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로 그 국민입니다
[윤평중 칼럼]
정의 참칭한 문 정권 5년… ‘진보 귀족’이 국민 갈라치기
상처입은 마음 치유는 상식과 공정 회복이 첫걸음
자신과 후세를 위한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 왔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직원이 동그라미 안에 '점 복(卜)'자가 새겨진 기표도장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권 5년’은 배반의 계절이었습니다. 정의를 참칭한 ‘진보 귀족들’의 불의(不義)가 국민을 괴롭혔습니다. 2017년 5월 10일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는 빼어난 미문(美文)입니다. 하지만 20대 대선을 앞두고 그 취임사를 다시 읽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5년 내내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일관했습니다. 집권 세력의 국민 갈라치기가 한국 사회를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트렸습니다.
문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고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권력은 더 커졌습니다. 권력기관이 청와대에 완전히 종속되자 초법적(超法的) 특권층이 발호했습니다. 조국 사태와 울산 시장 부정선거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하겠다”는 공약은 극단적 편향(偏向) 인사로 타락했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약속은 허공에 증발했습니다. 집권 세력은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었고 불리한 여론은 거짓으로 덮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의심암귀(疑心暗鬼)의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권력의 위선과 무능에 국민은 질리고 말았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도 민생은 파탄 상태입니다. 어용 언론과 시민단체의 ‘프로파간다 머신’(선전선동 기관)이 총출동했어도 여론은 냉담합니다. 집권 세력은 이번 대선을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어 정치 혐오를 부추깁니다.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의 환멸 심리를 키워 ‘대장동 도둑 정치’의 설계자이자 인허가권자인 여당 후보를 엄호하고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유지 여론을 압도합니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권력의 위선과 오만방자함이기 때문입니다. 분노한 민심에 놀란 대통령이 자기 스스로 성역화(聖域化)한 탈원전을 공개 부인하고 입법 독재를 일삼던 여당은 만장일치로 국민통합정부를 결의합니다. 성난 민심 앞에 권력이 엎드렸습니다. 그러나 5년 난정(亂政)에 지친 국민은 집권 세력의 개과천선 시늉을 믿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상습적 거짓말을 ‘종이 짱돌’(투표용지)로 징벌하려는 결의를 다집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빚은 세계사적 위기는 모래성 같은 문 정권 외교안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며 중국과 북한에 굽신거린 대가는 참담합니다. 북한은 핵 장착 가능한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해 한국을 핵 인질 취급합니다. 신(新)중화주의 패권국 중국은 ‘한국의 핀란드화’를 유도해 우리를 속방(屬邦)으로 길들입니다. 정권의 굴종 외교로 후진적 전체주의 국가 중국과 북한이 선진국 한국을 능멸할 때 국민은 분노합니다.
유라시아 대륙 맹주로서 서양과 겨루려는 푸틴은 대(大)유라시아주의를 앞세워 ‘동족’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적 저항에 부딪히자 반인륜적 대량 살상 무기를 난사하고 서방을 핵무기로 위협합니다. 2021년 노동당 규약에 ‘국방력을 통한 조국 통일’을 명기한 김정은은 푸틴의 핵 협박이 먹히는지 응시합니다. ‘한반도는 원래 중국 역사의 일부였다’며 한국인을 모욕한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미국이 용인하는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신중화주의와 유라시아주의, 주체사상을 믿는 과대망상 독재자들의 핵무기가 포위하고 있는 한반도는 집권 세력이 맹신하는 당위적 평화주의의 허구성을 증언합니다. 누구도 얕보지 못할 강력한 국방력과 굳건한 동맹 관계로 조국(patria)을 지키는 자유 시민들은 ‘전쟁광’이기는커녕 진짜 평화의 수호자입니다. 난세(亂世)의 평화는 무장 평화입니다.
천하 대란을 뚫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해야 합니다. 사회적 신뢰와 상식을 회복하고 정의와 공정을 되살리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정 실패 세력을 국민이 응징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평적 정권 교체로 썩은 물을 갈아줘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적 책임 정치의 척도입니다. 오늘은 20대 대선 사전투표일입니다. 우리 자신과 후세(後世)를 위해 준엄한 ‘종이 짱돌’을 던지는 날입니다. 역사의 결정적 순간입니다. 투표는 주권자인 국민의 장엄한 존재 증명이기 때문입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조선일보(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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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I 3만5천$ 이후의 한국

작년 1인당 국민소득(GNI)이 처음 3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에서 68년 만에 무려 525배로 커졌다.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속 성장이다. 한국은행은 몇 년 내 4만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20년 뒤 한국에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배 이상 뒤처질 것이며 G7 회원국 자리가 한국으로 바뀌어도 할 말이 없다”는 경제학자의 경고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은 1994년 처음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일본이 4년, 홍콩과 싱가포르가 5년 만에 넘었던 ‘2만 달러 벽’은 12년이 지난 2006년에야 간신히 넘었다.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닷컴 버블 붕괴, 신용카드 대란이 줄줄이 발목을 잡았다. 선진국 대접을 받는 3만 달러 돌파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진퇴를 거듭하다 2018년에야 가능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3만 달러를 넘긴 곳은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뿐이다.
▷그런데 내 호주머니 사정은 왜 이러냐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국민소득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벌어들인 소득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이들 몫을 빼고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봐야 한다. 재작년 PGDI는 1인당 국민소득의 56% 수준이니 3만5000달러 중 개인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만9600달러다. 1인당 국민소득은 평균값이어서 소득불평등도 반영 못 한다.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소득은 더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달러 표시 국민소득은 국가 위상의 바로미터이기도 하지만, 정책 목표가 되는 순간 외환위기로 돌아오기도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임기 끝까지 1만 달러 달성을 유지하려 원화 강세 정책을 썼는데 당시 한은은 환율을 유지하려 사상 처음 선물환까지 투입했다. 수출 기업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정부는 ‘뼈를 깎는 노력’을 주문했고, 적자가 커진 기업들이 들여온 단기 외채는 외환위기의 빌미가 됐다. 그런데도 이후 대선 후보들은 거의 빠짐없이 국민소득 목표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은은 4만 달러 달성 낙관론을 폈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나랏빚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차기 정부의 재정·금융정책 손발은 사실상 다 묶여 있다. 남은 길은 노동개혁과 규제혁파, 첨단인재 양성으로 기업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길인데 정치권은 거꾸로 입법 경쟁에 혈안이다. 일본은 3만 달러를 돌파한 1992년이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이었다.
-배극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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