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척하는 엉터리 경제학, “기축통화”는 한 예일 뿐]
[‘이재명 게이트’가 ‘게이트 지키기’라는 민주당 황당 궤변]
[‘공돈’ 뿌리며 박정희를 본받겠다 하는가]
[‘사진발’ 정치]
[어퍼컷 대 하이킥]
잘 아는 척하는 엉터리 경제학, “기축통화”는 한 예일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준비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基軸)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국가 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화가 달러·유로처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가 늘어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과장된 경제 주장을 펴는 경우는 흔히 있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원화=기축통화’ 발언은 그 차원을 넘어섰다. 정치인이 경제와 국제 현실에 대한 무지를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고 거침없이’ 주장한 희귀 사례일 것이다.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는 달러와 유로뿐이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 정도가 준(準)기축통화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한국 원화는 국제 결제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20위권에도 못 든다. 중국 위안은 물론 멕시코 페소, 헝가리 포린트보다도 비중이 낮다. 그런데 어떻게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건가.
기축통화는 경제력이 크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나라의 패권적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 역사적 전통과 배경, 문화적 지배력, 세계인의 선망과 호감 등이 모두 반영된 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의 총결정체다. 한국은 많이 발전했지만 ‘달러 패권국’과 같은 위치가 된다고 말한다면 그저 혹세무민하는 것일 뿐이다.
이 후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민주당은 “전경련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전경련이 낸 자료는 원화가 IMF의 ‘특별 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며 기축통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전경련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의 발언도 황당하지만 민주당 해명은 국민이 이런 문제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속이려는 것이다.
공상 소설과도 같은 이 후보의 ‘경제학’은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 그는“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국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가 왜, 어떻게 개인에게 부채를 떠넘기나. 국가의 빚은 주로 복지 비용 때문인데 이는 전부 국민 개인에게 지원되는 돈이다. 국가 부채는 거의 모두 결국 개인에게 들어간 돈이다. 게다가 최근의 가계 부채 폭증은 문재인 정부가 만든 ‘미친 집값’ 때문에 국민이 ‘영끌’로 집을 산 탓이 크다.
이 후보는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도 문제가 없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음식점 총량제” “기본 주택” “기본 대출” “기본 소득” “빚 탕감” 등 실제 밀어붙였다가는 심각한 경제적 역풍을 부를 ‘이재명 경제학’을 마구 내던지듯 한다. 그러다 사실이 틀리거나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조선일보(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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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게이트’가 ‘게이트 지키기’라는 민주당 황당 궤변

2020년 10월 26일 녹음된 녹취록에 나온 이재명 게이트 발언. /월간조선
21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통화 녹취록을 놓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충돌했다. 윤 후보는 “그 녹취록에 끝에는 이재명 게이트란 말이 나온다”고 하자 이 후보는 “허위 사실이면 사퇴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 뒤 녹취록에서 김만배씨가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이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재명 게이트’ 표현이 “이 후보가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문·門)인 것 같다”고 했다. 강 의원은 “저건 이재명 때문에 일이 잘 안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게이트’는 미국 닉슨 대통령이 사임까지 하게 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비롯돼 대형 비리 사건을 지칭하는 의미로 일상적으로 쓰인다. 녹취록 속 이재명 게이트 언급 또한 이 후보의 비리 의혹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강 의원은 이 후보가 이들의 부당한 사업 진행을 막아서는 ‘문지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한다.
대장동 개발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진행됐다. 결정권자가 이 후보였다. 스스로 “최대 치적”이라고 했다. 김씨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에서 수천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해 기소됐다. 이 후보가 임명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도 구속 기소됐고, 이 후보 지시로 사업을 실행한 성남도공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과 김문기 개발 1처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김용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은 검찰의 압수 수색 직전 유 전 본부장과 수차례 통화하며 회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성남은 우리 땅”이라고 큰소리치며 오리역에서 또 다른 특혜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김씨 일당이 이런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재명 후보라는 결정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짐작할 수 있는 이 사건을 두고 이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라는 밑도 끝도 없는 강변을 해왔다. 그러다 이제는 ‘이재명 게이트’는 ‘이재명 문지기’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내놓고 있다. 이들이 의혹이 터질 때마다 막무가내로 부인해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게이트 키핑’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조선일보(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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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의원 “녹취록 ‘이재명 게이트’의 게이트는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 ‘지퍼게이트’도 그런 의미였군.
