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음식을 흉보지 마라]
[영국인 줄 세운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
영국 음식을 흉보지 마라

특유의 강렬한 맛으로 처음 맛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기곤 하는 영국의 국민 스프레드 '마마이트(Marmite)' /팀 알퍼 칼럼니스트
최근 한식의 세계적 인기는 ‘유행’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영국에서도 대형 수퍼마켓은 물론이고 작은 편의점까지 한국 BBQ 맛 감자칩부터 작은 병에 담긴 김치까지 다양한 한국 음식이 판매되고 있다. 반면 영국 음식은 여전히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진짜 영국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 음식이 진짜 그렇게 형편없는 것일까, 아니면 홍보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영국인은 자기 자랑에는 젬병인 민족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영국 음식을 비난하면 우리는 그저 점잖게 수긍하며 이렇게 맞장구친다. “맞아요, 영국인은 야채가 곤죽이 될 때까지 삶아요.” 혹은 “영국 음식은 피시 앤드 칩스가 전부죠.”
우리는 이렇게 함께 영국 음식을 흉보지만 그 이유는 영국 음식이 맛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천성적으로 자기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 영국인들은 영국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즐기지만 타인을 지적하거나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드러내는 것은 질색한다.
여러 면에서 한국인들과는 반대다. 만약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비난한다면 한국인들은 개인적으로 공격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유니언 잭이 그려진 옷을 입는 것이 불편한 영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는 것은 애국심을 드러내는 좋은 방법이다.
영국인들은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그 지역 음식을 맛보는 것을 즐기며 그것을 자기네 식단에 반영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러나 속으로는 익숙한 자기 집 부엌을 그리워한다. 여행을 갈 때 한국인들이 고추장을 챙겨 가듯 영국인들은 이스트 추출물로 만든 짭조름한 스프레드인 ‘마마이트’를 트렁크에 몰래 넣는다.

셰퍼드 파이
아프거나 외로울 때 한국인들이 엄마표 김치찌개가 그리운 것처럼 우리 영국인들도 오븐에서 막 꺼낸 셰퍼드 파이와 같은 영국 음식을 떠올린다. 영국인들은 내심 영국 음식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며 이 비밀을 누설한 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Is British Food Bad – Or Does It Just Have Lousy PR?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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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줄 세운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
[김성윤의 맛 세상]
영국인 유명 유튜버, ‘김치 치즈 토스트’ 만들어 팔며 큰 인기
英 아침식사에 필수인 토스트에 ‘정통 한국식’이란 이름 붙여
치킨·토스트처럼 한국화 성공한 음식이 다시 외국으로 역수출


영국 런던 한복판 킹스크로스역(驛)은 소설·영화 ‘해리포터’에서 마법 학교 호그와트로 가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이 있는 역으로 세계인에게 친숙하다. 요즘 킹스크로스역 인근 광장에서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가 불티나게 팔리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 입구나 버스 정거장 옆 노점에서 흔히 사 먹는, 버터 발라 앞뒤로 노릇노릇 구운 식빵 사이에 네모로 부친 달걀과 가늘게 썬 양배추·햄·치즈 등을 넣은 ‘정통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Classic Korean Street Toast)’를 먹으려는 현지인들이 줄을 선다. 기본 토스트와 함께 ‘매콤한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 김치와 모차렐라 치즈를 넣은 ‘김치 치즈 토스트’ 또한 5.5~6.5파운드(약 9000~1만500원)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도 인기다.
길거리 토스트 가게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를 운영하는 조슈아 캐럿(Carrott)과 올리버 켄덜(Kendal)이 열었다. 이 두 영국 남성은 지난해 팝업 스토어를 열어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를 선보였고, 반응이 좋아 가게까지 냈다.

한국식 길거리 토스트의 런던 진출이 각별하게 느껴진 건, 토스트가 영국 아침 식사의 필수적 음식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대학이 발간한 음식 백과사전 ‘옥스퍼드 컴패니언 투 푸드(Oxford Companion to Food)’는 토스트를 “제대로 된 영국식 아침 식사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요소”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토스트가 유럽 여러 나라 중 유독 영국에서 아침 식사로 유행하게 된 이유로 “영국 빵의 주재료가 밀이라는 점”이라고 추측한다. 호밀빵을 주로 먹은 북유럽과 달리 영국에서는 밀가루로 빵을 반죽해 구웠다. 밀빵은 구우면 구수한 맛과 향이 호밀빵보다 훨씬 맛있게 살아나기에, 빵을 얇게 썰어 굽는 토스트가 인기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토스트는 열에 그을리거나 말린다는 뜻의 라틴어 토스투스(tostus)에서 나왔다. 딱딱한 빵에 음식을 올려 먹는 건 유럽에서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식습관이다. 그릇이 귀했던 당시 상류층은 딱딱해진 빵을 대접이나 접시 대용으로 사용했고, 음식을 먹고 남은 빵은 개나 빈민에게 던져 줬다. 음식에서 스며 나온 기름과 양념이 밴 빵은 맛이 상당히 훌륭했다고 한다.
16세기 영국에서는 음료에 토스트 빵을 곁들이는 것이 유행했다. 건배할 때 ‘토스트’라고 외친 것도 이때부터다. 아침 식사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 ‘아침 식사’(니케북스)에 따르면, 영국 귀족들은 18세기부터 대중화한 차(茶)를 곁들인 토스트를 가벼운 아침 식사로 먹었다. 영국인들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면서 토스트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길거리 토스트는 엄밀하게 따지면 토스트가 아니라 샌드위치라는 주장도 있다. 토스트는 바삭하게 구운 빵에 버터나 잼 등을 발라 먹는 게 일반적인데, 한국식 토스트는 버터나 마가린에 지진 식빵 사이에 달걀 부침, 햄, 치즈 따위 부재료를 끼워 넣었으니 틀리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토스트에도 베이컨, 달걀, 치즈 등을 올려 먹는다. 또 영국에서는 버터를 바른 식빵 2장 사이에 치즈와 햄 등을 넣고 프라이팬이나 그릴에 놓고 눌러가며 바삭하게 구운 샌드위치를 ‘토스티(toastie)’라 부르는데, 한국식 토스트와 매우 비슷한 모양새다. 게다가 프렌치 토스트(French Toast)를 보면 영어권에서도 토스트가 반드시 구워서 바삭한 빵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프렌치 토스트는 식빵을 달걀물에 푹 담갔다가 기름에 지져 부드럽고 촉촉하다.
부재료를 빵에 얹거나 사이에 끼운 토스트·샌드위치류 음식은 산업화로 집과 일터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역사를 만든 100가지 레시피’(에쎄)에 따르면, 샌드위치는 스낵처럼 깔끔해서 마차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선호했다. 한국 토스트 가게들이 직장이나 학교로 바쁘게 이동하는 샐러리맨과 학생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길거리 토스트는 훌륭하게 한국화한 외래 음식이란 점에서 치킨과 공통점이 있다. 하긴 코로나 이전 서울 명동을 아침에 지나다 보면 토스트 가게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치킨처럼 길거리 토스트도 한식의 매력을 알리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나갈 듯하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일보(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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