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놔두고 예멘 반군을 “강력 규탄”한 文]
[北 감싸기, 중국에 得일까]
[푸틴이 연 ‘공포의 도박판’ 기웃대는 김정은]
[김정은은 왜 신년사를 3년째 못 할까]
北 미사일 놔두고 예멘 반군을 “강력 규탄”한 文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한 호텔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멘 반군의 중동 선박 나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같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민간 선박을 나포하고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규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에게는 이 상식이 이상하게 뒤바뀌어 있다.
올 들어 북이 신형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자 미·영 등 6국이 ‘규탄’ 성명을 냈다. “평화와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모두 우리를 겨냥해 개발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북한 규탄에 불참했다.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북한 규탄”이란 말은 미국만 했다. 2018년 남북 쇼 이후 문재인 정부가 북의 우리 국민 위협을 규탄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문 대통령은 중동인 희생은 ‘강력 규탄’하면서도 북이 우리 국민을 사살·소각까지 한 만행에 대해선 규탄을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다음 날 가수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의 ‘미안’ 한마디에 반색하기까지 했다. 북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민주당 의원은 규탄은커녕 “대포로 하지 않은 게 어디냐”고 했다.
최근 북 미사일은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음속 10배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은 열차에서 신형 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고도를 낮춰 사드 요격을 피하도록 개량한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전부 한미 방어망을 피해 우리를 공격하려는 무기들이다. 그래도 청와대는 “유감”만 반복하고 있다. 작년 9월 김여정이 금지했다고 입에서 ‘도발’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평화와 안보의 최대 위협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다. 한국 대통령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북 위협을 규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8000km 떨어진 예멘 반군의 중동 위협은 “강력 규탄”하면서 우리 국민 눈앞의 북 위협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조선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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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감싸기, 중국에 得일까
[특파원 리포트]

북한이 지난 1월 11일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을 참관했다./노동신문 뉴스1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30일 앞둔 지난 5일,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중국 국가체육총국에 편지를 전달했다.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 상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지만, 성대하고 훌륭한 올림픽 축제를 마련하려는 중국 동지들을 전적으로 지지‧응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다. 리 대사가 편지를 전달한 그날, 북한은 동해로 초음속 미사일을 쐈다.
베이징도 사정거리에 드는 미사일 발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평화적인 대외 여건을 강조해온 중국에도 축포는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11·14·17일에도 이어졌다. 베이징은 북한을 비판하기보단 감쌌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중국이 강조하는 해법은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추진)과 대북 제재 철회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실제 행동은 방관에 가깝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만 나서지 않는다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탄도미사일을 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중국의 태도를 우리는 천안함·연평도 공격 때도 경험했다.
중국에게 현상유지 전략은 ‘남는 장사’였다. 남북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미국에 대해 지렛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보다 외교적 의미가 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신 주한미군 기지처럼 제한된 범위를 공격할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 변칙적으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순항미사일, 소형화된 전술핵 등이 대표적이다. 요격이 힘든 무기를 북한이 실전 배치할 경우 한·미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전략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방어 수단이 한국에 배치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돼 가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미 연합작전계획(작계) 개정을 시작했다. 몇 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미국에서는 동북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대에 맞서 작계에 중국 대응 계획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內海化)하려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원활한 병력 전개를 위해선 중국 개입 시나리오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작계의 최종본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기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중국이 의지가 있는지, 중국과 전략적 소통이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중국의 방관 속에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고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대문 앞은 베이징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 더 뜨겁고 불안하고 위험해질 것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조선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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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연 ‘공포의 도박판’ 기웃대는 김정은
[오늘과 내일]
‘공포가 해결 낳는다’는 마피아식 치킨게임
신냉전 편승 北 도발, 한반도 불안 키운다
“미국에선 사업상 분쟁이 생기면 으레 변호사를 고용하죠? 법원으로 가면 통상 수개월이 걸리고 그만큼 변호사비만 쌓이죠. 러시아에선 대개 상식에 따라 해결됩니다. 큰돈이 걸린 분쟁이 나면 양쪽은 대표들을 만찬에 내보내죠. 모두 무장한 채로 말입니다. 피비린내가 진동할 가능성에 직면하면 양측은 합의 가능한 해법을 찾습니다. 공포는 상식의 기폭제죠.”
과거 여러 미국 대통령의 지정(地政)전략 자문을 맡았던 해럴드 맘그렌(87)이 최근 한 기고문에서 소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992년 발언이다.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의 젊은 야심가 푸틴이 30년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밑에서 일하던 시절 자신에게 했던 얘기에서 마피아 보스 같은 본능을 읽었고, 그것은 요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며 미국과 대결하는 푸틴의 벼랑 끝 치킨게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에 걸쳐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명 가까운 병력을 배치해놓고 푸틴이 미국과 그 서방 동맹에 내놓은 요구사항은 30년 전 옛 소련의 세력권을 복원할 테니 그걸 문서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내밀어 침공의 구실로 삼겠다는 최후통첩성 협박이다. 러시아는 인근 벨라루스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준비하는가 하면 대규모 해킹 공격과 가짜 뉴스 유포, 거짓 피격사건 공작까지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에도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당장 푸틴의 의도는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그의 야릇한 눈빛 속에 감춰져 있다. 서방과의 협상에 나선 러시아 측 대표도 그 속내를 모를 것이라느니, 아니 푸틴 자신조차 결정을 못 내렸을 것이라느니, 중(重)기갑전력 작전을 위해 땅이 꽁꽁 얼기를 기다리고 있다느니, 우크라이나 점령 이후 출구 없는 ‘전쟁의 늪’에 빠질 것을 푸틴도 모를 리 없다느니 온갖 추측성 전망만 무성하다.
