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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지옥 문턱 5번, 이재명 최후의 ‘미션.. ’]

뚝섬 2024. 5. 6. 08:32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지옥 문턱 5번, 이재명 최후의 ‘미션 임파서블’]

[‘이재명 방탄단’으로 등장한 “이대생 성상납”, ‘편법 대출’ 의원]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
“너나 깨끗해라” 조롱과 막말·범법이 능력인 사회

 

얼마 전 ‘착한 어린이’ 온라인 영상이 화제였다. 일고여덟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얼른 뛰어 길을 건넌다. 맞은편으로 건너간 아이는 뒤로 돌더니 배에 두 손을 올리고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차를 세워 길을 건너게 해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누구 집 아이인지 잘 컸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아이는 서른 되고 마흔 되고 쉰 살 되어서도 ‘착한 심성’을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식사를 함께 한 정부 관료 A는 부하 직원 얘기를 하다가 “나는 착한 게 싫다”고 했다. 일 못하는 직원이 주로 착하다고 했다. 착함과 능력은 카테고리(범주)가 다른데도 ‘착함=무능’이라는 범주 오류를 확고히 믿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신화(神話)다. 사소하고 궂은 일은 떠넘기고 주목받는 일 좇으며 성과 내는 게 능력이다. 아랫사람 윽박지르고 핍박해서 퍼포먼스 보이는 게 능력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 돋보이지 않는 일 묵묵히 하는 이들이 무능한 것이다.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다. 욕설과 막말과 범법이 능력이다. 대학생 딸에게 11억 대출받게 해 강남 아파트 사는 게 능력이다. 잘못 인정한다면서도 “너나 깨끗해라” 조롱하는 게 능력이다. 표창장 위조해 딸 의전원 보내는 게 능력이다. 범죄 혐의에도 정치에 나서 제3당 만드는 게 능력이다. 자식 위한 일에 그깟 사소한 범법이 무슨 잘못이냐 여기는 게 능력이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선관위 경력직에 자식 꽂아넣는 게 능력이다. 위조문서 만들 여건이 되지 못한 이들, 할 수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한 이들이야말로 무능한 것이다.

 

물론 평범한 시민인 필부(匹夫)의 도덕과 나라 구해야 할 정치인·공직자의 도덕은 때로 다를 수 있다. 2300년 전 맹자는 ‘형수의 비유’로 이 차이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서만 아니라 머리채를 당겨서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위급한 상황을 구제해야 할 때 사소한 도덕에 얽매여선 안 된다. 그러나 이 말이 평소 형수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착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입으로는 정의(正義)를 외치면서 시민의 도덕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임진왜란 발발 전인 450년 전 사회에도 이런 자가 많았던 모양이다. ‘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曺植·1501~1572)이 일갈했다. 요즘 배웠다는 사람들은 손으로는 물 뿌리고 비질하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하늘의 이치를 말하며 이름을 도둑질하고 남을 속인다.” 왜 비질하기 전 물을 뿌리는가. 먼지를 최소화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이다.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큰 배움)’을 배우기 앞서 아이들 배우는 ‘소학(小學·작은 배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은 배움도 모르면서 큰 배움을 안다고 하는 이들이 지금도 목소리를 높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희생과 존중 같은 가치가 조롱받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없다. 스타 플레이어가 제 몫 다 하고, 돋보이지 않더라도 팀원들이 제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며 단단한 팀워크를 짤 때 ‘수퍼 A급’ 팀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욕설·막말·범법하는 이들이 스타가 되는 팀은 잠깐 반짝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모두(冒頭)의 횡단보도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는 서른·마흔·쉰 살 되어도 착한 심성을 지켜갈 수 있을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에 상처받거나 조롱당하지 않고 세상을 온전히 건너갈 수 있을까. 눈물이 난다.

 

-이한수 기자, 조선일보(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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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문턱 5번, 이재명 최후의 ‘미션 임파서블’

 

윤 정권이 헛발질로 민심 이반을 자초하고 몰락에 빠진다면
3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이재명의 마지막 베팅이 성공할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단식으로 입원해 있다. 이 대표는 단식까지 하면서 자신의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키려 했으나 민주당 내에서 30 여 명의 반란표가 나오면서 가결되고 말았다./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억세게 운이 좋다. 그토록 수많은 스캔들, 온갖 법적·도덕적 논란에 휘말렸어도 매번 궁지를 빠져나와 의회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으니 보통 운은 아니다. 이 대표의 상황 타개 능력은 가히 ‘미션 임파서블’ 급이다. 도저히 빠져나갈 곳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놀라운 괴력을 과시하곤 했다.

