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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과학자가 보여주는 위기 대처법] ... [ ..감자 생산.. ]

뚝섬 2022. 10. 2. 05:36

[200년 전 과학자가 보여주는 위기 대처법]  

[씨앗 보관하는 종자은행, 전쟁 때도 지켜야할 인류의 미래] 

[온난화로 감자 생산 줄자... 더위에 강한 품종 나온다]

 

 

 

200년 전 과학자가 보여주는 위기 대처법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코로나에 이어 태풍·폭우 기상이변까지 기후변화와 에너지·식량 위기 한꺼번에 닥쳐
감자 수프와 조리 기구 개발해 식량난 해결한 18세기 과학자 벤저민 톰슨의 실용적 연구
현재 복합 위기 해결책 찾아갈 방향 보여줘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는 기상이변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탄소 중립으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시나리오는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세계 각국이 전쟁과 인플레까지 겹치며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에너지와 식량 위기가 눈앞에 닥친 현실에서 18세기의 에너지와 식량 문제에 맞선 어느 과학자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어로 수프 키친(soup kitchen)’은 무료 급식소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수프를 개발하고, 유럽인들이 꺼리던 감자를 식단에 올린 인물에게서 유래한다. 식민지 미 대륙에서 태어난 벤저민 톰슨(Benjamin Thomson)은 미국 독립 전쟁에서 영국을 지지하는 왕당파로 활동하다 독립파 폭도들에게 집을 약탈당한다. 부인과 딸을 버리고 영국으로 도주한 그는 독일에서 기회를 잡았다. 당시 독일에서는 빈민들의 기아 문제가 심각했다.

 

벤저민 톰슨이 낸 아이디어가 수프 키친이다. 그때까지 요리법이란 왕족이나 귀족을 위한 것으로, 끼니 걱정을 하는 평민들은 요리는커녕 식재료를 살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비싸지 않은 재료로 어떻게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지 고민했다. 무료 급식이라도 맛있어야 했고, 영양에도 손색이 없어야 했다. 순간 유럽인들이 잘 먹지 않던 감자가 떠올랐다. 그는 감자를 재료로 수프를 개발한다. 이 수프가 크게 인기를 끌며 수프 키친이 무료 급식소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그는 이 공로로 작위를 받아 럼퍼드(Rumford) 백작이 되었고, 이 감자 수프는 럼퍼드 수프라고 불린다. 이 시점부터 감자를 주식으로 받아들인 유럽은 식량 문제에 실마리를 찾게 된다.

 

럼퍼드 백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우선 가난한 사람들이 왜 끼니를 거르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 배경에 땔감, 에너지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18세기까지 유럽은 모닥불처럼 개방된 화로에서 음식을 조리했다. 우리는 아궁이의 닫힌 구조에 익숙하지만, 서양에서는 대부분 열이 대기 중으로 낭비되어 땔감 소모량이 엄청났다. 게다가 연기도 심해 요리란 땔감 걱정 없는 귀족들이 하인들에게 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평민들이 끼니 요리를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해결책은 에너지 효율이었다. 그는 키친 레인지(Kitchen Range)’라는 구조를 만든다. 닫힌 형태의 스토브로 주방 기기의 바닥만 가열하고 연기는 뒤쪽으로 빠져나가며 안을 데우게 했다. 이렇게 하면 열 손실도 막고 주방도 쾌적해졌다. 그런데 주방 구조만 바뀌어서 되는 건 아니다. 바닥만 가열되는 냄비는 높이가 낮아야 했다. 여기서 프라이팬이 등장한다. 또한 스토브의 열로 요리가 추가로 가능한 오븐을 레인지에 배치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혁신으로 서양인들은 비로소 집에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하게 된다. 이후 럼퍼드 백작이 고안한 레인지는 현대적인 입식 주방의 표준이 되었고,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그는 거대한 담론보다 구체적인 현실에서 대안을 찾았다. 키친 레인지가 널리 쓰이려면 주방 기구가 저렴해야 했다. 당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싼 가격의 주철이 대량생산되고 있었다. 그는 주철로 조리 기구를 만들어 귀족들이 사용하던 구리보다 훨씬 저렴한 주방 기구들을 제안했다. 문제는 더 있었다. 바닥만 가열하는 프라이팬과 간접 열을 이용하는 오븐으로 만든 요리가 과연 맛있을지. 럼퍼드 백작은 이를 보여주려고 과학적인 요리법까지 개발한다. 이렇게 주철 팬을 이용한 (pan cook)’과 저온 조리법인 수비드(sous vide)’ 요리가 탄생한다. 과학을 미식과 결합한 이러한 시도는 현재까지 이어져 럼퍼드 백작은 ‘분자요리(molecular gastronomy)’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식량과 에너지에 대한 럼퍼드의 연구는 현대식 벽난로와 열과 일에 대한 동일성 실험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그의 과학 탐구는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었고, 그 연장선에서 과학의 대중화를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799년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를 설립하고, 일종의 과학 콘서트인 대중 과학 강연을 이끌었다. 여기서 토머스 영, 험프리 데이비, 마이클 패러데이와 같은 대학자들이 탄생한다. 1800 럼퍼드 백작은 뉴턴을 배출한 런던 왕립학회에 거금을 기부하여 자신의 이름을 럼퍼드 메달 만들었다. 역대 수상자는 파스퇴르, 맥스웰, 키르히호프, 옹스트룀, 헤르츠, 뢴트겐, 러더퍼드, 로렌츠, 레일리 등으로 100 노벨상이 탄생하기 전까지 학계 최고의 영예였다.

