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지면 죽는 당’의 남은 48일]
[‘욕설’ ‘조폭’ ‘무속’ ‘미투 폄훼’ 애들 보기 참 민망한 대선]
[대통령 부인이 잡을 권력은 없다]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은 까닭]
‘선거 지면 죽는 당’의 남은 48일
[양상훈 칼럼]
정권 잃을 위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처 방식은 전혀 달라
국민의힘은 손 놓았지만 민주당은 김대업, 김경준, 국정원 댓글 등 죽기 살기
48일은 긴 시간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48일 남았다. 선거에서 48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워낙 비호감 대선이어서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정권 유지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 판이 아무리 출렁여도 이 격차는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신뢰할 만한 여론 지표 같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정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민주당 쪽과 국민의힘 쪽이 보인 대응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김영삼 정권은 정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외환 위기이기도 했지만 내분에 빠져 있었고, 당시 여권 내 일각은 차라리 민주당 쪽으로 정권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실제 김영삼 대통령은 검찰에 민주당 김대중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추락으로 민주당이 정권을 잃을 위기가 왔을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민주당 노무현이 막판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과 KBS, MBC가 야당 후보를 죽이기 위해 거의 매일 ‘김대업 드라마’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행 과정을 보면 ‘극히 드물다’는 뜻의 ‘희대’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대선 5개월 전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녹음 테이프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KBS는 당시 KBS 감사가 토로한 대로 ‘광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미쳤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9시 뉴스 대선 보도의 71%를 ‘김대업’만으로 채웠다. 사기 등 전과 5범인 김대업의 영상과 육성을 검찰이나 병무청 직원보다 훨씬 자주 방송했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검찰이 이 사기극에 찬조 출연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노무현이 당선되자 한 달 만에 검찰은 김대업 주장은 허위라고 발표했다. 심지어 김대업이 내놓은 녹음 테이프는 녹음했다는 날짜 뒤에 제조돼 팔린 것이었다.
이렇게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지지율 추락으로 정권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래도 민주당 측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대업 대신 김경준이 등장했다. 김씨가 벌인 BBK(투자 자문사) 사기 사건을 이명박과 엮어 선거 판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집요하게 벌어졌다. 그때도 여당인 민주당 쪽이 국회 다수당이었다. 여당은 BBK 특검법을 힘으로 밀어붙였고 국회는 연일 난장판이 됐다. 국회 육탄전에 전기톱과 쇠줄이 등장한 게 그때였다. 국회의원 아닌 외부인들이 국회 내부로 밀고 들어와 점거한 것도 이때였다.
이명박이 “특검 수용”을 발표하고 국회에 왔을 때 아수라장 속에서 민주당 측 누군가가 이 후보의 머리에 침을 뱉었다. 정권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나중에 바로 이 특검을 통해 BBK는 김경준의 사기이고 이명박도 피해자라는 사실이 물증에 의해 밝혀졌다.
이 대통령도 말년에 추락했다. 여당 박근혜와 민주당 문재인이 막상막하 접전이어서 정권이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했다. 그런 위기에서도 이 대통령 정부나 여당 박근혜가 무엇을 만들어낸 것이 없다.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잡아내 활용했다. 5년 뒤 민주당 문재인 측은 국정원 댓글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댓글 조작을 벌였지만 국민의힘 쪽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문 대통령 당선 뒤 어이없게도 추미애 때문에 드루킹 일당이 꼬리를 잡혔다.
이번에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이 패하더라도 결코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선거 관리의 핵심인 법무, 행정안전 두 장관을 민주당 의원으로 앉혀놓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없던 일이다. 이제는 중앙선관위에 심어놓은 상임위원의 임기를 연장해 대선 투표 날까지 대못을 박으려는 기이한 시도까지 하고 있다. 검찰 경찰 공수처 감사원은 ‘대장동’ 등 여 후보 관련 사안은 철저히 뭉개고 야 후보 문제는 기를 쓰고 달려든다. 정부는 여 후보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노골적 행태다.
