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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포스 마쥬어] .... [다시 뜨거워진 호르무즈... ]

뚝섬 2026. 3. 14. 07:34

[호르무즈]

[포스 마쥬어]

[호르무즈 해협]

[다시 뜨거워진 호르무즈... ]

 

 

 

호르무즈

 

17세기 영국 시인이자 정치가 존 밀턴의 ‘실낙원(失樂園)’에 호르무즈란 표현이 등장한다. 악마가 앉아 있는 왕좌를 묘사하며 “화려함이 호르무즈와 인도의 부를 능가한다”고 했다. 호르무즈는 11~15세기 호르무즈 해협을 지배한 이란 남부지역 왕국 이름이다. 당시 유럽인에게 호르무즈는 사치스럽고 풍요로운 곳의 대명사였다. 조로아스터교의 최고 신인 ‘아후라 마즈다’가 페르시아에서 긴 세월 변화를 거치며 ‘호르무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세에도 동서양을 연결하는 무역 관문이었다. 중국 비단과 도자기, 동남아시아 향신료가 이곳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인도에서 온 상인들이 보석, 진주, 비단, 상아를 팔기 위해 모여드는 세계 최고의 시장”이라고 썼다. 호르무즈 왕국은 항구에 정박하는 모든 배에 통행세를 부과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천혜의 요충지를 유럽 열강이 가만히 둘 리 없었다. 1507년 포르투갈 알부케르크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호르무즈 왕국을 정복한 뒤 해협 가운데 호르무즈섬에 요새를 세웠다. 이 섬부터 맞은편 아라비아반도까지 39㎞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영종도 앞바다까지 거리쯤 된다. 맑은 날에는 망원경 없이 큰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알부케르크 제독은 호르무즈섬을 “이슬람의 숨통을 조이는 코르크 마개”라고 불렀다.

 

▶20세기 초 페르시아만에서 원유가 발견되면서 이 해협의 전략적 가치는 차원이 달라졌다. 총 길이 167㎞, 폭 34~54㎞인 좁은 해협을 하루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인 2100만 배럴이 통과한다. 많은 암초와 얕은 수심을 고려하면 대형 유조선이 다닐 수 있는 항로는 왕복 각각 3.2㎞밖에 안 된다. 중간에 충돌 방지를 위한 2마일을 합치면 총 9.6㎞의 좁은 왕복 2차선 도로 위를 거대한 유조선들이 교차하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 안보 전문가인 더글러스 유반은 ‘제국의 숨통’이란 책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 경제라는 거인이 숨을 쉬는 가느다란 빨대’에 비유했다. 그 가는 빨대가 지금 막혔다. 유반은 1개월 이내 봉쇄는 심리적 공포를 자극할 뿐 실물 경제 충격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1~3개월 봉쇄는 실제 원유 부족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성장률을 무려 2.5~5%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봉쇄가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략비축유 권장기간(90일분)을 넘으면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나지홍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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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향해 “미친 쓰레기들에 무슨 일 일어나는지 봐라”. 점점 거칠어지는 입, 자신감인가 초조함인가.

 

-팔면봉, 조선일보(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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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마쥬어

 

2015년 국내 개봉한 영화 ‘포스 마쥬어’는 알프스 스키장으로 휴가 갔다가 눈사태를 만난 가족 이야기다. 남편이 아내, 어린 두 자녀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눈사태처럼 보이는 눈보라가 일자 혼자 탈출한다. 실제 눈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가 “가족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힐책하자, 남편은 “도망간 것이 아니라 반사신경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변명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제목 포스 마쥬어(Force Majeure)는 프랑스어로 거대한 힘, 법률 용어로는 불가항력이란 뜻이다.

 

▶포스 마쥬어(외래어 표기법으로는 포르스 마죄르)는 고대 로마법부터 이어진 면책(免責) 원칙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초기엔 지진이나 대홍수 같은 천재지변에 주로 적용되다가 차츰 전쟁이나 테러, 수출입 금지나 봉쇄 같은 정부 조치, 코로나 같은 팬데믹 등으로 확대됐다.

 

▶무조건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으며, 최선을 다해도 극복하기 어렵다는 3대 요건을 갖춰야 한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으로 아랍 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금지한 1차 오일쇼크 때 전 세계 정유업체들이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했지만 3대 요건을 인정받아 면책받았다.

