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된 형사법 뒤엎으며 “48분 안에 의견 내라” 했다니]
[‘그대가 조국’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74년 된 형사법 뒤엎으며 “48분 안에 의견 내라” 했다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2.5.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문재인 정권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직전 정부 내 관련 부처에 불과 48분을 주면서 검토 의견을 내라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자구 수정도 아니고 건국 이후 74년간 유지해온 형사법 체계를 뒤엎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겨우 48분 안에 의견을 내라는 것은 사실상 어떤 의견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견 제출 요청을 받은 부처 51개 가운데 50개는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았다. 검찰만 마감 시간을 넘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 법무부가 검찰 의견을 받고도 거부권 관련 심사를 법제처에 의뢰하지 않은 것이다. 문 정권은 ‘거부권 행사 의견이 없다’며 법률을 그대로 공포했다. 반대 의견이 있는데도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런 식의 막무가내 입법은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해도 너무 했다는 말이 나온다.
문 정권의 검수완박 법률은 입법 단계마다 법과 상식이 요구하는 절차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민주당은 법률을 발의하면서 정식 투표 없이 박수로 통과시켰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의견을 표시할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 국회 안건조정위도 최장 90일간 가동하면서 여야 간 의견 수렴을 하게 돼 있지만 민주당이 불과 17분 만에 끝냈다. 위장 탈당 등 편법도 서슴지 않았다. 30일 동안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법사위에서도 8분 만에 표결을 마쳤다. 국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 한 번 없었다. 국회 본회의도 6분 만에 통과시켰다. 찬반 토론조차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이 오전에 통과시킨 법률을 그날 오후 바로 공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과 정권이 저지른 불법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임기 만료 1주일 전에 검수완박 법률로 입법 대못을 박았다. 도리와 염치를 아는 정치인이라면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할 법률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에 남은 부패·경제 범죄 수사권도 1년 6개월 안에 모두 없애겠다는 검수완박 2라운드를 이미 시작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선 이보다 더한 일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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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믿고 싶은 의견만 담은 극장판 ‘피해자 코스프레’
조 전 장관 가족이 지은 죄를 사면하는 도구로 쓰일 수도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 포스터.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보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부터 지난 1월 그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까지를 담고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 목소리를 모았다. 조 전 장관도 등장한다. 차를 몰아 법정으로 향하며 그는 말했다. “3년째지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갈 때마다 갑갑함이 밀려온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장면이 뒤따랐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15건 중 12건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자녀 입시 비리(7대 허위 스펙)와 사모펀드 관련 비리, 증거 인멸 및 증거 은닉 교사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 전 장관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검찰과 언론,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재심까지 언급한다. “검찰의 칼날이 그대를 향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실소가 나왔다. 보통 사람은 가짜 표창장을 만들지 않는다. 진실을 은폐하거나 조작하지도 않는다.
‘그대가 조국’ 언론 시사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열렸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반(反)지성주의를 지목했다.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123분 길이의 ‘그대가 조국’은 믿고 싶은 의견만 담은 반지성주의의 표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장르다. 제작진은 ‘성찰적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했다. 성찰이란 자기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일이다. 눈에 불을 켜고 봐도 ‘그대가 조국’에서 내적 반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승준 감독은 “(한 가족이 겪는) 고통의 근원에 대한 성찰”이라고 했는데, 조 전 장관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영화는 거꾸로 관객을 향해 “조국 사태는 검찰과 언론이 덧씌운 프레임이고 사냥이었다. 너희가 뭘 잘못했는지 성찰하라”는 투였다.
정 전 교수에 대한 1심 실형 선고가 나오자 음식 평론가 황교익은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 십자가를 짊어졌다”고 했다. 검찰을 개혁하려다 박해를 받는 순교자로 미화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가시밭길을 가겠다”며 항소했다.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서사는 책으로 영화로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그는 정치 평론가 유창선이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책에서 비판한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우리는 떳떳하다는 보상 심리를 낳고 지지자들에게 동정을 유발하며 그들을 결집시킨다.
‘그대가 조국’ 후원에는 5만여 명이 참여해 26억원이 모였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을 추앙하는 이 팬덤을 정의로운 기념비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가 “보수라고 하는 분들, 윤석열 당선인을 찍은 분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며 “그걸 통해서 당시의 진실이 온전히 복구되기를 원한다”고 말할 때 소름이 돋았다. 범법자를 편드는 이 영화는 조 전 장관 가족이 저지른 죄를 사면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잘못이 드러나고 책임질 일이 있어도 무성찰의 태도를 보였다. 검찰과 언론, 야당을 탓했다. 이제 여야가 바뀌었지만 윤석열 정부도 반지성주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취임사로 던진 그 화두처럼, 무너진 룰을 바로 세우며 자신에게는 더 엄격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대가 조국’과 다른 게 뭐냐는 냉소가 돌아올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최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등장해 ‘그대가 조국’ 펀딩과 홍보에 도움을 준 김씨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엣나인필름
-박돈규 기자, 조선일보(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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