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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0년, 내리막길은 가파르다] [북한 옆에서 산다는 것] ....

뚝섬 2021. 12. 30. 06:41

[김정은 10년, 내리막길은 가파르다]

[북한 옆에서 산다는 것]

[베이징 종전선언은 ‘항복선언’으로 악용될 수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우린 김정은을 모른다]

 

 

 

김정은 10년, 내리막길은 가파르다

 

[오늘과 내일]

核만 붙든 젊은 수령 앞에 놓인 암울한 현실
비핵화-개방 유도하는 정교한 관리외교 필요

 

북한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의 인터넷매체 NK뉴스가 최근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아 전 세계 북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6차례에 걸쳐 게재했다. 그 대표성이나 객관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전직 외교관이나 연구자, 활동가 등 오랫동안 북한을 관찰해온 각국 전문가 82명의 의견을 모은 결과인 만큼 북한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데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0년 전 ‘과연 몇 주, 몇 달을 버틸까’ 관심의 대상이던 애송이 지도자가 지금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그걸 가능케 했던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 다수가 김정은이 2018년 중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복원한 점을 꼽았다. 반면 최대 실책은?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즉 ‘플랜B’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뒤 북한은 어떨까? 식량난 같은 위기 속에서도 제재 완화를 얻어내든 중국에 기대서든 간신히 버티며 핵을 붙들고 있을 것이라고 대다수가 내다봤다.

미국의 북한 다루기는 어땠을까. 지난 10년 최고의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외교였다고 다수가 평가했다. 반면 최악의 선택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꼽혔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핵화는 가망 없다고 보고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 지속적 관여 정책을 추진할 때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핵 포기 압박과 제재 강화를 주장한 응답자의 두 배가 넘었다.

 

어찌 보면 뻔할 수도, 보기에 따라선 의외일 수도 있는 내용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10년을 되짚어 보고 향후를 내다보는 것이니 그 나름 북한을 잘 안다는 전문가라 해도 지금 이 시간의 무게, 꽁꽁 가려진 북한 정보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김정은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나라 전체를 2년 가까이 봉인해 놓았다. 그럼에도 아직껏 내부의 동요 조짐은 노출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전문가 다수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을 향해 북한을 포용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북한 위협을 축소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라는 주문이다. 물론 미국 행정부는 결코 내켜 하지 않겠지만, 김정은의 완강한 버티기와 대외 여론전이 최소한 북한 관찰자들에겐 깊은 인상을 심어준 셈이다. 하긴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도 북한을 좀 안다는 이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김정은은 오늘로 북한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등극한 지 10년을 맞는다. 며칠째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승리의 해’를 결산한다지만 뾰족한 현실 타개 방안이 나올 리 없다. 김정은은 또다시 허황된 자존감을 앞세운 미사여구를 쏟아낼 것이고, 대외노선에서도 대화와 대결이 뒤섞인 기회주의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다. 당분간은 밀무역과 사이버 해킹으로 연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모진 권력자라도 배곯는 주민의 원성을 이길 수는 없다.

 

김정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진흙구덩이 참호에 처박힌 채 무한정 버티기는 어렵다. 다만 당장 나오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우선 코로나 공포부터 떨쳐내야 한다. 한국 대선도 지켜봐야 한다. 이런 북한에 한미 양국도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북한의 도발 유혹을 제어하며 비핵화로 유도하는 정교한 관리전략이 필요한 때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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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옆에서 산다는 것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 선언에 대해 나는 필부의 눈높이에서 막연한 생각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먼저 이게 임기 말 업적 세우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기 초인 2018년 세 차례나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이제 보니 실망스럽네, 북한이라는 나라는 역시 못 믿을 나라군, 하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외교력의 한계도 절감한다. 정상회담의 흥분이 차갑게 식는 데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았다. 남북 관계라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며, 이벤트와 분위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는 별로 없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므로 만약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나는 흥분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그 선언이 약속해주는 바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여긴다.

