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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잇는 러시아 규탄·제재 동참… 한국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뚝섬 2022. 2. 24. 06:36

[짓밟힌 ‘올림픽 휴전’의 교훈]

[줄 잇는 러시아 규탄·제재 동참… 한국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짓밟힌 ‘올림픽 휴전’의 교훈 

 

2022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두 달 앞둔 작년 12월 2일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올림픽 휴전안’을 결의했다. 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일주일 뒤까지의 50여 일을 휴전 기간으로 선포하고 회원국들에게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지구촌 평화의 축제를 맞아 이 기간만이라도 인류가 서로를 향해 겨누던 총부리를 거두자는 호소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때부터 시작된 전통이다.

 

2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간스크 공화국에 대해 독립을 인정하고 두 지역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 군을 파병 하겠다고 선언한뒤 인근 러시아 로스토프에 러시아 무장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물론 실효성보다는 선언적 의미가 큰 이 결의안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유엔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발표될 때마다 세계 각국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연대의 의미와 평화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이 결의안을 대놓고 무시한 나라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다.

 

올림픽 개막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친서방 노선을 꾀하던 우크라이나를 속국처럼 두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최신식 미사일을 훈련에 동원하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급기야는 러시아 추종 반군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평화 유지’라는 명목으로 직접 군대를 보내 무력 점령에 나섰다. 모두 올림픽 휴전 기간 벌어진 일이다. 도핑으로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더니 장외(場外)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며 평화의 축제임을 무색하게 했다.

 

러시아의 ‘올림픽 도발’은 이전에도 있었다. 8년 전 자국에서 개최한 소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병력을 보내 3주 만에 자국 땅으로 강제 병합했다. 장애인들의 겨울 스포츠 제전인 소치 패럴림픽 기간 벌어진 일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아예 개막식이 열리던 날에 반(反)러시아 성향이 강한 구소련권 나라 조지아를 무력으로 침공해 전쟁을 벌였고 나흘 만에 굴복시켰다.

 

러시아의 거침없는 도발 속에 휴지 조각이 돼버린 올림픽 휴전안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제 정치는 결국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는 것,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소련 붕괴로 독립국이 된 우크라이나가 30년간 분열하지 않고 스스로 힘을 키워 러시아가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됐다면, 그 힘의 균형 덕에 ‘올림픽 평화’는 유지됐을 것이다.

 

적대 세력과 열강 사이에 둘러싸인 한국도 2018년 평창 올림픽을 통해 긴박하게 돌아가던 한반도 정세를 평화 무드로 급변경시키려다 ‘쇼’로 끝난 씁쓸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평화는 남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단발성 깜짝 이벤트를 통해서 이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힘을 갖춰야만 쟁취할 수 있다. 올림픽 휴전 약속을 걷어차버린 러시아의 군사 행동 명분은 ‘평화 유지’였다. 이 역설적 상황은, 평화의 필수 조건은 바로 ‘힘’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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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러시아 규탄·제재 동참… 한국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미국은 2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국책은행 두 곳과 자회사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을 1차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를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단시켜 돈줄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동맹·우방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앞서 독일은 러시아와의 가스관 사업 노르트스트림2 중단을 발표했고, 호주와 일본도 어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각국이 속속 러시아를 규탄하며 제재 대열에 동참하고 있지만 한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만 내놓았다. 러시아를 규탄하지도 않았고, 제재 동참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정세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반도에 불똥이 튈까 걱정할 뿐이다. 그러니 북한 중국 달래기에 급급하더니 러시아 눈치까지 보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소극적 태도는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국 외교의 실종 사태는 우려스럽다. 미국이 추진하는 제재에는 자국 기술이 들어간 모든 제품의 러시아 수출 금지가 포함돼 있다. 우리 반도체와 전자제품, 자동차 수출길이 막힌다. 미국의 제재는 그것을 위반한 제3국도 제재하는 식이어서 한국이 피해갈 도리도 없다. 동참을 거부한다고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데도 한국은 그저 침묵하고 있다.

 

외교적 행보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입을 닫고 주변만 살피는 것이라면 동맹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실망과 불신을 낳을 뿐이다. 정부는 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라고 강조하지만, 국제적 신뢰를 잃고선 한국 외교가 설 자리가 없다.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규탄은 하지만 행동이 없는 나라들’을 향해 “규탄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행동”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이 훗날 그런 통사정을 하는 처지가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동아일보(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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