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당정 분리는 가능한가]
[조바심이 뺄셈정치를 부른다]
[당정일체 잘(못)하면 문 정권처럼 된다]
[목불인견 윤핵관 정치… ‘당원 혁명’ 임계점 닿았다]
[보수의 분화로 흥미진진해진 여당 전당대회]
대통령에게 당정 분리는 가능한가
[朝鮮칼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을 보며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정치는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는 걸까. 또 하나의 의문은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렇게 무리하는 걸까’이다. 당정 분리가 그토록 어려운가? 결론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현실과 이상의 갭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반칙투성이다. 경선을 앞두고 갑자기 룰이 바뀌었다. 10년 넘게 정착된 국민여론조사를 없애고, 100% 당원투표로만 뽑기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초선 의원 50명이 나서 “대통령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했다”고 몰아세워, 유력한 후보자를 주저앉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나서 모 후보를 “국정 운영 방해꾼이자 적”으로 비난했다.
대통령은 국민의 심판(審判)이다. 공직선거법 57조는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당내 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정당법 49조 ‘당대표 경선 등의 자유방해죄’ 조항 2호는 ‘선거운동, 교통 방해, 위계·사술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당대표 경선 등의 자유를 방해한 자’로 돼있다. 윤 대통령이 당대표 경선에 적극 개입해 온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정당민주주의에도 부정적이고, 위법의 소지도 있다. 여론도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강력한 현실적 이유가 있다. 장제원 의원이 지적한 당정 분리의 ‘아픈 역사’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처지가 이해된다.
당정 분리를 처음 시도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가 당총재직을 내려놓고, 공천권을 포기한 것은 정당 민주화를 위한 큰 변화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정 운영에 큰 문제가 생겼다. 당정 분리가 당정 단절로 나타난 것이다. 그 결과 여당은 국정에서 배제되고, 대통령은 국정 과제를 입법화하지 못했다. 국정 지지율이 한때 12%까지 곤두박질치고, 노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쳤다. 노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후회했다. 정치의 중심인 정당이 무책임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당의 빈자리는 더 무책임한 시민단체나 각종 위원회가 채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로 부결되는 곤경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도 새누리당 비박계가 찬성했기 때문이다. 정당을 장악하지 못한 대통령의 말로는 이처럼 비참하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당정 분리나 정당 민주화는 한가한 소리다. 윤 대통령이 앞뒤 보지 않고 저돌적이 된 까닭이다.
사실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그랬다. 대통령의 통치력(governability)을 지키려면, 정당 민주화에 앞서 정당을 지배해야 했다. 여소야대 분점 정부가 되면, 정계 개편과 정치 연합도 불사했다. 3당 합당과 DJP 연합이 대표적 사례다. 강력한 정당 파워를 가진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이게 가능했다. 정당 파워가 없던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의 탄핵소추까지 당했다. 20대 총선에 지고, 여당 장악에 실패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해 5년여를 감옥에서 보냈다.