 

휴전 상황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기괴한 상태이고, 6·25전쟁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제 그만 매듭지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종전 선언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한 이 상당수는 나와 비슷한 정도로 인식하지 않을까. 다른 문항을 살펴보면, 남북 관계 전망에 대해서도,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심드렁한 응답이 많다. 동시에 나는 북한은 못 믿을 나라이므로, 종전 선언을 하건 안 하건 안보 태세는 언제나 튼튼히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전 선언이 주한 미군 철수의 핑계가 되는 일을 우려한다. 종전 선언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내가 북한이라면 절대 안 한다. 마지막 남은 협상 카드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에겐 핵우산이 필요하다. 큰 기대는 안 하지만 만약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어찌어찌 이뤄진다면 그다음에는 북한에 전쟁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25는 김일성이 일으킨 침략 전쟁이며, 그로 인해 100만명 이상이 끔찍하게 죽었다. 그리고 지금 북한의 통치자는 김일성의 적통임을 자랑한다.

 

한편 나는 북한과 교류 협력하거나 북한을 지원하는 일을 지지한다. 이걸 모순이라 여기지는 않는다. 나는 일본에 대해서도 그들이 전쟁 범죄를 더 깊이 사죄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더 친해지기 바란다. 이게 모순인가? 다만 북한은 정상이 아닌 나라이고, 대치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선택지가 많지 않음은 이해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따로 있다. 민주 평화 세력을 자처하는 시민사회 진영이 자신들을 정부 당국자와 동일시하면서 전쟁 책임이나 북한 인권 문제에 말을 삼가는 모습이다. 오히려 정반대로, 공무원이 말하기 힘든 얘기를 시민사회가 활발히 대신해 주면 정부의 운신 폭도 넓어지고, 우리의 외교적 영향력에도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내가 몸담은 한국 문학계를 예로 들면,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인 단체 5곳이 지난해 종전 선언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런데 이 단체들이 북한 인권 관련 성명을 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세계 최악의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는 반인권 국가에 대해 유엔은 매년 결의안을 채택하고 비판하는데 한국 작가 단체들은 침묵한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 특수한 상황’ 때문인가. 통일부가 올해 발간한 ‘2021 북한 인권 알아가기’라는 책자에는 그런 표현이 되풀이해서 나온다. 나는 북한 같은 거대한 악 옆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특수한 도덕적 의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특수한 상황 앞에서도 보편 가치를 주장해야 하는 책무다. 1930년대 독일 지식인들에게는 그런 의무가 있었다. 인생이 도덕적 책무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며, 도덕에 짓눌리는 게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도덕적 책무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들을 굉장히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기견 구조 단체가 아니라 북한 인권 단체를 후원한다.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내게는 그런 순서여야 할 것 같다.

 

북한이라는 나라 옆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이 북한의 존재를 제 권력 유지 도구로 이용하는 바람에 한국의 이념 지형은 몹시 왜곡됐다. 거기 휘둘리지 않는 세계 시민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 장소, 이 문화, 이 언어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책임감도 필요할 것 같다. 북한을 제일 잘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한국인이다. 종전 선언 추진 기사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장강명 소설가, 조선일보(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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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종전선언은 ‘항복선언’으로 악용될 수 있다

 

[김순덕의 도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은 합니다’의 원조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의 선거 구호이지만 고집은 문 대통령도 만만치 않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임대차3법…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해도 문 대통령은 그냥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이재명조차 외쳐대는 “정권교체!”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황소고집의 문 정권이 5년 임기 대단원을 장식할 최종 병기로 주무르고 있는 것이 바로 종전선언이다.

 

임기 끝까지 밀어붙일 최종병기, 종전선언

 

북에선 27일부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종전선언 관련 입장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이미 ‘2022 정부 업무보고’에서 “종전선언이 현재 교착 국면인 남북 및 북-미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이 내게는 소득주도성장을 국제무대로 확대한 논리처럼 들린다.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성장도 가능하다고 문 정권은 강조하지 않았던가. 마찬가지로, 종전선언부터 무작정 해버려야 대화도 가능하다는 정권의 담대한 논리다.

