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김정은 “尹정권 전멸” 말폭탄… ‘동맹의 힘’ 의연히 보여주라]
[지켜야 할 것은 ‘3불’이 아니라 국가 주권]
남북관계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6개 항목으로 구성된 ‘담대한 구상’을 대북정책으로 제안했다. 사실 담대함을 따지자면 과거 보수 정부들이 훨씬 더 담대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평균 소득이 3000달러에 이를 때까지 지원해 주겠다고 했고 항목도 6개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의 연결, 남-북-러 가스관 부설, 송전망 구축 사업 등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시키려 했다. 인프라도 송배선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력·교통·통신을 다 포괄했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국제화, 지하자원 공동개발, 국제금융기구 가입 주선 및 국제투자 유치 지원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북 제안이 담대한지 소극적인지 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북한이 거부하면 의미가 없다. 과거 보수 정권 시절 남북관계가 작명과는 오히려 반대로 흘러갔던 것도 제안에 담긴 당근이 작았기 때문은 아니다. 윤 정부의 제안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금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와 수소탄 개발까지 선언한 상태다. 북한이 생각하는 핵무기 가격이 훌쩍 뛰었다는 뜻이다. 훨씬 더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에도 상욕을 퍼붓던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전제로 한 윤 정부의 ‘당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짐작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전제로 내거는 한 아무리 파격적 지원을 해준다 해도 북한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 협상에 있어서 철저히 미국하고만 상대하고 있다. 비핵화와 대북정책을 연계시키는 정책은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세 번씩이나 김정은과 마주 앉아 회담을 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관계를 깨달았다면 비핵화와 대북 지원을 연계한 전임 정권들의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는 그 어느 정권보다 당당한 대북정책을 펼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과거 정부의 유산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물론 매년 식량 약 40만 t, 비료 10만 t을 지원하던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았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쌀 10만 t, 옥수수 10만 t, 비료 30만 t, 아스팔트용 피치 1억 달러어치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고 옥수수 1만 t을 주겠다고 하자 북한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불과 4개월 뒤 천안함을 공격했고 이어 거리낌 없이 연평도까지 포격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을 폐쇄시켰다. 이제 남북 간에는 계승할 것이 없다. 원래 줬다 빼앗기가 제일 어려운 법이다. 이제 북한이 문재인 정부도 못 해준 것을 윤 정부에 해내라고 할 일도 없다.
둘째,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북한은 지금까지 셀프 봉쇄를 단행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마주 앉지 못하는 것은 북한 때문이지 한국 때문은 아니다.
셋째, 한국은 훨씬 부유해졌고, 북한은 훨씬 가난해졌다. 가장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에 이어 코로나 봉쇄까지 겹쳐 북한의 금고와 창고는 이미 텅텅 비었다. 국방력에 있어 한국은 국토가 포격 받아도 소극적 대응밖에 못 했던 과거와 다르다. 반면 북한은 연료와 식량 부족으로 몇 년째 연례 군사훈련도 못 하고 있다.
이젠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왜 항상 우리가 욕설을 퍼붓는 북한에 먼저 다가가야 하는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면 적극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만 밝히면 된다. 코로나 봉쇄를 풀고 경제교류를 할 의향이 있다면, 언제든 만나 북한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겠다고만 하면 된다. 먼저 뭘 해주겠다고 말빚을 질 필요도 없고, 북한이 필요한 것을 제시하면 하는 것 봐서 파격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해도 충분하다.
끝으로 북한의 도발엔 남북관계 단절을 각오하고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강력한 반격으로 대응한다는 의지와 대비 태세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단절되면 괴로운 것은 북한일 뿐이다. 시간도 북한 편이 아니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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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尹정권 전멸” 말폭탄… ‘동맹의 힘’ 의연히 보여주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인 그제 이른바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의 추태와 객기를 봐줄 수 없다”고 윤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 거친 말폭탄을 쏟아냈다. 나아가 미국을 향해서도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이 직접 윤 대통령을 거명해 협박과 비방에 나선 것은 대북 강경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맞서 본격적인 기세 싸움을 벌이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대선 전부터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위협하는 한편 선전매체를 내세워 새 정부를 향해 ‘역도’ 같은 막말을 퍼부어 왔다. 남측 정부가 바뀔 때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북한은 남북관계를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향후 정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남측 새 정부의 대응력을 시험해 보겠다는 북한의 상습적 도발 본능은 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대폭 축소됐던 연합훈련을 정상화해 중단됐던 실기동훈련도 재개할 계획이다. 이에 반발해 북한은 7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 같은 무력시위 수준을 넘어 국지적 무력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북한 위협에 맞서 의연하게 우리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악의 군사적 도발까지 감안해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시하는 한편 3축 체계 같은 우리 군의 대응력을 재점검하며 방위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유연한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기해 북한에 제시할 ‘담대한 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힘에 의한 평화’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김정은이 도발을 단념하고 대화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가야 한다.
-동아일보(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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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것은 ‘3불’이 아니라 국가 주권

(베이징 AP=연합뉴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7일 베이징의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3불은 한중 간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한 데 대해,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고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며 “새로운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은 신중하게 행동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미리 준비한 답변을 낭독했다. 중국이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MD) 참여, 한·미·일 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한국이 약속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문 정부에서 중국과 3불 협의를 주도한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차장도 “3불은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닌 정부의 입장 표명일 뿐”이라며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3불은 논란 자체가 국가적 수치였다. 문 정부는 “사드 경제 보복을 풀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의 보복은 달라진 것이 없다. 사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치한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없애면 사드는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 한국의 MD 참여나 타국과의 군사 동맹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사항이지 중국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3불 5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북한은 플루토늄·우라늄 양을 10% 정도 늘린 것으로 평가된다. ‘괴물 ICBM’을 개발하고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냈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빌미로 우리 기업에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 28년간 줄곧 흑자였던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바뀌었다.
중국의 고압적 태도는 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중국에 가 혼밥을 하고 같이 간 기자들이 폭행을 당해도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했다.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고, 왕이는 문 대통령 팔을 치는 등 무례한 행태를 계속했다. 정상적 국가 관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중국은 반도체 동맹 ‘칩4′에 대해서도 한국의 불참을 종용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압박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보복이 두려워 주권을 양보하기 시작하면 굴종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그런 집단이다.
-조선일보(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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