KBS, MBC는 방송사라기보다는 정당처럼 된 곳이다. 정권이 바뀌면 마치 여야가 교대하듯 방송사 간부직이 거의 다 바뀐다. 민주당이 정권을 잃으면 이 방송의 지금 간부들도 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겠나.
BBK 특검 난장판 속에서 민주당 쪽 사람이 이명박에게 침을 뱉은 때가 대선 투표 불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 사람들이 국정원 댓글과 관련해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덮친 것은 대선 투표 일주일 전이었다. 이 정권에는 ‘대선에서 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48일은 긴 시간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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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조폭’ ‘무속’ ‘미투 폄훼’ 애들 보기 참 민망한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욕설 파일’이 그제 공개됐다. 성남시장이던 2012년 무렵 형, 형수와 집중 통화한 내용들로 60분 분량의 녹음 파일 34개와 녹취록 전문이다.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로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위’ 소속인 장영하 변호사가 정리한 것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녹음 파일이 MBC 등을 통해 공개된 데 따른 맞불 성격으로 보인다.
욕설 자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이 후보도 몇 차례 사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전문을 보면 욕설과 막말 수위가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형 재선 씨에게 거친 욕설과 함께 “정신병원에 가서 내가 먼저 감정 받고 너부터 집어넣을 거야. 개××야” 등의 폭언을 했다. 형수에게도 “너는 인간이 아니다”며 수차례 욕설을 했다. 내밀한 가정사가 있다 해도 이런 정도의 상스러운 욕설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앞서 공개된 김 씨의 녹음 파일에는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냐.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그러면 안 된다” 등 미투 폄훼 발언이 담겼다. 무속, 조폭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건진 법사’라 불리는 사람이 윤 후보 선대위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최순실의 오방색도 울고 갈 모습”이라며 “윤핵관은 무당이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꺼내며 “조폭이 국정에 관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대선이 채 50일도 안 남았는데 욕설, 조폭, 무속, 미투 폄훼 등 낯 뜨거운 논란만 부각되고 있다. 두 후보 측이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근거 없는 네거티브도 아니지만,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듯 ‘녹취록 대결’이나 물 타기 공방을 벌이는 꼴 자체가 개탄스럽다. 만 18세로 선거권이 하향된 이후 첫 대선이다. 고3 학생 4명 중 1명이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보기에 참 민망한 대선을 만든 것만으로도 두 후보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동아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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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이 잡을 권력은 없다
[김순덕 칼럼]
“내가 정권 잡으면 가만 안 둘 것”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 트위터 ‘혜경궁 김씨’보다는 나을수도
특별감찰관 두고 청와대 철저 감시를

기자 생활하면서 특종 한번 못했던 나는 일요일 밤 MBC를 보면서 가슴을 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궁금했던 내용이 ‘스트레이트’에서 줄줄 쏟아지고 있었다. 저 인터뷰를 내가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윤석열은 “집사람이 정치할 거면 가정법원 가서 도장 찍고 하라고 했다”고 했었다. 김건희가 걸걸한 목소리로 “권력이라는 게 무섭다”면서 정치적 분석과 판단을 술술 하는 걸 보니 그는 권력을 모르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안다. 이른바 공영방송인 MBC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로부터 통화 녹음 파일을 건네받아 내보냈다는 걸. 맨 처음 소속 매체와 기자 이름을 밝혔다지만 누나, 동생 하면서 척척 오가는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과연 보도될 걸 알면서 저럴 수 있나 싶으면서 김건희의 담대함에, 기자의 수완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말 김건희가 눈을 내리깔고 ‘거짓 이력’을 사과할 때의 모습은 방송 속의 원더우먼 같은 목소리와 딴판이었다. 그래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연기(演技)의 중요성을 말했을 거다. MZ세대에선 ‘걸크래시’ ‘김건희에 반했다’ 같은 반응이 나오면서 심지어 후보 교체를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터져 나왔다. 윤석열을 김건희로 바꿔야 한다는 거다!
