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이 동창리 ICBM 발사장을 방문해 현지 지도하는 사진을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을 방문해 “다양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도록 확장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한·미 당국은 최근 북한의 두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주 발사체를 가장한 신형 ICBM의 사전 시험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김정은의 ICBM 도발이 이번에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미는 북이 발사하려는 신형 ICBM이 2년 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7형’이라고 했다. 길이와 직경에서 세계 최대로 평가돼 ‘괴물 ICBM’이라고들 부른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6차 핵실험에 이어 사거리 1만3000km인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이라고 선언했다. 미 전역을 타격할 기본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번엔 다(多)탄두 공격이 가능한 ‘화성 17형’까지 완성해 미국 요격망까지 무력화하려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수락 인사를 한 지 5시간여 만에 먼저 전화를 걸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그만큼 북의 핵·ICBM 위협이 심각하고 임박했다는 의미다. 지금 북은 ICBM뿐 아니라 폭파 쇼를 벌인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강선의 핵 단지에서도 다시 연기를 피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이 정신없는 틈을 타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으려는 것이다.
미국은 추가 대북 제재를 예고했다. 현실적으로 이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그런데도 북핵 최대 피해국인 한국의 정권이 남북 이벤트 하겠다며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북이 한국을 계속 압박하면 제재를 풀 수도 있겠다는 계산을 하게 만든 것이다. 북한과 계속 협상하되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북핵 문제는 인내 싸움이다. 철저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가 수십 년 계속될 수 있다고 김정은이 판단하게 되면 핵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바꿀 수 있다.
김정은은 앞으로 연이은 도발로 한국 정부를 향해 ‘문재인식 대북 저자세를 바꾸지 말라’고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연평도식 도발도 궁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북한은 유화적 태도를 약세로 보고 요구 수준을 더 높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도발에 끝까지 흔들리지 않자 결국 북이 굽히고 나온 것은 북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새 정부는 북 도발을 기정사실로 상정하고, 단호하고 냉철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조선일보(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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