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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반중 ‘분노 버튼’을 누른 것은] [‘韓中 수교 30주년’.. ] ....

뚝섬 2022. 8. 24. 09:30

[MZ세대의 반중 ‘분노 버튼’을 누른 것은]

[‘韓中 수교 30주년’.. 中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은 中과 무덤 위서 춤출지, 美 핵우산 유지할지 자문해야”]

 

 

 

MZ세대의 반중 ‘분노 버튼’을 누른 것은

 

[글로벌 이슈]

 

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 선수(오른쪽)가 올 2월 베이징 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중국 선수 2명을 추월하는 모습. 이 과정에서 황 선수가 반칙을 했다며 실격 판정이 내려졌고, 이후 오심 논란이 불거져 국내에 반중 여론이 일었다. 뉴시스

 

중국어 하나만 제대로 해도 먹고살 걱정 없다”는 말이 통하던 시절에 필자는 대학입시를 치렀다. 당시 중어중문과는 ‘핫하게’ 떠오르는 학과였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몇 년이 흘러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던 때였다. 20여 년이 지난 요즘은 달라졌다. 여러 대학에서 중어중문과가 폐과되고 중국 관련 교양강좌는 폐강되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는 중고교생도 줄어 지난해 중고교 교사 임용시험에서 중국어 과목 선발 인원은 ‘0명’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수교 당시엔 우리와 규모가 비슷했던 중국 경제는 30년 새 한국의 10배로 커졌다. 한중 무역 규모 역시 47배로 늘어 중국어 능통자를 찾는 수요가 많아질 법한데 중국어의 인기는 식어버렸다. 며칠 전 동아일보가 2030세대를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달라진 세태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은 물론이고 북한보다도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팀은 한중 MZ세대 10명씩 총 20명을 심층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한국 청년들의 말에는 중국을 바라보는 3가지 관점이 녹아 있었다.

 

우선, 중국이 강대국인 건 맞지만 ‘강대국의 국격’을 갖췄다고는 보지 않는다. 탈권위주의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한국의 2030세대는 경제·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선진국 시민의 눈으로 중국을 바라본다. 공산당 일당 체제하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홍콩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을 보며 ‘가치의 거리’를 느끼는 것을 넘어 국가화된 ‘꼰대’에 가깝다고 여긴다.

둘째,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많지만 경제·안보 분야 영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0%를 넘어섰고,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걸 2030세대는 잘 알고 있다. 중국이 2016년 한국에 ‘사드 보복’을 자행한 것 역시 그들은 직접 목격했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만 같아 답답하지만 국익을 생각하면 중국에 등 돌릴 수도 없다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에 직면하는 게 2030세대의 세 번째 감정 경로다. 여기에 과거 수세기에 걸친 중국과의 비대칭적 관계, 6·25전쟁 때 서로 총을 겨눴던 역사적 기억까지 겹쳐지면 무력감은 적대감으로 번진다.

 

본보 인식 조사에서 2030세대가 중국에 비호감인 이유로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가장 많이 꼽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를 고압적으로 대해 온 중국이 전통문화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건드린 것이다. 2030세대의 반중 정서는 이처럼 구조적으로 누적된 감정이다.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게 반일 감정은 깊이 잠재해 있으면서도 일상에서 체감되지 않는 ‘휴화산’이라면 반중 정서는 언제든 용암이 솟구칠 수 있는 ‘활화산’이다.

본보 심층 인터뷰에 응한 중국 2030세대 10명의 답변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에 대한 한국 청년들의 ‘분노 버튼’은 달궈져 있는 데 비해 중국 청년들은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한국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엔 위협이지만 각자 자국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란 취지로 말했다. 김치·한복 논란에 대해선 “문화란 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다. 기원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며 무덤덤해했다. 한국인들의 비판을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그래도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는 태도는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는 뜨겁고, 상대는 차가운’ 한중 미래세대의 구도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격화로 우리 정부가 어느 한쪽의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반중 감정은 균형 있고 냉철한 외교 전략을 추진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국내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고, 반중 여론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3연임을 시도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 반중 감정이 반한 감정을 자극해 한국 기업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

