의 작은 지역이지만, 세계 정세의 물줄기를 바꿀 잠재력이 이곳에 있다.
그러려면 5·18 묘지만 찾을 게 아니라, 호남에 상주할 정치인을 내려보내야 한다. 호남 연고 비례의원이 호남의 당협위원장을 맡아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시작하는 ‘호남통신’에서는 해결이 필요한 호남의 민생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고향을 비판해야만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그나마 첫 삽을 뜬 복합 쇼핑몰 공사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는가.
-박은식 내과 전문의·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조선일보(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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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좌파 마초'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도덕적 치명상을 입힌 사건은 '광주 술판' 사건이다. 2000년 5·18기념식 전야제 날 밤 광주 시내 술집에서 운동권 리더였던 사람들이 접대부와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목격한 임수경 전 의원은 줄곧 '미친×' '이놈의 계집애' 소리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한때 그를 '통일의 꽃'이라고 추어올린 사람들이었다. 이 사건 연루자 상당수는 지금도 민주당 중진으로 활동 중이다.
▶좌파 내지 운동권의 마초 본색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나꼼수'다. 이들은 2012년 비키니 차림 여성이 맨 가슴에 '나와라 정봉주'라고 쓰고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구속돼 있던 정봉주씨를 위한 '비키니 응원'을 독려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사과는커녕 "코피를 조심하라" "(그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고 했다. 그러고도 "나꼼수를 통해 여성이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며 특유의 시각을 드러냈다.

▶1982년생 변호사이면서 총선에 출마한 민주당 김남국 후보가 팟캐스트에서 상소리가 난무하는 여성 비하 발언에 맞장구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성과 결혼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팟캐스트 진행자는 또 다른 1970년대생 변호사와 시사평론가다. 그런 이들이 모여 "빨아라" "따먹어라" 같은 소리를 하는 걸 듣고 앉아 있는 게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라는 것이다. 이 사람 역시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조국 백서' 집필진 중 한 명이다. 이들이 총선에 내건 대표 슬로건은 '깨끗한 인물'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구호다.
▶부천서 성 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책 '대한민국은 군대다'에서 "80년대 학생운동 내에는 권위주의와 위계적 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다. 여성 활동가들은 1980년대 내내 여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고 했다. 민주주의와 정의·평등을 말하는 사람들이 여성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마초인 경우를 많이 봤다. 일부 386 운동권의 폐습이 같은 진영에서 대물림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최영미 시인이 새 산문집에서 '80년대 운동권 남성'들의 추악한 면면을 고발하며 사회 지도층이 된 이들에게 "민주주의? 자유? 평등? 혁명? 내 앞에서 그런 거룩한 단어들을 내뱉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는 문단 원로를 고발한 시 '괴물'에서 침묵하거나 동조한 우리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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