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성지' 올리브영]
[美도 홀린 K뷰티… 프랑스 제치고 美 수입시장 첫 1위]
[K뷰티의 경쟁력]
'K뷰티 성지' 올리브영
지난해 3월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LA다저스 팀이 전세기를 타고 방한했다. 선수들 아내 10명이 올리브영 매장에 들러 화장품 단체 쇼핑을 하고는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미국 프로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 선수 아내도 한국 왔다가 양손에 올리브영 쇼핑백을 든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해외 유명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들르면서 CJ올리브영은 ‘K뷰티의 성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리브영 명동점은 고객의 90%가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탐방 코스다. 매장 들어서면 한국 맞나 싶을 정도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올리브영을 방문했다는 통계도 있다. 189국 출신 외국인이 전국 각지 올리브영 매장에서 총 942만건을 결제했다.
▶2019년 서울 강남에 프랑스 명품 그룹 LVMH 소유의 세포라가 1호점을 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세포라는 전 세계에 2600개 매장을 가진 세계 최대 화장품 전문 매장이다. 세계 유명 화장품이란 화장품은 다 구비한 곳인데 한국 진출 4년 만에 철수했다. 별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중소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빼곡히 모인 올리브영에 밀렸기 때문이다.
▶내수는 위축되고 대부분의 기업들 실적은 부진한 반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이 1년 전보다 24% 늘어난 4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외국인 매출은 140%나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 회사가 주도하던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유통 전문 올리브영은 가격 저렴하고 품질 좋은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집중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올리브영에서 파는 2000여 브랜드 중 80% 이상이 중소 브랜드다. 1999년 화장품, 의약품, 생활용품 등을 두루 파는 드러그 스토어로 출발했는데 순탄하게 성장한 건 아니었다.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했다. 매출 1조원 달성에 17년 걸렸다. 그러다 화장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K뷰티의 성공과 맞물려 고속 성장했다.
▶국내에 크고 작은 화장품 브랜드 2만8000여 개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세계적인 ODM 업체가 품질 좋은 화장품을 위탁 생산해주는 덕분에 자체 공장 없이도 아이디어만으로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한국을 넘어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넘었다. 전년 대비 20.6% 늘었다. 올리브영의 호(好)실적은 선순환의 ‘K뷰티 생태계’에서 유통을 전담해 동반 성장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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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홀린 K뷰티… 프랑스 제치고 美 수입시장 첫 1위
올해 5월 미국의 유명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영상에서 한국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바르면서 “내 피부톤에 딱 맞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유튜버가 한국 파운데이션 색상이 너무 밝아 아쉽다고 하자 한국 화장품 회사에서 어두운 톤을 개발해 선물한 것이다. 흑인 피부에 딱 맞는 파운데이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한국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K뷰티의 강렬한 향기가 미국 시장도 홀리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에서 지난해 1∼10월 2조 원어치 팔렸는데,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22%로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그동안 북미 수입 뷰티 시장을 양분하던 프랑스와 캐나다를 상당한 격차로 제쳤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가 좋다는 호평을 받으며 판매량이 급성장했다. 실제 최근 아마존에서 팔리는 뷰티 제품의 상위 목록에는 한국 제품이 대거 포진해 있다.
▷K뷰티는 2010년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1차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의 K뷰티 2차 전성기는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중소·인디 브랜드가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수출 제품 10개 중 7개가 중소·인디 브랜드 제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채널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이 해외를 직접 공략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K컬처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자본력이 약한 인디 브랜드가 미국 등 세계 시장을 휘저을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TSMC’로 불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도 좋은 기획 아이디어만 있으면 ODM 업체를 통해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반도체로 치면 인디 브랜드가 반도체 설계(팹리스), ODM 업체가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은 셈이다. 이렇게 출시된 다양한 제품은 올리브영 등 플랫폼을 통해 팔려 나갔다. 기획, 생산, 유통의 한국식 ‘화장품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된 것이다.
▷고객의 취향과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빨리빨리’도 K뷰티만의 경쟁력이다. 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동양인 피부톤에 맞는 5가지 색상의 쿠션을 생산하다가 다양한 인종의 미국 시장을 노리고 색상을 30가지로 늘렸다. 한국 회사들은 에어쿠션, 마스크팩, 스틱 파운데이션, 뷰티 기기 등 새로운 제품도 끊임없이 선보였다. 다만 인디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단기 기획과 마케팅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이다. 고품질 화장품을 위한 원천 기술 확보 등 꾸준한 연구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장기 수출 효자품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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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경쟁력
“안녕하세요. 남자입니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스킨, 토너, 앰플, 진정 크림, 나이트 크림, 수분 크림을 구매했는데 어떻게 발라야 할까요?” 인터넷에는 가짓수 많고 이름도 어려운 기초 화장품을 어떤 순서로 발라야 할지 물어보는 사회 초년생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자칭 화장품 고수들이 “묽은 제품을 처음에 발라주고 되직한 화장품을 뒤에 발라주라”고 조언해주는가 하면 “평소에는 기초 2~3종만 바르는 ‘화장품 다이어트’를 하다 환절기에 6~7단계의 ‘피부 심폐 소생술’을 하라”며 경험담을 들려준다.
▶화장품 사용법은 나라별로, 기후별로 크게 다른데 얼굴에 이토록 ‘다단계 덧방’을 하는 건 한국식이다. 화장품 판매를 늘리려고 일본에서 시작된 마케팅이라는데 한국에서 더 ‘발전’했다. 갈수록 얼굴에 발라야 할 화장품 가짓수는 늘고 있다. 일본 시세이도연구소가 세계 주요국의 화장법을 연구했더니, 밤마다 피부 관리에 들이는 시간이 일본 여성은 8분 정도인데 한국 여성은 18분이었다.
▶미용 산업에서도 K뷰티(한국), C뷰티(중국), J뷰티(일본)의 3파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K뷰티는 K팝과 K드라마 인기를 업고 중국에서 급성장했는데 코로나 와중에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중국산 화장품 소비가 늘어나는 등의 이유도 있지만 너무 복잡한 한국식 스킨 케어에도 이유가 있다고 홍콩 신문이 보도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많게는 10단계에 이르는 한국 화장법 대신 단순함과 좋은 성분을 강조한 서구나 일본 화장품으로 눈 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장품 강국 일본에서 뒤늦게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진다는 소식이다. 2년 새 대일 화장품 수출이 약 2배로 늘었다. 일본 여행 다녀오면서 한국 주부들이 1순위로 사 오는 제품이 시세이도 화장품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연예인을 따라 하는 한국식 화장법이 유행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한다.
▶화장품은 선진국 산업이다. 한국은 화장품 무역 적자국이었다. 2012년부터 수출이 수입을 앞질러 이제는 확고한 흑자다. 2020년 기준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이 됐다. 아모레, LG생활건강 같은 한국 화장품 회사의 브랜드 파워가 커진 덕분도 있지만 화장품 제조 강국의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자체 기술력으로 제품을 개발해주는 역량까지 갖춘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업체가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 곳곳에 납품한다. 한국 제조업의 위력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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