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돈이 최고지?”]
[6·25 동란 때의 ‘1월 추경’까지 등장, 투표일 직전 돈 살포 준비]
[지역 화폐,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어때, 돈이 최고지?”

전국호프연합회 등 자영업자 25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1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영업제한 방역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 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찍겠다.” 두 달 뒤 대통령 선거에 누구를 찍을 것이냐 물으니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친구다. 지금까지 대선에서는 정치적 잣대를 기준으로 투표했는데, 이번에는 기준을 좀 달리하겠다는 말이다. 이런 시국에도 꼬박꼬박 급여 나오는 사람들은 지금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의 깊이를 쉬이 가늠하지 못할 것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라. 소득이 절반쯤 줄어든 상태로 2년을 견디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허리띠 졸라매고 빚으로 연명하는 삶도 한계에 이르렀다. 이젠 대출마저 불가능. 버틸 재간이 없다. 폐업의 기로에 선 사람이 주위에 숱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시작됐다. 영업제한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식당, 카페 등을 대상으로 손실액의 80%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생각보다 보상 금액이 적어 한숨 쉬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이 제도에 대해서는 대놓고 항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왜냐면 국세청 과세 자료를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보상액이 적다면, 과거에 매출을 축소해 신고했거나, 영업비용을 부풀려 절세(혹은 탈세)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료’ 앞엔 누구도 꼼짝 못 한다. 사실은 이런 기준에 따라 보상해주면 된다. 뭉텅뭉텅 100만원, 300만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던져줄 것이 아니라, 객관적 손실에 근거해 보상하면 된다. 대신 더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손실액을 100% 보상하겠다고 한다. 번지수가 틀렸다. 보상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영업제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업종뿐 아니라 주위 상권이 다 어둠에 잠긴다. 미용실, 세탁소, 꽃집, 문구점…. 업종조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하릴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럼에도 직접 제한받은 업종만 ‘핀셋’처럼 골라 보상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최소한 의무만 지겠다는 말 아닌가. 그러한 직접 피해 보상 논리에 따른다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대체 왜 줬는가? 이런 상황에도 잘되는 업체와 상권은 있어 거기로 소비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만 초래했다. 꼭 필요한 곳에 먼저 가야 하는 구휼(救恤)의 원칙을 망각했다.
게다가 손실보상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7월 관련법을 공포했으니 소급 적용은 안 된다는 이유로 그 이후 손실만 보상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정부가 그렇게 법과 원칙을 따졌던가. 어쨌든 그리하여 지난해 7~9월 해당하는 손실보상 비용이 2조 4000억 원이다. 대상자는 약 80만 업체.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는 700만명 정도고, 팬데믹 이후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70% 정도니, 업종과 상관없이 손실 자영업자 모두를 보상한대도 15조 규모면 가능하다는 셈이 나온다. 이른바 K-방역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거침없이 제한하고 600조가 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하는 동안 가장 큰 피해자인 자영업자 구제를 위해서는 대체 뭘 했나. 선거 때가 되니 이제야 부랴부랴 “자영업자”를 외친다.
이제 또 500만원을 준단다. 거기에 얹어 300만원을 더 준단다. 지나가는 사람 호객하는 모양으로 지원금을 부른다. 일단 먼저 줄 테니 남으면 나중에 돌려주라는 야바위꾼 흥정까지 한다. 거기에 어떤 업종은 되고 어떤 업종은 안된다는 식으로 ‘업종 갈라치기’까지 더한다. 그러잖아도 힘든데 “어때 돈이 최고지?”하며 놀림당하는 기분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런 ‘묻지마 지원금’이 아니다. 정확한 기준에 따른 보상이다. 더욱 많은 자영업자들이 객관적 보상의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선거 때가 되니 도박하듯 베팅을 늘리는 후보가 아니라, 진정 자영업자의 편이라 생각하는 후보를 찍겠다.
-봉달호 편의점주, 조선일보(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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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동란 때의 ‘1월 추경’까지 등장, 투표일 직전 돈 살포 준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인천 중구 꿈베이커리에서 인천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607조원에 달하는 올해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보름도 안 돼 정부가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이달 마지막 주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1월 추경’은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에 편성됐던 ‘2월 추경’보다도 빠르다. 지금 코로나로 많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쟁이나 국가 부도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작년 12월 초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 자체가 코로나 대처를 위한 초대형 규모였다. 한 달여 만에 무슨 새로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기에 더해 또 추경인가. 민주당과 정부는 대통령 선거운동 개시일인 2월 15일 이전에 추경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3월 대선 직전에 대대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인당 최소 50만원씩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주는 ‘설 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면서 불을 댕겼다. 그 후 문재인 대통령이 세수 오차 추가분을 거론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말하자 정부가 하루 만에 추경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결국 이 후보가 요구한 대선용 추경을 청와대와 정부가 받아준 것이다. 2020년 총선과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현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추경 14조원은 대부분 빚을 내 조달해야 한다. 당정은 이 중 12조원을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선(先)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본예산에 잡힌 소상공인 지원 예산 10조원이 있는데 이것은 놔두고 빚까지 내 추경부터 편성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상공인 선지원이 시급하다면 기존 예산의 불요불급한 세출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원칙이다. 당정은 정부가 작년 세금 수입을 잘못 예상한 바람에 더 걷힌 세수 오차분인 60조원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지난해 국가 부채 증가액은 이를 크게 웃도는 100조원이 넘는다. 추가 세수 오차분은 국가재정법상 나랏빚 갚는 데 먼저 쓰도록 돼있다. 전 세계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풀린 유동성 회수에 나서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는데 정부만 거꾸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문 정부의 추경 편성은 중독 수준이다. 집권 첫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이번까지 합하면 총 10차례에 달한다. 역대 정부 중 압도적인 최다 횟수다. 총 추경액도 150조원에 육박해 외환위기를 맞은 김대중 정부의 28조원이나 이명박 정부의 33조원, 박근혜 정부 51조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다. 추경 재원도 대부분 빚 내서 조달했다. 그 결과 국가부채는 11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50%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문 정부 출범 당시 36%였던 국가부채 비율이 불과 5년만에 50%대로 치솟았다.
