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재택근무를 했다면]
[내 방으로 출근]
우영우가 재택근무를 했다면
[특파원 리포트]
평일에 뉴욕의 한 대형 로펌에 인터뷰하러 갔을 때 일이다. 소속 변호사가 700여 명이라는데, 맨해튼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사무실에서 눈에 띄는 사람은 선임급 변호사들과 창구 직원을 포함해 열 명도 안 됐다.
“코로나로 아직 재택근무를 하나 보죠?” 물었더니, 50대 파트너 변호사는 “풀타임 출근하라고 얘기 못 하죠. 이제 다들 원격근무에 익숙해져서…. 나 같은 사람이야 주 3일은 나오지만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30여 년 전 처음 법조인이 됐을 때 선배들과 매일 부딪치며 일을 배우고, 사무실 벽에 걸린 미(美) 건국의 아버지들 액자를 보며 정의로운 법조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제대로 배운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텅 빈 것은 이 로펌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사무실 보안업체가 뉴욕 월가와 글로벌 대기업 등 160곳을 조사했더니, 팬데믹 이전처럼 주 5일 대면 출근을 하는 근로자는 8%에 불과했다. 오로지 원격근무만 하는 근로자는 30%였다. 맨해튼 거리와 극장은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일터인 사무실 공실률은 60%에 달한다. 코로나 감염이 걱정돼서, 점심값이 올라서, 출퇴근에 시간 낭비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근로자가 줄지 않아 기업과 공공기관은 조직 문화가 와해되고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며 비상이지만, 구인난으로 노동자 우위 시대라 출근을 강요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ENA/SBTM1
한국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가 이런 상상을 했다. 만약 20대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재택근무만 하면서 동료와 줌 회의와 카카오톡 대화에 의존했다면, 의뢰인의 온갖 사정을 서류와 이메일로만 검토했다면, 하나의 직업인이 저렇게 빨리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우영우는 매번 의뢰인과 참고인을 만나 진실을 오감으로 파악하고, 시골 마을 나무 한 그루, 강남 학원가 편의점까지 훑으며 사건의 숨겨진 맥락을 찾는다. 그에게 창의적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고래’는 온라인 가상 현실이 아닌 진짜 현장과 진짜 사람들을 만날 때 얻어지는 ‘진짜 공부’의 기적 같은 순간을 상징한다. 자신을 편견으로 대했던 회사 선배와 구내식당 밥을 먹으며 실력과 진심을 보여줄 기회를 얻고, 재판을 지연하지 않는 판사에게서 법정의 ‘짬’을 배우며, 뒤통수 치는 입사 동기와 부딪치며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영리함도 터득한다. 사내 로맨스도 원격 근무에선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현실의 MZ세대는 이직률이 높고 기성세대와 소통이 단절됐다는 여러 징후가 나온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가 아니어서 화려한 출발을 못 하는 게 아니다. 치열한 입시·취업 경쟁과 팬데믹 탓에 학교 공부를 사회에서 업그레이드할 기회가 박탈됐을 수 있다. 선배들의 고민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조선일보(22-08-04)-
________________
내 방으로 출근
“지난 금요일, 아침 10시에 사무실 나가서 밤 11시까지 있었다.” 흔한 요즘 샐러리맨 일상 같지만 이는 18세기 말 영국 동인도회사에 근무했던 17세 직원 찰스 램의 기록이다. 1729년 근대적 사무실의 효시인 동인도 회사 건물이 런던에 세워진 이래 200여 년간 현대인의 삶은 사무실이란 공간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어떨 땐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직장 동료와 보내는 게 현대인의 삶이 됐다.

▶‘출근 전에 고단백 식사를 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라. 눈을 감고 코로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2초간 숨을 참았다 천천히 내뱉는 심호흡을 10번 반복하라.” 미국의 온라인 건강 잡지에 실린 ‘출근길 분노를 줄여줄 8가지 팁’의 일부다. 코로나 이전, 매일 1억5000만명 이상이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760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미국에서는 출근 스트레스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직장인들을 출근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줄 원격 근무(telecommuting) 개념은 반 세기 전 등장했다. 1972년 미국의 로켓 과학자였던 잭 닐즈가 대학 연구팀을 맡아 9개월간 보험회사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LA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을 타개할 대안으로 원격 근무 실험을 한 것이다. 원격 근무자의 생산성은 높아졌고, 출퇴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 건강은 좋아졌으며, 사무실 비용도 절감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이 회사는 원격 근무를 도입하지 않았다. 사무실 출근이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깊은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더디게 확산되던 원격 근무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 친숙한 근무 형태가 됐다. 한번 재택 근무를 경험한 젊은 직장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상당수 기업들은 출근과 재택을 섞은 하이브리드(혼성) 근무 시스템으로 속속 바꾸고 있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같은 곳은 집 말고 휴가지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일하라며 ‘워케이션(work+vacation)’ 개념까지 도입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완화되면서 일상이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만 ‘사무실 전원 출근’만큼은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옥철에 시달리는 출퇴근, 야근 및 회식 스트레스 등에서 해방된 삶을 경험한 코로나 세대에게는 ‘재택 근무가 곧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른바 ‘내 방 출근족(族)’이 보편화된 세상이 왔다. 좋은 직장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04)-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國內-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국 남성 사귀러 오는 서양 여성들] (0) | 2022.08.16 |
|---|---|
| [착한 거 맞습니까] (0) | 2022.08.13 |
| [콩쿠르는 노벨상이 아니다] [한국 클래식, 콩쿠르 이후가 없다] (0) | 2022.07.31 |
| [엘비스 프레슬리] [광고 음악의 대가 김도향] (0) | 2022.07.31 |
| [다시 생각하기] [자폐인 골퍼 이승민] [필드의 우영우] (0) | 2022.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