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침묵 한수원 이제야 ‘탈원전 반박’ 모든 책임 文은 어쩔 건가]
[‘잡초’만 남긴 탈원전 쓰나미]
[원전 도시 울진의 눈물]
[IAEA "전세계 원전 20년내 100기 더 건설"]
[현기증 나는 한수원의 변신]
5년 침묵 한수원 이제야 ‘탈원전 반박’ 모든 책임 文은 어쩔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선언문을 읽고 있다.
원전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탈원전의 논리적 근거들을 부인하는 문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탈원전 선언문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고 방사능 영향 사망자나 암 환자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면서 원전을 더 짓거나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7000억원을 들인 보수로 가동 연한을 10년 연장시켜 가동 중이던 월성 1호기는 세월호에 비유하며 폐쇄하겠다고 했다.
한수원 답변문은 평범하고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원전과 지진의 관계, 친환경인지 여부, 사고 가능성 등에 대해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들을 나열했을 뿐이다. 후쿠시마 지진은 규모 9.0이었지만 지진만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 후에 닥친 쓰나미가 지하 발전기를 침수시켜 벌어졌다. ‘1368명 사망’이라는 것은 출처 불명의 허무맹랑한 숫자다. 어떻게 대통령이 이런 허위 사실을 근거로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선 익사자 두 명 말고는 사고가 직접 원인이 된 사망자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원전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했는데 한수원은 최근 EU가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분류한 사실을 들어 반박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원자력의 온실가스 발생량은 태양광의 2분의 1~4분의 1이라고 했다. 한수원은 또 ‘40년 이상 원전 운용에서 중요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외국에서 자랑한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위험하다며 탈원전한다더니 외국에선 안전하다고 자랑한 것이다.
한수원은 문 대통령 탈원전에 아부하려고 본업인 원전보다 태양광 사업에 정신을 팔았다. 그러다 정권 말기가 되자 ‘원자력은 친환경’이라며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정권 사람들도 말을 흐리며 물타기를 한다. 5년 탈원전의 막대한 피해는 말장난으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문제를 일으킨 문 대통령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조선일보(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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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만 남긴 탈원전 쓰나미
탈원전 5년, 무너진 60년 원전산업
지난달 16일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단지에 있는 원자력발전 부품 업체 D사. 이 회사 사장은 전날 통화에서 “직원들 다 정리하고, 사업에서 손 뗐다. 더 할 말도 없고, 여기 내려와 봐야 볼 것도 없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건물 외벽엔 큼지막하게 D사 간판이 붙어 있지만 정작 사무실 입구에는 ‘수출포장목재건조기’ ‘화목보일러’ ‘목공기계’ 등 원전(原電)과 상관없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D사는 2000년대 초부터 두산중공업에 주 기기 부품을 납품할 정도로 원전 부품 분야에서 강소 기업으로 꼽혔지만 이젠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2021년 12월13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 건설현장의 모습.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여파로 건설이 중단된 채 방치되어 있다/김동환 기자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에 있는 원전 부품 업체 S사는 탈원전 전인 2016년만 해도 전체 매출의 80%를 원전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800평 규모 공장 안에 원전 부품은 하나도 없었다. S사가 생산 시설을 늘리려 분양받은 2공장 터엔 잡초만 무성했다. S사 이사는 “올 초 신고리 6호기에 납품한 뒤로 원전 매출은 영(0)”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원전 전문 업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명함에서도 원전을 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성해왔던 중소 부품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던 한국 원전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 국내 최대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원전 관련 신규 계약은 2016년 2786건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1172건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두산과 납품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도 320곳에서 227곳으로 급감했다. 원전 공기업의 한 임원은 “5년짜리 정권이 60년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며 “정권이 바뀌고 원전 시동을 다시 건다 해도 산업 생태계를 되살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남아있는 기술 인력과 인프라를 유지하려면 신한울 3, 4호기부터 공사를 재개하는 게 시급하다”며 “최소한 국내 원자력 기술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년째 방치된 울진 신한울 3·4호기 부지 - 지난달 13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 내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에는 원자로가 들어설 자리를 표시한 시멘트 기둥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7000억원이 투입됐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5년째 방치돼 있다. 원전 산업에 의지해온 울진 지역 경제는 침체 늪에 빠졌다. 사진 멀리 보이는 원전은 올해 준공을 앞둔 신한울 1~2호기다. /울진=김동환 기자
박현철씨는 창원에서 원전 부품사 두 곳을 운영했다. 원전 셸(shell·원자로 내부 구조물) 가공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아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일본 도시바나 GE에도 납품했다. 박씨는 2016년 600억원을 투자해 2만평 규모의 가포 공장을 세웠지만 탈원전 이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2018년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결국 이 공장을 조선 기자재 업체에 매각했다. 인근에 있는 봉암 공장도 2020년부터 1년 동안 기업 회생 절차를 거쳐 반도체 장비 업체에 매각했다. 그사이 직원 350여 명은 뿔뿔이 흩어졌고, 박씨는 신용 불량자가 됐다.
