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등딱지부터 챗GPT까지, 점괘의 발달]
[이준구와 李小龍의 팔자]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종사자 100만명 넘어선 직업]
[사람의 八字와 因緣]
[두 사람의 八字, 유승민과 최경환.. ]
거북등딱지부터 챗GPT까지, 점괘의 발달
[강인욱 세상만사의 기원]

3500년 전 상나라 왕 우딩 시기의 갑골문을 보면 거북의 등딱지가 갈라진 모양을 보면서 점을 쳤음을 알 수 있다. 갑골 위에는 비가 며칠 뒤에 올지를 묻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강인욱 교수 제공
《우리 삶에서 점(占)은 언제나 함께해 왔다. 수많은 기술과 기계가 출현해도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 ‘용한 집’이 있다면 귀가 솔깃해지는 경험을 누구든 해보았을 것 같다. 심지어 엔지니어나 수학자들이 슈퍼컴퓨터를 새로 들일 때도 축복을 하고 고사를 지내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점을 쳐서 미래를 알고 또 마음의 평안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사슴뿔의 관과 짐승의 가죽을 쓰고 춤을 추며 사람들의 앞날을 예언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힘든 삶의 순간순간에 점을 보기도 한다. 점의 시작, 그리고 미래에 대해 살펴보자.》
‘쩍’ 갈라진 뼈로 국운 점쳐
점이라고 하면 참 종류가 많다. 별을 보며 점을 치는 점성술, 태어난 날과 일로 보는 사주, 꿈을 푸는 해몽, 나뭇가지를 뽑는 산통, 그리고 관상, 타로 카드 등 인간은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점의 대상으로 삼았다. 점은 축구경기에도 사용되는 동전 던지기처럼 경우의 수가 정해져 있지만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인간 진화의 역사는 바로 점의 역사이기도 했다. 점을 치면서 발달한 점성술이나 연금술같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학문도 발달했으니, 인간의 역사는 점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을 치는 능력은 고대에 권력의 주요한 원동력이었다. 요즘 같은 일기예보나 정보가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 샤먼의 예지력은 곧 백성들의 생명을 지키는 수단이었고, 또 인류가 각종 자연재해와 전쟁에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오게 한 원동력이었다.

2000년 전 마한에서 발견된 복골은 사슴의 어깨뼈를 이용해 점을 보던 도구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앞날에 대한 걱정은 점을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랜 풍습으로 만들었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점을 치는 방법은 바로 복골(卜骨)이다. 복골의 원리는 얇은 뼈를 구우면 쩍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데 그 방향과 흔적을 보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돼지나 사슴의 어깨뼈(견갑골)를 주로 사용했다. 갈라지는 뼈의 방향과 크기에 따라 다양한 길흉화복을 예견하는 이 방법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3500년 전 중국의 고대 국가 상나라가 대표적이다. 상나라의 왕은 자기 밑에 수십 명의 정인(貞人)이라 불리는 점치는 사람들을 측근으로 두고 함께 점을 쳤다. 그들은 밤마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며 연회를 벌이고 갑골로 점을 쳤다. 이렇게 왕과 정인들은 한 나라의 대소사에 대해 점을 치고, 그 복골 위에 점괘를 기록해 문서보관소에 넣었다가 필요한 때가 되면 꺼내서 그 점을 보고 일을 결정했다. 워낙 점이 많다 보니 점괘의 위에 그 내용을 새겼는데, 이것이 지금의 한자로 이어지는 갑골문의 시작이다. 특히 상나라의 수도 샤오툰 유적에서는 갑골을 쌓아놓은 구덩이가 발견됐다. 점괘가 기록된 공문인 셈이다. 상나라의 귀족들은 남방의 바다에서 구한 귀한 거북이의 등딱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거북이는 신성시되었고 등의 뼈가 얇아서 잘 깨지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점칠 때 쓰였다.
