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보도 기자들 무더기 전화 뒷조사, 수사권 이용한 범죄]
[수사권 이용해 언론 사찰 의혹 공수처, 존재 이유 뭔가]
[묘서동처(猫鼠同處)]
비판 보도 기자들 무더기 전화 뒷조사, 수사권 이용한 범죄

<YONHAP PHOTO-4018> 인사말 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과천=연합뉴스) 백승렬 기자=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열린 하반기 공수처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28
공수처가 TV조선과 문화일보 기자, ‘조국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 민변 출신 변호사 등에 대해 무더기 통신 자료 조회를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이용해 자신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와 민간인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신 조회를 하면 통화 당사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수사기관에 넘어간다. 범죄 혐의도 없는데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도 아니다. 한마디로 불법적 뒷조사다.
TV조선은 지난 4월 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무마 혐의를 받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관용차에 태우고 들어간 ‘황제 조사’ 장면을 보도했다. 두 달 뒤 공수처는 TV조선 사회부장과 법조팀 기자 등 6명에 대해 통신 조회를 했다. 지난 8월엔 문화일보 기자 3명과 대장동 의혹을 파헤친 김 회계사 등에 대해 같은 조치를 했다. 언론과 민간인에 대해 저인망식 통신 조회를 한 것은 보복의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수사권을 이용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공수처의 언론 사찰 의혹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를 뿌리치고 청와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만든 수사기관이다. 수사 10건 중 4건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수사여서 ‘윤석열 전담 수사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여당 대표가 윤 후보 관련 ‘고발 사주’ 수사를 촉구하면 어김없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 차장은 여당 의원과 접촉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민주당은 작년 검찰의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이 나오자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신문 기사나 인터넷 검색으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였지만 윤석열 검찰의 ‘재판부 사찰’로 몰아갔다. 이번 공수처의 기자 통신 조회는 범죄 혐의가 없을 뿐더러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언론·민간인에 대해 수사권을 사용했다.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여당은 논평 한마디 없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민주화 운동권이라고 한다.
-조선일보(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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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이용해 언론 사찰 의혹 공수처, 존재 이유 뭔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공수처가 TV조선 법조팀 기자들과 사회부장의 통신 자료를 한꺼번에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이후 TV조선 기자들의 통신 자료만 15회 조회했다고 한다. 공수처법상 기자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데도 통신 자료를 들춘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했지만, 법조·언론계에선 “공수처에 비판적 기사를 쓴 언론인에 대한 사찰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TV조선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처음 조회한 것은 지난 6월이라고 한다. 그 두 달 전 TV조선은 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무마’ 혐의로 수원지검 수사를 받고 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에 태우고 들어와 ‘황제 조사’를 했다며 그 장면이 담긴 CCTV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후 공수처 수사관들이 TV조선 기자가 CCTV를 입수한 경위를 뒷조사했다는 후속 보도도 했다. 공수처의 기자들 통신 조회는 ‘뒷조사’ 보도 직후인 6월 두 차례, 7·8월 한 차례씩 이뤄졌다. 특정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 한 번도 아닌 반복적 통화 내역 조회는 ‘사찰’ 의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지난달 “수원지검이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공소장을 사전 유출했다”는 시민단체 고발과 관련, 대검을 압수 수색했다. 대통령 수족이라는 이 고검장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를 수사했던 수원지검 검사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성윤 황제 조사’를 보도한 기자들의 통신 자료까지 들춰본 사실까지 드러났다. ‘보복 수사’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가 출범 11개월간 수사해온 사건 10여 건 중 4건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이다.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가 7000명이 넘는데도 사실상 한 사람만 겨냥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공수처가 최우선으로 수사해야 하는데도 못 본 체한다. 이제는 비판 언론을 사찰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기자 뒷조사 관련,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이용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라는 의견서를 냈다. 정말 그럴 것이다.
-조선일보(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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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는 서로 천적 관계다. 한자리에 풀어놓으면 쥐가 고양이의 먹잇감이 되는 숙명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쥐는 곡식을 훔쳐 먹는 ‘도둑’이고, 고양이는 이 쥐를 잡는 엄정한 ‘관리’로 비유되곤 했다. 그런데 만약 이 고양이와 쥐가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대학교수들이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뽑은 ‘묘서동처(猫鼠同處)’는 이 같은 장면을 꼬집은 것이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잠을 잔다는 ‘묘서동면(猫鼠同眠)’도 같은 뜻이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 등에 따르면 지방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고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봤고, 그 상관이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다고 한다. 중앙 관리들은 예사롭지 않은 징조로 보고 “복이 들어올 것”이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오직 한 관리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도둑인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손을 잡고 있으니 행정당국이 도둑과 한통속이 됐다는 경고 아니겠는가. 위아래가 부정하게 결탁해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이다.
▷이 대목에서 올해 초반 국민들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사건이 떠오른다. 부동산 투기를 엄단해야 할 LH 임직원들이 오히려 투기세력으로 나섰으니 고양이가 도둑인 쥐를 잡기는커녕 아예 도둑질을 한 것 아닌가.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게이트는 고양이와 쥐가 손을 굳게 잡은 비리 백화점이었다. 수십, 수백 배 개발이익을 노린 업자들은 유력 법조인들을 방패막이로 끌어들여 법조 카르텔을 만들었다.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 산하 기관과 이를 견제해야 할 성남시의회 일부는 이들의 비호세력이 됐다. 누가 고양이인지, 쥐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여야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가장 높다는 대통령선거를 걱정하는 시각도 보인다. 여야 유력 후보 모두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으니 서로 남 탓할 자격이 있을까. 대선이 끝나면 패자(敗者)가 사법처리 되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대선이 흘러가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교수들이 고른 2, 3위 사자성어도 고달팠던 한 해를 연상케 하고 있다. 두 번째로 뽑힌 인곤마핍(人困馬乏)은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온 국민이 어렵게 버텨왔던 한 해였다는 비유다. 뒤를 이은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민생을 제쳐둔 채 정치권이 벌이는 그들만의 전쟁을 꼬집은 것일 게다. 제발 내년에는 좀 밝고 희망적인 사자성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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