방송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사적(私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이라며 방송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는 비판과 감시 대상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공교롭게도 19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제정한 언론윤리헌장이 선포됐다. 반론권 보장 등의 측면에서 이들 방송은 언론윤리 위배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이번 방송으로 김건희 인기가 되레 올라갔다며 MBC가 야당을 도와줬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미안하지만 국민의힘이 만세 부를 때가 아니다. 방송엔 안 나왔지만 “내가 정권을 잡으면 가만 안 둘 것”이라는 김건희 발언은 섬뜩하다.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문이 유출되는 바람에 상당수 국민들이 알게 된 발언이다. 어떻게 ‘영적인’ 김건희가 언론윤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기자를 몰라보고 이런 말을 함부로 했는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아무리 보도되지 않을 줄 알고 발언했다고 해도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이면, ‘내 남편이’도 아니고, ‘국민의힘’도 아니고, “내가 정권을 잡으면 가만 안 둘 것”이라는 말은 함부로 입 밖에 내선 안 될 말이다. 정권은 대통령 부인이 잡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이 누구를 가만 안 두겠다는 것인가. 자기를 비판한 언론을 잡아넣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검경이 알아서 잡아넣는 국가가 된다는 의미인가. 그런 나라로 가자고 정권교체를 할 순 없다. 지금 문재인 정권과 지배 세력만 교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18일 장영하 변호사가 공개한 음성파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형 이재선 씨가 “너 마누라 혜경궁 홍씨가 체어맨 타고 다녔다며…공무원이냐” “너 마누라가 댓글 쓴다고”라는 대목이 있다. 그 유명했던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소유주가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 씨임을 시사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혜경궁 김씨보다는 김건희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안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국민은 불안할 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윤석열이 집권할 경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청와대정부’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청와대에는 많은 인력과 세금으로 영부인 활동을 지원한다”며 윤석열 방침이 잘못됐다고 말했으나 그렇지 않다. 전두환도, 노태우도, 노무현도,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부인과 처가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사코 청와대 내부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을 두지 않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특별감찰관부터 임명하되 그것도 여성으로 임명해 대통령 부인부터 밀착 감시했으면 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보다 똑똑하다던 힐러리도 대통령 부인 때는 넘치도록 비판받았다. 선출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정치에 적극적인 대통령 부인은 미국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내조로 충분하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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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은 까닭
[이한우의 간신열전]
흔히 공자의 건강한 합리주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논어’에 나오는 말, 즉 “공자는 괴력난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자주 인용한다. 이 점에서 애당초 공자는 종교나 미신 영역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는 그저 공자 개인의 인생관을 표현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오직 정치로 세상을 구제해 보려 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이는 정치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괴력난신은 한 단어가 아니라 네 가지 사항을 가리킨다. ‘논어’ 문맥을 보면 이 네 가지에 빠져 있었던 제자가 바로 자로(子路)다. 이런 데 빠지는 것이 바로 혹(惑)이다. 그리고 괴력난신에 빠지지 않는 것이 불혹(不惑)이다. 괴(怪)란 정도나 순리를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이런 괴에 빠진다. 역(力)은 덕(德)과 대비되는 말이다. 리더가 리더다움은 높이려 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지위나 위력으로 아랫사람을 부리려 하는 것이 역(力)이다.
난(亂)은 이 경우에는 반란(反亂)의 난이 아니라 패란(悖亂)의 난으로 세상의 가치를 마구 어지럽히는 것을 말한다. 신(神)은 말 그대로 귀신의 영역이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 밖이다. 제자 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제대로 섬길 수 없다면 어찌 귀신을 능히 섬기겠는가?” 다시 자로가 “감히 죽음에 대해 묻겠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말하겠는가?”
양강을 이룬 대통령 후보 캠프 모두 ‘무속’이 어떻고 ‘역술’이 어떻고 하며 싸워댄다. 이런 싸움에 앞서 큰 정치 하겠다는 사람 주변에 괴력난신을 말하는 자들이 어른거려서는 안 될 일이다. 무속이나 역술은 사적 영역에 머물러야지 공적 영역을 넘봐서는 안 된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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