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또 셰일 오일]
[셰일가스]
[최대 産油國 미국이 OPEC에 유가 인상 제동거는 이유]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가 나왔다.” 1976년 초 박정희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그렇게 밝혔다. 포항 영일만에서 질 좋은 원유를 시추했다는 대통령의 고백에 국민이 열광했다. 시원하게 원유 터지는 소리로 시작하는, ‘제7광구’라는 대중가요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비슷한 해프닝이 1949년 이탈리아에서도 있었다. 하원의원 앙리코 마테이가 “알프스 산맥 밑에 엄청난 양의 원유가 묻혀 있다”는 낭설을 퍼뜨렸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석유공사(ENI) 회장으로 취임하여 석유 시추를 직접 지휘했다. 물론 결과는 변변치 않았다.
그러자 마테이는 목표를 외국으로 돌렸다. 당시 국제 원유 시장은 미국과 영국 회사 7곳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마테이는 그들을 ‘칠공주파’ 즉 ‘세븐 시스터스’라고 부르면서 그들이 미국의 입맛에 맞추어 국제 유가를 주물럭거린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석유 산업 과점 구조 해체를 부르짖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븐 시스터스는 1960년 8월 산유국들과 전혀 상의도 없이 원유가를 8%나 인하했다. 소련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원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데 대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원유의 실질 가격은 1948년 대비 이미 10% 이상 하락한 상태라서 산유국들의 반미 감정이 치솟았다. 1960년 오늘 이라크·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베네수엘라 등 5대 석유 수출국이 이라크의 바그다드로 모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탄생이다.
그때 마테이는 소련과 송유관 연결을 구상하고 있었다. 오늘날 러시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드스트림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이래저래 미국 눈 밖에 난 마테이는 1962년 10월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1976년 연두 기자회견 직후 조갑제 국제신문 기자는 대통령의 발언에 의문을 품었다가 유신 정권의 눈 밖에 났다. 그 탓으로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곤욕을 치렀다.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조선일보(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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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셰일 오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을 때 믿는 구석이 두 가지 있었다. 핵무기와 원유였다. 푸틴 예상대로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과 나토의 군사 개입을 막는 방패 기능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는 서방의 경제 제재를 우회할 탈출구이자 전쟁 비용을 조달할 ‘돈줄’이다. 서유럽은 원유의 30%,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에 관한 한 러시아의 볼모나 다름없다.

▶미국은 하지만 러시아 원유 수입 차단으로 대응했다. 유럽 국가들은 동참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국은 산유국이라 대안이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유는 중동 산유국의 증산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유럽 가정의 난방을 책임진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체재를 찾기는 어렵다. 약점을 잘 아는 러시아는 “가스관 밸브를 먼저 잠글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대량생산해 공급해주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셰일(shale) 가스란 깊은 땅속 퇴적암에 원유와 함께 녹아 있는 가스를 말한다. 접근 불가 에너지였는데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모래와 화학물질을 섞은 특수 용액을 강한 수압으로 쏘아 암석층을 부수고 원유와 가스를 채취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활용 가능한 자원이 됐다. 셰일 오일 덕분에 미국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기체 상태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로 서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에 미국산 셰일 가스의 등장은 중대한 위협이었다. 사우디가 증산으로 저유가를 유발해 미국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려 했듯이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을 낮춰 미국산 셰일 가스의 시장 침투를 막았다. 결국 미국 셰일 가스는 액화 및 운송에 드는 비용 탓에 생산 원가가 러시아산보다 40% 이상 비싸 경쟁에서 밀렸고 고사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바이든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환경오염 논란 탓에 찬밥 신세였던 셰일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셰일 기업 3분의 1이 파산했지만 올 들어 시추정이 650개까지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유럽 쪽 LNG 저장 시설이 부족해 당장 러시아를 대체하긴 어렵다. 장차 미국산 셰일 오일이 대체재가 되면 유럽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서유럽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내는 지지와 성원을 보면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할 것 같기도 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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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보면 타오르는 불길이 관찰된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주 이글퍼드와 퍼미언, 노스다코타주 바컨 등 셰일가스전에서 나오는 불길이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소비국인 미국조차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아, 남는 가스를 태워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장하려면 부피 제약을 극복해야 하는데, 200배 이상의 압력을 가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차라리 태워서 재고량을 줄이는 게 낫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가스공사가 2025년부터 15년간 연간 158만 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미 2017년부터 20년간 연간 280만 t의 수입 계약을 맺었는데 또 추가한 것이다. 가스공사는 중동 중심의 수입처 다변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셰일혁명으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가가 되면서 석유·가스 수출량 늘리기에 골몰해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선물 보따리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셰일은 작은 모래나 점토 크기의 입자로 구성된 층상 구조의 퇴적암이다. 암반 사이사이에 오일(oil)과 천연가스(LNG)를 머금고 있다. 원래 채산성이 낮아 이용되지 않았는데, 2008년 미국에서 새 채굴 기법이 개발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양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셰일층이 있는데, 바컨 셰일은 넓이가 한반도의 4분의 1이 넘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독주와 자신감은 셰일오일·가스 힘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2013년 원유 생산량이 수입량을 앞질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경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합한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의 해외 원유 수입 중 중동산 비중은 22%에 그쳤다. 더 이상 산유국에 목을 매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6월 오만 해상에서 유조선이 피격되고, 최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이 반 토막이 났음에도 국제 유가가 비교적 차분했던 이유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저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입이 필요 없게 된 미국은 국제사회의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세계는 무질서에 빠질 것”이라 전망했다. 스스로 수송로를 확보할 수 없는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 불안에 빠지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군비 경쟁과 합종연횡을 벌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시리아 철군을 감행하며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경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70년간 유지됐던 세계 에너지 질서에 셰일혁명이 예기치 않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동아일보(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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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産油國 미국이 OPEC에 유가 인상 제동거는 이유
1970년대 오일쇼크 겪은 미국, 셰일 오일·가스 대박 터지며 꿈에 그리던 '에너지 독립' 달성
미국內 '고립주의' 욕구 커졌지만 중동·아시아 정세 고려하면 국제 질서에 적극 개입 불가피
1973년 10월 제3차 중동전쟁의 와중에 시작한 오일 쇼크에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 등 일부 서방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했고, 배럴당 가격도 70% 이상 올리고 5% 감산(減産)했다. 국제 유가는 6개월 새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치솟았다. 당시 원유 소비의 30%를 수입하던 미국에선 주유소마다 기름을 구하려는 차들이 줄을 섰고, 사람들은 텅 빈 고속도로에 마차를 끌고 나왔다.
