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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금력 압도하는 중국] [西北에 부는 돌궐 바람]

뚝섬 2021. 11. 26. 07:08

권력이 금력 압도하는 중국

 

[특파원 리포트]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 공산당 박물관을 찾은 한 방문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중계하는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1999년 8월 46세 시진핑이 중국 남부 푸젠성 성장 대리로 승진했다. 44세였던 리커창 허난성장(현 총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젊은 성장이었다. 하지만 축하만 받기에는 바다 건너 대만 상황이 급박했다.

 

리덩후이 대만 총통은 그해 7월 “중국과 대만 관계는 국가 대 국가로 봐야 한다”는 양국론(兩國論)을 발표했다. 전쟁 이야기까지 불거지면서 푸젠에 투자한 대만 기업인들이 불안에 떨었다. 대만 기업은 당시 106억달러를 투자해 푸젠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시진핑은 승진 이틀 만에 대만 기업가 10여 명을 불러 좌담회를 열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은 리덩후이의 양국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대만 기업인들을 안심시켰다. “양안 관계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푸젠성 정부는 법에 따라 확실하게 대만 기업의 모든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는 이틀 후 또다시 대만 투자 기업을 방문해 “정치로 인해 경제협력이 어긋나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한다”며 대만 기업들의 권익 보호를 재확인했다.

 

22년 후 국가주석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치와 경제의 구별이 모호하다. 지난 2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상하이 등 5개 지방정부가 대만 위안둥(遠東)그룹이 투자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조사를 벌여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저녁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과 관련된) 기업, 자금 후원자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며 “밥만 먹고 솥을 깨는 행동(吃飯砸鍋)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위안둥그룹의 ‘혐의’는 명확지 않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이 2018년 신베이(新北)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 200만대만달러(약 8560만원)를 후원한 일, 2020년 총통·의회 선거 때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에게 6000만대만달러(약 25억7000만원)를 후원한 일이 이유로 거론된다.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100년사에서 자신의 업적으로 “대만 독립 세력을 단호히 억제했다”고 써넣은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살계하후(殺鶏嚇猴·닭을 죽여 원숭이를 놀라게 하는 것) 효과를 노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수십 년간 중국과 거래해 온 대만 기업인 사이에서도 ‘중국 정치’를 다시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시진핑 치세는 권력이 금력(金力)을 압도한다. 정경 분리는 설 자리가 없다. 주권·안전·발전 이익에 저해된다고 보는 순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철퇴를 날린다. 미·중 쟁탈전 속에 중국이 ‘발전 이익’을 앞세워 미국에 협조적인 한국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나. 일이 터지고 난 후 현지 공관을 닦달하고 특사를 보내 해결한다는 식의 접근은 요소수 사태로 끝나야 한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조선일보(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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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北에 부는 돌궐 바람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하늘은 파랗고, 들판은 아득한데, 바람에 풀이 엎드리니 소와 양이 보인다(天蒼蒼, 野茫茫, 風吹草低見牛羊)”는 옛 노래가 있다. 유목 민족의 노랫말을 한자로 옮긴 내용이다. 큰 초원이 발달한 서북 지역의 풍광을 말할 때 요즘도 중국인들이 즐겨 읊는 구절이다.

 

그러나 서북 지역은 장성(長城) 남쪽 지역에 살던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가을이 닥치면 그곳에서 벌어질 전쟁 걱정이 앞섰으니 말이다. 앞서 소개했듯, 성어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그래서 가을의 도래와 곧 벌어질지 모를 전쟁의 공포감이 깃든 말이다.

 

날래고 사나운 북방 이민족은 중국인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대표적 북방 민족은 우선 흉노(匈奴)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최초 통일 왕조인 진(秦), 다음을 이은 한(漢)에도 짙은 공포를 드리웠던 집단이다.

 

몽골(蒙古)은 더 큰 압력이었다. 줄곧 서북 지역을 침입하다가 중국 땅에 아예 원(元)이라는 왕조를 세워 운영했다. 동북에서 발흥한 만주족의 청(淸) 왕조가 결국 지금의 서북 지역을 모두 정복함으로써 그곳에 대한 중국인의 두려움은 겨우 사라졌다.

 

흉노와 몽골 못지않게 중국 서북 지역에서 맹활약하던 이들이 돌궐(突厥)이다. 지금은 중앙아시아 지역과 터키에서 명맥을 유지한다. 그 돌궐 문화권이 부활하고 있다. 얼마 전 터키를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여섯 나라가 경제·군사로 뭉치는 ‘돌궐 국가 연맹(Organization of Turkic States)’이 출범했다. 국제 지정학적으로 큰 변수다.

 

중국도 긴장감을 부쩍 높이고 있다. 이 돌궐 문화권과는 언어 및 혈통적으로 유대를 부인하기 어려운 서북 변경 ‘신장(新疆) 위구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권침해 이슈가 걸린 이곳에 돌궐의 새 ‘서북풍’이 가세했다. 태평양 건너온 미국발 동남풍이 이미 아주 사나운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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