‘백제는 보름달, 신라는 초승달’
복골의 풍습은 한국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다만, 글자가 없을 뿐 기본적인 사용법은 중국과 비슷했다. 남한에서는 약 2000년 전 삼한 시대에 남해안의 조개무지를 중심으로 이런 흔적이 많이 보이는데 주로 사슴의 어깨뼈를 사용했다. 삼국유사에 백제가 멸망할 때를 기록한 내용을 보면 “백제는 보름달이고 신라는 초승달”이라는 글이 거북이의 등딱지에 쓰여 있었다고 한다. 가야에서도 거북이의 등에 쓰인 글자가 예언을 했다고 나오니, 아마 왕족들 사이에서도 갑골문의 풍습은 삼국시대에 널리 퍼졌던 것 같다.
중국과 남한에 복골이 있었다면 북방의 고구려와 부여에서는 소를 잡아 그 발굽의 형태를 보고 길흉을 점쳤다. 목축 동물의 내장이나 굽의 형태로 점을 치는 것은 지금껏 남아 있는 유목민들의 대표적인 풍습이다. 지금도 몽골의 유목민들은 양이나 염소를 통째로 요리할 때 칼로 배를 가르고 짐승의 내장 크기와 위치로 길흉을 점친다. 부여계 주민이 고구려와 백제로 유입되면서 그들의 놀이와 점복 문화는 삼국, 나아가 고려, 조선으로 이어졌다. 도축을 전문으로 하는 백정들도 짐승을 잡으면서 비슷하게 점을 치곤 했다.

2000년 전 흉노의 귀족 무덤에서 발견된, 뼈로 만든 주사위인 샤가이. 강인욱 교수 제공
유목민들에게 주사위도 빼놓을 수 없는 점치는 도구였다. 한국에서 쌀이나 동전을 뿌리면서 점을 치는 것처럼 몽골에서는 ‘샤가이’라고 하는 발가락뼈로 점을 친다. 고대 흉노의 무덤을 발굴하면 거의 빠짐없이 이 샤가이가 발견되는데, 그 겉에는 각자의 특이한 부호가 새겨져 있다. 몽골의 귀족 무덤에서 빠짐없이 이 주사위가 발견되니 생활에 부침이 심한 유목 생활의 불안함에는 위아래가 없었던 것 같다. 보드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게임 참여자의 운명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는 영화 ‘쥬만지’의 스토리도 그 역사가 수천 년인 셈이다.
챗GPT 대화도 점괘와 비슷

상나라 은허에서 발굴된 갑골문 구덩이. 임상택 부산대 교수 제공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여러 현상을 점과 연결시킨다. 현대에도 예외는 아니니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는 혈액형이나 성격유형지표(MBTI)를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마치 고대인들이 점을 치듯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연초부터 세계를 강타한 AI 기반의 챗GPT가 특히 그러한데, 문제를 넣을 때마다 다른 답이 나오지만 가끔씩 아주 그럴듯한 내용으로 사람들을 홀리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챗GPT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질문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계속 묻곤 한다. 그 모습은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가 끊임없이 물어보는 거울, 또는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 신의 말을 해석해 주는 신관을 연상케 한다. 사실 갑골문도 비슷하다. 상나라의 갑골문을 보면 거북이의 등이나 사슴 어깨뼈에서 그 표면을 다듬고 구멍을 곳곳에 뚫고 금을 그어 원하는 방향으로 갈라지게 한 흔적이 있다.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점괘이니 행여 나쁘게 나올까 봐 좋은 괘가 나오도록 미리 손을 쓴 것이다.
챗GPT는 GPT(사전 훈련생성 변환기)의 일종이지만 특히 챗(대화)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챗GPT는 인간의 질문을 간파하고 그럴듯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나열해 답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이다. 이는 우리가 점을 치고 신탁을 얻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점괘의 기본 핵심은 인간이 가진 과거 정보를 조합해 앞날을 예견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점집을 가면 능력 있는 점쟁이는 의뢰인의 과거 정보를 족집게처럼 맞추어 자신의 능력을 먼저 증명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이 무장해제된 의뢰인의 솔직한 대화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대화식으로 미래의 점괘를 얘기한다. 챗GPT 또한 대화식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할수록 답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어와 화법을 쓴다. 세부 내용은 틀려도 전반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게 말하는 방법을 안다. 두루뭉술하게 답을 해 여러모로 해석되게 하는 점괘의 특성과 상당히 유사하다.