 

2017년 UN은 지난 20년간 기후 관련 재해 비용이 그 전보다 2.5배 늘어난 무려 2.25조 달러(약 315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정부는 수십년 뒤 기후변화로 인한 예산 부담이 미국에서만 연간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 중립을 통한 장기적인 대응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다가온 위협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제 다가올 어려움을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뉴욕시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14억5000만 달러(약 2조 원)의 예산으로 맨해튼의 둑을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과학은 예측하기보다 위험에 대비할 위력을 발휘한다. 기후 위기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려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조선일보(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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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보관하는 종자은행, 전쟁 때도 지켜야할 인류의 미래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지난 5월 14일 우크라이나 국립식물유전자원센터의 세르게이 아브라멘코 연구원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불타버린 씨앗과 연구시설을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곳은 세계 열째 규모의 종자은행으로, 식물 1802종의 종자 자원 15만여 점을 보관하고 있었다.

 

각국은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작물은 물론, 야생식물의 종자까지 한데 모아 보관하고 있다. 농업이 절멸되는 위기에 대비하고 신품종을 만들 유전자원을 찾기 위해서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이 씨앗들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잿더미가 될 위기에 처했다. 전쟁이 인류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종자은행 파괴 잇따라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릴 정도로 농업이 발전한 국가이다. 농산물 수출 품목 중 해바라기유는 세계 1위, 보리와 옥수수는 세계 4위, 밀은 세계 6 위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는 농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에 종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종자은행의 피해는 일부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종자은행 연구원들은 정기적으로 기존 종자를 파종하고 여기서 다시 종자를 얻어 새로 보관한다. 국제기구들에 따르면 이번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불타버린 것은 봄에 파종하려고 준비하던 씨앗들이고, 핵심 자원은 여전히 지하에 안전하게 보관 중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포도나 딸기는 줄기를 잘라 번식하기 때문에 야외 재배지에서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연구원들도 상당수 군대에 들어가 종자를 관리할 인력도 부족한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2차 대전 중 러시아 바빌로프 종자은행의 과학자들은 나치의 공격에서 볍씨를 지키느라 굶어 죽는 쪽을 택했다”며 “그랬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종자은행을 공격하다니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다른 나라에서도 우크라이나 종자은행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종자은행이 탈레반과의 전쟁 도중 파괴되고 약탈당했다. 1년 후 이라크의 종자은행도 같은 일을 당했다. 시리아 알레포에 있던 국제 건조기후지역 종자은행은 내전이 발발하면서 2012년 문을 닫았다. 국제건조지역농업연구센터는 이 시설을 레바논과 모로코에 분산 이전했다.