-팔면봉, 조선일보(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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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돈’ 뿌리며 박정희를 본받겠다 하는가

1964년 12월 10일 독일 뤼프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방독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함보른 광산을 방문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앞에 두고 박 대통령 내외는 목이 메어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왼쪽은 당시 함보른 광산 사장.
언제부턴가 대선 때만 되면 박정희를 평소 비난하던 이들이 태도를 바꾼다. 그의 공적을 찬양하고 경제를 도약시키겠다 다짐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여야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앞서간 성공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면 고개를 젓게 된다. 온통 퍼주겠다는 약속이다. 박정희는 결코 퍼주는 지도자가 아니었다. 퍼주긴커녕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했다. 1964년, 독일 함보른 탄광에서 광부 간호사들을 모아 놓고 그는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자”고 호소했다. 이 나라는 그들이 흘린 피땀의 결정체다.
지도자라면 공동체가 함께 추구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희가 통치자로서 국민에게 던진 비전은 ‘후손이 잘사는 나라’였다. 그가 집권하던 1963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였다. 누구는 박정희 방식의 비전은 3만5000달러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산타가 되겠다는 건가. 하지만 소득 수준이 얼마이든, 국민 주머니에 공돈 찔러주는 나라 치고 망하지 않는 사례가 드물다. 관광 부국 그리스와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가 그 증거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1981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는 공약을 걸고 집권했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 시설을 국유화해서 나온 돈을 국민 주머니에 찔러줬다. 그 결과가 어땠나. 두 나라의 많은 국민이 쓰레기통 뒤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여야 후보가 내놓은 퍼주기 공약을 집행하려면 최고 300조원이 든다고 한다. 마을 단위 지역 공약은 뺀 수치다. 연일 새 선물을 더하느라 공약집 발간이 미뤄질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재원 대책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질타한다. 그렇게 지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재원만 마련되면 돈을 뿌려도 되는가. 아무리 돈이 흔해도 쓰지 말아야 할 돈은 안 써야 한다. 그 돈이 국민의 자활 의지를 꺾는 마약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민노총은 “사회주의로 국민 철밥통 시대를 열자”고 한다. 앞서 그런 정책을 폈던 동구와 남미에서 국민들 목에 걸린 것은 철밥통이 아니라 거지 밥그릇이었다는 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
한 대선 후보가 박정희 생가를 방문해 “새마을 정신을 본받겠다”고 했다. 퍼주기 공약과 새마을 정신을 한 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새마을 정신을 모른다는 증거다. 새마을 운동이 내건 생산증대와 생활 향상은 “퍼주는 돈이나 받아먹겠다”는 정신머리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였다. 박정희는 국민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자조(自助)를 요구했다. 운동 첫해인 1970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먼저 전국 3만4000여 마을마다 시멘트 200~300포대씩 지원했다.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정하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마중물이었다. 나라가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지 않았다. 다만 시멘트를 1년 내내 방치한 마을은 이듬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처음에 낙오했던 1만8000개 마을 중 6000개도 절치부심해 이듬해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좌승희·‘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
미국 정치학자 디드러 매클로스키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지닌 개인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년이니까 돈 찔러주고, 장년 됐다고 수당 안기는 나라에서 자부심 갖고 미래를 여는 개인이 남아날 수 있을까. 2주 뒤면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 땅의 70~80대 어르신들은 뛰어난 지도자와 함께 땀 흘려 미래를 일군 기쁨을 맛본 분들이다. 나와 내 아이들도 새 지도자와 함께 그분들이 경험했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이 나라엔 아직도 땀 흘려 성취해야 할 목표가 얼마든지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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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 정치
[朝鮮칼럼]

20일 서울 대학로에 부착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벽보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분위기를 한껏 북돋우는 것은 전국 방방곡곡을 가득 메운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다. 선거 홍보물의 하이라이트는 얼굴이다. 기호 숫자도 보이고 소속 당명도 보이고 핵심 구호도 보이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얼굴이다. ‘사진이 선거의 반(半)’이라는 정치 전문 사진기자들의 이야기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런데 막상 사진에 담긴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며 갖게 되는 느낌은 묘한 낯섦과 어색함이다.
