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페미’ 서민 교수는 어쩌다 ‘反페미’가 되었나]
[‘이 여자’는 누굴 뽑으라고]
‘꼴페미’ 서민 교수는 어쩌다 ‘反페미’가 되었나
[朝鮮칼럼]
역지사지로 풀 수 있는 20대 남녀 갈등 부추기는 건
표 구걸하려는 정치인들과 권력에 취한 가짜 페미니스트
갈라치기 할수록 출산율 제로… 세계서 가장 늙은 나라 된다
#. 지난겨울 아들을 군대에 보낸 친구는 드라마 ‘D.P.’를 보지 않는다. 군대 내 폭력과 가혹 행위를 다룬 얘기가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저런 부대가 어딨냐고 해도 완강하다. “죄 지은 것도 아닌데 머리 빡빡 민 아들이 철문 안으로 끌려 들어갈 때부터 기가 차더라. 신 김치 한 조각 굴러다니는 급식판엔 피가 거꾸로 솟았다. 천안함 용사들 끝내 홀대당하는 거 보고 사람들이 왜 기를 쓰고 자식들 군대에 안 보내려는지 알았다. 나만 바보였다.” 페미니스트라 자부했던 이 엄마는 “아들을 군대 보내고 나서야 군 가산점제 폐지에 대한 그들의 분노를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 취준생 딸을 둔 선배는 김기덕 영화를 보지 않는다. 세계 유수 영화제가 상찬한 걸작이라도 믿고 거른다. 여성에 대한 잔혹한 폭력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 ‘레인코트 킬러-유영철을 추격하다’를 보다가는 화를 내며 꺼버렸다. “모방 범죄라도 하라는 건가.” 데이트 폭력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딸에게 다짐을 받는다. “남자는 다 늑대라고 보면 돼! 연애, 결혼, 그딴 거 안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꼴보수 자처하는 아빠지만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5주기 때 딸과 함께 온라인 추모에 참여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7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여성 피습사건' 1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강남역 출구에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장련성 기자
갈등과 다툼은 대개 ‘나만 옳다’는 아집에서 비롯된다. 상대 처지에서 생각하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여도 불화의 고리는 쉽게 풀린다. 20대 남녀 갈등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스트 엄마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이대남’ 분노에 공감하고, 마초 아버지가 20대 딸의 불안과 공포를 목도하면서 세대별, 성별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시작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20대 남녀가 겪는 고통은 서로의 탓이 아니다. 군 복무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분노는 시대에 맞지 않는 병역 제도와 군대 부조리에서 기인한다. 어느 세대보다 실리적인 이들은 군인 연금 대상도, 국민건강보험 대상도 아닌 자신들을 국가에 강제징집돼 헐값에 노동을 제공하는 ‘루저’로 인식한다. 아버지 세대처럼 남자란 이유로 특혜 받아본 적 없는데 가장으로서 받는 기대와 책무는 그대로다. 무슨 성범죄만 터지면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받으니 펄쩍 뛸 노릇이다.
20대 여성의 고통은 한층 복잡하다. 성폭력방지법부터 스토킹처벌법까지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성범죄 난무하는 정글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 입시, 취업 문을 통과하고도 엄마 세대처럼 결혼·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마주한다. 성적으로만 따지면 할당제 혜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남자들은 그 속도 모르고 욕을 해댄다.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노동 시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해고 1순위. 지난해 자살 시도자 중 20대 여성이 32.1%로 전 세대 중 가장 많았다.
어긋난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주역은 정치인과 가짜 페미니스트들이다. 정치인들은 이대남 표를 얻겠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특혜로 둔갑시키는 데 동참한다. 페미니즘 뜻이 뭔지도 모르면서 페미니즘의 광기를 멈추라 호통치고, 여가부를 없애겠다 엄포를 놓는다. 강력 범죄 피해자 80%가 여성, 성별 임금 격차 67%, 500대 대기업 여성 임원 3%, 여성 고위 공무원 6.7% 같은 지표는 안중에 없다.
가짜 페미들의 죄는 더 무겁다. 대부분 집권 여당에 포진한 그들은 모녀를 칼로 20여 차례 찔러 죽인 범인을 심신 미약이라 변호하고 이를 데이트 폭력이라 왜곡한 자기 당 대선 후보에게 침묵한다. 자칭 꼴페미였다가 반페미로 돌아선 기생충 학자 서민은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여성계와 여가부가 보인 행태, 윤미향과 정의연을 두둔한 여성 단체들은, 가히 K페미라고 해도 될 만한 한국 페미니즘이 여성의 열악한 인권을 구실로 돈과 권력을 획득하는 수단임을 일깨웠다”고 개탄했다.