MZ세대의 반중 정서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우리 정부는 엄중한 국제 정세에 대응하고 현명하게 중국을 활용하기 위해 반중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러 대안이 필요하겠지만 중국과 대등한 외교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세 외교’는 타오르는 반중 감정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신광영 국제부 차장, 동아일보(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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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교 30주년’.. 中 어떻게 볼 것인가

 

“짱깨주의가 잘못된 인식 불러” “거칠어진 中이 반중정서 자초”

 

《한국과 중국은 이달 24일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30년을 다져온 이웃 관계지만 양국 관계는 요즘 살얼음판이다. 중국의 한류 금지령과 경제 보복 여파가 이어지며 한국인의 중국 비호감도는 사상 최악 수준인 80%대로 치솟았다. 중국은 한국의 ‘칩4 동맹’ 참여를 견제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정상화 움직임에도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중국-러시아 대 서방으로 양분되는 신냉전 구도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중심의 대외 정책도 한중 관계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대중 정책 방향을 놓고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국 때리기’에 맞서 중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결국 핵심은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

동아일보는 그 해답을 모색하고자 김희교 광운대 교수와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간 지상 대담을 진행했다. 인터뷰는 교수실과 본사 회의실에서 각각 이뤄졌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푸단대에서 중미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지 ‘역사비평’ 편집위원을 지냈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해 화제가 된 ‘짱깨주의의 탄생’을 썼다.


“中에 서구 기준 적용은 무리… 대중 봉쇄정책과 억압이 문제”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자신의 교수실에서 짱깨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저서 ‘짱깨주의의 탄생’에서 중국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현재 한국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보는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공포심, 경계심 같은 것은 다른 국가에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반중 감정이 다른 국가보다 20% 정도 더 높게 나타난다. 안보적 보수주의자들이 신냉전 구도에 올라타 동맹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짱깨주의를 이용한 탓이 크다고 본다. 중국인에 대한 유사인종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비판적 대중 인식이 중국이 가진 문제 자체로 야기된 결과는 아닌가.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관행, 국제규범과 질서 훼손, 인권 침해 등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200년 넘게 발달해온 서구의 자본주의와 달리 중국은 이제 겨우 40∼50년 된 단계인데 이를 똑같이 비교, 비판하는 건 맞지 않다. 중국도 이젠 덩치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그에 맞는 국제적 룰에 따르려는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 서구의 시각에서는 아직 미흡하지만 중국은 굉장히 발전해왔다. 인권의 경우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서구의 완벽한 인권 수준을 다 충족시키는 게 가능할까. 중국이 강대국이라지만 여전히 개인소득 1만 달러 수준에 지역 빈부 격차가 엄청나다. 신장위구르에서는 잦은 테러를 방지할 필요성도 있다.”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비난과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도덕적 관점에서는 안 될 일이지만 국제정치학적 측면이나 힘의 논리로 볼 때 중국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국이라는 거대 패권국이 중국을 작심하고 봉쇄하려는 것에 대해 중국이 느끼는 위협 수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다. 중국이 미국의 억압을 견딜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해 서구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거다.”

―중국을 정당화해주는 논리 아닌가. 중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평가받는다.

“당연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짱깨주의의 탄생’을 쓴 뒤 중국에서 돈 받아먹었냐는 비난도 받았다. 그래도 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짱깨주의가 급속히 퍼지는 것이 걱정스럽고, 자꾸 20세기적 냉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에도 위기감을 느낀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다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미 배치된 사드의 기지 정상화 수준으로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스탠스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추가 배치의 경우 수사적인 반발을 넘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다. 중국 견제용 반도체 동맹에 가입하는 문제는 ‘한국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려 한다’고 판단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군사적으로 한미일 3각 동맹 체제를 맺으려는 것에도 중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대중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힘이 있다. 삼성이 지금 메모리반도체의 60% 이상을 생산하는데 그 힘만으로도 굳이 미국이 강요하는 ‘칩4 동맹’에 가입하지 않고 버텨낼 힘이 충분하다고 본다. 중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하던 초기에는 겁먹은 듯 수세적이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보인다. 3년째 당하면서 별 게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도 이제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아니라 안세경세(安世經世)로 가야 한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시스템도 다변화시키는 다자주의 다극 체제가 답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정치대와 홍콩 중문대 방문연구자로 활동했다. 외교부 혁신위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니어(NEAR)재단이 선정한 2014년 외교안보부문 학술상 수상자다.