특히 유력 후보자들의 경우 지금까지 국민 눈에 익은 모습과 사뭇 달라져 있다. ‘흑발(黑髮) 염색’ ‘눈썹 문신’ ‘포마드 스타일’ ‘숏컷 머리’에 시쳇말로 ‘떡칠’까지 한 모습은 평소 그들의 얼굴에 대한 기억을 일시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든다. 야릇한 거리감이나 이물감 탓에 기분 같아선 ‘같은 분 맞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아니면 ‘이것 사진 맞습니까?”라고 따지고 싶다.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 낸다’는 사전적 의미의 ‘사진(寫眞)’ 말이다. 그러면서 닮을 사(似), 참 진(眞)을 합친 ‘사진’(似眞)이라는 조어(造語)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간 사회에서 얼굴만큼 신분 증명용으로 확실한 것은 없다. 얼굴은 개인의 역사이자 내면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사상가 키케로가 말했듯 “모든 것은 얼굴에 있다.” 옛날에는 초상화를 그렸고 오늘날에는 사진을 찍을 뿐이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대니얼 맥닐(Daniel MCNeill)은 사람의 얼굴을 ‘문명의 첫 단계’로 생각한다. 세상에는 얼굴 없는 단세포 생명체가 무수히 많다. 입이나 눈이 얼굴의 전부인 하등동물도 허다하다. 이에 비해 인간에게 얼굴이란 다른 신체로부터 독립된 육신의 중심이다.
더욱이 사람의 얼굴은 오감(五感) 가운데 네 개를 차지하는 데다가 동물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털이 없다. 이로써 얼굴은 내가 남의 생각을 알아채고 상대가 내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자 본무대가 된다. 이목구비의 배열은 모든 인간이 대동소이하지만 쌍둥이조차 똑같지는 않다. 얼굴이 곧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기억력이 얼굴에 대해 특히 발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갓난아이는 다른 어떤 형상보다 얼굴 패턴을 좋아한다고 한다. “인간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세상에 나온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얼굴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람들 사이에 생각과 감정, 정보를 주고받는 데 있는 셈이라,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인물 사진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현상은 하등 놀랍지 않다. 게다가 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사진 매체에 친숙하고 예민한 시대다. 전 국민 손에 폰카메라가 들려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퍼 날라져 순간적으로 집단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사진의 위력이다. 글이나 말을 통한 메시지 대신 사진에 의한 이미지가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시대가 싫든 좋든 현실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인물 사진의 진정성과 진실성이다. 결코 민낯이나 ‘생얼’만 보여달라는 주문이 아니다. 화장이나 분장, 심지어 성형조차도 40대 이후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는 그 나름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때 빼고 광 내고 힘주는’ 일도 유분수(有分數)다. 지금 우리는 연예인 인기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공인(公人) 중의 공인, 대통령을 뽑는 중이다. 비록 ‘옳고 그름’이 선택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 해도 ‘싫고 좋음’이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주권자 국민은 후보자들의 외모 연출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인품과 자질에 관련된 그들의 진면목을 사실대로 전해줄 보다 진솔하고 정직한 얼굴 사진을 대하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그러한 바람도 참정권의 일부다.
선거 벽보에서는 그렇게 유능해 보이던, 그렇게 정의롭게 보이던, 그렇게 양심적으로 보이던, 그렇게 포용적으로 보이던 선남선녀가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모습에 너무나 자주 속아온 우리들이다. 이러한 이미지 정치의 웃지 못할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만드는 선거 관리상의 제도나 장치는 혹시 없을까. 그런 게 부재하거나 불가하다면 당장은 우리 스스로 대선판의 ‘사진발 정치’에 속지 않는 눈 밝은 유권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조선일보(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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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컷 대 하이킥
[송평인 칼럼]
정권교체는 대선만으로 되지 않아.. 국회 권력 교체까지 2년 더 남아
탐욕에 야권연대 차버린 국민의힘..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 깨달을 것

MZ세대 사이에 현타라는 말이 쓰인다. ‘현실 자각 타임’의 터무니없는 축약어다. 어쨌든 그 말은 망상에 빠져 있다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뜻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며칠 안에 현타가 찾아올 것이다.