대통령이 정당 장악에 집착하고, 잘못되면 탄핵까지 당하는 것은 87년 헌정 체제에 근본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87년 체제는 국회와 대통령을 모두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 위에 서 있다. 서로 타협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국회의 전쟁을 막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이 ‘오기’를 꺾지 않고, 대통령의 오만에 국회가 ‘분노’하면 곧 파국이 닥친다. 정당을 장악한 김대중 대통령까지 제왕적 대통령들은 그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는 그게 불가능해졌다. 한국의 대통령은 여전히 제왕적이지만, 국회는 이제 그 대통령을 집이 아니라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 민주화 따위는 주머니에 넣어두고, ‘당정 일체의 원팀 노선’을 고수했다. 정당 민주주의에 집착하다 정당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방탄 정당에 갇힌 것은 그때 정당 민주주의가 심하게 망가졌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정당 민주주의를 많이 훼손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가치인 공정과 상식도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87년 체제하에서 대통령에게는 선택지가 매우 적다.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를 수립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 길은 요원하다. 개헌을 포함해 87년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고쳐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지 않으면, 정당의 구태와 대통령의 비극이 반복될 것이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 정치학, 조선일보(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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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이 뺄셈정치를 부른다
[정용관 칼럼]
총선승리-개혁과제 갈길 바쁜 尹
당 장악 무리수에 지지층만 좁혀
당은 조언그룹… 혼연일체는 허상
다양한 세력 품는 큰 물결이 정도
1년 전 이맘때 대선 구도는 혼미했다. 정권교체 진영의 단일화는 삐걱댔고 초읽기 단계까지 몰렸다.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 심야 회동을 제안했을 때 윤석열 후보 측 첫 반응은 다소 떨떠름한 쪽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성사됐다. 단일화 효과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이제 와 따지는 건 좀스럽다. 미미했든 아니든 분명한 건 역사의 물꼬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단 1%만 기여했다 해도….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단일화 상대였던 사람에게 “국정 훼방꾼” “적” 운운하는 상황을 접하며 ‘2번’을 찍었던 이들 중 “뭘 저렇게까지?” 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처럼 대놓고 역린을 뽑으려 했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권력 속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그저 정권교체 공치사를 좀 과하게 하며 ‘윤안 연대’ 구호를 내세웠을 뿐이다. 역린을 건드린 건지조차 몰랐던 게 안 후보의 잘못일 순 있겠지만 “적”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통령이 직접 거칠고 투박한 비(非)정치적 용어까지 써가며 속내를 드러내는 방식이나 태도가 생경하긴 하다. 여의도 스타일이 아니라 좋은 게 좋은 식의 발언에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덜 위선적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그렇다 해도 당내 인사들을 향한 적의 표출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진심은 뭘까, 대체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윤핵관은 용산에서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정치를 잘 모르는 대통령이 간신 같은 몇몇 측근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논리 구조야말로 ‘대장’ 스타일의 대통령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실은 윤핵관이란 용어엔 필자도 공감하진 않는다. 모름지기 핵관쯤 되려면 대통령과 대등하게 토론하고 때론 대통령 생각을 바꿀 정도는 돼야 한다. 윤핵관이라 불리는 이들이 그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지엔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대통령도 이들을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고 이행하는 행동대장쯤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윤핵관 운운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심리의 영역이라면 내년 총선 승리 여부는 대통령의 명줄이 걸린 문제다. 내년 총선에서 지면 ‘식물 대통령’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그래서 더 두렵고 조바심을 낼 수도 있다. 이준석 트라우마가 컸다. 손발이 착착 맞는 대표를 세우고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똘똘 뭉쳐 이재명당과 아마겟돈 수준의 일전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할 법하다. 박근혜 사례처럼 대통령과 당이 따로 놀다 망한 잔혹사가 멀리 있지 않다는 얘기에도 귀가 솔깃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당정일체, 명예당대표 추대 얘기에 이어 대통령실과 당의 ‘혼연일체’ 주장까지 들고나온 건 지나치다. 혼연일체란 생각과 의지, 행동이 합쳐져 완전히 하나가 되자는 건데, 무슨 검사동일체 원칙의 여의도 확장 버전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대통령과 당이 사사건건 부딪쳐서도 안 되지만 대통령 뜻에 따라 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이야 대통령의 힘이 세니까 눈치를 보지만 당정 혼연일체는 허상일 뿐이다. 당은 다양한 민심의 통로이자 국정 조언 그룹이어야 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런 해석을 내놨다. “지금 용산이 가장 신경 쓰는 건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일 거다.”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똘똘 뭉쳐 있지만 지금 여당은 그렇지도 못하니 그나마 방어벽을 쳐줄 안전판이 누구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반면 다른 인사는 대통령이 “정치판이 확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윤석열당’으로 재편하네 마네 하는 차원을 넘어 ‘여의도 물갈이’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던진 “탈당” “신당 창당” 얘기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윤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대 이후 여당은 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겠다.