물론, 챗GPT의 목적이 점은 절대 아니다. AI의 목적은 훨씬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언제나 불안해하는 인간이다. 수많은 자연환경이나 동물의 뼈에 신령함을 불어넣어 자신의 미래를 점치는 도구를 만들어 낸 인간은 이제 새로운 AI가 가진 점치는 기능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이다. AI나 빅데이터에 기반해 미래를 예측하는 점집이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우문현답의 ‘용한’ AI 프로그램에 앞다투어 접속하는 때가 올 것 같다. 어쩌면 점은 인간의 탄생과 함께 계속되어 온 우리 삶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점은 계속될 것이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동아일보(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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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와 李小龍의 팔자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라 불리던 이준구(86) 선생이 엊그제 세상을 떠났다. 필자는 10여년 전쯤 월간지의 주선으로 이준구 선생과 대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이후로 이소룡은 정무문, 당산대형 같은 영화 찍어서 스타가 되었는데, 선생님도 영화 좀 찍으시지 그랬어요? 나도 영화 찍었지. 그런데 뜨지를 않았어. 나는 좀 못생겼잖아. 인물이 안 돼서 못 떴어."
이준구 선생과 이소룡은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무술대회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가라테 챔피언십이라는 대회였다. 두 사람은 특별 게스트로 초청을 받아 약속 대련을 하였다. 이때 이소룡은 스물예닐곱의 나이였고, 이소룡보다 8년 연상인 이준구 선생은 서른대여섯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는 아시아인이 드물 때라 두 사람은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동질감과 무술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서로 친밀감을 느꼈다. 나이도 8년 연상인 이준구 선생에게 이소룡은 '집안 형님' 같은 느낌을 가졌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도 솔직하게 주고받았다. 이소룡은 영춘권(詠春拳)의 고수라서 손을 잘 썼고, 이준구는 태권도의 고수라 발을 잘 썼다.
"나는 이소룡한테 수기(手技)를 배웠고, 이소룡은 나 한테서 족기(足技)를 배웠지. 둘이 팔씨름도 해 봤는데, 이소룡의 팔 힘이 강해서 내가 못 이기겠더라고". 세월이 지나서 관 뚜껑 닫고 보니까 '인물이 못생겨서 영화로 성공하지 못하였던' 이준구는 86세라는 천수를 누렸고, 이소룡은 '인물이 너무 잘난 스타가 되어서' 33세에 요절하였다. 어떤 게 나은 삶인가?
이소룡이 어렸을 때 홍콩의 역술 대가에게 사주팔자를 보니까 '이 아이는 외국 나가서 공부를 시켜야 수명을 연장한다. 고향에 있으면 일찍 죽는다'는 점괘가 나왔다. 부모는 이소룡을 굳이 미국까지 유학을 보냈다. 영화 '정무문'이 너무 뜨는 바람에 결국 이소룡은 고향인 홍콩에 돌아왔고, 홍콩 갱 조직의 영화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갱들이 이소룡을 납치하여 주사기로 독극물을 주입하여 여배우 집에 던져 놓았다는 게 정설이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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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종사자 100만명 넘어선 직업
불황 때 무속·역술인 증가
취업 힘들고 고령화 사회 대비 평생 직업으로 안정성 높아
학원마다 수강생 꾸준히 몰려… 月 수강료 수백만원 내고 신내림 굿 강의 받기도
민속 신앙으로서 가치는 충분
미신으로 치부되는 현실 극복하고 신뢰 주는 무속신앙 거듭나려 2012년부터 자격시험 시행
"점을 맹신하는 사람과 악용하는 역술인 모두 자성을"
무당과 역술인이 크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제 침체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먹고 살기 어려워질 때 학위나 자격증을 비롯한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시피 한 무당·역술인으로 전업(轉業)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지난 IMF 외환위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두 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무당 단체)와 한국역술인협회(역술인 단체)에 따르면 두 단체 각각 현재 가입회원이 약 30만명, 비회원까지 추산하면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11년 전인 2006년 대한경신연합회에 가입한 무당은 약 14만명, 역술인연합회에 가입한 역술인은 20만명으로 회원수만 지난 10년 새 1.5~2배 늘었다. 협회들의 비회원 추산치까지 더하면 무당과 역술인은 100만명가량으로 짐작된다.