문 정권 집권 이후 한국경제는 2017년 3.2%→2018년 2.9→2019년 2.2%→2020년 마이너스 0.9%로 ‘거꾸로 성장’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족보 없는 정책을 ‘문재인은 합니다’ 밀어붙인 결과였다.

 

평화협정 맺고도 침공당한 나라 수두룩

 

종전선언주도대화 역시 대화가 아니라 거꾸로 대화, 거꾸로 평화를 불러올 공산이 작지 않다. 문 정권과 같은 생각을 하는 세력을 제외한 상당수가 종전선언에 선뜻 찬성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7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오늘날 북한은 분명히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25일 종전선언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9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출발점이 이라고 했지만 저의가 의심스럽다 의미다.

실제로 세계를 둘러보면 평화협정까지 맺고도 망해버린 약소국 흑역사가 수두룩하다. 베트남 공산화로 끝난 파리평화협정(1973), 뮌헨평화협정(1938)을 맺고도 히틀러의 독일이 침공해버린 폴란드가 대표적이다.

 

대체 대통령은 종전선언 밀어붙이나

 

종전선언이 되면 북한은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이 끝났으니 ’정전협정 관리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유엔사가 지금처럼 존재할 경우, 북한이 도발하면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 없이도 다국적군 전력을 신속히 구성해 한미연합사(또는 미래연합사) 수행하는 전구작전을 즉각 지원할 있다.

그러나 유엔사가 해체되면 달라진다.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 역시 90일 이내 철수한다. 북이 도발할 경우 유엔군이 나서려면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돼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할리 없다. 북한 요구대로 주한미군까지 철수하고, 북한이 속전속결전으로 밀고 내려온다면 더 끔찍하다. 미군 지원전력이 한반도에 닿기도 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종전선언을 추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대화를 하려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민주정부 3기‘라는 문 정권이 의심스러운 거다. 대체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는 것인지.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진정 화해와 협력을 위해? 아니면…조선노동당 규약대로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의 실현‘을 위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외교부는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는 양국 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호베이징에서만은 절대 된다

 

문 정권의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세기의 이벤트‘로 펼쳐질 수도 있다. 이미 미국은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에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미국(유엔군 측 대표) 없이 종전선언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23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나눈 한국 측은종전선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어떻게든베이징 종전선언 살리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만약 종전선언이 성사되더라도 절대 베이징에서 해선 안 된다는 것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경고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는 “북한이나 중국이 베이징을 종전선언 장소로 채택하자고 하면 청와대가 받아들일 것이냐”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따졌다. 한국은 6·25전쟁의 피해자이고, 북한과 중국은 전쟁의 주범이며 공범이다. 피해자인 우리가 가해자의 땅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종전선언을 경우항복 선언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그들은 개성을 선택했다

 

1951년 정전협정 때도 이런 경험이 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역사저술가이자 칼럼니스트 시어도어 리드 페렌바크가 1963년에 쓴 ’이런 전쟁‘이라는 책에서 발견한 대목이다.

“공산주의자들은 힘으로 이길 수 없으면 협상을 준비한다. 당시 38선 남쪽에서 유일하게 공산군의 수중에 있는 장소인 개성을 (정전)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부터 유엔군 협상단이 공산군 점령지에 들어올 때 마치 항복하러 오는 것처럼 백기를 들게 한 것까지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1951년 7월 10일 개성에서 열린 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10월 26일 판문점으로 옮겼다.)