정치는 기획이나 의도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는 성질이 있다. 당장 친윤 핵심들은 대통령이 전대에 참석한다는데 1차에서 과반 득표 승리를 얻지 못할까 내심 걱정하는 듯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이 아니라 아예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는 초강수를 둘지도 모른다.
윤석열당과 이재명당은 이제 어떤 승부를 펼칠까. 대통령은 연초 3개 개혁 드라이브를 잡는 듯했다가 다시 당내 문제에 휩싸인 형국이다. 모든 건 국정 성과와 지지율에 달려 있다. 대통령 스스로 큰 물결을 이뤄내느냐의 문제다.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적’이 아닌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국정 기반이 단단해진다.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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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일체 잘(못)하면 문 정권처럼 된다
[김순덕의 도발]
지난주 이 자리에 ‘노무현은 “당정분리 재검토” 작심토로 했었다’고 썼다가 목매달 뻔했다. 댓글 수위가 북한 김여정의 “삶은 소대가리…”저리가라였다. 그래도 친윤 쪽에선 반색을 한 모양이다.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당정이 하나 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당정치의 책임정치가 무엇인지 논쟁으로 승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도발한 의도가 바로 그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10일 대통령 당선 바로 다음 날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원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놓곤 집권당 당 대표 선출에 노골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여러 번 들켰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3월 8일 열리는 가운데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도 당정일체와 당정분리를 놓고 논박이 벌어졌다.
정치인에게는 설명의 의무가 있다. 정 관여하려면 들키지 말든가, 자기 말을 뒤집으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차라리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통령이 당당하고 투명하게 당 대표를 겸임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 누구를 위한 당정분리인가
당정분리가 옳은지, 당정일체가 옳은지는 당정의 입장에선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편에서 보면 답이 나온다. 작년 4월 22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여야 합의 사건을 기억하시는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었다. 윤핵관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민주당 원내대표와 덜컥 받아버린 거다. 검찰 직접 수사를 기존 6대 범죄(경제·부패·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에서 경제·부패 수사만 남기고 박탈하되,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완전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힘 의원들도 박수로 추인해 버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022년 4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검수완박’ 법안 논의를 위해 박병석 국회의장을 가운데 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이라며 검찰총장직을 박차고 나온 사람이다. 다수 국민은 “검찰총장으로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일, 대통령이 돼 하겠다”는 기개에 환호했고,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이 지긋지긋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문 대통령 퇴임 직전 민주당이 급살 맞게 밀어붙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대로 갈 경우, 6대 범죄는 경찰로 넘어가 수사되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국민 분노가 날로 타오르는 것이었다.
● 국민의 편에 서면 답이 나온다
그러자 당선인 반응도 달라졌다.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22일)→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24일)를 거쳐 25일 “헌법가치 수호가 정답”으로 급선회한 거다. 결국 국힘은 ‘법안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26일 당선인 대변인이 강조했다. “당선인은 원내대표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것이지 어떠한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 여기서 윤핵관의 위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성동은 대통령의 관심이나 국민 이익보다는, 자기 이해관계(과거 검찰 조사받은 경험 등)를 먼저 따져 합의안을 받았다. 국힘도 윤핵관이니 당선인과 교감했겠지… 하고 이를 추인했다. 당선인은 내 사람이니 잘 했겠지… 싶어 대충 들었을지 모른다. 심지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식의 엉뚱한 소리까지 던졌다. 윤핵관이라는 무능한 간신배가 존재하는 한,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당선인이 국민의 편에 섬으로써 상황은 종결이 됐다. 이것이 당정일체다. 퍽 거칠고도 의미심장한 윤석열 당정관계의 전조이자 예고편이었던 거다. 그러나 묻고 싶다.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어도 대통령은 당에 관여하면 안 된단 말인가.