 

미래 위한 살아있는 유산이자 생명보험

 

전쟁이 하르키우의 종자은행을 파괴하면 우크라이나의 농업은 물론 인류의 미래도 사라진다. 유엔 식량기구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각국이 농업생산량을 높이려고 몇몇 품종만 재배하면서 농작물 다양성이 75%나 감소했다. 만약 현재 재배 중인 작물들이 새로운 전염병이나 기상이변을 이겨내지 못하면 인류가 당장 굶어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세기 중반 아일랜드는 주식이던 감자 농사를 망치면서 인구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이민을 갔다. 밀집 재배하던 감자 품종이 곰팡이병에 일시에 절멸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감자처럼 한 품종만 재배하는 커피와 바나나도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무시되던 재래종이나 야생종이 다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발전한 생명공학 기술로 재래종, 야생종에서 유용한 유전자원을 뽑아내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를 감당할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유전자원센터장인 라이스 리케 스테픈슨은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종자은행은 미래를 위한 생명보험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후손에게 물려주는 살아있는 유산”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는 1700여 종자은행이 있다. 각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자국 종자은행이 파괴되는 일에 대비해 종자를 여러 곳에 중복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물 종자 자원 27만2000여 점을 모아 수원과 전주에 중복 보관하고 있다.

 

종자은행 보호할 국제협약 만들어야

 

최근에는 전 세계 종자 자원을 모아 영구 보관하는 시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2008년 문을 연 노르웨이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seed vault·종자 금고)이다. 영구동토층 75m 지하에 설치해 별도 냉방장치 없이도 연중 영하 18도를 유지할 수 있다.

 

스발바르는 한 번 씨앗이 들어오면 다시 내보내지 않는다. 정철호 산림청 대변인은 “일반 종자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은행처럼 언제든 씨앗을 꺼내 연구를 할 수 있지만 시드볼트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영구 보관하는 금고”라고 말했다.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2015년 딱 한 번 내전으로 종자은행이 파괴된 시리아를 위해 종자를 꺼내 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산림청도 경북 봉화군의 지하 46m에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를 만들었다. 스발바르와 함께 세계에 단 두 개만 있는 시드볼트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운영센터는 “스발바르는 주로 작물 종자를 보관하지만 백두대간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 중심”이라며 “현재 13만8103점의 종자 자원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유전자원센터의 작물 종자도 일부 스발바르와 백두대간 시드볼트에 중복 보관 중이다.

 

하지만 시드볼트도 영원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최근 온난화로 동토층이 녹는 바람에 물이 새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쟁 중에 누군가 작정하고 덤비면 아무리 단단한 지하 시드볼트라도 견디기 어렵다.

 

과학계에서는 전쟁 중에 적십자 표시가 있는 병원은 적군이라도 공격하지 않듯 종자은행은 누구나 보호하는 국제협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류의 미래가 담긴 씨앗을 지키기 위해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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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감자 생산 줄자... 더위에 강한 품종 나온다

 

[기후 변화와 식량 자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동식물의 서식 환경에 큰 영향을 줍니다.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생물들이 살거나 자라기에 좋은 곳을 찾아 남쪽에서 북쪽으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더욱 번성하는 생물이 있는가 하면, 줄어들거나 멸종하는 경우도 발생해요.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우세할까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번성하는 종보다 사라지는 종이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해요. 이렇게 되면 우리의 '식량 자원'도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거예요. 어느 자원이 풍족해지고 또 사라지게 될까요.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 풍족해져

우리나라는 온대성 기후에 속해요. 그런데 최근 10년 주기로 평균 기온이 0.3도씩 오르면서, 아열대 기후 지역이 전체 경지 면적의 10%까지 늘어났어요. 60년 뒤에는 6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해요.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연중 8개월 이상 되는 경우를 말해요.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벌써부터 농작물과 어종도 대폭 바뀌고 있어요. 제주 앞바다에서는 청새치, 보라문어, 황갈돔 같은 아열대 어종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44종이 관측됐던 아열대 어종이 지난해 83종으로 늘었어요. 이 중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어종은 5종뿐이에요.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통상 먹지 않는 어종인 관상어 등이고, 손질해서 먹지 못할 정도의 독성을 가진 어종도 많아요.