“인권과 불공정 문제 제기하되 中 인한 손상과 비용 고민을”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본보 회의실에서 미중전략경쟁이 한중관계에 갖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한중 수교 30주년이 됐지만 중국을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더 냉담해진 것 같다.

“한중 관계는 단순히 양자 차원에서만 보기 어렵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가 중요한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국 경제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것에서 경쟁적으로 바뀌는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느끼는 위협 의식이 그만큼 커진 거다. 또 한 가지, 중국공산당 정부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정통성 강화를 시도하면서 자국 중심적 언행을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역사적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반발과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편견과 오해 등으로 한국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한국은 중국과 이념, 정치 체제, 역사적 기억이 모두 다르다. 과거 강대국-약소국 관계였기 때문에 한국이 느끼는 중국은 위협, 두려움이다. 굴욕적인 역사적 경험에 대한 기억이 강하다. 반면에 중국은 과거 주도했던 동아시아 국제 질서, 즉 주종적이고 위계적인 질서 속에서의 한반도를 생각하고 있다. 국가정체성도 다르다. 한국의 정체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한 것에서 온다. 중국과는 근원적으로 차이가 있다.”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후 중국의 경제보복은 관계 악화를 가속화시켰다. 사드는 또다시 양국 관계의 뇌관이 될까.

“중국은 이른바 ‘3불(不) 협의’ 이후 사드 언급을 자제해왔는데, 이제 그 봉인이 해제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기지 정상화를 도발로 간주할 거다. 그리고 반드시 보복할 거다. 중국은 역사, 문화적으로 보복의 나라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중국 속담이 있을 정도다. 중국은 다양한 보복 옵션들을 패키지로 준비해 놨을 것이다. 시기와 수위는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칩4 동맹’ 가입도 보복을 불러올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고 보나.

“반도체 기술의 향상이나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 된다. 다만 미국도 아직 구체적인 복안이 없어 보이고 복잡한 실행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를 거친 뒤 참여해도 늦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반도체 협력을 이끌어내면서도 중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을 공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세계 어느 국가도 중국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휘청거리긴 했지만 중국은 또한 놀라운 회복탄력성도 보여줬다.”

―중국은 불공정 무역관행, 인권 침해 같은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시장주의에 기반해 번영해온 통상국가다. 국제 규범에 위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확히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신장위구르나 홍콩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다만 그로 인한 외교적 충돌과 비용을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국가 차원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전문가 그룹이 나서고 국제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게 방법일 수 있다.”

―향후 대중정책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 중국에서 얻을 혜택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를 논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우리에게 입힐 손상, 치르게 할 비용을 더 고민하면서 대중 정책을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조화롭게 이익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게 핵심이다. 최소한 중국을 적대적으로 돌리지는 말아야 한다. 최대 효과보다는 최소 비용을 추구하는 것, 위기관리를 하는 것, 여지를 두는 외교공간을 확보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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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中과 무덤 위서 춤출지, 美 핵우산 유지할지 자문해야”

 

[미어샤이머 美시카고대 석좌교수]

 

국제정치학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중 패권 전쟁이 새로운 냉전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미국과 더 밀착하고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 제공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간선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가 이어지면서 국제 질서가 다시 한번 거세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간 패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3·9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국은 미중 간 줄타기를 계속할지,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할지 결정할 시험대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미중 패권 전쟁을 정확히 예측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75)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질서의 향방과 한국의 나아갈 길을 들었다.》

“한국은 자신의 무덤(tomb) 위에서 중국과 함께 춤을 출지 아니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선택해 (미국의) 핵우산을 머리 위에 유지할지를 물어야 한다.”