● 당정일체가 꼭 옳은 것도 아니다
당정일체가 반드시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다. 군소리 없이 당정일체만 하다 정권을 잃은 문재인 정권을 떠올리면 안다. 2019년 11월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큰소리쳤다. 2020년엔 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선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만다”고 협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이던 2020년 7월 국회에서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거대 여당이 “아니되옵니다” 한번 없이 악법까지 통과시켜준 결과, 문 대통령은 매일 신났겠으나 문 정권은 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의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이슈’ 연구를 보면, 투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가 부동산정책 실패였다.
문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을 건설교통부도, 민주당도 아닌 청와대가 주도한 것도 비정상이다. 정당법 2조는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로 나와 있다. 민주당이 과연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기나 했는지 알 수 없다. 대체 대통령 보좌에 불과한 청와대비서실에 왜 정책실장까지 두고 내각을 지휘했는지부터 기형적이었다. 결국 ‘국민의 대표’인 집권당 의원들이 대통령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못했기에 문 정권은 실패했던 것이다.
● 이낙연 당 대표, 통합 메시지 냈다가 사과
문 정권 초대 총리였던 이낙연 당 대표가 제 목소리를 낸 적은 있다. 2020년 1월 총리직을 떠나 4월 의원, 8월 당 대표가 된 다음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가 됐으니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자기편만 보며 정치했던 민주당과 차별성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2021년 1월 1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문 정권 아킬레스건인 ‘통합’의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결과는 지지율 반 토막이었다. 신중하기 짝이 없는 이낙연이 청와대와 사전교감 없이 대통령 권한인 사면에 관해 공개 발언을 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당정 반응은 싸늘했다. 그해 5월 광주에서 이낙연은 “국민의 뜻과 촛불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다”며 사과해야만 했다.

2021년 1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민주당 일부 열성 지지자들이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을 철회하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동아일보DB
친문 지지자들은 이재명에게 옮겨갔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중도 및 보수는 완전 떠나갔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 이재명은 그 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지금은 ‘이재명의 볼모’로 만들고 있다). 그럼 뭐하나. 민주당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다는 유권자가 많은데. 갤럽 대선 사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에게 투표한 이유는 첫째가 정권교체(39%), 둘째가 상대 후보가 싫어서(17%)다. 결과는 이재명 대선 패배였다.
● 대통령만 기쁘게 하다간 망한다
당정일체로 대통령만 기쁘게 하다간 정권이 망한다. 문재인 정권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당정분리가 옳다는 것도 아니다. 당정분리도 잘만하면 당 대표가 대통령을 딛고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게 정권 재창출이다. 하지만 여당 속 야당같이 당 대표가 대통령을 들이받아야만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낙연처럼 실패한 경우도 있다(어쩌면 윤석열처럼 제대로 저항하지 않아 실패했는지도 모르지만).
윤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혹은 불안해)하는 것도 바로 이것일 터다.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당 대표가 탄생해 나를 들이받지 않을까 하는 것! 그러나 앞에 구구절절 썼듯, 국민한테 이익만 된다면, 당 대표는 대통령과 당정일체가 되는 게 옳다. 당 대표가 자기 정치 하겠다고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공천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깜도 되지 않는 인물을 대통령 사람이라고, 당 대표 사람이라고 밀어붙이면, 국민은 반드시 총선에서 표로 심판한다.