 

정치 입문 후 그에겐 대략 5번의 정치적 사망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가 ‘형수 욕설’이다. 2014년 공개된 욕설 녹음 파일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남을 폭탄급 악재였으나 그는 “불행한 가족사”로 해명하며 궁지를 넘겼다. 두 번째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다. TV 토론회에서 “형을 강제 입원 시키려 한 적 없다”는 취지의 거짓 발언을 해 2심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히는 바람에 죽다 살아났다. 당시 대법원 선고엔 대장동 주범 김만배와 연결된 권순일 대법관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세 번째는 대장동 사건이다. 이 대표가 업자들에게 수천억원 부당이익을 안겨 주었다는 혐의가 2021년 대선 경선 때 제기됐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의혹은 초대형 쓰나미로 비화됐지만 이 대표는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네 번째는 이 대표 부부가 초밥·한우며 명절 선물, 일제 샴푸까지 경기도 법인카드로 긁은 사실이 비서 제보로 드러난 ‘법카 사건’이다. 대중 분노에 불 지른 민감한 이슈였지만 이 대표는 이번에도 살아남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작년 9월 당내 반란 표로 체포동의안이 덜컥 가결되면서 다섯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면 정치 인생이 끝장 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영장 판사는 “위증 교사 혐의는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려 주었다. 이 대표로선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온 셈이었는데, 그는 이를 비명(非明) 제거의 기회로 반전시켜 민주당을 완벽한 ‘이재명당’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권이 잇단 실책과 자살골로 도와주면서 총선 압승의 날개까지 달게 됐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정치 체급을 높여온 이 대표에겐 이제 마지막 목표만 남았다. 대통령이 되는 일이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이 대표임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는 거대 야당의 지배 주주이자 정치권 최강의 ‘개딸’ 팬덤을 보유했다.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될수록 정국 주도권은 의회 권력을 쥔 이 대표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난 순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데 그에겐 지금까지 어떤 고비보다 난도 높은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사법 리스크다. 현재 이 대표는 ①대장동·백현동 등 병합 사건 ②공직 선거법 위반 ③위증 교사 혐의로 3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되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그는 3년 뒤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법률적 관문을 뚫느냐에 이 대표의 대권 도전이 달린 상황이다.

 

3개 재판 중 ②선거법 위반과 ③위증 교사 사건은 몇 달 내 1심 선고가 나오고 3년 안에 대법원 판결까지 끝날 가능성이 높다. 법리가 간단하고 관련 증거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선거법 사건의 경우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말한 것 등이 거짓말이라는 증언들이 있고, 위증 교사도 그가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녹음 파일 물증이 확보돼 있다. 이 대표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다.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펼칠 대응책은 뻔하다. 선고를 늦추는 지연 전술이다. 175명의 소속 의원들을 방탄 부대로 앞세워 재판부를 압박하면서 대선 전까지 최종 판결이 못 나오게 재판을 질질 끌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끌어도 3년 내내 대법원 선고를 막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대선을 앞당기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도 퇴진시켜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확정되기 전에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야권이 벌써부터 탄핵이니 개헌 얘기를 띄우는 것은 조기 대선을 위한 밑밥 깔기 목적이라 봐야 한다. 이 대표로선 ‘박근혜 모델’, 즉 촛불·탄핵 정국을 일으켜 여론의 힘으로 하야시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난도 최상급인 이 전략이 성공하느냐는 결국 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윤 정권이 지금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국정 운영을 고수하며 국민 지지를 떨어트리는 것은 이 대표의 대권 플랜을 도와주는 일이다. 계속되는 헛발질로 민심 이반을 자초하고 지지층마저 등 돌리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7개 사건, 10개 혐의로 3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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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탄단’으로 등장한 “이대생 성상납”, ‘편법 대출’ 의원 

 

수원지검 항의 방문 및 규탄 기자회견 하는 민주당

 

민주당의 국회의원 당선자 20여 명이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수원지검 내 음주 진술 조작’ 주장과 관련해 18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했다. 이 전 부지사는 법정에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최근 ‘검찰청 안에서 술을 마시며 해당 진술을 조작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검찰은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구체적 정황을 제시했다. 문제의 날짜, 장소, 정황에 대한 이화영씨 측 얘기는 매일 바뀌고 있다. 그래도 민주당 당선자들은 “이재명 대표를 죽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든 수사 농간”이라고 했다.

 

검찰을 항의 방문한 의원 중에는 양문석·김준혁 당선자도 있었다. 양 당선자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꾸며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을 대출받았다. 문제가 되자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겠다”고 했지만 역대 최고 실거래가보다 3억원 이상 비싸게 아파트를 내놨다. 이런 ‘편법 대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곳이 양 당선자가 항의 방문한 수원지검이다.

 

김준혁 당선자는 이재명 대표를 정조에게 빗댄 사람이다. 총선 과정에서 ‘이대생 미군 성 상납’ ‘박정희가 위안부와 성관계’ ‘퇴계는 성관계 지존’ 등 숱한 막말이 드러났다. 당선은 됐지만 이 지역에선 무효표가 주변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 사람을 찍기는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반(反)윤석열 바람 때문이라지만 이런 사람들까지 다 당선돼 ‘세상의 윤리 기준이 뒤집어졌다’는 개탄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들이 당선되자 제일 먼저 한 정치 활동이 이재명 방탄 의원단 합류였다.

 

민주당의 ‘수원지검 진술 조작 의혹’ 특별대책단은 이 대표가 공천해 의원으로 만들어 준 ‘대장동 변호사’들이 주축이다. 앞으로 이들이 강력한 ‘이재명 방탄단’을 구성할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이 대표의 정치 대부분은 자신의 불법 혐의를 방어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윤 바람 덕에 총선에서 압승해 이제 방탄 철옹성을 쌓았다고 생각할 듯하다.

 

-조선일보(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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