미국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석학으로 꼽히는 미어샤이머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보다 더 격화되면서 미중 간 줄타기 외교를 해온 한국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냉전 당시 옛 소련보다 훨씬 강한 중국을 상대하려는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을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또 “한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확장 억지력으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을 넘어선 한미일 3국 동맹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미중 갈등을 어떻게 평가하나.

“냉전은 경제, 이념, 정치, 군사 등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치열한 안보 경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에 이미 냉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를 지배하고 싶어 하고, 미국 역시 중국의 지배를 막고 미국이 첨단기술을 이끄는 데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 냉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과거 냉전과의 차이는 중국이 당시 소련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직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지만 중국이 곧 미국과 동등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 30년간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어간다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될 것이다. 중국의 현재 인구는 미국의 4배 이상이다.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1인당 국민소득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세상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동맹을 규합해 중국과 맞서고 있다.

“현재 3대 강대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다. 그리고 미국이 동유럽에서 어리석은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러시아를 중국의 품에 밀어 넣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동맹이다. 미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같은 동맹국을 보유했지만 이들 모두 러시아를 봉쇄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이를 감안할 때 (동맹)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다.”

―중국은 어떤 외교정책으로 나올 것으로 보나.

중국은 의문의 여지 없이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과거보다 더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가 시 주석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더 강력해지면서 이 힘을 군사력으로 바꿀 것이다. 남중국해를 통제하고 대만을 탈환하고 (대만이 있는) 동중국해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중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라 해도 시 주석에게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려면 더 공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할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 가능성은….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다. 중국인들은 과거 아편 전쟁 같은 굴욕의 또 다른 예로 여겨 대만 문제에 분노한다. 다만 일각에서 5년, 10년 안에 전쟁을 예상하지만 (나는) 가까운 장래에는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이 아직까지는 신속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더 강해진 뒤인 15년, 20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중이 한반도에서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중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지고 한국은 미국과 가까워질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의 현상 유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한국이 이미 미국과의 동맹에 전략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한국이 한미 관계에 전념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가 될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 안보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중국이 더 강력해지고 다른 국가에 위협이 될수록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 안보는 생존의 문제이며 경제적 사안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더 큰 역할을 요구할까.

“미국은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고,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도 한국 미국 일본이 서로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이 방위비를 늘려 동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더 활발히 활동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특히 일본과 호주로 하여금 대만 방어를 돕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한국에도 대만 방어에 대한 기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한국이 한반도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그 대신 한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중국 견제 동참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텐데….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이 닥친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이 미국에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한국에 보복할 것이고 한국은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에 대한 중국의 방식은 ‘중국을 따르든지 아니면 떠나라’는 것이다. 한국은 자신의 무덤 위에서 중국과 함께 춤을 출지 아니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선택해 (미국의) 핵우산을 머리 위에 유지해야 할지를 물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무기 사용 제한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가 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의 생존이 위태로울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핵 사용이 미국을 보호하는 것에 국한되면 확장 억지력이 효과가 없다. 북핵 및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가지고 싶어 할 동기가 매우 크다. 한일이 핵무장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려면 미국은 확장 억지력 제공에 헌신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보나.

중국의 위협이 커질수록 한국과 일본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통의 위험이 있을 때는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도 더 가까이 협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동맹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더 어렵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더 강력한 국가가 되고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는 궁극적인 억지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심지어 중국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북한이 중국에 기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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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강대국은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지위에 서려는 패권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패권국의 등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보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이론을 주창해온 국제정치학계의 거두다.

1947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군 장교로 5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1974년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1980년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2년부터 시카고대 교수를 지내며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한 강대국의 패권 추구가 세계 질서를 이룬다는 현실주의를 연구해왔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지원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펴낸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이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한국과 폴란드를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로 꼽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동아일보(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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