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부터 묻는 나라, 한국]
[한국식 나이·만 나이]
[이제야 없애는 한국식 나이]
나이부터 묻는 나라, 한국
한국에선 나이 묻는 것으로 위계질서(order of rank)를 정하거나 싸움을 건다(pick a fight). 서로 묻는(ask one another) 첫 질문 중 하나가 “몇 년생이세요(What year were you born)?”다.
나이 기준이 여럿이어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complicate matters further). 예로부터 출생과 동시에 한 살로 여겨졌고(be considered one year old at birth), 생일과 상관없이(regardless of their birthday) 새해 첫날이 되면 모두 한 살을 더 먹게 됐다.
그런가 하면, 법률·행정 서류상으로는 만(滿) 나이를 1962년부터 적용해 왔고, 음주·흡연·병역과 관련해선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subtract the birth year from the current year) ‘달력 나이’로 계산했다. 그러다 보니 이리 저리 나이 따지는 관행이 생겨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be ripe for confusion). 1년 미만뿐 아니라 쌍둥이도 출생 시각 분·초(分·秒)로 서열을 가렸다.

오는 6월부터는 만 나이만 사용하도록 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be convoluted and confusing) 불확실성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한국인들이 모두 1~2세 어려지거나 젊어진다”면서 “하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 관계(age-based relationship)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규정하는(define people’s social interactions) 풍속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언어까지 반말(casual talk)과 존댓말(the honorific)로 위계구조를 반영하게(reflect hierarchical structures) 돼 있다. 게다가 다른 요소들(other factors)도 있다. 나이에다가 남녀 성, 경제·사회적 지위, 직장 선후배 관계 등도 감안해야(take into account gender, socio-economic status, workplace seniority and the like) 한다. 힘과 연대감의 균형에 따라(according to the balance of power and solidarity) 순간적으로 언어 선택을 달리 해야(instantaneously differentiate linguistic choices) 할 때도 있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말을 놓았다가는(informally address someone older) 문제가 생긴다. 연장자에게 제대로 예우를 하지(show proper respect to elders) 않아 다툼이나 폭력으로 이어지는(result in conflict or violence)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happen from time to time). 인도의 영문 매체 ‘FRONTLINE’은 “한국에선 심지어 반말을 둘러싸고 살인을 저지르는(commit murder)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나이 드는(grow old) 것은 강제적이지만(be mandatory), 철이 드는(grow up) 것은 선택적이다(be optional).’ – 월트 디즈니(미국 기업인)
‘나이 드는 것은 산을 오르는(climb a mountain) 것과 같다. 숨은 좀 가빠지지만(get a little out of breath), 경관은 훨씬 더 좋아진다(get much better)’ – 잉그리드 버그만(미국 배우)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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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나이·만 나이

“한국에 오면 2년 늙고, 돌아가면 2년 젊어진다.” 외국인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한국 문화가 나이 셈법이다. ‘만 나이’만 쓰는 그들에게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고 새해 첫날 한 살씩 먹는 한국식 나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대사관 홈페이지는 ‘코리안 에이지=올해 연도+1―출생 연도’라는 공식도 안내한다. 새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나이 셈법은 한국식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세 가지다. 일상에선 ‘세는 나이’를 쓰지만 민사와 행정 분야에선 ‘만 나이’를,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은 행정 편의를 위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표기 규정을 마련한 후 ‘연 나이’를 쓰는 개별법을 정비하기로 했다.
▷세 가지 나이 셈법이 혼용되면서 혼란도 작지 않다. 정부가 ‘12∼17세 방역패스 적용’을 발표하면 만 10, 11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애도 해당되느냐”는 문의 전화를 돌리기 바쁘다. 1월 출생아 수는 12월생보다 1.3배 많은데, 자녀의 세는 나이를 줄이려고 출생신고를 미루기 때문이다. 모 기업 노사는 단체협약상 ‘56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의 나이 셈법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인 끝에 ‘만 55세’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일도 있다. 새 정부는 ‘만 나이’로 표준화하면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아시아 전통인 세는 나이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태아 존중 사상의 발로라거나, 고대 아시아에 숫자 ‘0’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낙태는 오랫동안 죄가 아니었고, ‘0’ 개념의 인식도 중국이 유럽보다 빨랐다. 달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유럽은 양력, 동아시아는 음력 문화권이었다. 양력과 달리 자연의 주기에 맞추는 음력은 변동이 심해 매년 새 달력을 반포했는데, 매년 달력이 바뀌다 보니 생일보다는 새해 첫날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일본은 1950년부터, 중국에선 문화혁명을 기점으로, 북한은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고 있다. 세는 나이를 지금껏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10명 중 6∼8명은 만 나이 통일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하지만 1896년 양력이 도입된 후로도 지금껏 음력설을 지낸다. 일제가 양력 명절을 강요한 탓에 음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한다. 법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더라도 세는 나이로 형 동생 정하는 일상의 시간관념까지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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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없애는 한국식 나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왼쪽)와 박순애 인수위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프랑스대혁명이 구(舊)체제 혁파를 기치로 내걸자 여성들이 반색하며 “여자에게도 바지를 허용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혁명 정부는 반대했다. “여자는 치마 입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며 바지를 입을 경우 경찰 허가를 받으라는 법을 만들었다. 1800년 11월 만들어진 이 법은 사문화된 후에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가 2013년에야 공식 폐지됐다. 인습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전통이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지 않고 인습으로 굳어지면 인간 영혼마저 갉아먹는다고 경고했다. 그런 생각을 소설 ‘부서진 사월’에 담았다. 알바니아엔 가족이 흘린 피를 피로 갚는 복수 관습이 있다. 이 인습에 빠진 소설 속 마을은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 해체 위기를 겪는다. 이 지역에서 이런 인습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중남미 아즈텍인들은 16세기까지 인신 공양을 지속했다. ‘꽃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주변 부족에게 쳐들어가 포로를 잡아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친 뒤 잡아먹었다.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가 신대륙에 없던 식용 돼지를 유럽에서 들여온 후에야 이 악습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전통을 고수한다는 미명 아래 지금 세상에서도 문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여성 학습권을 빼앗고, 산부인과 여의사가 아이를 받을 때조차 부르카를 뒤집어쓰게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 눈에는 한국이 세계에 없는 희한한 나이 셈법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인습 중 하나로 보이는 모양이다. 새해 첫날 소셜미디어엔 “한국인 여러분, 생일 축하합니다”란 조롱성 인사가 뜬다. 5200만명이 한날한시에 한 살을 더 먹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하루 만에 두 살이 된다. 그래도 이 비합리를 고치지 않고 고집해왔다. 한국민이 일상생활에선 언제나 양력만 쓰면서 ‘1월 1일’만은 굳이 음력으로 따지는 것도 이상하다고 한다.
▶대통령 직인수위가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임금 피크제 기준이 56세인 기업에서 기준 나이가 만 나이인지 한국식 세는 나이인지를 두고 최근 노사 간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이런 일이 많아 혼란을 줄이고 비효율을 걷어내자는 취지라고 한다. 나이는 사람이 태어난 뒤 흐른 시간을 뜻하는 것이다. 태어난 지 몇 년 몇 달 됐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루 만에 두 살 되는 비합리 하나를 고치는 일에 대통령직 인수위까지 나서야 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인습 고집도 대단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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