 

▶반면 미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오일 쇼크로 우라늄 가격까지 5배로 폭등하자 우라늄 공급을 중단했지만 포스 마쥬어를 인정받지 못했다. 원전 매출을 늘리려 “20년간 우라늄 원료를 파운드당 8달러에 공급하겠다”고 계약한 것이 화근이 됐다. 법원은 우라늄 가격 상승이 경영상 리스크일 뿐 불가항력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총 10억달러의 합의금을 물면서 회사 명운이 기울었다. 국내에서도 2008년 리먼 쇼크 때 달러와 엔화 투자로 큰 손해를 본 기업들이 “금융 위기는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환율 변동은 통상적인 리스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란 사태 이후 국내외 석유화학 업체들의 포스 마쥬어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힌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와 카타르에너지 등이 공급을 중단하자 인도네시아 최대 업체인 찬드라 아스리 등 아시아 업체들이 속속 두 손을 들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 한 곳만 포스 마쥬어를 선언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떤 업체도 견뎌내기 힘들다고 한다.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 바랄 뿐이다.

 

-나지홍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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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2008년 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둔 어느 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미 해군 5함대 소속 군함 세 척을 향해 소형 고속정 5척이 돌진했다. 고속정 가운데 최소 2척은 이란 국기를 달고 있었다. "너희한테 가고 있다. 몇분 내로 너희 배는 폭파될 것이다." 폭파 위협에, 미 군함에는 전투 배치 명령이 떨어졌다. 빠르게 다가오던 이란 고속정이 바다 위에 정체 불명의 박스 두 개를 띄워놓고는 갑자기 뱃머리를 돌리는 바람에 다행히 무력 분쟁은 없었다.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산유국에서 원유나 천연가스를 싣고 큰 바다로 나가려면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야 한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해협의 폭은 좁은 곳이 40㎞가 채 안 된다. 그중에서도 큰 배가 드나드는 뱃길은 해협 중앙의 4㎞ 정도다. 이 길목만 봉쇄하면 대형 유조선이나 항공모함이 드나들 수 없다.

 

▶2011년 말 미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이란 해군사령관이 TV에 나와 "호르무즈를 봉쇄할 준비가 돼있다. 해협 봉쇄는 물 마시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고 했다. 호리병 목처럼 생긴 이 원유 수송길을 두고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꺼냈다. 지형만 보면 손쉬울 듯 보이나 실행에 옮기기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페르시아만의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나라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페르시아만 연안에 라스 타누라라는 원유 수출 기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홍해 쪽 선적항으로도 원유를 수출한다. 반면 이란은 페르시아만 깊숙이 있는 카르그섬이 거의 유일한 원유 수출항이다.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고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정작 이득 보는 쪽은 이란이 아니라 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 타격 주려다 되레 경쟁자만 키워주는 자해(自害)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새해 들어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가 사망하고 이란이 '가혹한 보복'을 선언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 긴장이 높아간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증시도 출렁인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타격받는 곳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국제정치적 셈법 때문에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실현되거나 장기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지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 살다보니 호르무즈 불똥이 언제 튈지 몰라 걱정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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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거워진 호르무즈...

 

하루 유조선 15척 지나… 반드시 이란·오만 해역 지나야 해

6개 걸프 왕정國 중 확실한 사우디 편은 UAE와 바레인뿐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뜨겁다. 올 5월 아랍에미리트(UAE)의 후자이라항에서 벌어진 유조선 피습 이후 나포와 피격 사건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만의 무산담반도와 이란의 라라크섬 사이의 폭 54㎞ 바닷길을 드나드는 선박들은 불안하게 항해하고 있다.

발단은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이란 핵 합의 파기였다. 이전까지는 평온한 바다였다. 작년 11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하면서 파고가 높아졌다. 7년 만이다. 2012년 이란 핵무장 가능성이 커졌을 때 미국이 강력한 이란 석유 금수 조치를 내린 이후 다시 위험한 바다가 되었다. 1979년 이란혁명 이래 이 바다의 위기는 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불거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미국의 압박으로 고립된 이란이 벼랑 끝 전술로 호르무즈 봉쇄 위협 엄포를 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현 상황은 이란의 우세로 평가되기도 한다. 세 가지 면에서 그렇다.

