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은 수천년 동안 정치와 사회제도를 정착시키고 종교의식을 행하며 문화를 발달시켰다. 도자기, 보석, 석공예, 장신구, 직물, 회화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남겼고, 정원을 만들어 감상할 정도로 정서가 발달되었던 사람들이었다. 미시시피, 맨해튼, 알래스카처럼 우리가 잘 아는 지명은 물론이고, 고기를 굽는 ‘바비큐’ 역시 ‘불꽃의 막대기’라는 뜻의 인디언 용어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는 이처럼 시(詩)적으로 이름을 짓는 전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콜로라도 주의 ‘메사 베르데(Mesa Verde)’ 인디언 주거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전망이 뛰어난 고지(高地)에 위치하고 있다./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과거 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자연은 지극히 아름답다. 서부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독수리와 까마귀는 물론이고 야생하는 사슴과 다람쥐, 도마뱀 등도 자주 발견되고, 터키석과 같은 광물, 진귀하고 아름다운 꽃과 식물들이 곳곳에서 시선을 유혹한다. 이 광활하고 기름진 대지에서 인디언들은 옥수수, 콩, 호박을 키우고 칠면조를 기르며 농사와 사냥, 수렵을 병행해 왔다.

콜로라도 주의 ‘메사 베르데(Mesa Verde)’. 돌과 진흙으로 만들어진 수직의 벽체와 평평한 지붕, 그 아래 여러 방들이 연결된 평면이다.
흔히 푸에블로(Pueblo)라 불리는 인디언들의 옛 주거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나 깊은 계곡의 숨겨진 장소, 그리고 전망이 뛰어난 고지(高地)에 위치한다. 콜로라도주의 ‘메사 베르데(Mesa Verde)’를 비롯하여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주 등에 다수가 남아있다. 돌과 진흙으로 만들어진 수직의 벽체와 평평한 지붕, 그 아래 여러 방이 연결된 평면, 그리고 머리 위로 물건을 들고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고안된 ‘T자’ 형태의 문이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곳은 ‘키바(kiva)’라는 방으로 지하로 깊숙이 파서 원형으로 만드는데, 종교의식을 위한 공간이다.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Albuquerque)의 인디언 암각화 페트로글리프(Petroglyph). 수천 년의 세월동안 인디언들은 높은 수준의 예술을 발달시켰다.
이들은 누구였는가?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곳에 정착하도록 만들었는가? 그들의 희망은 무엇이었으며 이들은 왜 이곳을 떠나야만 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문서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가 없으므로 아득한 시간의 간격을 두고, 유적을 통한 탐구와 상상력만으로 발자취를 더듬는 노력을 계속한다. 대지의 고요함 속에 은은한 빛을 투영하는 이 터전 속의 삶은 상상으로만 그림이 그려진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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