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중년 남자]

집안 살림 자주 뒤지는 남편이 하는 잔소리 중 하나가 “1+1 좀 사지 말라”는 것이다. 하나도 다 못 쓸 걸 두 개 준다고 사와서는 썩힌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맞는 말이다. 사실 남편 잔소리가 짜증 나는 것은 맞는 말만 골라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농담에 “남자는 꼭 필요한 물건을 2달러에 사고 여자는 불필요한 물건을 1달러에 산다”는 말이 있다.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는 건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다. 몇 년 전 남녀의 소비 행태를 연구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논문 제목은 ‘남자는 사고 여자는 쇼핑한다(Men Buy, Women Shop)’였다. 여자는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남자에게 쇼핑은 ‘살 물건을 사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살림을 하다 보면 1+1 세일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집어들지는 않는다. 분명히 필요하고 언젠가 쓸 수밖에 없는 게 세일이니 살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평소 사지 않던 브랜드를 사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1+1 세일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내가 원하는 브랜드는 1+1 세일을 잘 하지 않으며, 잘 팔리는 물건은 1+1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대용량 제품이 1+1 세일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보통 남자들처럼 마트에 갈 때면 사야 할 목록을 적어서 딱 그것만 사서 돌아온다. 그러나 1+1 세일 하는 생필품이 있으면 눈길이 간다. 최근에 샀던 1+1 상품 가운데 최악은 냉동 만두였다. 평소 먹지 않던 상표의 만두가 세일을 하기에 그게 그거겠지 하고 샀는데 몇 개 구워 먹어보니 떡볶이 노점에서 파는 군만두만도 못한, 1+2였어도 사먹지 않을 맛이었다. 한 봉지도 다 못 먹고 냉동실에서 썩히고 있는데 아무래도 버리게 될 것 같다.
8개들이 칫솔 세트가 1+1 세일이기에 샀다. 칫솔은 썩는 것도 아니고 생필품인 데다가 평소 쓰던 브랜드이기도 했다. 그러나 써보니 칫솔 대가리가 너무 작아 영 불편했다. 그 칫솔이 아직 14개나 남아있다. 1+1 세일하는 된장을 산 적도 있는데 평소 먹던 브랜드가 아니어서 그런지 국 끓일 때마다 어째 맛이 좀 안 나는 것 같다.
그러니 남편들은 1+1 사서 쟁여둔다고 아내를 탓하지 말 일이다. 살림하는 사람에게는 다 계획이 있다. 물론 뜯지도 않은 냉동 만두 음식쓰레기로 버리는 계획 같은 건 없다. 인생이 어디 계획한 대로 굴러가던가.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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