아열대 어종 출현율은 최근 2년 사이 50%를 넘어섰어요. 잡히는 생선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아열대 어종인 셈이니 놀라운 변화입니다.

농작물도 바뀌고 있어요. 하우스 재배를 이용하지 않고도 아열대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점점 늘고 있어요. 충남에서는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파파야와 오크라, 몰로키아, 인디언 시금치 등이 재배되고 있어요. 마늘과 양파 농사를 주로 하던 전남 해남에서는 열대 과일인 애플망고 재배가 확대되고 있고, 전남·전북 지역에서는 바나나 재배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죠. 제주에서만 생산되던 대표적 아열대 과일인 감귤은 지금은 남해안 일대와 강원도 해안가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지요.

13억 명 먹여 살리는 감자 생산량 감소

기온이 상승하면서 온대 작물인 쌀·보리·밀·감자·일반 채소 등의 재배지와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어요. 국제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은 평균 6%, 쌀은 3.2% 감소한다고 해요.

특히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만 더위에는 취약한 작물이에요.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재배가 어렵죠. 국제감자센터(CIP)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세계적으로 감자 생산량이 2060년까지 6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주식인 쌀의 수확량이 80년 안에 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훨씬 심각하죠. 우리나라도 2100년에는 감자 생산량이 1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감자는 밀과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이에요. 세계 13억 명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죠. 인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감자를 주식으로 삼기도 해요.

감자의 장점은 많답니다. 벼나 밀에 비해 재배 기간이 짧고, 덩이줄기가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다른 곡물에 비해 같은 경작 면적에서의 생산량도 2~4배 많죠. 밀과 쌀 같은 곡물은 알곡이 많이 열리면 줄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져서 성장에 한계가 있거든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감자센터는 공동 실험을 통해 화성과 흡사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는 걸 입증했어요.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랍니다. 감자는 식물의 줄기가 변형된 덩이에 영양소를 저장하는데요. 여기에는 감자의 전분뿐 아니라 비타민C·B2·B6, 아미노산, 단백질, 미네랄,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클로로겐산, 루테인 등의 항산화 성분도 포함돼 있죠. 이런 장점 때문에 감자는 '우주 식량'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어요.

스스로 유전자 조절하는 감자

더위에 취약한 감자가 앞으로도 계속 인류의 식량으로 남아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하는 게 우선이죠. 하지만 온난화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 세계 과학계의 결론이죠. 이 때문에 '고온에 강한 감자'를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감자는 서늘한 곳에서 덩이줄기를 만드는데요. 감자의 유전적 형질을 분석해 기후변화에 뛰어난 유전자를 찾아 새로운 품종을 만들려는 것이죠. 그런데 올 4월에 국내에서 희소식이 전해졌어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연구팀이 고온에서 감자가 재배될 때 덩이줄기 형성을 억제하는 이유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죠.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셀 리포트에 실렸습니다.

감자는 재배 기간 '덩이줄기 형성 유도 유전자'(StSP6A)가 증가하면서 점점 크기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온도가 높아지면 고온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감자 스스로 이 유전자를 억제하는 바람에 덩이줄기가 작아지면서 감자 수확량도 덩달아 감소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감자의 유전자 조절이 생육 초기와 후기에 다르게 나타난다는 거예요. 생육 초기에는 RNA 조절을 통해 이 유전자를 억제하는 반면, 후기에는 DNA를 조절해 억제한다는 거예요. 또 연구팀이 인위적으로 이 유전자를 발현시킨 결과 생육 초기에는 수확량을 회복할 수 있지만 후기에는 수확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해요. 이런 원리를 규명했으니 앞으로 고온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를 수확할 날도 올 수 있겠죠?

 

[감자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예요. 감자는 기원전 3000~2000년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돼요. 이후 감자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유럽으로 전해졌고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기획·구성=조유미 기자/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조선일보(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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