1975년까지 세계경제는 후퇴했다. 급기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80년까지 에너지를 자급(自給)하겠다는 '프로젝트 인디펜던스(Independence)'를 발표하고, 2차 세계대전 때의 원자탄 제조 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그 중요성을 비교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20%를 쓰는 미국에 이후 '에너지 독립'은 역대 행정부의 목표가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국 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원유 수입량은 한때 60%를 웃돌았다.
◇미국, 5년 뒤 최대 원유 수출국
그런 미국에 작년 12월 초 꿈 같은 일이 일어났다. 75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웃돌아 잠시 순(純)수출국이 된 것이다. 지난달 11일엔 "미국이 2021년부터 줄곧 순수출국으로 돌고 2024년엔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 된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도 나왔다. 이는 결코 '이변(異變)'이 아니었다. 2000년 이후 미국 텍사스·노스다코타주 등지의 대규모 퇴적층(shale)이 품은 석유와 가스가 신(新)공법으로 추출되면서 수년 전부터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오로지 셰일 석유 덕분에 지난 2월 미국의 1일 원유 생산량은 1200만 배럴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원유 순수입량은 107만 배럴로 줄었다.

1973년 오일 쇼크 때 미국에선 주유소마다 기름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왼쪽). 오른쪽은 미국 내 셰일 유전 지역 중 한 곳인 노스다코타주(州) 바켄 셰일 유정에서 원유 추출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블룸버그
이와 동시에 미국 내에선 고립주의의 목소리도 더욱 커져 간다. 필요한 에너지는 자국 내에서 구할 수 있는데, 해외 원유 공급 루트의 안전이니 폭압적인 중동 산유국들 정정(政情) 따위에 왜 신경 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여름 "우리 정부는 이제 에너지 독립뿐 아니라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를 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유가 영향력은 사우디가 강해
그러나 이런 수사(修辭)에도 현실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에도 "OPEC, 살살 하자. 세계는 유가 인상을 견딜 수 없어. 깨지기 쉽다고!"라고 트윗했지만, OPEC 국가들과 러시아 등 산유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상반기 중 매일 120만 배럴씩 감산(減産)하기로 합의했다. 유가는 2일 배럴당 70달러로 계속 올랐다. 국제 유가는 미국이 아닌 글로벌 수급(需給)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수년간 값비싼 원유 추출 비용을 쏟고도 아직 충분한 이익을 못 내고 있는 셰일 유전 개발업자와 투자자들은 좋아하지만 일반 미국인은 불만이 커지고 산업계 전반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소장과 같은 에너지·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작년에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지만 세계 유가에 대한 진정한 영향력은 사우디처럼 명령 하나로 추가로 수백만 배럴을 수도꼭지처럼 풀고 조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가격 담합 카르텔인 OPEC에 미국의 반(反)독점법을 적용하려는 미 의회의 움직임이 지난 20년간 흐지부지 끝난 것이나 작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반정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됐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단호하게 제재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사우디의 유가 영향력 탓이다. 메건 L 오설리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11월 이란산 원유 수출을 막으면서도 일부 수입국에 예외를 둔 것도 미국의 증산(增産)만으론 유가 불안을 상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생산 능력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고 미래의 오일 쇼크에 대한 완충 능력이 훨씬 커진 것은 사실이다. 셰일 석유가 쏟아지면서 에너지 부문 무역 적자 폭은 2011년의 3210억달러에서 2017년엔 550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완충 능력 생겼을 뿐, 고립주의 어려워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 항로를 지키고 민주주의 이념을 퍼뜨리고 자유무역 세계 질서를 구축한 것은 미국에 이롭기 때문이었다. 미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 9.16%에서 2016년엔 26%를 넘어섰다. 미국은 이웃 캐나다·멕시코 외에도 중국·일본·한국·영국 등과 1000억달러 이상씩 교역한다. 또 작년에 액화천연가스(LNG) 순수출국이 된 미국은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에 LNG선을 보내고 있고, 독일에는 러시아와의 새 가스관을 건설하는 대신에 절반 가격에 자국산을 사라고 압력을 가한다. 앞으로도 셰일 석유를 한국과 중국 등에 계속 수출해 무역수지를 크게 개선하려면 더욱 국제 질서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은 작년 9월 "미국산 제품에 들어가는 제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아시아 국가는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는데 중동 정세를 무시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많은 전문가가 미국이 '고립주의 유혹'을 떨치고 원유 증산(增産) 능력이 주는 추가적인 영향력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철민 선임기자, 조선일보(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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