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 4인방’과 ‘검수완박 5인방’
국민 분노를 정권 동력 삼더니 정권 내놓게 되자 司正 무력화
文革 주도하다 毛 사망하자 “기득권 사수” 외친 4인방 연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박수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했다./연합뉴스
헌정사에서 ‘꼼수입법의 완결판’이란 비아냥을 낳은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이른바 ‘5인방’이 주도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는 회기 쪼개기 같은 꼼수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켰다. 민주당 강경파 ‘처럼회’ 소속 한 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까지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표결을 위해 본회의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은 법안 공포를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해 꼼수 입법에 마침표를 찍었다.
검수완박에는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 그런 법안을 정권을 내놓게 된 세력이 임기 일주일을 앞두고 꼼수를 동원해 강행 처리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찾다 보니 46년 전 중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 죽음 이후 그의 아내 장칭(江靑) 등 문화대혁명(문혁) ‘4인방’이 주도한 ‘기정방침(이미 결정된 방침)’ 사수 투쟁이 그것이다.
1949년 공산 중국을 건국한 마오는 1966년부터 문혁으로 절대 권력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 마오가 1976년 9월 9일 세상을 떠났다. 마오의 죽음은 그와 함께 문혁을 주도한 4인방에게도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안겼다.
4인방은 필사적으로 마오쩌둥 유지(遺旨)가 담긴 문서를 찾아 헤맸다. 이들이 문건을 손에 넣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4인방은 곧 관영 매체를 동원해 ‘기정방침대로 하라’는 선전전에 나섰다. 새 권력이 ‘과거사 청산’의 시동을 걸기 전에, 죽은 마오를 내세워 방탄 막을 만들려는 꼼수였다.
4인방이 이런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오는 생전에 홍위병들에게 “여러분의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며 문혁에 불을 댕겼다. 마오의 ‘조반유리(造反有理)’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감옥에 갔다. 마오의 죽음보다, 수많은 반대자를 만들어낸 마오 권력에 대한 심판이 4인방은 두려웠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 5년은 어땠나.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한 언론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이 검사장은 옷을 벗었다. 그는 561일 만에 법원에서 면직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기무사 계엄 문건이 발견됐다며 특별 수사 지시를 내린 일도 있었다. 지지자들이 “쿠데타 모의”라고 들고일어났지만, 검찰 수사 결과 ‘쿠’ 자도 찾지 못했다. 국민 분노를 자극해 권력의 동력을 얻는 한국판 조반유리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더니 민주당은 정권을 내놓게 되자 서둘러 검찰의 정치인, 선거 사범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을 꼼수로 밀어붙였다. 심판의 칼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 ‘기정방침’ 꼼수극을 벌였던 문혁 4인방과 닮았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없애도 한국식 FBI(중대범죄수사청)를 만들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중수청 설치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검찰에 한시적으로 부여한 2대 범죄(경제·부패) 수사도 부실해질 게 자명하다. 곧 권한을 내놓아야 할 일에 전력을 다하는 조직은 드물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국가 기능 작동을 ‘보류(hold)’ 하거나 ‘방치’(no action)해 무력화한 것이다.
‘20년 집권론’을 내세운 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압승하자 “국민 명령을 완수해야 한다”며 이른바 ‘개혁 입법’ 추진을 외쳤다. 그와 가까운 한 인사는 “다시는 압도적 과반 의석을 얻기 어렵다고 보고 정권 임기 중 쟁점 입법 처리를 재촉한 것”이라고 했다. 마오 사후 4인방의 권력 사수 투쟁은 28일 만에 중국 신권력에 의해 실패로 끝났다. 며칠 후 정권을 내놓는 민주당 5인방이 꼼수로 밀어붙인 기득권 사수전의 결말이 궁금하다.
-최경운 기자, 조선일보(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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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취완박’도 머지않았나
[특파원 리포트]

4월 30일 백악관 기자단 연례만찬에 참석한 조바이든 미국대통령이 와인잔을 들고 '수정헌법1조를 위해'라며 건배구호를 외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코로나 대유행 탓에 3년 만에 재개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했다. 무대가 잘 보이는 테이블은 NBC나 CNN 같은 미국 주류 언론사가 다 차지하고, 대부분의 외신 기자들은 무대 위 조 바이든 대통령 얼굴이 손톱만 한 크기로 보이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하지만 미국 기자들에게 정말로 부러움을 느낀 대목은 따로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외친 “수정헌법 1조를 위해”란 건배사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 등을 막는 어떠한 법의 제정도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을 통해 입법 권력의 기본권 제약을 차단해 놓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민주당의 입법 독주였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관철한 후에도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집요하게 언론중재법을 추진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언취완박(언론 취재권 완전 박탈)’도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든다.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 미국 기자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한편으로는 왜 자꾸 대한민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닮아가는가란 걱정이 커진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한 지난 3일, 중국에서는 ‘마윈 체포설 소동’이 있었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의 국가안전국이 ‘마모(馬某)’씨를 국가분열 선동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는 관영 언론의 보도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체포 소식으로 잘못 해석되면서 알리바바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에 찍히면 누구나 죄가 있든 없든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사회이다 보니, 지난 2020년 금융 당국의 규제를 공개 비판했던 마윈의 체포설을 많이들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말대로라면, 검수완박은 일부 권력자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이런 검수완박과 일부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누구든 감옥에 갈 수 있는 중국의 형사사법 제도 사이에서 선득한 동질감을 느낀 것은 양자 모두 국가권력 간의 ‘균형’과 ‘견제’가 무너지고 ‘법치’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였다.
국가권력의 작동이 언제나 공정하고 항상 투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입법·행정·사법 권력 간의 균형과 검찰·경찰 간의 견제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그런대로 공평한 법치’가 이뤄질 것이란 신뢰가 우리 사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너진 대한민국은 일당이 지배하는 중국과 얼마나 다른가.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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