● 당 대표가 “아니다” 해야 할 때가 있다
단, 정책이든 인사든 대통령의 방향이 틀릴 경우 당 대표는 “아니다” 말해야만 한다. 그것이 당정분리이고, 견제와 균형이다. 그러려면 주 1회는 정기적으로 회동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도 알았으면 한다. 겉으론 당정분리가 원칙이라며 정기적 회동도 없이 기싸움 공천싸움 권력다툼에나 골몰하면, 그러고도 무능한 윤핵관과 대통령실을 통해 말펀치만 날린다면, 2024년 총선은 끝이다. 2027년 윤 정권도 망하고, 다음 정권은 좌파 세력에 바로 넘어간다. 검찰 체질, 국힘 웰빙당 DNA 못 버리고 그렇게 죄를 지어서 무슨 낯으로 국민을 또 볼 텐가.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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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인견 윤핵관 정치… ‘당원 혁명’ 임계점 닿았다
[이기홍 칼럼]
여당 모두가 친윤이고 정치적 資産인데
윤핵관들, 공천권 장악 장애물로 여겨지면 다 敵으로 몰아 공격…
이제 당원들이 나서 분열과 숙청 행각 거듭하는 세력 심판해야
돌이켜보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당내에 친이 친박 같은 적대적인 계파도 없었고, 미래 권력이라고 할 만한 덩치 큰 경쟁자도 없었다. 탄핵과 총선 참패를 겪은 의원들은 군기 바짝 든 신병들처럼 새 정부 성공에 열정을 바치겠다는 의지로 충만했다. 여당 전체가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고 우군이었으며, 총선승리라는 목표에 생존이 걸린 운명공동체였다.
그런데 대선 승리 1년도 안 돼 자산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충성을 바칠 각오가 돼 있던 자산들을 하나둘 적으로 몰아 버렸다. “저희들만이 충신입니다. 주군의 1인 체제를 더 공고히 해야 합니다.” 친위대를 자처하는 간신들이 멀쩡한 장군들을 숙청해버리는 장면이 삼국지에는 많이 등장한다. 세상이 비난하면 “우리를 간신배라 욕하는 건 우리 주군을 꼭두각시라 모독하는 것”이라며 입을 막으려 든다. 그런 논리가 가능하다면 이완용도 “나를 매국노라 비난하는 건 나를 발탁해준 고종 황제를 매국노라 욕하는 것”이라고 억지 부렸을 것이다.
윤핵관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통령의 이익으로 각색했다. 대통령의 입장에선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당의 협력을 받는 데는 아무 차이가 없다. 당 대표로 선출돼 지휘한 총선에서 실패하면 차기 대권도전은 커녕 정치생명이 끝장나는데 대통령에게 적극 협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정책 성공 없이는 여당의 총선 승리가 불가능한데 정부 지원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당 대표가 누가 있을까.
반면 윤핵관들로선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개인적 정치 자산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인을 제거하고 밀어주는 술수를 펴면서 마치 대통령을 위한 일인 것처럼 각색해 뺄셈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이전투구라는 표현도 옳지 않다. 서로 싸운 게 아니라 윤핵관이 자신들의 이익관철에 방해가 될 표적들을 하나하나 찍어서 공격한 것이 본질이다. 진흙탕으로 쓰러뜨리니까 일어나려고 발버둥 쳐 뒤엉켜 싸우는 것처럼 보일 뿐, 본질은 한쪽의 일방적 가해다. 문재인 정권 시절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총장 공격 당시 언론들이 ‘추-윤 갈등’이라 표현했지만 본질은 추미애의 일방적 가해였던 것과 마찬가지다.