무당과 역술인의 목적은 비슷하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 무당은 '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언·치병(治病) 목적의 굿 의식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로 여성을 의미하고 남성은 박수 또는 박수무당이라 부른다. 이와는 달리 역술인들은 주역, 명리학 등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점을 치고 사주 풀이를 하거나 관상으로 미래를 내다본다.
정년퇴직 없는 무당·역술인 100만 시대
문화체육관광부 '2011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국내 대표 종교의 성직자 수는 개신교 14만483명, 불교 4만6905명, 천주교 1만5918명이다. 이들은 '종교 관련 종사자'로 분류되고, 무당과 역술인은 서비스 종사자에 포함된다. 각각 '민속신앙 종사원', '점술가'로 미래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30년간 무속 연구를 한 무천문화연구소 조성제 소장은 "경제가 어려우면 점집도 불황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때마다 직업으로 무당과 역술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 종사자 숫자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업계에선 '무당처럼 명퇴(명예퇴직)·정퇴(정년퇴직) 없는 직업이 어디 있느냐'고 흔히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줄초상을 당했을 때 신내림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집안이 줄줄이 망하는 사회적 파산도 줄초상으로 볼 수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 파산하면서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역술인협회 부설학원 한국역학대학철학학원은 '역학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강의를 열고 있다. '취업이 힘든 현실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평생 직업으로 안정성이 높다'고 홍보한다. 주·야간 2개 반으로 나눠 사주명리학·관상학·주역 등을 가르친다. 이 학원 관계자는 "강의마다 수강생은 20명 내외로 꾸준한 편이고, 주간에는 취업준비생과 주부, 야간에는 은퇴를 앞둔 회사원과 공무원들이 주로 듣는다"며 "역학 수업을 하는 곳들도 늘고 집에서 사주풀이 애플리케이션과 책으로 독학하는 사람도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한양굿예술연구보존회는 신내림 받은 사람들에게 굿하는 법을 가르친다. 초급·전수생·이수자 반으로 나눠 3~12개월 동안 서울 지역에서 전승되는 '한양굿'의 장구 장단 및 춤 동작과 대사를 전수한다. 무형문화재 104호 '서울새남굿' 이수자인 강영임 선생은 "신내림은 받았지만 굿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를 열고 있다"며 "많을 때는 한 수업에 100명 넘는 수강생이 있었고,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고 말했다. 이곳 외에도 무속연구소·무속학원·전수소로 문을 열고 지방마다 내려오는 전통 굿을 가르치는 곳이 있는데 월 수강료가 수백만원인 곳도 있다. 한 무속인은 "굿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신내림을 받지 않은 사람도 굿판에 뛰어든다"며 "취업이 잘 안 된 무용 전공 학생들이 굿을 배워 조수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무당은 보통 도제식 교육으로 키워진다. '신(神)아버지, 신어머니'로 불리는 선배 무당이 '애동제자'라 불리는 무당을 가르치는데 무당이 되는 의식으로 내림굿을 받게 한다. 내림굿 한 번 받는 비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수천만원은 기본이다. 내림굿 후에도 "굿이 잘못됐다", "정성이 부족해서 신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았다"라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 신부모와 신자녀가 갈라서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17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타로 점집에서 합숙하던 동료 서모(27)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석모(31)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군 제대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리를 절게 된 서씨는 가족의 권유로 지난 10월 부산의 한 타로 점집을 찾아 2000만원을 내고 '(신)내림굿'을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동료 석씨는 "운동을 하지 않고 의지가 부족하다"며 서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 '신어머니'로 불리며 "다리를 낫게 해주겠다"던 타로점 업주 이모(여·47)씨는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조성제 소장은 "'사람이 신을 오게 한다'는 내림굿이라는 의식 자체가 정체 불분명한 것"이라며 "수년에 걸쳐 굿을 비롯한 의식을 전수받아야 진정한 무당이 될 수 있는데 돈 때문에 틀어져 '애동고아'가 되는 초보 무당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DIY(Do It Yourself)'로 무당 되는 방법을 소개한 책도 나왔다. 