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내가, 나쁜 일은 부하가’ 예외 없는 文의 법칙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2.29.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위중증 환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했다. 이 발언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전해졌다. 정부의 방역 실패로 하루 확진자가 8000명, 위중증 환자가 1000명에 달하는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지도 않은 채 대리 사과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각계 인사들에게 보낸 연하장 내용도 코로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는 희망의 계단에 올랐다’ ‘골목골목 가게들이 불을 밝히고 국민들의 일상이 활력을 되찾을 힘찬 2022년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발표 이전에 발송된 연하장이라고 하지만 당시 이미 코로나 악화로 집합 금지 강화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호주를 국빈 방문하고 돌아왔다. 나라를 비운 나흘 동안 코로나 확진자는 2만5000명 가까이 늘었고 추가 사망자는 247명이 나왔다. 국민이 죽어가는 그 순간에 문 대통령은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진을 보며 국민들이 느꼈을 분노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순방에서 돌아와 문 대통령이 낸 메시지는 대변인을 통한 ‘송구’ 한 마디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악화된 지난 8일 “방역 상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했다. 하지만 본인은 나오지 않은 채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발표했다. 지난 7월 백신 예약 시스템 오류·마비 사태 때도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이 또한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이 조금만 호전되면 ‘K방역의 성과’라며 직접 나서서 자랑했다.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하는 장면까지 공개하며 ‘2000만명분 백신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다 그 백신 공급이 펑크 나자 복지부 장관이 대신 사과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본인이 나서고, 위기가 닥치면 아랫사람을 대신 내세운다. 단 한 번 예외 없는 문(文)의 법칙이다.
-조선일보(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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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 잘하고 있다’는 지도자들에게
[김형석 칼럼]‘
치적만 내세우는 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
분열 속 감정 싸움하는 야권에도 실망
선출된 지도자에 협력하는 지도층 필요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년 동안 정치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했으며 무엇을 남겼는가? 자연히 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꿈과 희망을 약속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권의 주체가 되면서부터 대한민국의 정치는 방향을 상실했고 행정은 국내 정치의 질서를 혼란에 빠뜨렸다. 출발부터 잘못된 원인은 운동권 출신과 여당 강경파가 정권을 독점한 데 있다. 국민은 지금까지 함께 일했고 앞으로도 운명을 같이할 동역자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를 믿고 싶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과 행정기관 중추 임무를 담당하는 정부 요인들을 청와대의 심부름꾼으로 전락시켰다. 법무부 장관들은 검찰개혁 명분을 내세워 그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진실과 공정을 위한 업무와 질서도 스스로 무너뜨렸다. 국민을 위한 법치가 아닌 정권을 위한 예속 수단으로 삼았다. 공수처를 여당 강경파가 탄생시켰다. 지금도 잘했다고 박수 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조국 장관 임명과 여당 열성 지지자들의 억지스러운 행위가 어떤 결과가 되었는가. 권력이 정의의 가치도 바꿀 수 있다는 사회악의 과오를 범했다. 청와대와 여당 강경파 인사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의 정도를 넘어 지금은 문 대통령을 위한 명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인상까지 보여준다. 문 대통령에게는 실정은 없고, 존경받을 업적을 남겼다고 과장하는 태도가 대통령과 국민의 유대를 단절시켰다.
지난 ‘수출의 날’ 행사 때도 그랬다. 경제 업적은 과소평가받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국민들은 과거의 어떤 정부보다도 문 정부 기간에 대기업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과거를 더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미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까지 청와대와 여당을 대신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옷만 갈아입는 사과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야권을 대표하는 국민의힘도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린 상태였다. 얼마나 무능했으면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했겠는가. 그 와중에도 친박, 비박의 수준 낮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바로 그와 같은 친문, 비문의 대립이 문 대통령과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전철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우리 정치계를 제3자가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문 정권에서 쫓겨난 공직자들이 야당에 합류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면 그 모순과 역설적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선한 정치는 사라지고 지도자들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결과를 만들었다.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비롯한 공직에서 추방된 인사를 기꺼이 받아들였는지, 마지못해 수용했는지, 충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번에 벌어진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현상이다. 그러나 여야를 물을 것 없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만 있지 지도자와 협력해 더 큰 목적을 이루겠다는 애국심을 갖춘 지도자가 없었다.
도산 안창호의 생각이 떠오른다. 자신은 임시정부 한직에 자족하면서, 협력을 포기하고 분열을 일삼는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하며 애태우곤 했다. 좌와 우의 대립은 독립 이후의 과제니까 지금은 분열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면서 긴 세월을 보냈다. 언제나 자신보다 더 유능한 지도자를 섬기고 돕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로 얻은 것이 그의 ‘지도자론’이다. 우리에게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를 선출했으면 그가 존경받고 성공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애국적인 지도층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결론이다. 지도층의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도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정치의 중산층에서 지도층이 태어나고 그 지도층의 대표가 지도자가 되도록 협조하는 지도층이 아쉬운 세상이다.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든 장본인들은 애국심보다 정권을 탐하는 측근임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성숙된 민주사회에는 네 편, 내 편이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정해진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야 할 방향을 국민과 함께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요하다. 목표 대신에 휴머니즘에 입각한 방향이 중요하다. 우리가 러시아, 중국, 북한과 협조적인 개혁과 복지를 지향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견지하는 것은 그것이 정치의 바른 길이며 모든 인간이 찾아 누려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존중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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