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혼존의 시대] [남아있는 직원 대상 ‘스테이 인터뷰’도 중요하다]

뚝섬 2022. 3. 22. 06:15

혼존의 시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항간에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미국도 어느덧 트럼프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천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미국 유학 시절에 사귄 동료를 오랜만에 찾아가 보면 변한 데라곤 찾기 어려운 예전 그곳에서 거의 똑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다. 재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때론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 천국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 사회의 이 지옥 같은 현실을 진실로 재미있다 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한민국 사회만큼 온갖 갈등이 한꺼번에 표면화한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이념 갈등, 계급 갈등, 빈부 갈등, 지역 갈등,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지식 갈등…. 199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에서 펴낸 두 권의 책에서 나는 사회성의 진화는 갈등에서 기원했다는 이른바 ‘갈등 이론(conflict theory)’을 제의했다. 세상 천지에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지만, 어떻게든 갈등이 해소돼야 사회가 진화한다.

 

선거 직전 내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출연한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어느 사회학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 사회의 갈등은 “후진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동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에 태어난 노인들과 3만달러나 되는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함께 뒤엉켜 있다. 세계 역사에 일찍이 이런 나라가 또 있었을까?

 

여기서 나는 ‘함께’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흔히 이런 상태를 공존(共存)이라고 묘사하지만, 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공존에는 한참 못 미치는 혼존 상태라고 진단한다. ‘혼존(混存)’은 ‘함께’ 있지만 ‘제가끔’ 존재하는 상태를 일컫기 위해 내가 새로 만든 단어다. 새 정부가 혼존을 넘어 공존의 시대를 열려면 떠밀려 섞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 섞어야 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2-03-22)-

_____________________

 

 

남아있는 직원 대상 ‘스테이 인터뷰’도 중요하다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나는 번아웃 된 적이 없다. 스트레스도 즐기자’란 인사말을 기관장이 회의에서 한다면 직원들 표정이 어떨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상대방의 지친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고픈 동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조급한 해법 제시는 오히려 역작용이 나기 쉽다. 설루션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워낙 문제를 분석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데 훈련이 되어 있다 보니 쉽지 않다. 소통을 위한 질문도 내용이 부정적일 때가 많다.

 

퇴직률 증가는 회사의 큰 고민이다. 퇴직의 이유를 분석하려는 ‘퇴직자 인터뷰(exit interview)’는 문제 중심 접근법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치중하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중요한데 놓칠 수 있다.

 

남아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스테이 인터뷰(stay interview)’에 퇴직자 인터뷰와 같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이에 공감한다. 정보도 얻고 조직 로열티 상승 등 심리적 유익도 얻을 수 있다. 스테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우선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급하게 대응 조정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회사를 떠나고픈 마음을 키울 수 있다.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즉각 긍정적으로 돌리고 싶은 욕구가 우리 안에 존재해 이런 행동이 나오기 쉽다. ‘우린 잘할 수 있어’, ‘스트레스도 즐기자’ 같은 유의 기계적 장담과 과도한 긍정 에너지 유도는 구성원들이 솔직한 자기 감정을 표현하려는 동기를 위축시킨다.

 

자녀와의 소통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부모에게 자녀의 문제점 말고 자녀의 장점에 대해 물으면 대답이 지연되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녀에 대한 걱정은 사랑의 증거이지만 문제 중심 소통으로 빠지게끔 한다. 잘 사랑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자녀가 속내를 이야기할 때 그건 아니라며 빠르게 수정 설루션을 주면 마음을 닫게 된다. 내 자녀는 어떤 취향의 친구를 사귀는지, 마음을 터놓는 친구는 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스트레스를 푸는지 등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자녀의 신뢰를 얻는 기간이 필요하다. 내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듣고 품어 준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번 속에 있는 이야기 해봐. 어서 빨리’라고 재촉하면 자녀는 속마음을 닫는다. 입이 근지러워도 참고 자녀 입장에서 경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 하기가 어렵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상대방이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2-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