윤핵관들은 프레임 조작에 능하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니까 느닷없이 ‘당정일치’론을 들고나오며 “노무현도 당정분리를 후회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얄팍한 술수다. 완전한 당정분리는 대통령이 탈당해 여당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노 전 대통령이 당정분리를 후회한다고 말한 것은 2007년 6월로서 바닥을 기는 지지율 때문에 4개월 전 쫓겨나다시피 탈당한 상태였고, 열린우리당은 연쇄 탈당으로 의석이 3분의 1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지금 여당 누구도 그런 당정분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겸임하며 공천권 자금·인사권을 다 장악하는 체제를 1, 대통령이 탈당한 상태를 10이라 할 때 현재 여당 후보들의 스펙트럼은 2~3 사이에 있을 것이다. 즉 당정일치냐 분리냐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인데 이를 꺼낸 것은 ‘김기현이 되면 당정일치, 다른 후보가 되면 당정분리’라는 프레임을 걸고 싶은 것이다. 오매불망 윤석열 정부의 성공만을 바라는 지지자들에겐 당이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은 악몽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당정일치의 기원은 정부 정책 방향을 의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당이 대통령과 일심동체가 되고 싶어도 소수당이라면 별 도움이 못 된다. 지금 상황에서 진정한 당정일치는 총선에서 이겨 의석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친윤 비윤 반윤’ 구분도 부적절한 프레임이다. 지방선거 직후까지만 해도 여당은 전체가 친윤이었다. 원래 트집 잡기 성향인 유승민과 강제로 내쫓기는 바람에 반윤 외엔 선택지가 없어진 이준석 정도만이 예외일 것이다. 국민이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이룬 정권교체인데 여당 내의 누가 대통령을 돕지 않고, 누가 발목을 잡으려 하겠는가. 윤핵관들이 울타리를 세운 뒤 여기 들어오면 친윤, 안 들어오면 비윤·반윤이라고 구획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민노총 엄정 대응, 좌파 적폐청산, 한미동맹 강화, 안보태세 재정립 등 과단성 있게 나라의 방향을 바로잡았고 지지율도 상승 추세였으나 최근 꺾였다. 당장의 지지율 하락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윤석열식 정치’에서 드러나는 부정적 특질들의 조짐이다. ①자신과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②헤어지는 방법이 거칠고 잔혹하다 ③과거 자신이 받은 도움을 쉽게 잊는다 ④감정의 직설적 표출이 보수 진영 전체에 미칠 상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전당대회는 정적도, 이견도 다 감싸서 용광로에 넣는 기회이며 축제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재확인하고, 누가 되든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당정 협력의 새 페이지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세상만사는 지나치면 반작용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질적 변화의 촉발점이 된다. 윤핵관의 작태도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 대동단결해서 총선 승리·정권 재창출, 국가 재도약을 위한 원대한 비전을 설계해 나가야 하는데 자꾸 그 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온건 보수층의 우려도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국힘은 한국 보수정당의 적자(嫡子)다. 건국의 주역인 한민당에서 시작해서 산업화를 이끌었으며, 민주화 진영의 양대 축 중 하나인 YS세력을 중심으로 거듭 태어난 자유민주주의 정당의 적통이다. 백년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특정인들이 당을 장악해 이용해 먹고 튀는 먹튀 정당을 허용할 것인가. 친박하다 망하고 친이하다 망하고, 당협위원장이 시키는 대로 하다 망한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한국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목불인견인 윤핵관식 행태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당원 혁명’의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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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분화로 흥미진진해진 여당 전당대회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당정 일체론’ ‘당정 분리론’ 논쟁 가열되지만 제도는 옳고 그름 아닌 선택의 문제일 뿐
각종 논란과 악재로 국민들 눈살 찌푸렸지만 정통·중도·개혁 등 스펙트럼 넓어지면서 출마한 네 후보 모두 정치적 자산 얻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때아닌 ‘당정 일체론’이 출몰했다. ‘100% 당원 투표’에 이어 대통령 ‘명예 당대표’까지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당과 대통령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가야지 지금까지 ‘당정 분리론’이라는 게 좀 잘못된 것 같다”며 당정 일체론에 불을 붙였다.
장제원 의원은 “당정 분리를 처음 도입한 분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그 이후 노 대통령이 당정 분리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미국은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명예 당수이기에 집권 정당의 책임정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동시다발적 발언으로 보아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명예 당대표는) 처음 듣는 애기”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는 ‘100% 당원 투표’로 바꾼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정 관계가 긴장 관계만 유지해선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이 없어질 수 있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100% 당원 투표’나 ‘당정 일체론’ 이슈가 전개되는 방식이 비슷하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고 누군가 언론에 흘린 후에 이른바 윤핵관이 일제히 나서 ‘미국은 이렇고, 유럽은 저렇네’ 하면서 마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다는 식으로 현란하게 설명한다.
