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역대 최다’ 타이틀이 중요한가]
[부동산 세금·공시가 찔끔 손질 말고 전면 조정을]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
주택 공급 ‘역대 최다’ 타이틀이 중요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4월 말 방송된 손석희씨와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주택) 공급이 많았다”고 말했다. 5년 동안 최악의 집값 폭등을 경험한 많은 국민이 황당해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공급 가뭄’ 때문에 집값이 치솟은 걸 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는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2022.4.26/청와대
문 전 대통령이 “일찍 했으면 좋았겠다”고 후회했다는 주택 공급 대책은 임기 후반부에 쏟아져 나왔다. 2020년 5월과 8월 연달아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 127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2월엔 공공 주도로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대책을 추가했다. 집권 초반 “시장에 집이 부족한 게 아니다”라던 정부가 꽁무니에 불이 붙은 것처럼 21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뚝딱 만들어냈다. 서울올림픽 전후로 들썩였던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킨 노태우 정부의 200만 가구 건설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문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을 국민이 전혀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번복되거나 축소됐고, 주민 반발과 시장의 외면 속에 흐지부지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사로 참여해 수도권에서 5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던 ‘공공재건축’은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경기도 광명·시흥에 7만 가구를 새로 짓는다던 발표는 일주일도 안 돼 터진 LH 직원 땅 투기 ‘광풍’에 휩쓸려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서울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1만 가구를 짓는 계획은 얼마 뒤 6800가구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주민 반발이 거센 탓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태릉골프장 부지 외에도 정부가 공공 택지나 도심 고밀(高密) 개발 후보지로 발표했다가 각계각층의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원 장관은 이날 "향후 5년간 270만가구를 공급할 것"이라며 "이 중 서울 50만가구, 도심 정비사업 52만가구, 공공택지 88만가구가 공급된다"고 밝혔다. 2022.8.16/뉴스1
윤석열 정부가 지난 16일 첫 번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5년간 서울 50만 가구 등 전국에 27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50만 가구보다 20만 가구가 더 늘었다. 새 정부가 공급 확대를 주택 정책의 확고한 기조로 삼고, “출범 100일 안에 세부 계획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공공 주도로 대량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밀어붙인 이전 정부와 달리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는 정책 방향도 바람직하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보다 많은 물량’ ‘역대 1위’ 같은 타이틀에 집착해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아무리 인·허가 기준이라고 해도 270만 가구는 어림잡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물량이다. 작년 주택총조사 결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에 있는 모든 아파트를 더해야 270만 정도다.
관건은 결국 실천이다. 단 1000가구라도, 개별 정책 중 하나라도 하루빨리 부동산 시장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세의 70%에 역세권 아파트를 분양받은 신혼부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타고 출퇴근하는 신도시 주민,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감면받는 사람, 완화된 기준의 안전 진단을 통과하는 노후 아파트 단지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 ‘이 정부는 정말로 270만 공급을 하려는구나’라는 신뢰가 확산한다면, 아득해 보이던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가 손에 잡힐 듯 또렷해질 것이다.
-진중언 기자, 조선일보(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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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공시가 찔끔 손질 말고 전면 조정을

민주당이 올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할 때 집값이 급등하기 전인 2020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징벌적 과세 탓에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 땜질 처방을 넘어 근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
정부가 23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1주택자 보유세 완화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치가 부동산 세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그 부작용이 감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주택 보유자를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면서 징벌적 과세를 부과했다. 다주택자에겐 양도차익 82%를 세금으로 걷고, 집값의 최대 6%를 종부세로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 정책이 실행됐다. 경제에서 과잉은 왜곡을 부른다. 거래 절벽과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낳으면서 집값 폭등을 촉발했다. 거래세를 낮춰 거래 물꼬를 터줘야 가격 상승 압력이 줄 텐데 정부는 공시가 두 자릿수 인상, 종부세 인상 등 과세권을 더 난폭하게 휘두르고, 임대차 3법을 만드는 입법 폭주로 대응했다. 집 있는 사람은 세금 폭탄에 울고, 무주택자는 ‘벼락거지’를 한탄하는 등 부동산 문제가 전 국민을 괴롭히는 이슈가 됐다.
대선 후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공약을 그대로 받아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를 이런 식의 땜질로 더 누더기로 만들어선 안 된다. 최소 20~30년 갈 수 있는 부동산 세제가 필요하다. 집값 안정은 최우선 과제다. 그러려면 시장과 싸우지 않으면서 시장의 흐름을 건전하게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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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
文정부, 부동산 중요성 알고도 장관·참모 첫 인사에서 ‘패착’
집값 안정 꾀할 전문가 찾아서 망가진 부동산 시장 복원해야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3월 6일 경기도 파주에서 유세하고있다./이덕훈 기자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큰 차이가 없었다. 선거 전략을 세울 때 부동산 문제만큼은 보수와 진보, 세대와 성별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무주택자와 청년층을 위한 수백만 가구의 주택 공급,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세금과 대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지난 5년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데 여당 후보가 더 열을 올린다는 느낌도 들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앞으로 5년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는 것을 잘 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해 정권을 넘겨줬던 ‘뼈 아픈’ 과거를 잊었을 리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새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잡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참모와 각료 인사가 잘못이었다. 바둑으로 치면 초반 포석에서 결정적인 패착이 나왔고, 이 실수는 끝내 수습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동산 분야 참모로 김수현 세종대 교수를 임명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책인 2003년 ‘10·29 대책’과 2005년 ‘8·31 대책’을 설계한 주역이다. 그는 2011년에 쓴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부동산은 경제정책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정치”라며 “집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은 투표 성향도 차이가 있다”고 적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아파트로 재개발되면 보수 쪽에 표를 던진다고도 했다. 현 정부는 시작부터 부동산 정책을 시장의 정상적 작동이 아닌 정치 이슈로 접근했다.
이어진 인사에서 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에 관련 업무 이력이 전혀 없는 김현미 의원을 지명했다. “여성 의원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전문성과 정치력을 갖췄다”는 청와대 설명은 궁색하게 들렸다. “전북 출신을 발탁해 호남 민심을 달래고,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여권은 “실무자들이 장관을 잘 뒷받침하면 되지 않느냐”고 두둔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문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목표였다면 ‘내 사람’ 챙기기가 아닌 더 좋은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
김수현 교수는 청와대에서 사회수석을 거쳐 정책실장을 지냈고, 김현미 장관은 3년 6개월간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을 새로 세웠다. 이 기간 전국 집값이 급등하며 부동산 시장이 망가진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집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 희망이 꺾인 것에 절망했고, 집 가진 이들은 과도한 세금과 ‘적폐 취급’에 분노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부 부동산 문제로 사과를 거듭했고, 대선 패배 후 민주당 내부에선 “김현미, 김수현 등 부동산 실패 책임자를 청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윤 당선인의 각종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작년 연말부터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기미도 있다. 윤 당선인의 첫 부동산 시험대는 참모진과 국토부 장관 인선이 될 것이다. 대선 공약처럼 부동산 시장 기능을 복원하고, 주택 공급 확대를 기반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최적의 전문가를 찾는 것이 지난 5년의 실패를 되돌리는 첫 순서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를 꾸리기 전 “최고의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을 모시겠다”는 인사 원칙을 밝혔다. 앞으로 이 원칙이 흔들리는 고민이 생긴다면, 2017년 5월쯤의 청와대와 정부 인사 관련 뉴스를 다시 찾아보길 권한다.
-진중언 기자, 조선일보(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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