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정치·경제·안보 상황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란다]
[문재인의 무책임, 윤석열의 책임]
최악 정치·경제·안보 상황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대 당선인 신분으로서는 처음으로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새로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뉴스1
윤석열 정부가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지난 5년간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내로남불 국정 운영을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 하지만 지금 새 정부가 직면한 정치·경제·안보 상황은 1998년 외환위기 속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다. 물가와 환율, 유가가 동시 급등하는 ‘신(新) 3고’도 뚜렷하다. 국가 부채는 지난 5년간 415조원이나 늘었고,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다시 들썩인다. 김정은은 육성으로 ‘선제 핵 타격’을 위협했다.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전술핵 실험(7차)도 이어질 조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북핵 위협에 시달리고 부채 늪에 빠져 경제 삼각 파도에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거야(巨野)인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과 내각 출범을 사실상 막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도 일일이 제동을 걸 태세다. 코로나 거리 두기는 해제됐지만 언제 변이가 재창궐할지 모른다. 사방이 난제다.
윤석열 정부는 ‘3고’에 맞서 물가를 잡고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규제 완화와 민간 기업 중심의 혁신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큰 과제다. 민간에 부동산을 원활히 공급하고 과도한 세금은 낮추되 집값이 다시 오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산업을 되살리고 국가 에너지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코로나 피해 구제와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지만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키기 힘든 공약과 정책은 욕 먹을 각오로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했으면 한다. 고갈 위기를 맞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도 찾아 나가야 한다. 모두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북한은 새 대통령 취임 때마다 어김 없이 핵·미사일 도발을 해 왔다. 핵 위협이 현실화하면 우리 혼자 힘으론 막을 방법이 없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미국과 북핵을 막을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 정부 5년간 형식화돼버린 한미 동맹을 복구하고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 ‘3불’ 저자세로 일관한 한중 관계도 모두 정상화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제대로 하려면 끊임 없이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지지와 동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펴기 힘들다.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취지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24만7000표 차 승리의 의미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내 편만 챙기는 국정을 해선 안 된다. 내로남불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야당이 횡포를 부리고 발목을 잡아도 계속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길을 가겠다’는 오기의 정치는 갈 길을 스스로 막을 수 있다. “야당의 양식 있고 합리적인 의원들과 멋진 협치를 하겠다”던 약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야당도 바뀔 수 있고 국민도 박수 칠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쇠고기 협상을 서두르다 ‘광우병 파동’을 부른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당선 후 “항상 소통하고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한 초심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만 듣지 않아도 큰 성과일 것이다.
-조선일보(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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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란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윤 대통령은 오늘 취임식과 함께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게 된다. 취임식 슬로건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고 한다.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서로 헐뜯는 자해(自害) 국가가 아니라 함께 손잡고 미래를 향해 뛰는 통합 국가의 초석을 닦길 바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정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은 지금 1번 찍은 국민과 2번 찍은 국민으로 두 동강이 나 있다. 국민 절반가량은 여전히 새 정부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출범 즈음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가 이렇게 낮은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거야(巨野)’ 민주당은 그 틈을 노려 설욕의 기회를 찾느라 분주하다.
경제·안보 현실은 어떤가. 격랑 그 자체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냉전 종식 후 30여 년간 이어져온 세계화, 자유무역 패러다임은 붕괴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가 우리 경제를 짓누른다. 북한 김정은은 미사일 도발 등을 이어가며 호시탐탐 윤석열 정부의 안보 역량을 시험하려 한다. 말 그대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무한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국가 에너지를 한데 모아 대내외적 위기와 도전에 맞서 나가는 것은 오롯이 윤 대통령의 몫이다.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국가를 운영할 것인지의 ‘리더십’ 문제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헌법 가치,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강조해 왔다. 이런 가치들이 이념 대결로 흘러선 안 된다. 국익, 실용의 가치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정의 원칙과 실용의 유연함은 때로 상충할 수 있지만 그 조화로운 추구가 국정의 성공을 이끄는 지름길이다. 보수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다. 흥분과 열정이 아닌 분석과 대안으로 점진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전임 정부의 실패만 우려먹는 국정 운영은 또 다른 실패를 예비할 뿐임을 알아야 한다.
대선이란 정치 전쟁이 끝난 지 두 달이지만 진 쪽이든 이긴 쪽이든 아직도 또 다른 전쟁 속에 있는 듯하다. 승자는 달라야 한다.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은 타협과 소통의 정치력이 아닌 결기와 강행의 투쟁력을 앞세웠다. ‘제왕’이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견제와 비판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정은 정면 돌파, 승부사적 기질 등으로만 통하진 않는다. 원칙은 지키되 아집으로 비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1기 내각 구성이나 청와대 참모진 인사 등에서 보여준 검찰 출신 중용, 특정 대학이나 지역 편중, 동문 등 친분 있는 사람 발탁 등 인사 스타일은 우려되는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점은 고금의 진리다. 민주당의 몽니와 발목잡기는 비판 받아야 하지만 자신의 결정엔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만 고수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국민에게 맞서는 정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탄핵 이후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권도 5년 만에 씁쓸히 퇴장했다. 진영에 갇힌 반쪽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5년 뒤 정권을 연장하든 다시 내어주든 윤석열 정부로선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이라지만, 그 국민에는 열성 당원과 지지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권과 통합, 협치를 추구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정치의 복원은 결국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야당과의 소통에 밤낮을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에겐 온갖 정보가 쏠린다. 정보 독점에 따른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용산’이란 공간이 본질이 아니다. 듣기 싫은 얘기를 찾아서 듣고 국정에도 반영하는 소통과 경청이 중요하다.