사실 제도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선택의 문제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이준석 승리)는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로 진행됐다. 이때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갔다. 2006년 한나라당 전당대회(강재섭 승리)는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였는데 역선택 방지 조항은 없었다. 2004년 총선 직전 한나라당 임시 전당대회(박근혜 승리)는 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치러졌는데 최초로 여론조사가 도입됐다. 2003년 전당대회(최병렬 승리)는 최초로 23만 전 당원 투표로 진행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때까지는 대통령이 여당 총재였고 당대표를 지명했다. 야당 대표는 체육관에서 만 명 정도의 대의원과 당원 투표로 결정했다. 그러니 ‘100% 당원 투표’는 2003년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대통령의 ‘여당 총재’는 1990년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새로울 게 없다. 아마도 총선 끝나면 ‘당권·대권 분리’도 바꾸자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장제원 의원은 작년 12월 말에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을 완벽하게 정비해서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당이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쳐 갈 때 국민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집권 여당을 믿어주고 지지를 보내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놀라운 인식이다. 상식적으로는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다”고 말했어야 하지 않나. 이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와 프레임은 명확해졌다. ‘대통령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후보와 ‘국민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후보의 싸움이다. 당원들은 이 주장 사이에서 결정하면 된다.
첫 번째 TV 토론에서 ‘당대표와 대통령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에 황교안 후보는 “충분하게 협의해야겠지만 결국 뜻이 다를 때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줘야 하고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실이) 100% 옳게 판단하지 못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럴 때 당은 정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태원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상민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게 그런 사례일 것이다. 김기현 후보는 “대통령과 당대표의 관계는 밀당하는 건강한 부부다. 당대표는 민심과 쓴소리를 전달하면서 대통령과 그것을 녹여내야 한다”고 했고, 천하람 후보는 “당의 스펙트럼이 대통령실보다 넓어야 될 것”이라며 “항상 같은 길로 갈 수는 없지만, 대체로는 협력하는 관계”라고 밝혔다. 결국 네 후보 모두 기본적으로 당대표가 대통령에게 맞추는 것이 맞는다는 데는 동의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노골적 개입, 무리한 당헌 개정, (나경원에 대한) 거친 불출마 압박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전당대회지만 밝은 빛도 놓치면 안 된다. 보수의 분화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강성 보수(황교안)·정통 보수(김기현)·중도 보수(안철수)·개혁 보수(유승민)·젊은 신(新)보수(천하람·이준석)가 지분(?)을 확인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유승민의 불출마가 아쉽지만 출마한 네 후보 모두 이미 승자다. 이제 김기현은 ‘전국구’ 정치인이 됐다. 안철수는 ‘본의 아니게’ 대통령과 맞서 ‘꺾이지 않는’ 저력을 보여줘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하나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천하람은 ‘이준석 아바타’의 한계를 뛰어넘어 ‘MZ세대’ 정치인의 선두 주자 중 하나가 됐다. 황교안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대착오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법무부장관·총리·대통령 권한대행·당대표의 화려한 이력다운 연륜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김기현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언급하고 사퇴를 요구해 관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남은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① 김기현이 1차에서 끝낼 수 있을까 ② (1차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누가 결선에 갈까 ③ 결선에서 대역전이 일어날까. 승부의 변수는 큰 선거 경험이 없는 김기현의 캠페인 능력이다. 앞으로 3주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윤석열 대 안철수에서 김기현 대 안철수로 구도가 이동하는 구간이다. ‘윤석열이 미는 김기현’ ‘이준석이 미는 천하람’ ‘안철수가 미는 안철수’의 싸움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황교안이 중도 사퇴하지 않는다면) ①의 가능성은 50% 밑이다. ②는 김기현과 안철수가 갈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③의 가능성은 50%다. 흥미진진한 전당대회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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