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이재명과 대한민국의 위대한 바보들]
[이재명 노동이사제, 공기업 철밥통만 강화해줄 것]
[연전연승 더불어민주당은 왜 위기에 처하게 됐나]
똑똑한 이재명과 대한민국의 위대한 바보들
[선우정 칼럼]
“10% 부자가 내는 거야, 90%가 왜 걱정해? 바보냐?”
이런 말에 넘어가지 않은 국민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으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세기의 게임대전'에 참석해 프로게이머들과 게임 카트라이더를 한 후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도입하자고 하는 국토보유세와 관련해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종합부동산세를 재검토하자고 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나는 이 주장이 정치인 이재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나한테만 이익이면 무조건 찬성하는 존재인가. 당장 기분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가족, 회사, 공동체, 나라 등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나에게 귀결되는 최종 이익을 판단한다. 이런 사람을 시민, 국민이라고 한다. 민주공화국의 정치는 자연체로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시민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의 정치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이재명 후보가 11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윤석열 후보의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발언 다음 날이다./페이스북
그가 주장하는 국토보유세는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세금이다. 오직 그의 공약인 기본 소득을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당초 공약처럼 국민 한 사람당 1년 100만원씩 주면 연간 59조원을, 요즘 다시 논의하는 것처럼 60만원씩 주면 30조원을 부동산세로 거둬야 한다. 기존 재산세와 종부세 액수를 거의 그대로 두고 계산한 것이다. 올해 종부세의 10배에 달한다. 파괴적이다. 이걸 어떻게 감당하나. 이럴 때 그들은 속삭인다. “잘사는 10%가 내는 거야. 나머지 90%가 왜 걱정해? 바보냐?”
많은 사람이 이 후보를 “똑똑하다”고 한다. 한국 정치 풍토에선 이렇게 하면 90%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와 대비되면서 한없이 미련해 보이는 정치인이 윤석열 후보다. 그가 종부세 재검토 주장을 하자 정부는 “국민의 98%가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자는 그가 2% 부자 편에 섰다고 공격했다. 일부 지지자는 “정치적 손해를 자청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국민의 정치 수준은 정말 이럴까.
조금만 생각하면 국토보유세에 대한 합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개인의 부동산 보유세는 한계를 넘었다. 가렴주구를 해도 약간만 더할 수 있다. 탈탈 털어 10배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법인이다. 곧 이재명 곳간을 채울지 모를 1차 납세자 리스트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세(지방세) 특례제한법에 수없이 열거된 재산세 감면 대상이다. 교회, 사찰, 공장, 물류센터, R&D 센터, 창업 중소기업, 직업훈련 시설, 농업 법인 농지, 학교, 병원, 박물관, 공기업, 정당 등등. 한국지방세연구원은 국민 한 사람에게 연간 기본 소득 30만원을 주기 위해 서울대 병원만 연간 141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기본 소득이 60만원이면 282억원, 100만원이면 469억원이다.
그동안 몰라서 안 거둔 게 아니다. 경제, 국민 건강, 복지, 문화 등 공동체 발전을 위해 유보한 것이다. 의료진, 연구 인력, 학생, 문화인에게 뜯어낸 돈을 한 달에 8만3000원씩 국민 용돈으로 주자는 주장이 먹혀들면 이 나라가 정상인가. “나라를 위해 그런 돈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국민을 향해 이 후보는 ‘악성 언론과 부패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주면 좋아한다”는 신념을 다져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혁적 리더십은 꿈으로, 거래적 리더십은 이익으로 이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때 연간 310억원, 경기도지사 때 연간 1700억원을 나눠 줬다. 그의 표밭에 2761억원짜리 공원을 만들어 주려고 유동규를 매개로 투기 세력과 손을 잡고 일으킨 사업이 대장동 개발이다. 이제 통이 더 커져 연간 59조원짜리 새 사업을 일으키려 한다. 그 후유증은 6조원짜리 대장동 파문과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조세 항목별 국제 비교/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후보는 한국의 조세 부담률을 OECD 평균과 자주 비교한다. 선진국보다 세금을 덜 내니 더 거둬서 나눠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 소득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소외 계층을 위해서 증세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후보는 늘 부동산 보유세가 적다고 한다. 그래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다운 속임수다.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올해 OECD 평균을 넘어선다. 앞으로 더 높아진다. 2019년 기준 부동산 보유세를 포함한 재산 부분 세금 비율은 OECD 평균의 1.7배, 법인세 비율은 1.2배다. 반면 부가가치세와 개인 소득세 비율은 각각 0.7배에 그쳤다.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부가가치세와 개인 소득세를 조정해야 한다. 두 세금은 대상자가 전 국민이기 때문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이럴 때 손해를 보고도 타협점을 찾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그런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뿐이었다. 