어쨌든 푸틴은 선제 도발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고도의 정치심리전이 노리는 것은 상대를 열 받게 하거나 겁먹게 만드는 것. 미국은 그런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수세적 처지에 빠진 것은 어쩔 수 없다. 병력 파견 같은 맞대응 대신 꺼내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나 금융·무역 제재 경고는 나약하게 비칠 뿐이다. 다만 미국과 동맹들이 점차 결의를 모으고 있는 만큼 푸틴이 주도하는 시간이 마냥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푸틴의 마피아식 도발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패권도전자 중국보다 질서교란자 러시아의 도전에 먼저 맞닥뜨렸다. 러시아를 이용한 중국 견제, 즉 중-러 갈라치기는 환상이었음도 드러났다. 오히려 중-러의 연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응원과 경계 사이에서 향후 대만 공략의 학습기회로 여기며 관전하고 있다. 내달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은 세계 양대 스트롱맨 푸틴과 시진핑의 밀월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짙어지는 신냉전 기류는 다른 독재자들에게도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당장 카자흐스탄의 독재자는 반정부세력 진압을 위해 러시아 군대를 불러들였다. 북한이라고 가만있을 리 없다. 김정은은 새해 벽두부터 각종 미사일을 연거푸 쏘아 올렸고, 국제 제재를 무력화하는 중-러의 비호 아래 더 큰 도발의 호기로 삼을 태세다. 냉전시대 첫 열전지대, 탈냉전시대 마지막 냉전지대 한반도의 불안 요인은 커지고 있다. 바짝 긴장하고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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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왜 신년사를 3년째 못 할까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지난해 12월 27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장 모습. 김정은이 주석단에 앉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가 3년째 끊겼다.
올해는 신년사 대신 작년 말 닷새 동안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설날 노동신문에 싣는 방식을 선택했다. 작년은 새해 벽두부터 노동당 8차 대회를 열어 신년사를 하지 않았고, 재작년은 올해처럼 설 직전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신년사를 대신했다. 김정은은 왜 집권 이후 매년 하던 육성 신년사를 포기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크게 3가지 이유로 차마 신년사를 할 수 없을 듯하다.
첫째는 창피함이다. 도저히 말할 체면이 없다. 신년사는 회의 결정을 신문에 싣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게감을 가진다. 김정은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북한 주민에게 약속하는 일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직접적인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신년사를 계속 하다간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비난이 점점 커질 수 있다.
북한의 신년사는 수십 년 동안 늘 “지난해는 위대한 승리의 한 해였다”로 시작됐다. 과거엔 억지로라도 성과라는 것을 나열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도무지 자랑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성과가 없는데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하면 시작부터 거짓말쟁이가 된다.
지난해만 봐도 김정은은 세 가지 대공사에 북한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평양에 5년 동안 5만 채를 건설하며 첫해에 1만 채를 완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1일자 노동신문은 “1만 채 건설이 기본적으로 결속됐다”고 전했다. 첫해부터 완공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라톤을 한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5분의 1도 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셈이다.
김정은이 1만 채 건설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 여러 차례 현장에 나가 독촉했던 보통강 다락식 주택구 건설은 “기본적으로 결속됐다”는 표현도 아닌 “새로운 건축 형식이 도입됐다”고 밝히고 있다. 검덕지구 5000채 살림집 건설도 성과적으로 진척됐다고만 밝혔다. 일부는 완공했지만 약속했던 숫자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작년 벌인 공사를 마저 마무리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또 공사를 벌여놓겠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차마 공사판을 언급하진 못하고 전원회의 결정을 내세워 농사혁명, 밀 재배 등을 운운하며 관심사를 농촌으로 돌리려는 듯하다. 그 결과 북한 사람들은 작년엔 공사판에서, 올해는 논밭에서 삽질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작년만 그런 게 아니다. 그 직전 2년 연속 김정은이 역점 사업으로 내밀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양종합병원이 모두 완공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년사를 통해 뭘 약속한다는 것은 거짓말 보따리만 더 키우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으니 당 대회나 전원회의 형식을 빌려 과제만 나열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신년사를 못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셀프 봉쇄’ 24개월 만인 16일 북한 열차가 단둥에 나왔다고는 하지만, 열차가 다닌다고 북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북한의 대외무역은 80% 이상 줄었다. 2017년부터 사상 최강의 유엔 대북 제재가 잇따라 채택되면서 북한의 3대 수출 상품인 광물, 수산물, 임가공 수출이 중단됐고 2019년 12월까지 해외 노동자들도 대다수 귀국했다. 북한의 돈줄이 꽉 막힌 것이다. 그러니 코로나 봉쇄가 풀려도 북한이 벌 수 있는 외화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쳐줘도 20% 수준에 그친다. 이는 코로나가 사라져도 김정은에겐 희망이 없다는 의미다.
신년사를 못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여러 정황을 통해 볼 때 건강상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김정은은 살이 급격하게 빠지는 등 외형상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양강도 삼지연 건설장에 나타난 것을 빼면 평양 시내만 서너 차례 시찰했을 뿐 지방에 나가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게을러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10주기 기념식에 나타났을 땐 급격한 노화 흔적도 보였다.
물론 김정은이 신년사를 읽지 못할 상황은 아니겠지만 읽는 순간 목소리, 숨소리, 혈색 등의 분석이 가능하다. 과거와 차이가 크다면 북한 주민부터 “예전보다 훨씬 숨이 가빠 하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식으로 수군거릴 수 있다.
김정은에게 신년사를 하라고 독촉하고 싶진 않다. 현실은 점점 시궁창에 빠져드는데 고장 난 축음기처럼 매년 “위대한 승리의 해”라는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는 것은 북한 주민도, 나도 듣기 괴로운 일이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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