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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국에 대한 연대가 헌법 정신] [고심 끝 뒷북 러 제재.. ] [ .. 원조 빚]

뚝섬 2022. 3. 4. 06:30

[피해국에 대한 연대가 헌법 정신]

[고심 끝 뒷북 러 제재, 버스 떠나고 손 흔드나]

[70년 전 졌던 원조 빚]

 

 

 

피해국에 대한 연대가 헌법 정신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948년 정부 수립 후 한국이 당면한 최대 외교 과제는 대일(對日) 강화조약 참가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동란(動亂)의 와중에도 필사의 외교 노력을 기울였으나, 연합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논점은 한국이 일본 통치에 얼마나 저항했으며, 대일 전쟁에 얼마나 기여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1949년 12월 미 국무부 보고서는 “교전 당사자 지위를 주장하기 위해 한국이 제시한 증거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주장에 대한 반대 증거가 보다 설득력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한국 내의 일본 통치에 대한 저항은 국지적이거나 단기간 소요에 한정되었고, 한국민들은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대체로 일본 총독부의 통치를 받아들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해외 소재 단체 저항 활동의 실체성,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결국 교전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한국은 강화조약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한일병합에 대한 열강의 승인이 있었다. 통치권자의 명시적 반대와 정규군 간 교전이 없었다는 것이 당시 승인 근거였고, 이는 한국의 주권 회복 과정에서 두고두고 뼈아픈 통점(痛點)으로 남았다. 주권 침탈을 맥없이 용인했다는 반성과 주권 존중·민족자결의 세계적 조류에 힘입어 3·1운동이 저항의 기폭제가 되었다. 3·1운동의 여파로 성립된 임정(臨政)에 의해 구체제와 단절된 민주공화국의 씨앗이 배태(胚胎)된 것이 대한민국 건국사(史)다.

 

한국의 헌법은 3·1운동과 임정의 법통 계승을 기본 정신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부당한 주권 침해, 무력 사용을 규탄하고 피해국을 향한 연대의식을 발휘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헌법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역사와 헌법을 가진 나라에서, 주권 수호를 위해 결연히 저항에 나선 외국 정상을 향해 침략을 자초한 아마추어 정치인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기이하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선거 때라도 말이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동아일보(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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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뒷북 러 제재, 버스 떠나고 손 흔드나

 

지난달 중순 어느 날. 외교안보를 축으로 핵심 당국자들이 모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전운까지 감지되자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무거운 대화가 이어졌고, 공기는 어느 한 대목에서 더욱 무거워졌다. 미국이 리드하는 ‘예견된’ 대(對)러시아 제재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머리를 맞댄 대목이었다. 고려할 변수가 많고 사안이 복잡해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나름의 깊은 논의를 거쳐 옵션은 대략 두 가지로 줄기가 정해졌다. 하나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제재에 시작부터 적극 발을 맞추자는 것. 다른 하나는 동맹국들 기조에 결을 맞추되 가급적 ‘후발 주자 모드’로 가자는 구상이었다. 중간은 없었다. 어정쩡한 동참은 미국의 점수도 따기 어렵고 괜히 러시아와의 관계만 악화시킬 거라고 봐서다.

 

결국 정부 방침은 후자로 기울었다. 어차피 미국과 서방 주요국이 제재를 가하면 우리도 수동적으로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굳이 공개적으로 제재 의지를 밝혀 크렘린궁을 자극하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반영됐다. 경제적 부담도 고려됐다. 괜히 제재 최전선에 나섰다간 에너지 수급, 공급망 확보 등을 두고 러시아에 선봉에서 두들겨 맞을 거란 우려가 나왔다. 종전선언 희망을 놓지 않은 정부 입장에선 대북 관계도 러시아를 챙길 명분이 됐다.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제재 동참 시그널에도 원론적 입장만 밝히며 모호하게 흐리던 정부는 지난달 24일에서야 처음 제재 동참 의지를 밝혔다. 버스 떠나고 손 흔든 꼴이란 지적이 나왔다. 동맹 전선에서 소외되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미국은 새로운 대러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 국가를 정했는데 한국은 뺐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정부는 뒤늦게 “일본보다 더 센” 대러 제재안을 내놨다. 통상교섭본부장은 황급히 미국까지 날아가 제재 협의에 나섰다. 미국은 “환영한다”며 품을 열었다. 하지만 뒤에선 우릴 보는 시선이 싸늘하단 게 워싱턴 조야의 중론이다. 러시아 소식에 정통한 인사는 뒤늦게 제재한다고 달려드니 더 눈에 띈다. 러시아도 한국을 벼르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늦장 제재로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건 일차적으로 정세 판단 미스에 따른 상처로 봐야 한다. 미국은 영국, 호주와 맺은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전달한 수준으로 대러 수출 통제안을 우리 정부에 공유했다. 제재 동참 메시지를 수차례 발신했다. 우린 이를 잘못 읽거나 간과했다. 동맹국 뒤에 숨기 힘들 만큼 미국의 제재가 고강도로 진화할 거란 판단도 제대로 못 했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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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발 빠르게 “우크라이나 피란민 받겠다” 공식 발표. 우린 언제 이런 결정 내릴 수 있을까.

 

-팔면봉, 조선일보(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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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졌던 원조 빚

 

6·25전쟁에 참전한 리처드 위트컴 미 제2군수사령관은 한국인이 겪는 전쟁의 참상에 눈물을 흘렸다. 부산항에 들어오며 수송선에 무기뿐 아니라 구호물자를 한가득 실었다. 군수 지원과 별도로 이재민을 위한 주택 200가구를 지었고 부산 메리놀병원 건립 자금 모금에도 앞장섰다. 부하 장병을 대상으로 급여 1% 모금 운동도 펼쳤다. 휴전 후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밴 플리트 장군과 함께 한미재단을 설립해 전쟁 폐허 복구를 도왔다. 그는 미 의회에서 이렇게 이유를 설명했다.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많은 나라가 위트컴 장군처럼 한국을 도왔다. 유엔은 16국이 전투병을 파병한 것과 별도로 ‘한국 민간인에 대한 구호’를 결의했다. 이 결의에 따라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여섯 나라가 의료진을 파견했다. 이 나라들은 휴전 후 한동안 돌아가지 않고 의료 기술을 전수하거나, 귀국하며 의료 장비를 기증했다. 인도는 파병한 야전병원 부대원 수십 명이 적의 포격에 죽거나 다치는 희생도 겪었다.

 

▶국제 구호 단체들도 팔을 걷었다. 세계적 구호 단체 월드비전과 컴패션은 최초 설립 동기가 6·25전쟁 중 생긴 고아들을 돕자는 것이었다. 6·25 난민과 이산가족·고아 돕기에 나선 NGO가 130곳을 넘어섰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조를 받은 나라였다. 그들이 내민 도움의 손길엔 전후 한국의 미래를 위한 지원도 포함됐다. 1951년 교과서 인쇄 공장을 지어준 게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에 전 세계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70만 피란민 구호를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개인들은 구호 계좌로 송금하고 인증 샷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KFC와 맥도널드는 음식 기부를 시작했다. 테슬라는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에서 구호 활동 중인 전기차 무료 충전을 지원한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을 언급한 적이 있다. “발전할 수 있고,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아주 좋은 본보기다.” 70년 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허덕이던 이 나라를 인류애로 뭉친 세계가 돕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모범이 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세계의 도움을 발판 삼아 자유 민주 번영을 누리는 국가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야말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 세계의 도움 행렬 맨 앞에 서야 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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