그와 함께 공동체를 생각하는 국민이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의 말과 행동에 놀아나지 않는 수많은 바보가 있기 때문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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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노동이사제, 공기업 철밥통만 강화해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그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결단만 하면 되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반대하면 여당 단독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1주일 전에도 이 후보는 “공공 분야로, 준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나중에는 민간 영역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 주문에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에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공기업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 의결권을 갖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으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지만 정부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중앙 공공기관에선 시행된 적이 없고 서울시, 경기도 등의 지방 공공기관에만 도입됐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하지만 경영계는 복리후생 요구는 늘고 경영 효율성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민간 기업으로 확산할 경우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기업 혁신이 어려워지고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노동계와 여당이 이 제도의 모델로 삼는 독일은 한국과 달리 합리적 노사관계가 정착됐고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경영이사회’가 분리돼 있다. 이렇게 논란이 많은데도 이 후보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들은 신재생에너지 강화 등 정부 정책의 부담을 대신 짊어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대형 공공기관의 절반은 번 돈으로 빚의 이자도 못 갚는다. 경우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공기업 부채가 나랏빚의 60%에 육박한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하청업체 직원을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유증으로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인 곳도 적지 않다.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공공기관들의 구조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 도입을 여당 대선후보가 밀어붙이는 건 무책임하다. 선거에서 노동계의 지원을 받기 위해 공기업 노조의 철밥통만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아일보(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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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연승 더불어민주당은 왜 위기에 처하게 됐나
[광화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명(黨名)을 바꾼 뒤부터다. 선거만 하면 졌던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말 당명을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그 뒤로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모두 이겼다. 2016년 총선에서 단 1석 차이였던 원내 1, 2당의 격차는 2020년 총선에서는 74석으로 벌어졌다. 2020년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177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103석을 얻었다.
지난해 5월 30일, 유례없는 압승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던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은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섰던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평가조사를 했다. ‘안정과 개혁 중에서 국정운영 중심을 어디에 두는 게 좋으냐’는 질문이었는데, 안정이 70% 정도 나오고 개혁이 30% 정도 나왔다.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이 항목을 언급하며 이런 결과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국민이 만든 180석으로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은 17개 상임위원장 독식도 모자라 입법 폭주를 이어갔다. 강경파가 내건 검찰개혁이라는 구호에 누구 한 명 제동을 걸지 못했다. 욕설 섞인 문자폭탄과 같은 극성 당원들의 ‘양념’을 막아야 한다는 일부의 우려는 “당원 목소리를 무시하느냐”는 주장에 묻혔다. 한 여당 의원은 “연승의 배경에는 탄핵이 촉발한 보수의 위기로 반사이익을 본 것이 컸지만, 다들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이 4·15총선의 ‘진짜 표심’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건 1년 뒤인 올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 중 24개를 차지했다. 반면 4월 보궐선거에서는 서울 모든 구에서 국민의힘에 졌다. 한 여권 인사는 “민심의 경고 수준이 아닌 ‘응징 투표’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강경파는 검찰개혁 대신 언론중재법을 앞세웠다. 여론에 밀려 철회하긴 했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국면에서는 집권 여당이 정부를 향해 국정조사를 꺼내 드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이 제명했던 의원을 무소속 상태 그대로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불러들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호된 경고도 무시한 대가를 지금 민주당은 치르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위기에 빠진 건 단순히 선대위가 굼떠서가 아니다. 오만과 독주로 점철된 민주당의 19개월을 유권자들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렬한 반성 없이 선대위만 손보고, 외부 인사 몇 명을 데려오는 수준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전국 선거 연전연승은 이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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