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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행복’ 공약은 뭐가 있나] [연금·건보만은 무책임한 선심 대신 .. ]

뚝섬 2022. 1. 10. 06:20

[‘국민 행복’ 공약은 뭐가 있나] 

[연금·건보만은 무책임한 선심 대신 개혁 공약 내놓으라] 

 

 

 

국민 행복’ 공약은 뭐가 있나

 

[朝鮮칼럼]

경제·경영서가 잘 팔리는 책 1위이고
행복 비결 으뜸으로 ‘돈’을 꼽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탈모’나 ‘멸치콩’ 말고 국민에게 어떤 행복을 약속할 수 있나
 

 

신년 들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로 ‘돈룩업’(Don’t Look Up)이 있다.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게 핵심 플롯이다. 왜? 양극화한 정치는 ‘하늘 쳐다보지 마’(돈룩업) ‘쳐다봐’(룩업)를 외치며 서로를 가짜 뉴스로 몰아세우고, 세속화된 미디어는 인류 멸망 뉴스마저도 엔터테인먼트로 포장하며, IT 기업 창업자는 혜성을 주식과 코인 가격 띄울 호재로나 다루기 때문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메릴 스트리프 등 할리우드 스타가 총출동하고 돈룩업의 세상이 현실인지 영화인지 헷갈릴 만큼 풍자와 패러디가 일급인데, 정작 내 관심을 끈 지점은 다른 데 있었다.

 

마침내 그날, 믿지 않던 사람마저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혜성이 가까이 온 저녁. 첫 발견자인 천문학자 가족이 최후의 만찬을 가진다. 다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백하는데, 천문학자 아들이 말한다. 집 뒷마당에서 뛰놀다 잠들었던 소년 시절, 아침에 깨어나니 아기 사슴이 자기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대선이 코앞인 신년 벽두의 대한민국에서 한가하게 아기 사슴 운운이냐고? 내친김에 느슨해 보일지 모르는 화제를 하나 더 인용해보자. 지난해 말의 미국 퓨리서치센터 설문조사.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스페인 등 전 세계 17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물었는데, 건강이나 가족을 꼽은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1위로 선택했다는 뉴스 말이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국가라는 꼬리표가 민망했던지 자존심을 지키려는 반박들이 있었지만, 곧 흐지부지됐다. 유감스럽게도 이 유쾌하지 않은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다른 조사와 통계가 잇따랐으니까.

 

전 세계 사회과학자들이 40년 넘게 계속하고 있는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가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간은 경제력이 커질수록 생존 그 자체보다 자기표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가치관이 변화하는데, 한국만은 예외였다. 1인당 국민소득 1800달러 시절이던 1981년이나 3만달러를 훌쩍 넘은 지금이나, 여전히 ‘생존’을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이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이 자료를 활용하여 전 세계 52국의 관용성 수준을 평가해 봤다. 나와 다르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자녀에게 가르치겠다는 응답이 한국은 꼴찌였다. 한국의 관용성(45.3%)이 경제력 꼴찌 국가였던 르완다(56.4%)보다 낮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통계도 있다. 2021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결산에서 경제·경영 분야가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문학, 어린이·청소년책, 인문서도 모두 제쳤다. 1980년 교보문고 창업 이래 최초였다.

 

대한민국은 지금 욕망의 총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OMO(Fear Of Missing Out)의 공포. 부동산, 주식, 코인으로 다들 돈을 버는데, 자산 상승에서 나만 소외된 게 아닐까. 행복을 위해서 돈이 중요하다는 현실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균형이다.

 

스스로를 위해 종종 침대맡에서 들춰보는 시가 있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제프 딕슨 등 ‘우리 시대의 역설’ 중에서)

 

영끌로 갭투자하는 법은 자랑하지만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지는 잊었고, 100세 시대라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은 당황하기 일쑤다. 일론 머스크 덕분에 민간인들도 우주를 다녀오는 세상이지만, 정작 아파트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는 모른다.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대답할 때 머뭇거리지 않는가.

 

‘돈룩업’이 지루하다고 소파를 떠났던 필자의 초등생 막내가 인생 최고의 날에 대해서 한 말이 있다. 치과의 공포 때문에 한 달 동안 참고 다니던 송곳니 유치를 아빠가 실로 뽑아준 날이었다고. 흔들거리는 이빨 신경 안 쓰고 그날 저녁으로 먹은 라면이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고. 대통령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 인생 최고의 날은 언제였냐고. 탈모 의료보험이나 멸치콩(멸공) 같은 일회성 이벤트 말고, 국민들에게 어떤 행복을 약속할 수 있냐고.

 

-어수웅 문화부장, 조선일보(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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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건보만은 무책임한 선심 대신 개혁 공약 내놓으라 

 

대선주자들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과 탈모 카피약 약가 인하 및 신약연구 개발 지원 공약으로 탈모약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 판매중인 탈모약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선거 때 후보들이 선심성 경쟁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최근 주요 대선 후보들의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특히 재정 개혁이 시급한 건강보험과 연금 관련 공약이 그렇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일하는 어르신의 국민연금을 깎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들은 이대로 방치하면 기금이 바닥날 수밖에 없는 연금·건보의 개혁은 외면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표만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공약보다 악성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두 문제에 대해 핵심을 피해가면서 두루뭉술한 공약만 내놓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탈모약 건보 적용’이 관심을 끌자 가발과 모발 이식 수술도 건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험 제도다. 건강과 직접 관련 없는 약제는 비급여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이 후보는 이 기준을 허물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건보 재정은 2018년 ‘문재인 케어’를 시작하면서 만성 적자 구조에 빠져 있는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건보 재정을 건실하게 할 방안은 내놓지 않고 건보기금만 자기 쌈짓돈처럼 빼내 득표에 쓰려는 행태는 무책임한 일이다. 이 후보가 “연간 수십조원 (건보) 지출 중 1000억원 정도 가지고 퍼주기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한 것이 그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국민연금을 받을 때 일을 해서 월 소득이 254만원 넘으면 연금을 최대 절반까지 깎는다. 일하게 유도해도 시원찮은데 근로 의욕을 꺾는 제도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이 후보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민 연금 삭감에 반대하려면 20년 후 적자로 돌아서고 2056년 고갈 위기를 맞는 연금 기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처방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윤 후보가 “초당적인 연금개혁위를 만들어 국민 대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하나마나한 얘기만 계속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민연금과 건강 보험의 재정 고갈은 하루라도 빨리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 세대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게 된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뻔한 현실을 외면한 채 그 재정으로 선심 공약까지 내놓는 것은 수조원, 수십조원 퍼주기 공약보다 무책임한 일이다. 대선 후보들이 기본적인 윤리 의식은 갖고 있는지까지 의문을 갖게 할 정도다.

 

-조선일보(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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