도교와 무속을 연구한 '내림굿의 배신' 저자 채성훈씨는 "우리 민속에 따르면 신을 모셔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분명히 있고, 그 경우 굿이 필요하지만 멀쩡한 사람에게 내림굿을 강요하고 무당이 되어야 한다고 속이는 일도 있다"며 "이미 내림굿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굿을 해주겠다'며 거듭 돈을 뜯어내거나 자신이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똑같이 제자를 받아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 강북구에 신당(神堂)을 열고 점을 봐주기 시작한 김유진(34)씨도 독학으로 무당이 된 경우다. 김씨는 회사원, 미용사 등 평범한 일을 하다가 3년 정도 신병(神病·무당이 될 사람이 걸리는 병)을 앓고 난 뒤 무당의 길을 택했다. 김씨는 "몇천만원을 주고 신굿을 받았지만 병이 낫지 않았고, 그 뒤 스스로 기도와 수행을 하면서 점사(占辭·점괘에 나타난 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속이 전통 민속문화로 계승되지 않고 돈을 좇는 직업으로 변질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당이자 민속학자인 장순범 안동대 연구교수는 "무당은 하나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민속문화를 계승하는 의무도 중요하다"며 "최근 민속신앙에 대한 이해 없이 직업적으로 아무 굿이나 배워서 바로 '무당업'을 시작하는 일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신 꼬리표 어떻게 떼나
무당과 역술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여전하다. 작년 11월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로 내정됐던 박승주 前 여성가족부 차관은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그는 2013년 저서에 "명상하면서 바닷속이나 다른 나라에서 새로 태어나는 경험을 47차례 했다", "전봉준 장군이 나를 찾아와 책을 건넸다"라고 쓴 게 고위공직자 자격에 문제가 됐다.
대한경신연합회는 2012년부터 '무속심리 상담사' 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경신연합회 이성재 이사장은 "미신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극복하고 신뢰받는 무속 신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국역술인협회도 '역학상담사', '작명사자격증' 등 자격시험을 도입했다. 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기대하는 사람 심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없어지지 않을 직업"이라면서도 "점을 맹신하는 사람과 이를 악용하는 역술인 모두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민속학회장인 이정재 경희대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세속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권위 있는 교단이 없는 무속 신앙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해 사건·사고가 잦지만 민속 신앙으로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조선일보(1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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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八字와 因緣
2009년쯤엔가. 낯선 남자로부터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저 '○○○게이트'의 C입니다. 조 선생님 책을 감옥에서 많이 읽었습니다. 이제 감옥에서 나왔는데(그는 얼마 전 횡령 혐의로 다시 감옥에 들어갔다) 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실 만한 영험한 도사님 좀 소개해 주세요." "그렇다면 청담동 K도사님을 찾아가세요."
K도사는 본인 팔자에 물이 없어서 물 수(水)가 들어가는 담(潭)자 지명을 좋아한다. 나중에 들으니 K를 찾아온 그에게 '뜨거운 사막의 나라로 가라. 거기에 당신의 활로가 있다'라는 점괘를 뽑아주었던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그의 팔자는 홍수가 나서 둑이 무너지는 대하(大河) 팔자였다. 물이 이렇게 많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아마추어 수준인 나는 '불(火)이 도움이 된다' 정도의 총론적인 내용은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처방은 못 내린다. 프로인 K도사는 '사막으로 가라'는 구체적인 처방을 내렸던 것이다.