윤 후보는 한순간도 청와대에서 집무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그것부터가 더불어민주당의 OK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꾸리려면 현재 입주해 있는 외교·통일·여성가족부 중 일부가 어디론가 옮겨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바꿔야 한다. 여가부를 폐지하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한다. 모두 민주당이 통과시켜 줘야 한다.
법 개정이 어려우니 외교·통일·여가부를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할 수도 있겠다. 대통령에 맞는 경호와 보안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집무실에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긴급 사태에 대비한 지하벙커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현실이 알려지면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왜 집무실을 옮기느냐는 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래도 윤석열 부부가 강행하려 하면 청와대 터가 나쁘다고 여겨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무속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윤 후보는 취임 100일 이내에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를 설치하고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43조 원, 대출 보증기금에 5조 원을 쓰겠다고 공약했다. 재원 조달이 문제인데 그는 국채 발행 없는 세출 구조조정을 언급했지만 현실감 없는 얘기다.
우리나라 예산 규모가 600조 원 정도다. 이 중 반드시 써야 할 고정비를 뺀 재량 사업비는 200조 원 정도다. 재량 사업비도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계획 등에 따라 다 지출이 예정돼 있어 10%를 깎기도 어렵다. 최대 10%를 깎는다고 해봐야 고작 20조 원이다.
병사들에게 월급 200만 원씩 주고, 아이 출산 시 부모에게 월 100만 원씩 1년간 모두 1200만 원을 주고, 노인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려주겠다는 공약은 민주당이 받아서 ‘묻고 더블로’ 가버리면 국민의힘보다 더한 민주당의 포퓰리즘에 이용되는 꼴만 되고 만다. 주식양도세 폐지 같은 법 개정이 필요한 공약은 민주당이 반대하니 될 리가 없다.
윤 후보는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재조정하겠다고 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기 때문에 공허한 약속이다. 그러고 보면 윤 후보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검찰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비리를 수사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윤 후보가 박근혜 정권에 적용한 직권남용죄의 기준을 문재인 정권에 적용하면 기소될 자들이 수두룩하다. 사실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 윤 후보를 박근혜 지지자들이 지지해준 데는 그가 박근혜를 수사한 그 기준으로 문재인도 수사해달라는 암묵적 기대가 담겨 있다. 윤 후보가 그 기대를 저버리면 국민의힘 내에서 이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기대를 충족시키려 하면 민주당과의 동물적 대결이 불가피하다. 윤석열의 어퍼컷과 이재명의 하이킥은 그런 대결의 예고편이다. 민주당은 민노총 등과 연합해 제2의 광우병 사태, 제2의 촛불시위를 일으킬 수 있고 국회 의석을 바탕으로 제2의 탄핵도 추진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탄핵소추와 심판이 엄밀함을 잃어버려 여소야대(與小野大)하의 대통령은 언제든지 탄핵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민주주의는 과반(majority)의 지배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50% 이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 의지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것은 정권교체의 완성이 아니라 정권교체의 시작일 뿐이다. 이번 경우는 정권교체가 정부 권력만이 아니라 국회 권력을 교체해야 완성된다.
야권 전체가 주도면밀하고 단합된 힘으로 헤쳐가야 할 험난한 2년이 남아 있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오만불손해진 국민의힘이 야권연대를 차버렸다. 권력에의 의지를 넘어 권력에의 탐욕을 날것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80대가 당권을 쥐건 30대가 당권을 쥐건 세대를 넘어서도 변하는 게 없다. 이따위 정당에 정권을 넘겨주려고 국민들이 애썼나 하는 회의가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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