대선 후보들은 어떤가. 박빙이 될 대선의 승패를 2030이 가른다 하니 청년 선대위를 만들고, 청년부를 신설하겠단다. 모병제, 할당제, 경력 단절에 대한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쇼’라면, 육군 훈련소로 달려가 훈련병들 만나고, 출산 후 아기 업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경력 단절 여성들 목소리를 무릎 꿇고 듣는 게 감동적이지 않을까.
지금의 20대는 IMF 외환 위기 때 태어나 남을 밟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극한의 경쟁 사회에서 자랐다. 남녀가 가장 뜨겁게 사랑해야 할 나이에 험악한 말로 서로를 혐오하는 세대가 됐다. 이들에 대한 연민과 성찰 없이 해법도 없다. 표를 위해 갈라치기 할수록 대한민국은 출산율 제로로 치닫는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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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는 누굴 뽑으라고
[카페 203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 조찬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대학생이던 2013년 일이다. 지하철 2호선 역에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끈질기게 따라오던 한 남성이 인적 드문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돌변했다. 움직일 수 없도록 뒤에서 한쪽 팔로 어깨와 목을 감았고, 다른 손으로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경찰서 성폭력 전담 수사팀에서 두 시간 넘게 진술 녹화를 했다. 두려움에 떨며 몰래 찍은 범인 사진 일곱 장도 수사관에게 보냈다. 그러고 두 달 뒤, ‘더 이상 범인을 특정하거나 추적할 단서가 없어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던 날카로운 인상의 그 남성은 아마 이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몇 년 전 이런 이야기를 지인 여럿과 나눈 적이 있다. 친구들이 ‘나도 얼마 전 밤길을 걷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하며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의 두려움을 털어놨다. 함께 있던 남성들은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사실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밤길이 안전한 편이야” “남자들도 어두운데 혼자 걸으면 무섭기는 해” “큰일 날 뻔했네. 성별이 아니라 범죄자들이 문제이긴 한데”…. 이들이 모든 남성의 생각을 대변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가슴팍이 꽉 막힌 듯 갑갑했던 그날의 기분은 잘 잊히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JTBC 뉴스 캡쳐
이날의 허탈함을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매일 느낀다. “대통령 후보들이 2030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쏟아지는데, 2030의 절반은 어리둥절하다. 이들이 말하는 2030의 기본값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재명 후보는 이미 속내를 들켰다. 젊은 세대의 설움을 얘기하며 “지금 청년 세대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얻기 위해 동료·친구들 또는 ‘여자 사람 친구’와 격렬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오피스 누나’ ‘옥수동 누나’ 같은 말이 오갈 땐 한심했다. 그가 헤어진 여자 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총 37번 칼로 찔러 살해한 친조카 사건을 두고 ‘데이트 폭력’이라 표현했을 땐, 두려워졌다.
윤석열 후보도 한숨 나오긴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사귀던 남성에게 ‘헤어지자’ 했다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데, 관련 공약은 전자 발찌를 평생 채우겠다는 게 전부다. 대신 성폭력 무고죄를 강화하겠단다. 무고죄가 입증됐을 때 엄벌하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성 평등 공약’이나 ‘여성 공약’은 아니다. 공약의 빈약함을 메워보겠다고 강력 범죄 엄벌과 약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던 교수를 영입하기에 마음을 놓았더니, 이젠 당대표가 나선다. “지지층(안티 페미)을 잃는다”며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의 심기 경호에 골몰한 그의 모습에 ‘이여자(20대 여자)’들은 경악하고 있다.
주변 여성들 사이에선 “그 당에 대단한 여성 공약을 기대한 적 없다. 상식선만 되어도 말뿐인 ‘페미니스트 대통령’에 화난 여성들이 모른 척 뽑아줬을 텐데. 떠먹여 줘도 못 먹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누가 남았나. 스토킹 처벌법 강화·성범죄 엄벌 등 현실 인식과 공약은 훌륭하지만 내년 3월쯤엔 사라질 것 같은 후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기는 하지만 임차인이 남의 집에서 영구히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후보? 여성들은 대선 이후가 더 두렵다.
-손호영 기자, 조선일보(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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