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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를 탈출한 요정, AI] [北 지상군 110만인데 우리 육군 42만... ]

뚝섬 2024. 5. 7. 06:40

[램프를 탈출한 요정, AI] 

[北 지상군 110만인데 우리 육군 42만... ‘병력 부족 쓰나미’에 대책 없는 軍]

 

 

 

램프를 탈출한 요정, AI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나는 지니의 힘이 두렵다. 지니를 다시 램프에 넣는 방법을 모르는데 AI도 지니와 비슷하다”고 했다. ‘알라딘’에 등장하는 거인 요정 지니는 램프에 갇혀 있다가 주인이 불러내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괴력을 지녔다.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 세계 100여 국 전문가들이 모여 AI와 군사기술의 결합을 제재할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지금이 우리 시대의 오펜하이머 순간(Oppenheimer moment)”이라고 했다.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1904~1967)는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기밀 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의 책임자로 임명돼 핵무기 개발을 주도했다. AI 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지금을 ‘오펜하이머 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핵무기 못지않게 AI는 과학기술의 놀라운 성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재앙을 가져올 커다란 위험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 영화 ‘터미네이터’는 지능형 컴퓨터 시스템이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파괴하고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된 서기 2029년을 그렸다. 킬러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러 온다. SF 영화가 현실이 되게 생겼다. AI 분야 대부로 불리는 캐나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명예교수는 향후 10년 이내에 ‘킬러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했다. 영화에나 등장하던 킬러 로봇이 AI의 획기적 발달로 인간을 공격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등의 전쟁터에서는 자율 무기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병력 수급난 때문에 각국은 군사용 AI를 활용한 전투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자폭형 드론, 무인 전투기, 무인 잠수정, AI 자율 어뢰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주도로 개발된 핵무기와 달리 AI 기술은 민간이나 기업이 독자 개발하기 때문에 군비경쟁의 개념도 송두리째 바뀐다.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형식으로 작동해 핵 사찰 같은 검증도 어렵다.

 

▶디즈니 영화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는 착한 주인 덕분에 램프에 갇히지 않고 자유를 찾는 해피 엔딩을 맞는다. 악한 마법사를 주인으로 맞느냐, 착한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지니의 위력도 다른 결과를 낳는다. AI가 엄청난 파괴력을 갖추는 데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미국, EU 등에서 AI 규제에 적극 나선다지만 세계 곳곳의 악한 마법사들이 ‘AI 지니’를 악용하려는 유혹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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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상군 110만인데 우리 육군 42만... ‘병력 부족 쓰나미’에 대책 없는 軍

 

[유용원의 군사세계] 

 

“우리가 가진 총알보다 그 ××들 숫자가 더 많다는 거 아세요?”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고지전’에서 한 국군 장교가 물밀듯이 몰려오는 북한군(인민군)을 보고 절규하듯 한 말이다. 이처럼 수많은 병력을 투입해 전투하는 ‘인해(人海)전술’은 6·25전쟁 때 중공군을 상징하는 말처럼 됐다. 영화나 책에서 중공군은 유엔군의 몇 배에서 몇 십 배에 달하는 병력을 투입해 무기에서 앞섰던 유엔군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군 전사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때 북한군·중공군과 한미 양국군 등 유엔군 총병력은 가장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에도 1.9대1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즉 북한군과 중공군 총병력이 유엔군의 두 배를 넘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공군과 북한군은 특정 지역, 특정 전투에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유엔군의 몇 배에 달하는 수적 우세를 달성했던 것이다.

 

각종 첨단 무기의 비중이 커졌지만 현대전에서도 지상전의 경우 이런 수적 우세를 무시할 수 없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산이 많은 한반도는 더욱 그렇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 육군은 42만명, 북한 지상군은 110만명이다. 북한군이 2.6배 수적 우위에 있는 셈이다. 우리 육군은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축 계획으로 내년까지 36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북한군 상당수가 각종 건설 현장에 투입돼 실제 운용 병력이 70만~80만명으로 줄어든다 해도 2배가량의 우세는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유사시 북한은 공격자 입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선 한국군보다 5~10배의 병력 우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축 태풍이 내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30년대 말 이후엔 쓰나미급으로 몰려온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병력 50만명(2022년 기준)을 유지할 경우 2026년엔 2만9000여 명, 2028년엔 1만2000여 명가량의 병역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부족 사태는 2030년대 중반 이후 심화해 2037년엔 부족한 병역 자원이 6만명 이상에 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30~2040년대엔 총병력을 35~45만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재 18개월(육군·해병대 기준)인 현역 복무 기간을 일부 정치인의 주장대로 12개월 이하로 줄인다면 총병력 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방 개혁 청사진을 담은 ‘국방 개혁 2.0′은 2030년까지 50만명의 총병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연구원이 2040년쯤까지 병력 규모 재조정 계획 등이 포함된 청사진을 짜고 있지만, 내년 5월 임기 만료인 현 정부에서 얼마나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마침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캠프에서 인구 절벽 등에 대비한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병역 제도와 관련해 여당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 후보는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며 ‘징병·모병 혼합제’를 제시하고 있다. 병력 부족을 첨단 무기 등으로 보완하는 기술 집약형 군대로 탈바꿈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자는 데에는 양측이 한목소리를 낸다. 이 밖에 부사관 등 간부 비율 확대, 민간 인력·시설 등 아웃소싱 강화, 동원 전력(예비군) 대폭 강화, 여성 인력 확대 등도 병력 부족 쓰나미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부분 한국군이 가야 할 방향인 게 맞고 일리가 있는 제안들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이 제안들 역시 실현하려면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우선 최근 대선 화두(話頭) 중 하나인 모병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우수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미군도 1973년 모병제로 전환한 뒤 한동안 모병 인력 감소와 질적 저하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을 계기로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모병 대상자들에게 장학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제대군인 원호법’ 등을 시행하면서 이런 문제는 해결됐다.

 

예비군 강화도 병역 자원 부족의 해결책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이 국방 예산의 0.4%에 불과한 현실에선 장밋빛 청사진일 뿐이다. 동원 전력을 책임졌던 한 예비역 장성이 “대한민국 예비군은 계륵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릴 정도다. 더구나 현재 275만명인 예비군도 병력 감축에 따라 2040년엔 100만명대 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어 기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요술봉’처럼 제시되지만 역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드론·로봇의 군사적 활용을 깊이 연구했던 한 전문가는 “자율 무기 체계로 필요한 인공지능은 아직 기초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여서 상당 기간은 인력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종관 전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예비역 소장)은 “군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작전 수행 개념, 무기 체계, 부대 구조, 인재 육성 분야 등에서 광범위한 혁신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기 정부에서 병력 부족 쓰나미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한국군은 재앙적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절박감을 갖고 지금까지 제시된 각종 대책과 그 현실적인 한계, 실행 계획 등에 대한 고차방정식 해법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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