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흐느낀 김정은, 그 눈물 뒤편의 공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4·25문화회관에 마련된 김정일 체제의 군부 핵심 현철해 원수를 조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고인의 유해를 바라보며 비통한 표정을 짓더니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묵념 뒤 돌아서면서는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조선중앙TV 화면에 담겼다./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눈물을 흘렸다.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빈소에서다. 19일 사망한 현철해의 빈소를 하루 뒤 찾은 김정은은 유해를 바라보며 비통한 표정을 짓더니 손수건까지 꺼내 들고 눈물을 훔쳤다. “상실의 아픔을 금치 못한”(북한 조선중앙통신 표현) 김정은은 현철해의 시신이 든 관을 직접 운구까지 하며 마지막 예를 갖췄다.
군부 핵심 현철해는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을 맡아 했다. 빈소를 찾아 흐느낀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인간적 도리일 터. 다만 그걸 주민들에게 그대로 노출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 매체는 영상의 한 장면, 사진의 미세한 각도까지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 걸러낸다. ‘김정은의 눈물’이 전하려는 의도나 다른 차원의 메시지가 분명 있다는 의미다.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20대 김정은은 눈물을 보였다. 영결식 날 김정일 운구차를 호위한 이 후계자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눈 내리는 평양 시내를 침통한 표정으로 돌았고, 그 모습은 그대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김정은은 잊을 만하면 눈물을 훔쳤다. 2015년 설날에는 첫 방문지로 평양육아원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2020년 당 창건기념일 열병식에선 주민들을 앞에 두고 “미안하다” “고맙다”를 연발하며 울먹거렸다.
이런 김정은의 눈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애민(愛民)’이다. ‘백성을 굽어 살피시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을 때 김정은은 전가의 보도인 눈물을 끌어내 닦았다.
그런데 김정은의 눈물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우리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 선전정책의 핵심은 최고지도자의 강온 양면을 동시에 노출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장군 이미지와 눈물로 상징되는 따뜻한 어버이 이미지를 동시에 연출해 주민들을 현혹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이는 김정은이 그렇게 닮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내세운 선전선동 전술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김정은은 눈물을 흘릴 때 더 무서웠다. 김정일 영결식 날 그렇게 통곡한 앳된 청년은 얼마 뒤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2017년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했을 땐 중국 매체에서 ‘김정남 피살 소식에 김정은이 소파에 쓰러져 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철해의 빈소에서 비통해한 김정은은 불과 닷새 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섞어 쐈다. 스스로 “건국 이래 대동란(大動亂)”이라 표현한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도발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북한은 2020년 열병식에서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들을 과시하며 무력시위를 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사랑하는 남녘 동포” 운운하며 울먹거린 김정은의 눈물에 더 주목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것”이라며 반색했다. 이런 오판에 웃었을 김정은은 눈물의 뒤편에서 차곡차곡 핵·미사일을 다졌다.
김정은이 울먹거릴 땐 섣불리 장단에 맞춰주기보다 그 이면을 봐야 한다. ‘악어의 눈물’에 현혹돼 빗장만 열어주기엔 그동안 너무 당하지 않았는가.
-신진우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2-05-27)-
________________________
침묵하는 지식인들
[유광종의 차이나별곡]
말이 벼룩 등의 벌레에 물려 갑자기 날뛰는 경우가 있는가 보다. 그 상황을 적는 한자는 ‘소(騷)’다. 이 글자의 우리 용례도 제법 많다. 소란(騷亂), 소동(騷動), 소요(騷擾) 등의 사례다. 소객(騷客)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흔히 시를 읊는 문인을 일컫기도 한다.

글자만을 보면 ‘소란을 떠는 사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유래는 문학작품이다. 고대 중국 남방문학의 대표에 해당하는 ‘초사(楚辭)’의 ‘이소(離騷)’편이다. 정의롭지 않은 세상사에 대한 원망을 작자 굴원(屈原)이 낭만주의 시풍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그 작품의 후대 영향이 아주 커 무릇 시를 짓는 사람들은 ‘소객’이라고 불렸다. 때로는 둘을 한데 엮어 곧장 ‘시인소객(詩人騷客)’ 등으로도 적었다. 이 호칭에는 떨어지는 잎사귀에도 눈물 흘리는 시인의 다감(多感), 부조리에 저항해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의 비판의식이 담겼다.
그와 비슷한 말은 묵객(墨客)이다. 먹[墨]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벼루에 먹을 갈아 시문(詩文)을 짓는 지식인 전체의 통칭이다. 그래서 흔히 ‘문인묵객(文人墨客)’으로도 부른다. 앞의 ‘소객’을 조금 변형해 붙인 ‘소인묵객(騷人墨客)’도 곧잘 쓰는 표현이다.
문사(文士), 아사(雅士) 등도 그런 호칭이다. 책을 끼고 살아간다는 뜻에서 쓰는 서생(書生), 독서에만 빠져 지낸다고 해서 적는 서치(書癡) 등도 있다. 때로는 풍류에 끝없이 빠져드는 단점도 드러냈지만 나름대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노력했던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이 가을날 매미처럼 소리를 멈추면 곤란하다. 요즘 중국의 지식계가 ‘겨울’ 분위기다. 개혁·개방이 멈추고 과거로의 회귀가 뚜렷해지자 다양한 목소리를 내던 ‘소인묵객’은 사라지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묵객(黙客)’만이 가득하다. 중국의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2-05-27)-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회 장악 정당의 폭주와 표류, 나라의 우환이 되고 있다] (0) | 2022.05.27 |
|---|---|
| [문재인 정권이 한미동맹 강화시켰다는 궤변] (0) | 2022.05.27 |
| [새 정부 가장 잘한 일, 5·18 갈등 종식] [80평짜리 청와대 침실] .... (0) | 2022.05.26 |
| [대장 전원 교체, 文 정권 5년간 무너진 軍 바로 세워야] [바이든 떠나자.. ] .... (0) | 2022.05.26 |
| [ICBM 도발, 방공식별구역 침범, 더 거세질 北·中·러 동시 위협] .... (0) | 202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