이제 숱한 난제가 산더미처럼 쏟아질 것이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성장 잠재력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난 정부 5년간 크게 훼손된 재정 건전성도 회복해야 한다. 국민과 약속한 연금개혁도 문재인 정권처럼 무책임하게 피해 갈 순 없다. ‘살과 살이 아닌, 뼈와 뼈가 부딪히는’ 치열한 국익의 현장에서 생존의 좌표를 찾는 것도 윤 정부의 과제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계층 갈등 등 온갖 모순도 분출할 것이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결국 ‘정치’의 문제다. 반쪽 내각으로 출범했지만 야당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직한 리더십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 외엔 달리 길이 없다. 진보와 보수가 적대적 공생이 아닌 상생적 공존을 할 수 있도록 통합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늘 중도의 민심을 헤아리는 게 그 길을 찾는 방안이다. 국민 신망을 얻는 것도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기대한다.
-동아일보(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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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무책임, 윤석열의 책임
前 정부 무책임한 개혁 남발, 국민만 피곤하게 만들어
새 정부는 거창한 개혁보다 작은 일부터 책임지는 정치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鳳凰)과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터 1826일의 임기를 시작한다. 새 정부는 뭔가를 ‘개혁’하려 애쓰기보다 뭐든지 ‘책임’지는 자세를 먼저 보여줬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5년은 ‘무책임한 개혁의 시대’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개혁을 거론한 자리가 137회 검색된다. 한 달에 두 번꼴이 넘는다. 취임식 땐 ‘재벌 개혁’만 언급했다. 이후 검찰 개혁, 경찰 개혁, 국정원 개혁, 사법부 개혁, 이 모두를 아우르는 권력기관 개혁이 뒤따랐다. 국방 개혁, 교육 개혁, 언론 개혁이 이어졌고 경제 분야에서 규제 개혁, 재정 개혁, 세제 개혁, 부동산 개혁, 공정경제 개혁, 농정 개혁, 일자리 개혁이 언급됐다. ‘한국판 뉴딜 법·제도 개혁’이란 것도 추진했고, G20 정상회의에 가서는 ‘WTO 개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이 진짜 혁명이 아니었듯, 문재인 정부의 개혁도 개혁의 외피를 두른 정치 투쟁에 불과했다고 본다. 국민은 개혁 때문에 피곤해졌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개혁은 주체와 대상이 다르다. 주체의 시선이 대상을 겨눈다. 개혁을 빌미로 정적을 공격하거나 자신에게 불리 또는 불편한 제도와 기구를 뜯어고친다.
우리 헌법에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국민 주권의 당연한 결과다.
책임은 시선을 내부로 돌린다는 점에서 개혁과 대척점에 있다. 내가 법을 어기고 있지 않은지,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이렇게 해도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많은 경우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했다. 매일 2000억원씩 빚을 내 국가 채무 1000조원 시대를 열어놓고 다음 정부는 재정 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억제하라는 준칙을 만들었다. 탈원전 때문에 한전 적자가 늘어도 전기 요금 인상을 막고 대선 후 새 정부가 올려 받으라고 했다. 꼭 필요했지만 표가 안 되는 연금 개혁, 노동 개혁은 쳐다도 안 봤다.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에게 정보 공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3 학생으로부터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에 관해 '최저 기준의 원칙'을 적용했다. 정치·도의적 책임은 무시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만 따졌다. 불법이 드러날 것 같으면 개혁의 이름으로 법을 바꿨다. '검수완박'이 한 예다.
요즘 민주당은 무책임한 정치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대선에 패한 지 2달 만에 대통령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책임이란 말을 아예 다른 뜻으로 쓰는 듯하다. 자기가 시장을 지낸 분당을 버리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출마가 곧 당선이라는 지역으로 가면서, '나의 패배로 당이 어려워졌으니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출마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전 지사가 당선돼 불체포특권을 누리고, 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에 내려가 새 정부 발목을 잡을 때 민주당식 무책임 정치는 완결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행태가 상식에 목 타는 국민을 자극해 윤 대통령이 오늘 취임식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보수 정치의 핵심은 국가 존립과 국민 안위에 대한 책임감이다. 윤 대통령은 불필요한 개혁을 내세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자신의 직무 수행에 대한 모든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것이 상식과 공정의 시작이며 전임 대통령의 무책임이 훼손한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는 헌법 수호의 출발점이다.
-황대진 기자, 조선일보(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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