그러나 페렌바크가 한반도 전역에서 소부대들을 이끈 소대장들을 인터뷰해서 쓴 이 책에서 내가 진짜 가슴을 친 대목은 따로 있었다. “미군들 자신이 한국에 있는지, 또는 미국이 북한 공산당과 싸우는지 설명을 들은 이는 없었다. 이들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싸울 준비가 있다면 항복할 준비나 하라

 

프린스턴대학 출신 저자조차 “이런 종류의 전쟁(This Kind of War)은 필요하기는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더러운 일”이라고 했을 만큼, 당시의 한국은 미군부터 미국 대통령까지 발을 빼고 싶어 했던 나라였다.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생존 가능한 경제가 되려면 200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도약했다 정권이 절대 인정하지 않는 이승만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장기 경제원조를 받아내지 않았다면 가능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겨냥해 “한국 정치인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일본 입장에 동조한다면 친일을 넘어 반역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70년 전 한국에서 서둘러 떠나고 싶어 했던 미국이 지금은 거꾸로 한국을 걱정하고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우리 대통령은 5 내내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고도 모자라 안보위기로 몰고 태세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한국 정치인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일본 입장에 동조한다면 친일을 넘어 반역행위”라고 했다.

’이런 전쟁‘은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국민은 정신적으로 항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맨 마지막장 ’교훈‘에 써두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끝내 베이징에서 종전선언을 하고 말 것인가.

 

-김순덕 대기자, 동아닷컴(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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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났지만 우린 김정은을 모른다

 

“10년이 흘렀는데… 갑갑하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고위 당국자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0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세월, “갑갑하다”는 ‘강산이 한 번 변했는데’ 김정은을 아직도 잘 몰라서 그렇다는 얘기다. 나름대로 북한 소식에 정통하다고 자부하는 그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묻어났다.

1인 독재 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은 당연히 우리 정부의 ‘1호’ 관심사다. 정보기관은 대북 휴민트(인적정보), 이민트(영상정보), 코민트(통신정보) 등을 총동원해 김정은을 파악하고 기록하고 분석한다. 인공지능(AI)을 동원해 김정은 몸무게 변화까지 실시간 추적하고 있음을 떠올리면 우리 정보기관이 ‘게을러서’ 당국자가 “김정은을 모르겠다”고 말한 건 아닐 터다.

 

chosun.com

 

2011년 12월. 당시 27세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의 운구차를 뒤따르며 흐느끼는 모습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우리 당국에선 “풋풋한 젊은 후계자를 상대하는 게 노련한 김정일과 마주하는 것보단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어린 만큼 툭 튀는 돌발 변수가 있을 순 있어도 대체로 예상 가능하고 단순한 패턴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나아가 대북 협상에서 우리가 한 수 앞선 계산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까지 깔려 있었다는 얘기다.

10년이 지난 지금, 당국자는 망설임 없이 “판단 착오”라고 토로했다. 일단 김정은의 행보나 발언이 나이답지 않게 노련하고 고차 방정식이라 풀기 어렵다고 했다. 대북 업무에 오래 관여해온 당국자들은 대체로 비슷하게 얘기한다. 김정은이 왕좌에 오르기 최소 수년 전부터 은밀하고 체계적으로 후계 수업을 받았을 거란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의 협상 패턴 등을 집중 분석한 미 당국자가 우리 카운터파트에게 들려준 얘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김정은을 두고 “선대를 닮았지만 유연하고 예측이 어려운 변화무쌍한 독재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정은의 수를 읽기 어려운 이유가 그의 “강한 자존심”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정은의 높은 콧대와 성과 지향적 스타일, 이 두 가지 성향이 조합돼 파생된 변수가 우리 정부의 ‘대북 협상 시나리오’에 없을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다. 우리 정부는 협상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를 때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문을 걸어 잠근 북한에서, 때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지나치게’ 신중한 대북 정책에서 찾고 있다.

아무튼 시간은 흐르고, 임기 문재인 정부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다. ‘어게인 2018’ 꿈꾸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질 않는다.

답답한 정부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초조함은 화를 부른다. 우린 수십 년 동안 북한을 상대하며 이를 ‘도발’당하며 체득했다. 종전선언에만 매달리지 말고 초조함을 눌러야 한다. 우선은 단순하지만 ‘갑갑한’ 이 의문부터 채워 넣어야 한다. 우린 김정은을 얼마나 알고 있나.

-신진우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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