먼저 바다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은 이란의 바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의 남쪽, 즉 아라비아반도 연안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왕정국가들이 잘게 나눠 갖고 있다. 반면 북쪽 해역은 전부 이란 영해다. 면적뿐만 아니다. 진입 길목인 오만 앞바다의 1차 통항분리대(TSS·traffic separation scheme)로 들어온 배는 크게 각도를 꺾어 곧바로 서부 통항분리대로 진입한다. 이곳 80㎞ 항로는 이란 관할 영역이다. 하루 대략 15척의 유조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다. 이란은 1958년 해양법협약 비준으로 호르무즈가 무해통항권 적용 지역임을 내세운다. 연안국이 자국 안보에 위해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항행 선박을 정선, 검색할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 논쟁은 남아 있지만 석유의 보고이자 전략 요충지인 걸프 해역의 절반과 길목을 이란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걸프 해역 연안의 정치 역학 구도도 이란에 불리하지 않다. 이란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공조해왔던 GCC의 균열은 이란에 호재다. 특히 사우디와 카타르의 단교 사태는 단적인 예다. 이란을 주적으로 하는 사우디를 전적으로 편드는 걸프 국가는 현재 UAE와 바레인밖에 없다. UAE마저도 예멘 전쟁의 피로가 쌓이면서 사우디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카타르는 이란과 가까워지고 시아파가 40%에 육박하는 쿠웨이트도 이란 눈치를 보고 있다. 아예 종파가 다른 오만은 애초부터 중립 입장이다.

이처럼 공조가 무너진 걸프 왕실과 달리 이란은 역내에서 종파를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두 갈래의 축이 도드라진다. 한 축은 소위 '시아파 초승달'(Shiite crescent) 개념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 및 레바논 헤즈볼라를 잇는 지중해 연결축이다. 다른 한 축은 이른바 '시아 편자' 지대(Shiite horse-shoe area)이다. 이란, 이라크, 바레인 시아파, 사우디 동부 시아파 밀집 지역을 이으며 걸프 해역을 감싸는 말발굽 모양의 확장망이다. 전자가 정치 집단을 구체적으로 잇고 있다면 후자는 역내 시아파 대중을 광범위하게 포섭하는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까지 이란과 연계되어 있어 사우디는 이란에 포위되고 있는 형국이다.

셋째로 국제정치 환경 역시 이란에 꼭 불리한 상황만은 아니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여전히 미국을 제외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4개국과 또 다른 서명 당사국 독일은 합의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역시 일단 합의를 지키겠다면서 미국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음을 설파한다. 이란의 주요 석유 수출국 인도와 중국은 미국의 제재 복원에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2차 제재 압박 부담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에서도 일단 이란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미국은 이란을 위험한 나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유럽을 비롯, 국제사회의 공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란 압박에 이스라엘이 가세하면서 아랍권의 반이란 전선 구축에 오히려 빨간불이 켜졌다. 아랍 이슬람권의 대중에겐 이란보다 이스라엘이 더 밉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르무즈를 둘러싼 이란의 전략 환경은 2012년에 비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지역 패권(hegemony)까지는 아니지만 확연한 우세(preponderance)를 확보하고 있다. 합의를 지킨다는 명분의 우위, 유럽의 지지, 반대 진영의 균열 등은 이란에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문제는 미국의 제재 압박으로 인한 이란 경제 붕괴 가능성이다. 외교적으로 버텨낸다고 해도 미국의 조밀한 제재망을 뚫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란이 체제의 명운을 걸고 섣불리 호르무즈의 무력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호르무즈를 무력 봉쇄하는 순간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란 지지는 유지되기 어렵다. 역내 우호 세력으로 남겨 놓아야 할 카타르와 쿠웨이트를 고사시키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란의 수입 물자도 호르무즈를 통해서 들여온다. 자국 최대 무역항인 반다르 아바스를 스스로 봉쇄할 수는 없다. 이처럼 이란이 섣불리 움직이기는 어렵다. 이 와중에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이란 결속을 요구하며 호르무즈 항행의 자유작전을 위한 연합 호위체 구성에 나섰다동맹국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군사작전으로 안전해지는 바다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의 주신(主神) 아후라 마즈다의 다른 발음이다. '빛과 지혜의 신'이다. 조로아스터는 불을 통해 궁극적 신앙의 대상인 아후라 마즈다의 현현을 기다렸다. 오늘의 국제정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난세다. 호르무즈도 마찬가지다. 그 이름, 빛과 지혜의 신이 강림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희망이 없는 것일까?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정치, 조선일보(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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