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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종전 선언인가] [시진핑 조전, 김정은 조전]

뚝섬 2021. 11. 3. 05:55

누구를 위한 종전 선언인가

 

美는 순서·시기·조건에 이견
문 정부, 빈약한 외교 상상력
이미 실패한 외교 교본 반복
차라리 ‘외교적 여백’ 두라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9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정부는 요란하게 종전 선언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은 문 정부 입장에서 ‘다 된 밥’이었다. 2018년 트럼프· 김정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미국 실무팀은 양국 지도자들의 서명란까지 들어 있는 종전 선언문을 준비해갔었다. 양국 지도자가 서명하면 기념식도 열 기세였다. 트럼프도 그때 “70년 된 한국 전쟁의 종전을 논의한다는 걸 믿을 수 있느냐”며 흥분했었으니까. 싱가포르에 이어 하노이까지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반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끝났다. 종전 선언도 없던 일이 됐다.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 선언 카드를 던졌다. 바이든 정부는 다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협상으로 노벨상 평화상을 받겠다는 꿈에 도취해 있을 때, 종전 선언이 가져올 여파를 걱정하던 미국 외교 주류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3년 전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는 한국 방어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주한미군의 지위를 변경하고 유엔사 해체의 빌미를 줄 종전 선언의 후폭풍을 우려했다. 종전 선언이 이뤄지는 순간 어디선가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설익은 종전 선언은 북한과 중국에 좋은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종전 선언의)각각의 단계에 대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과 관련해 한국과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남북 경색 국면에서 종전 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아파트 기초를 무시하고 10층부터 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문 정부가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종전 선언의 정치적 의미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커질 수 있다. 북한은 종전 선언을 이용해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내년 한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평화 쇼’를 한다면 이 이상의 호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를 위해 기억해둘 것이 있다. 종전 선언이 평화를 가져오진 않는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 올림픽 모델’을 다시 한번 시도하고 싶을 것이다. 평창에서 미·북을 설득해 싱가포르·하노이 정상회담으로 이어갔던 것처럼,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 선언 등으로 ‘실적’을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요즘 문 정부가 제안한 종전 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대립 관계를 방치해둔 채 종전을 선언해도 잉크가 마르기 전에 대결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란 얘기였다,

 

안타까운 것은 문 정부의 빈약한 외교적 상상력이다. 2년 째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세계는 지도가 없는 땅에 들어섰다. 미·중 경쟁·갈등 속에 동맹과 우방 구도가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그런데 문 정부는 3년 전 한계에 부딛혀 서랍 속으로 들어간 ‘종전 선언’을 또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방북을 설득하는 장면은 3년 전과 너무 똑같다. 실패한 교본을 그대로 쓰는 건 문 대통령의 고집이 너무 세기 때문일까. 아니면 참모들이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문 정부도 종전 선언을 대단한 외교·안보 업적이 될 것으로 보고 추구하진 않을 것이다.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 마당에 종전 선언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임기 말 문재인 유산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기보다는 차라리 ‘외교적 여백’을 다음 정권에 넘겨주는 쪽이 더 큰 기여일 수 있다.

 

-강인선 부국장, 조선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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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조전, 김정은 조전

 

[기자의 시각] 

 

지난달 26~30일 엄수된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國家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조전(弔電)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상들은 영결식 하루 전인 29일 조전을 보냈는데 외교부는 이 사실을 사흘 뒤인 이달 1일에야 공개했다. 베트남·태국·쿠웨이트·바레인·헝가리·과테말라·몰디브·세이셸·가봉 정상이 조전을 보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혔다. 각 조전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좌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외신도 국장(國葬)을 뜻하는 ‘스테이트 퓨너럴’(state funeral)이라고 보도했다. 각국이 보낸 조전은 자연인 노태우의 죽음이 아니라 전직 국가 원수를 잃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건네는 공식적 위로. 정부는 당연히 조전을 받은 사실과 내용을 국민에게 즉시 공개했어야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조전이라는 것은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보내는 국가 대 국가 간 외교 문서”라며 “발송 국가를 공개하는 문제는 조전을 접수한 국가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며 특별히 정해진 규범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에도 조전을 건건이 아닌 모아서 보고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각 나라 정부는 조전이 왜 공개되지 않는지 궁금해했고, 유족은 조전이 왔다는 사실조차 다른 경로로 알게 됐다고 한다. 국격에 맞지 않는 외교 결례인 데다 예절과 상식에도 어긋난 일이다.

 

과거 북한의 조전을 즉각 공개하던 것과도 비교된다.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하자 북한은 이틀 만에 김정은 이름의 조전·조화를 보냈다.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판문점에서 김여정이 건네는 조전을 두 손으로 받았다. 조전·조화는 2시간 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빈소에 도착했다. “온 겨레는 리희호 여사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즉시 공개됐다. 언론은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같은 해 10월 별세했을 때도 김정은은 이튿날 조전을 보냈다. 청와대는 이 내용을 삼일장 발인 당일 공식 브리핑했다.

 

이희호 여사는 사회장, 강한옥 여사는 가족장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두 여사 별세에 대한 북한 입장을 신속히 알렸다. 하지만 정작 국가 최고 의전으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국가장에 각국 정상이 조전을 보낸 사실은 사흘 늦게, 그것도 장례가 끝난 뒤에야 공개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알리지도 않았다. 헌법상 국가도 아닌 북한의 수장이 사회장·가족장에 전달한 조전이 대한민국 국가장에 각국 정상이 보낸 조전보다 격(格)이 높은가. 이럴 거면 국가장을 왜 했나. “좀스럽고 민망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원선우 기자, 조선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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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현민, 文 외교 격무에 “발에서 피 났다” 공개. 발에 땀 났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피 흘릴 일까지야.

 

-팔면봉, 조선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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