원전 부품을 만드는 K사는 2017년 매출이 반 토막 나더니 2018년부터 4년 내리 적자를 봤다. K사 대표는 “일 다 끊기고 결딴났어”라고 했다. 창원의 부동산 업자는 “대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많아 경매로 넘어간 업체가 수도 없이 많았다”며 “원전 중소 업체는 거의 전멸”이라고 말했다.
“허공에 메아리죠. 정부고 뭐고 다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뭘 한다고 죽은 회사가 살아나나요.”
창원의 원전 부품사 C 대표는 “원전의 ‘원’ 자도 꺼내지 말라는 게 이곳 분위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창원 지역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에 항의해봤자 정권 내내 달라지는 건 없고, 오히려 (언론에) 실명으로 나간 기업이 세무조사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회사 힘들다는 얘기에 은행이 득달같이 달려와 대출을 회수하려 해 아예 입을 닫았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 이후 국내 원전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2010년 16조7580억원에서 2016년 27조4513억원까지 증가했다. 2017년 처음으로 감소하더니 2019년 20조7317억원으로 3년 만에 7조원 가까이 줄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또 두산중공업 등 원전 공급 업체의 2019년 매출은 3조9311억원으로 2016년(5조5034억원)보다 30% 가까이 급감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은 발주가 마르면서 2012년 이후 이어져오던 20조원대 매출도 무너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수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자금을 동원하는 능력에서 뒤지는 한국 기업이 러시아·중국을 제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수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재희 기자, 조선일보(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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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도시 울진의 눈물
지난달 13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앞. '100만명의 국민이 원한다. 신한울 3·4호기 원전 공사 즉각 재개하라'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공론화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대형 플래카드 5장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한울본부 쪽으로 들어서자 한울 원전 1~6호기 옆에 건설을 마무리한 신한울 1·2호기가 보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완공 15개월 만에 뒤늦게 조건부 운영 허가를 내준 신한울 1호기는 시험 운전 중이다.
신한울 1·2호기 바로 옆 넓은 공터엔 전신주 모양의 긴 시멘트 막대 2개가 꽂혀 있었다. 애초 지금쯤이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돔 건물이 들어섰어야 할 자리였다. 대신 말라비틀어진 잡초만 무성했고, 2년 전 찾았을 때만 해도 없던 폭 2m인 개울이 생겼다. 신한울 3·4호기엔 이미 7000억원이 투입됐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5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전 산업 생태계는 붕괴했고, 원전 건설과 운영에 의존해온 울진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일자리가 없어지자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소비가 줄고, 장사가 안 되니 가게 문을 닫으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원전 건설 중단, 일감 끊기자 울진 떠나
한수원과 울진군청에 따르면 2011년 12월 기초 굴착 공사가 시작된 신한울 1·2호기의 연평균 건설 인력은 46만5584명으로, 하루 평균 1764명에 달했다. 지금은 공사가 마무리돼 남은 인력은 700명이 안 된다. 건설 부문 협력업체 관계자는 "신한울 1·2호기 마무리 공사까지 끝나면 새로운 일감을 찾아 이곳(울진)을 떠나야 한다"며 "어딜 가서 일감을 찾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기공사를 담당한 협력업체 직원은 "10여 년째 원전 건설 현장에서 일해왔지만, 원전을 더 짓지 않으니 보수 작업 현장을 찾아 떠돌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찾은 울진군 북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엔 녹슨 철근과 파이프, 시멘트 배관과 벽돌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시멘트 골조엔 '무단 출입금지'라는 붉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대지 4600여 평에 5층짜리 9동(棟) 120가구 규모로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3개 동만 5층까지 지었고, 나머지 6개 동은 자금난으로 기초공사 단계에서 중단됐다. 건설업자 전모씨는 "울진 원전을 보고 경남 양산에서 이곳으로 와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 남은 것은 빚과 아픈 심신(心身)뿐"이라고 했다. 그는 "총공사비 120억원 중 40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 여파로 자금줄까지 막혀 은행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67조 경제 효과 날아가
울진군이 한국원자력학회에 의뢰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 연구 용역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울진 지역에 연간 1조1198억원(발전 사업 1조660억원, 지원 사업 448억원 등)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원전 60년 가동 기간을 감안하면 울진군의 경제 효과 손실은 67조원, 고용 피해는 24만3000여 명에 달한다. 울진군청 관계자는 "세수 감소로 일자리가 계속 줄면서 지역 경제가 쇠락하고 인구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16년 5만1738명이던 울진군 인구는 작년 11월 말 4만7928명으로 감소했다. 울진군 재정자립도는 2017년 17.4%에서 작년 14.6%로 떨어졌다. 2017년부터 작년 11월까지 울진군 음식·주점 722곳이 문을 닫았다.
