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 ['마기꾼']

뚝섬 2022. 1. 17. 06:41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마스크 사기꾼’ 효과] 

['마기꾼']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시민들이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을 보도한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을 보고 있다./고운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인터넷 매체 관련자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을 MBC가 방송했다. 김건희 씨는 작년 7~12월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이모씨와 7시간 45분 동안 통화했다. 김씨는 “홍준표 후보 까는 게 더 신선하지 않냐”며 “캠프에 오면 1억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에게 “정보 있으면 달라. 관리해야 할 유튜브 애들 명단 좀 보내라”고도 했다. 김씨는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일이 아니었는데 (조 전 장관이) 너무 공격을 해서 검찰과 싸움을 했다”라고도 했다. 대선 후보의 아내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파일에는 무속(巫俗) 관련 발언, 남편에 대한 평가, 언론에 대한 불만 등도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 불허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선 후보 아내는 후보가 가기 힘든 곳에서 선거 지원을 하거나 조용히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씨는 윤 후보보다 더 많은 논란을 몰고 다녔다. 그는 허위 경력 의혹을 받다 뒤늦게야 사과했다.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개 사과’ 사진을 띄운 것도 김씨 주변에서 한 일이란 말이 나왔다. 후보의 아내도 간혹 언론 인터뷰를 하지만 기자와 사적으로 장기간 통화하는 경우는 없다. 대선 후보의 아내가 어떻게 남편이나 선대위도 모르게 외부인과 장기간 이런 통화를 할 수가 있나. 대선 후보의 아내는 공인이다. 그래서 캠프마다 철저히 관리하고 지원한다. 그런데 김씨에 대해선 어떤 관리나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 때도 사과까지 12일이나 걸렸다. 윤 후보가 아내 문제 건드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대위 주변에선 ‘김씨는 언터처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씨 발언이 녹취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선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이씨는 정치적 조언을 다 해줄 것처럼 접근한 뒤 사적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 그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친여 매체와 방송사에 전달됐다. 취재·보도를 할 때는 취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데 기본적 언론 윤리도 무시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MBC 보도가 나기도 전에 ‘본방 사수’ ‘시청률을 높이자’고 했다. 선관위 허가에도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은 보도해서 안 된다던 민주당이 상대 후보 아내의 사적 발언에 대해선 대선 이슈로 띄우겠다며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코로나 사태 북한 도발 같은 당면 현안이나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국가 전략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여야의 선거전에선 국가적 이슈가 실종되고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이나 가십성 사안을 둘러싼 상호 비방만 보인다. 본질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이 판치는 ‘이상한’ 선거 판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22-01-17)-

_______________________

 

 

마스크 사기꾼’ 효과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알렉산더 토도로프 교수팀이 타인의 얼굴을 보고 매력을 느끼거나, 나쁜 인간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사했다.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첫인상으로 남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윤리적이지 못할 순 있어도 과학적 타당성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인류의 조상은 눈앞에 나타난 짐승이 맹수인지 사냥감인지 한눈에 간파해야 했다. 잘못 판단하면 목숨을 잃었다. 뇌과학에선 이처럼 불충분한 정보를 ‘얇은 조각(thin slicing)’이라 한다. 사람끼리 갖는 첫인상도 그런 얇은 조각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첫인상을 결정할 때 눈을 가장 먼저 본다. 니캅(베일)으로 눈 아래 얼굴을 가리는 아랍 여성들은 눈 화장에 온 정성을 쏟는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코로나 사태는 이런 눈 화장을 세계적 신드롬으로 만들었다. 한국 홈쇼핑 채널들은 “지금은 눈썹이 정말 중요한 시대”라며 눈 화장 제품을 판다. 눈 화장품 매출이 코로나 이전보다 9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마스크 쓰고 면접장에 가는 청년은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눈 트임 같은 눈매 교정 수술도 받는다.

 

▶얼굴 일부를 가린 이성을 민얼굴 이성보다 매력적으로 보는 현상을 ‘마기꾼(마스크+사기꾼)’ 효과라고 한다. 영국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여성 43명을 대상으로 남성의 매력을 평가하게 했더니 매력적이지 않은 남성의 점수가 민얼굴 때는 1.8점에 머물렀지만, 마스크를 쓰면 2점을 넘기는 거로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자기에게 편리하게 해석하려는 인간 뇌의 편향성이 발현된 것이다.

 

제한된 정보만 주는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심리는 남녀가 적극적으로 짝을 찾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반면 선거에선 불합리한 선택을 조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에서 상·하원 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권자 호감도를 조사했더니 호·불호를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5초에 불과했으며, 주로 외모와 말투 등으로 판단했다. 이는 투표 결과에도 반영됐다.

 

▶다행히도 ‘얇은 조각’ 효과는 지속적이지 않다. 반복적으로 만나는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마스크 너머 눈빛이 아니라 약속 지키기라고 한다. 특히 첫 번째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행동에도 첫인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과 달리 현대 유권자는 후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투표장에 가기 불가능하다. 부족한 인상 정보에 좌우되기보다 어떤 후보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따져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1-17)-

_______________________

 

 

 ‘마기꾼’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진행한 ‘마기꾼(마스크+사기꾼) 대회’에서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폭발했다. 마스크 착용 사진과 벗은 사진이 다른 ‘반전’에 진행자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고등학생 같았던 동안이 푸근한 아줌마 인상으로 확인되면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마스크를 썼을 때 얼굴이 더 예쁘거나 잘생겨 보인다는 의미의 ‘마기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겨난 신조어다.

 

▷‘마기꾼’의 실체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연구 결과 마스크를 쓴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해 이성(異性)들이 평가한 매력 점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보다 높았다. 외모 호감도가 낮은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경우 매력 평가 점수가 최대 42% 올랐다는 지난해 미국 성형외과협회 연구도 나와 있다.

▷연구진은 ‘과장을 일삼는 뇌의 작동 원리’를 이유로 설명한다. 마스크를 쓰면 시각 정보가 눈에 집중되는데, 그 나머지를 뇌가 메우면서 전체를 더 멋지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인 닉 채터가 분석했듯 ‘훌륭한 이야기꾼’인 뇌가 일종의 자동 완성 기능에 희망적 상상력을 결합해 인간을 속인 셈이다. 바이러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는 의료 전문가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점수는 더 올라간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마스크 착용자는 감염병에 걸린 환자나 범죄자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지난해 2월 캐나다 요크대는 마스크 착용 시 사람을 알아보는 인지능력이 15% 떨어지고 상호 교감이나 소통에도 방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바이러스 차단 외에 다른 목적을 마스크에 가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정치 구호나 환경 캠페인 문구 등을 적어 넣어 메신저로 활용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 옷 색깔과 조화를 맞추거나 화려한 장식을 넣은 마스크로 패션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전문가와 의료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마스크를 써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반기고 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추는 마스크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마스크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거나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스크가 없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마스크의 존재감은 코로나19 기세가 꺾이더라도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위드 마스크’ 시대에 외모와 내면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마기꾼 효과’를 기대한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2-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