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尹 연기만 잘하면 승리”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지금 화낼 사람은 尹 후보가 아니라 국민이다]
[野 떠난 집토끼 돌아올까]
김종인 “尹 연기만 잘하면 승리”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일정을 잠정 중단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내가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했다는 발언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의원총회에서 “선대위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선대위 전면 쇄신과 김 위원장 사퇴 여부까지 맞물려 국민의힘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와 선대위원장은) 연기자와 감독의 관계라는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당내에선 “얼마나 후보를 깔보고 하는 소린가” 등 비판이 쏟아졌다. 윤 후보는 결국 허수아비 후보, 껍데기 후보라는 것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민주당 공세도 불을 뿜고 있다.
대선 후보는 연기만 잘하라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국민을 우롱하고 모독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최고 지도자를 뽑는 대선인 만큼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실체적 리더십, 국정 운영 비전을 정확히 알고 검증해야 한다. 선대위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기자를 뽑는 게 아니다. 정정당당하지 못할뿐더러 사실상 국민의 눈을 속이자는 말밖엔 안 된다.
물론 현재의 위기 상황은 윤 후보 말대로 오롯이 후보의 탓이고 잘못이다. 부인의 경력 허위 기재나 부풀리기 논란을 단호히 처리하지 못해 지지층의 실망을 불렀다. “정말 같잖다” “미친 사람들 아니냐” 등 험한 발언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리스크는 분명히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선대위가 써준 대로 읽고, 가라는 대로 가는 게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선거에 임박할수록 후보 간 경쟁력 대결이 부각된다. 배우 노릇으로 국민 지지를 어찌 확보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연기’ 발언 파문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투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본선 무대에 오른 만큼 윤 후보는 더 이상 정치 신인이라 할 수 없다. 듣기 싫은 직언을 멀리한 것은 아닌지, 검사 마인드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다만 대선 후보 선출 후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김 위원장과의 신경전, 이준석 대표와의 파워게임에 휘말려 지난 두 달을 허송하고 대선 후보 행보에 발목이 잡힌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갈등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후보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책임도 크다. 이 대표도 당 안팎에서 ‘젊은 꼰대’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 후보는 속히 선대위 혼돈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번에 확실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 국정 운영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것이다.
-동아일보(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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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낼 사람은 尹 후보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전면 쇄신안 후속 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요구에 대해 주변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자신과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분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내 인사들은 “윤 후보가 한때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다”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불과 두 달 전인 후보 선출 직후 윤 후보는 여당 후보에 크게 앞서가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정권 유지 쪽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앞선 데다 대장동 특혜를 비롯한 여당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까지 겹쳐졌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로 역전됐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선거 판세가 급변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윤 후보가 자초한 상황이다. 거듭되는 실언과 아내 문제에 대한 뒤늦은 대처, 이준석 대표의 자해 행동,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잡음은 윤 후보가 얼마든지 예방하고 수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선거전이 시작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윤 후보는 국민이 기억할 만한 이렇다 할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실망이 지지율 급변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권 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은 윤 후보의 지지부진과 지리멸렬에 화가 나 있다. 그런데 오히려 윤 후보가 화가 났다고 하니 앞뒤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윤 후보는 새해 첫날 “만약 정권 교체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면서 “부족한 점을 고쳐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윤 후보의 그런 각오가 진심이라면 민심을 두려운 마음으로 받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 탓을 하며 화를 낼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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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떠난 집토끼 돌아올까
[여론&정치]
각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초접전부터 이 후보의 12%포인트 우세까지 다양했다. 같은 조사 회사에 의뢰해 같은 시기에 실시한 조사도 이 후보 우세가 한국일보(5.6%포인트)와 KBS(12%포인트)에선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조사에서 이 후보가 앞서면서 한 달 전까지 윤 후보가 우세했던 분위기가 달라진 게 확인됐다.
윤 후보의 침체는 20‧30대, 자영업자, 중도층 등 선거 승부를 가르는 집단의 변심(變心)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터’인 20‧30대의 선택이 달라진 것은 전략 부재와 불통(不通) 이미지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최근 칸타코리아 조사에선 한 달 전 20대 남성에서 29.9% 대 12.5%로 강세였던 윤 후보가 15.8% 대 24.9%로 역전됐다. 작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70% 이상 야당을 지지했던 20대 남성의 지지율 폭락은 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자영업자와 중도층의 지지율이 뒤집힌 것도 심각한 적신호다. 역대 모든 대선에서 자영업자와 중도층에서 뒤진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들은 ‘이념 투표’보다는 공약과 정책을 면밀하게 살피며 지지 후보를 정하는 ‘이익 투표’ 성향이 강하다. 윤 후보가 자신들의 삶에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칸타코리아 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에 부정적이면서 동시에 정권 교체를 원하는 ‘강력한 야권 성향층’이 45%였다. 이와는 반대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강력한 여권 성향층’은 31%에 머물렀다. 유권자 지형(地形)이 야권에 훨씬 유리하지만 윤 후보는 고전 중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반문(反文) 성향의 정권 교체론자인 ‘집토끼’가 언젠가 돌아올 것으로 믿고 싶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더구나 정권 교체론자 중엔 안철수 후보 쪽으로 눈을 돌리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 지지자의 70%가 ‘정권 교체를 위해’ 지지한다고 했고 ‘후보 능력과 정책’은 10%에 그쳤다. 정권을 교체해줄 다른 후보가 부각된다면 윤 후보 지지자의 상당수가 지지를 바꿀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다.
지지율 상승은 상대의 헛발질로 인한 반사이익의 영향이 크지만, 지지율 하락은 스스로의 역량 부족과 내홍(內訌) 등 내부 문제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을 ‘상대의 더티 플레이’ 등 바깥에서 찾아봐야 소용없다. 야당에선 선거 때 흔하게 접할 수 있던 대국민 ‘슬로건’이 무엇인지도 들리지 않고, 내부 혼선을 정리하는 강력한 리더십도 안 보인다. ‘떠나간 집토끼’에게 돌아올 명분을 주지 않는다면 이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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