장유덕 울진군의회 원전관련특별위원장은 "탈원전으로 울진군 상가 공실률은 20%, 숙박업소 공실률은 40%에 육박한다"며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지역 주민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시작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운동'은 지난 9월 말 100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겼다.
-울진=안준호 기자, 조선일보(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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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전세계 원전 20년내 100기 더 건설"
건설 검토중인 원전도 330기
탄소 중립 흐름 속에 에너지 위기까지 닥치자, 재생에너지 약점을 보완할 에너지원으로 세계가 다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원전이 기후변화 대응 운동의 주류가 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7일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1월 세계 32국에서 원전 440기가 가동 중이다. 또 50기가 건설 중이다. 계획 중인 원전은 100기이며, 추가로 330기가 건설 제안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10~20년 내에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여 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IAEA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도 "2050년 원전 설비 용량은 2020년의 두 배를 웃도는 최대 792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와 2050년까지 470MW(메가와트)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16기를 영국 전역에 건설하기로 했다. 영국은 2020년 기준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42%에 달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북해 풍력발전 감소로 에너지 위기를 겪자 원전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 원전 1기를 운영 중인 네덜란드는 지난달 중순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해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추가로 2기를 짓기로 했다. 폴란드도 석탄 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40년까지 원전 6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프랑스도 2035~2037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곧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카자흐스탄은 50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러시아 원전건설사 로사톰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란도 신규 원전 건설에 400억달러(약 4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 중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탄소 배출 없는 '무공해 전력'의 하나로 원전을 명시했고,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신규 원전을 150기 이상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재희 기자, 조선일보(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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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나는 한수원의 변신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공소장을 보면, 2017년 7월 25일 취임한 백운규 산업부장관은 8월 2일 내부 회의에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의 교체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때 이 사장은 임기가 2년 3개월이나 남아 있었다. 넉 달 뒤인 12월 4일 검찰이 이 사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별건 수사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한 달여 뒤 물러났다. 그가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건설 재개’ 지지 입장을 밝혀 정권에 밉보인 게 결정적 문제였을 것이다.

▶2018년 4월 취임한 후임 정재훈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 냈던 ‘직무 수행 계획서’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가급적 연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월성 1호기 폐기를 약속하고 사장이 된 것이다. 정 사장 취임 한 달 뒤 탈원전에 비판적인 사외이사 세 명이 모두 우호 인사들로 교체됐다. 다시 한 달 후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즉각 폐쇄가 결정됐다.
▶정 사장은 취임 넉 달째부터는 ‘한수원이 원자력을 넘어선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신재생까지 포괄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며 ‘신사업 발굴팀’이란 것도 발족시켰다. 당시 한수원 사명(社名)에서 ‘원자력’을 빼는 걸 검토한다는 소문까지 났다.
▶최근엔 한수원이 세계 최대 수상 태양광을 건설한다고 부산하다. 2018년 10월 정부가 10조원을 들여 새만금에 태양광 등 초대형 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여기서 1차로 300㎿급 수상 태양광의 주관 사업자로 선정됐고 전체 수상 태양광 설계와 15㎞ 송변전 설비 공사까지 수주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지난 17일 한수원이 설계 업무를 면허가 없는 현대글로벌에 수의 계약으로 맡겼다면서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글로벌은 수주한 뒤 이를 통째로 면허를 가진 다른 엔지니어링사에 하도급으로 넘겨 손도 안 대고 33억원을 벌었다.
▶정재훈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됐으면 좋겠다”는 의외의 발언을 했다. 그러더니 최근 한수원은 “원전은 환경 보전에 유리한 초(超)저탄소 에너지원”이라며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해 지원해달라는 입장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정부 내에서 탈원전을 재고하자는 말들이 나오는 분위기다. 풀이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는 말이 있다. 한수원의 변신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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