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약자 노동자 위해 민노총 돌멩이 견디겠다”]
[민노총 집회서 “전 국민 철밥통”, 실제 그런 공약 던지는 여야 후보들]
[표 되는 공약은 뭐든 베끼는 대선판, 정치 불신만 키운다]
“1500만 약자 노동자 위해 민노총 돌멩이 견디겠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재열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 쪽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뉴시스
민주노총의 조직실장·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던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정부 주도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민노총이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맞겠다”고 했다. 한 총장은 고용노동부가 이달 초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을 위해 발족시킨 상생(相生)임금위원회에 13명 전문가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으나, 민노총은 그의 사퇴 또는 전태일재단에서의 축출을 요구해왔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45% 정도다. 비슷한 일을 하는데 임금·근로조건은 턱없이 차이 난다. 이런 노동시장 이중(二重) 구조와 불공정 해소는 최급선무 노동개혁 과제다. 하지만 민노총은 상생임금위원회가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반(反)노동 기구이며 정부 노동 개악(改惡)에 명분만 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생 개혁의 핵심은 경력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연공형 임금 체계를 바꿔 일과 성과에 따라 주는 직무급·직능급으로 이행해 가는 데 있다. 현재 300인 이상 대기업의 62.3%가, 노조가 있는 기업의 69.4%가 호봉급을 채택하고 있다. 연공형 임금을 직무급·직능급으로 바꾸면 기업은 더 많은 젊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중·고령 직원들을 고임금 부담 때문에 희망퇴직·명예퇴직 등 방법으로 일찍 퇴직시키고 있다. 또 기업은 강성 노조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에게 고임금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비용을 하청 협력사와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51.5%인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0.2%밖에 안 된다.
한석호 사무총장은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세 기업 1500만명 노동자 다수는 연 2만달러(약 2600만원)가 안 되는 임금·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지불 능력과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는 (영세 기업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위원회에 참여했고 그것이 전태일 열사가 했던 일”이라고 했다. 민노총이 한 총장의 위원회 참여를 방해하는 것은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을 올릴 경우 민노총 주력 세력인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신세대 MZ 노조가 민노총의 반미·반정부 정치 투쟁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확장돼 군비를 감축하면 남는 재원을 복지, 노동자 예산으로 쓸 수 있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이런 의식 구조의 사람이 민노총 지도부에 있는 한 민노총은 힘없는 영세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군(友軍)은커녕, 자기 특권을 지키는 노노(勞勞) 착취 세력일 뿐이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 민노총 개혁보다 시급한 과제가 없다.
-조선일보(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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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집회서 “전 국민 철밥통”, 실제 그런 공약 던지는 여야 후보들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오는 3월 대선에 출마하는 이재명 민주당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2022.01.17 이덕훈 기자
민노총 등 ‘전국민중행동’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연 대규모 집회에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불평등 세상을 갈아엎자” “주거·교육·교통·의료의 공공성 보장하자”고 연설했다. 또 민노총 금속노조 출신으로 이번 대선에 출마한 이백윤(무소속) 후보는 자신을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라고 소개하면서 “철밥통이 문제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 전 국민의 철밥통 시대를 열어가자”고 했다.
흔히 ‘철밥통’이라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때 되면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공무원 등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아예 전 국민을 철밥통으로 만들자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의 환심을 사기도 어려운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즘 여야 대선 후보들이 던지는 공약을 보면 ‘전 국민 철밥통’식 엉터리 주장과 무엇이 다른지 헷갈릴 정도다.
대선 후보들은 나라의 살림 여건은 완전히 외면한 채 수십조, 수백조 원짜리 선심성 공약을 마구잡이로 던지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지어 공급하겠다고 했다. 한 채에 평균 3억원 정도 건설비가 드는 것을 감안하면 약 3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임기 중 250만채를 공급하겠다며 그중 30만채는 ‘청년 원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약 90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 기본대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원가주택’ 공약 같은 것들은 ‘전 국민 철밥통’과 다를 바 없는 포퓰리즘이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사병 월급 200만원, 모든 학생에게 디지털 학습 기기 지급, 비정규직 공정수당 등 후보들의 돈 뿌리기 공약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모든 곳, 모든 분야에 있는 국민에게 전부 돈을 뿌려서 표를 긁어모으겠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 그 뒤에 어떤 결과가 올지 후보들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탈모 치료제 살 돈을 지원하겠다고 해서 화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발 이식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데엔 할 말을 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짜 철밥통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정책이다. 여기에 필요한 노동시장 개혁이나 연금 개혁, 공공부문 개혁, 재정적자 축소, 규제 완화 같은 ‘좋지만 입에 쓴 약’에 대해선 여야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표만 주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겠다는 정치인들은 ‘전 국민 철밥통’이 아니라 ‘전 국민 고통‘의 시대를 열 것이다.
-조선일보(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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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되는 공약은 뭐든 베끼는 대선판, 정치 불신만 키운다

대선후보들이 경쟁 후보의 공약을 그대로 베끼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말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올리는 국방공약을 발표하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달 ‘병사월급 200만 원’이라는 한 줄 공약을 내놨다. 병사 월급 인상은 부사관이나 장교, 다른 공무원의 임금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막대한 재정이 드는 복잡한 이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했는지 의문이다.
반대로 윤 후보가 지난해 8월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높이는 ‘역세권 첫집’ 공약을 제안한 지 5개월 만에 이 후보는 용적률 500%의 4종 주거지역 신설안을 밝혔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발표 시기만 다를 뿐 250만 가구 공급, 보유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 정책 기조에서 차이가 없다. 제목, 핵심 아이디어, 전체 내용 등 다양한 각도에서 베끼기가 이뤄지다 보니 공약만 놓고 보면 누구의 것인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최근 밝힌 경인선 및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공약도 이 후보나 윤 후보의 지역 공약과 겹친다.
후보들이 남의 공약을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것은 정치 철학이나 소신 없이 지지율에만 목을 매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이나 계층이 관심 있어 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끌어들이다 보니 신규 공약이 자신의 기존 정책과 상충하는 자가당착도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는 증세 방안인 토지이익배당금제(국토보유세)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을 들고 나왔다. 이 후보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윤 후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영업자 50조 원 지원, 수능 응시료 세액공제 등 퍼주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약 베끼기가 남발되면 정책 우선순위가 뒤틀려 심각한 자원 낭비를 부르게 된다. 한편으로는 실행해선 안 되는 정책을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반면에 꼭 해야 할 정책이 너무 많은 공약에 치여 뒤로 밀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공약을 믿었던 유권자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단계까지 가기에 앞서 베끼기 공약의 홍수를 보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대선은 유례없는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약 베끼기까지 가세해서 정치 불신을 키워선 안 된다.
-동아일보(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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