K는 '옥추경(玉樞經)'의 주문을 100일 동안 외우고 나서 영발이 열렸다. 프로와 아마가 여기서 갈린다. C는 점괘를 보고 사우디 왕자인 알 왈리드를 찾아갔다. 가수 마이클 잭슨의 소개로 알왈리드 왕자를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부자인 알왈리드는 데리고 간 C의 쌍둥이 아들 2명에게 사탕 사 먹으라고 각각 1억원씩을 주었다고 한다. "알왈리드 왕자를 만나보니 그가 무슨 철학이 있습디까?" "네 있어요. '마크 툼'이에요. 말끝마다 마크 툼이라고 해요." '마크 툼'은 '네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염라대왕 장부에 팔자가 이미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인생의 큰일, 또는 성공과 실패가 이미 하늘로부터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왈리드는 말만 왕자였지 부모가 일찌감치 이혼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베이루트의 뒷골목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문제아였다. 그렇지만 '나중에 큰돈을 벌게 되는 운명'이라는 아랍 영발도사들의 예언을 믿고 컸던 모양이다. 이번에 신문을 보니 사우디에서 '왕좌의 게임'이 발생하여 그 돈 많은 알왈리드 왕자도 체포되었다고 한다. 알왈리드의 팔자는 어떻게 될까? 팔자의 형성에는 수많은 인연이 작용한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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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八字, 유승민과 최경환..
'널뛰기 팔자'가 있다. 운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널뛰는 것처럼 상하고저(上下高低)가 순식간에, 그리고 분명히 드러나는 팔자를 가리킨다. 명리학(命理學)에서 가장 좋은 사례연구 감이 눈앞에서 전개되는 널뛰기 인생들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이 대표적인 널뛰기 팔자이다.
유승민을 보면서 널뛰기의 위력을 느꼈다. 유승민은 불이 많은 팔자 같다. 우선 화법이 그렇다. 불이 많으면 말을 직선적으로 하고 분명하게 한다. 솔직하다. 이리저리 돌리거나 은유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을 빨리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는 전광석화이고 내숭을 떨지 못한다. 논리적이고 카랑카랑하다. 한마디로 직변(直辯)이다. 자존심이 강해 평상시에는 조직에 잘 맞지 않고 전환기나 난세에 진가가 드러난다.
유승민과 대조적인 인물이 부총리인 최경환이다. TV에 나와 대담하는 것을 보니 대표적인 눌변(訥辯)이다. 7할만 이야기하고 나머지 3할은 가슴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다. 목소리도 낮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물팔자이다. 물은 조용하게 흐른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면서도 실속이 있다.
유승민은 아버지가 판사와 국회의원이며 대구·경북 지역의 최고 명문인 경북고를 나왔고, 최경환은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대구고를 다녔다. 둘 다 대구 사람으로 위스콘신대 동문이고, 이회창 대선캠프 경제팀에서 같이 일했으며, 박근혜 당대표 비서실장을 앞뒤로 지냈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인생 행보는 완전히 다르다. 유승민은 대통령에게 저항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고, 최경환은 대통령의 측근이자 이 정권의 실세이다. 사람 팔자가 이렇게 다르다.
주역(周易)에 보면 '雲從龍 風從虎(운종룡 풍종호)'라는 구절이 있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는 뜻이다. 구름은 비를 내리게 해서 가뭄을 해갈하고 벼농사를 짓게 하지만, 바람은 불이 훨훨 타게 만들어서 낡은 것을 태워 버리게 만든다. 변화는 바람과 구름에서 시작된다. 풍운조화(風雲造化), 풍운아(風雲兒)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思入風雲變態中(사입풍운변태중)'이다. 풍운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일어난다.
-조용헌, 조선일보(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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