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만 누리려는 文대통령]
[겉으론 “혁파” 외치면서 ‘꼼수 규제’ 양산한 文정부]
영광만 누리려는 文대통령
올림피언엔 찬사, 北피살 공무원 외면
국민은 국가 빛내주는 도구일 뿐인가
이번 올림픽 기간에 중국에서 메달 3개를 휩쓴 스키 선수 아일린 구(19) 못지않게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샤오화메이’라 불리는 여성인데, 오래전 납치돼 8남매를 낳고 쇠사슬에 묶인 채 살아온 사실이 블로거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대륙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중국 ‘스포츠 굴기’의 상징이 된 아일린 구와 인권 유린의 샤오화메이 가운데 누가 중국의 실상과 가까운지 자문하고 있다. 샤오화메이 관련 온라인 게시물이 속속 삭제되자 ‘칭송받거나 침묵을 강요당하는 두 여성은 국민을 도구로 보는 비뚤어진 국가주의를 보여준다’는 자성도 나온다.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건 태극 전사들이 승전보를 전해오는 가운데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가장을 잃은 유족이 한국을 찾은 유엔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훈련받은 아일린 구와 달리 우리 메달리스트들은 국내 훈련 인프라로 키워냈으니 그들의 성취는 나라의 성취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의 황망한 죽음을 막지도, 1년 반이 지나도록 사후 수습도 못하는 국가 시스템은 우리의 또 다른 실상이다.
북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처지는 중국 여성 샤오화메이보다 나을 것도 없다. 산아제한이 엄격한 나라에서 아이 여덟을 낳고 노예 생활을 하도록 방치됐듯, 우리 정부도 그가 실종돼 사망하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중국 공안 당국은 샤오화메이가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정신질환자라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가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인정했다. 우리 정부도 ‘자진 월북’ ‘도박 빚이 월북 동기’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공개하며 피해자를 욕보이고 책임을 피하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의 고교생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편지까지 쓰고도 청와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유족이 승소하자 항소로 진상 공개를 막고 있다. 대통령이 퇴임 후 관련 정보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간 열어볼 수 없게 된다.
중국인들은 샤오화메이 사건과 공안의 은폐 의혹 수사에 국제기구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피살 공무원의 유족도 한국 정부가 1심 판결대로 정보를 공개하고 유엔과 남북이 공동 조사하도록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족은 “어찌 죽었는지라도 알려달라고 할 때마다 국가기밀이나 남북관계를 이유로 입을 닫는다. 대체 국민 보호도 못하면서 남북평화가 다 뭔가”라고 했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두고도 인권 유린을 당하고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도 했다.
한류 스타들이 성과를 낼 때마다 그러했듯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냈다. 남녀 쇼트트랙 계주에서 준우승한 선수 9명에게는 모두 다른 맞춤형 축전을 썼다. 그런데 피살된 공무원 아들이 최근 “고등학생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돌려보냈는데도 반응이 없다. 잘난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못난 부모처럼 정부 체면 구기는 국민은 나 몰라라 하는 건가. 국가의 실패로 피해 입은 이를 챙기는 일은 축전 쓰기보다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이제라도 항소를 포기하고 “저희 엄마와 어린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 달라”던 피해자 아들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아직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유족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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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혁파” 외치면서 ‘꼼수 규제’ 양산한 文정부

정부서울청사 전경. 2021/12/09 김동주기자
현 정부가 말로는 ‘규제 혁파’를 강조해 왔지만 법 개정보다 손쉬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우회 규제’를 양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현 정부 들어 신설, 강화된 규제 5798건 중 86.9%는 이렇게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고쳐 도입한 것이었다. 73.8%였던 이명박 정부, 77.9%의 박근혜 정부보다 비중이 커졌다.
사외이사 재직기한 6년 제한, ‘관공서 공휴일’의 유급휴일 의무화 등은 민간기업의 경영에 부담을 주는 중대한 사안인데도 입법 절차 없이 우회 규제를 통해 속전속결로 도입됐다. 규제 신설로 피해를 볼 당사자들이 국회 법안심사 과정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민 생활이나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중요 규제’로 분류해서 규제개혁심의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피해 가는 사례도 많았다. 남녀고용평등법 적용 범위를 5인 미만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은 적용 사업장 수가 100만 개가 넘는데도 ‘비중요 규제’로 분류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강화하고,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재계의 반대가 많은 사안이었는데도 규개위 본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재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됐다.
현 정부가 혁신성장, 규제개혁의 실적으로 자랑하는 규제 샌드박스도 성과가 신통치 않다. 3년간 대상으로 선정된 사업 600여 건 가운데 실제로 규제가 개선된 건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 40% 이상은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했거나 사업을 포기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부처가 낀 겹겹 규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벤처 분야에서는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에 나가 창업하려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규제에 가로막혀 혁신을 포기하면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매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3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성장엔진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앞에선 풀겠다고 약속하고 뒤에선 묶는 꼼수 규제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중의 해악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 아닌 ‘규제혁명’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더딘 이유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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