나랏빚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한 신용등급 강등 위험선으로 다가갔는데 여당 대선 후보는 14조원 추경도 너무 적다고 한다. 나라 형편은 뒷전이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뿌려 표를 얻겠다는 계산 뿐이다.
-조선일보(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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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화폐,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朝鮮칼럼]
모든 지자체가 뛰어들어 30조 ‘공룡’이 된 지역 화폐
낙후지역 돕자는 취지 변질… 부자 지역이 더 혜택받아
그 돈 어디서 나오나누… 군가는 물어야 할 때

낙후된 지역 경제를 되살린다는 취지의 지역 화폐의 올해 발행 예상액이 당초 계획의 5배인 30조원으로 불어났다. 지역 화폐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대표적인 공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경기지역화폐 체험 행사에 참여한 이재명 후보(당시 경기지사, 오른쪽)와 연예인 김민교씨의 모습. /경기도
지역 화폐에 빠진 직장인이 주변에 많다. 현금과 다름없는 지역 화폐를 10% 할인된 가격으로 휴대폰 앱에 충전해서 사용한다. 예컨대 10만원어치 지역 화폐를 사려면 9만원만 낸다. 1만원은 세금으로 정부가 대준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정도에서만 안 쓰면 된다.
합리적 소비를 할 뿐이니 사용자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합리성의 테두리 밖으로 나간 건 정치권과 정부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치적 계산이 경제적 판단을 베어버릴 때 결과는 처참하다”고 했다. 한국의 지역 화폐는 ’돈 선거’에 취한 정치판이 경제 논리를 베는 위험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역 화폐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3000억원어치 발행됐다. 코로나 이후 발행액이 일시적으로 약 20조까지 늘어났는데 정부는 올해 이를 6조원으로 줄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열린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발행액이 15조, 25조로 슬슬 늘어나더니 결국 30조원으로 결론이 났다. 지역 화폐 발행액이 서울시 한 해 예산과 맞먹는 ‘공룡’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때는 소소하고 실험적이었던 지역 화폐를 주류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들여 지역 화폐를 활성화한 일을 그는 지금도 큰 공적으로 내세운다.
지역 화폐의 당초 취지는 낙후한 지역 상권을 돕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성격이 변질했다. 코로나 부양책 중 하나라며 중앙정부의 지역 화폐 지원금을 대폭 늘렸다. ‘낙후’와는 거리가 먼 서울시까지 지원금을 대줬다.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다 보니 결국 모든 지자체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지경이 됐다.
여당은 지역 화폐를 늘린 대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더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에게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옳다는 국민적 공감대 아래 보류됐다. 그렇다면 지역 화폐는 합리적으로 분배되나. 분석해 보니 주먹구구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서울시 지역 화폐는 80% 이상을 30·40대가 쓴다.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60세 이상의 사용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지역 화폐를 쓰기 편한 스마트폰 앱에 어르신들이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IT 기기를 잘 다룰수록 지원금을 많이 받아 가는 실상을 납득하긴 어렵다.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피해 보상금을 줄 때 코로나 전에 비해 매출이 줄었음을 까다롭게 증명하도록 한다. 지역 화폐는 다르다. 기준 없이 뿌려진다. 예컨대 지역 화폐는 많은 골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데, 골프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까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금을 꽂아주는 것이 타당할까. 논의조차 없다.
지역 화폐가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한 2020년 말에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 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얼빠졌다”고 몰아세웠다. 이 보고서가 오래된 데이터를 썼다는 것이 비난 요지였다.
송 위원은 지난해 말 최신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보고서를 새로 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밝혀졌다. 지역 화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가 쓰겠다는 예산에 맞추는 방식이어서 풍족한 지자체일수록 정부 지원금을 더 많이 타 간다는(발행액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지역 화폐로 받은 돈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표적 ‘부자 동네’ 강남구였다. 가맹점당 평균 450만원을 받았다. 중구(118만원)의 4배 수준이다. 송 위원은 “어려운 지역을 돕자고 시작한 지역 화폐의 취지와 모순되는 결과”라고 했다.
중앙정부가 주도해 지역 화폐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분배 원리가 모호하고 운영사 선정을 둘러싼 잡음 등 부수적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부겸 총리조차도 국회에서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혜택이 크게 가는 역진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비효율을 증명하는 여러 증거가 나왔음에도 여당은 ‘30조 지역 화폐’를 밀어붙였다. 대선에만 혈안이 된 야당도 질세라 동조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한번 도입된 정부 지원금을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현상 유지의 폭정’이라고 표현했다. 나쁜 정책을 수술하기보단 돈을 뿌려서라도 눈앞의 ‘한 표’를 손에 넣고자 하는 정치의 속성이 나라를 서서히 병들게 한다고 했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그래도 연방 재정을 투입해 지역 경제를 살린다면 좋다고 생각한다”는 학생의 주장에 이렇게 되묻는다. “지역을 고르는 기준은? 그리고, 그 돈은 어디서 나오지?” 지역 화폐에 대해 누군가는 물어야 할 질문이다.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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